-* 등산을 리더십에 적용한 CEO 허태학 사장 *-

[명사에게듣는산이야기]허태학삼성석유화학사장

등산을리더십에적용한CEO

관광미다스(Midas)의손,삼성서비스정신의창조자,서비스및혁신전도사,강직한뚝심을지닌의리의사나이,불도저같은추진력을지닌CEO,맡은일에최선을다하는열정의소유자.삼성석유화학허태학(許泰鶴·64)사장을지칭하는수식어들이다.그의경영이념은‘고객만족엔끝이없다.서비스엔베스트(Best)가없다.다만베터(Better)만있을뿐’이다.누구나쉽게말할수있을것같지만아무나실천으로옮기기쉽지않은경영방식이다.

허태학사장은호텔신라와에버랜드의전신인자연농원의CEO를맡아최단시간안에세계적인호텔과테마공원으로끌어올린장본인이다.그만이가진경영철학으로고객을최대한만족시키기위해부단히노력한결과다.덤으로얻은별칭이서비스전도사와혁신전도사다.

그러나그가주는첫이미지는CEO를오래해서인지,서비스라는개념이주는부드러움이나달콤함보다는주어진일에열정과뚝심으로밀어부치는의리의사나이라는이미지가강하게와닿는다.그가최고의서비스를펼칠수있는비결이뭘까.궁금했다.그것은하루아침에쌓인노하우가아닌것만큼은분명해보였다.그의인생역정을보면어느정도답이보일듯했다.

▲허태학사장이자신의사무실에서집무를하고있는모습.
그는한학자로키우려는집안의반대를무릅쓰고진주농고와경상대로진학했다.덴마크의달가스나그룬트비히같이농촌개혁운동의꿈을안고….대학에서농활봉사를열심히하며리더의자질도키우기위해ROTC훈련을받고장교로입대했다.

군생활이그의인생의첫시험대였다.소위임관6개월후대위급이맡고있던수송장교를맡게됐다.가장골치아픈보직이었고,대부분맡기싫어했다.ROTC선배들도손실처리하려면월급못받는건예사고,관리책임때문에불명예제대할수도있다며만류했다.그러나해야할일이었고누군가맡아야했다.한번해보자고결심했다.

한학자가문…농촌개혁이청운의꿈

본부와3개중대의수송부를통합한통합수송부가만들어졌다.병력만140여명에달하는대부대였다.풋내기장교로서는벅찬듯보였다.2년간휴가한번안가고동분서주했다.위계로움직이는군에서지휘관이열심히솔선수범하니부하들은자연스레사고없이잘따라왔다.우수수송부표창을연속으로받았다.군에서솔선수범의리더십을성공적으로발휘했고,리더로서의자질도검증받은첫인생시험대였다.

제대일자가다가왔다.부대장이뜻밖의제안을했다.간곡하게장기복무를해달라는것이었다.난감했다.목표가뚜렷했지만군은아니었다.완곡하게거절했다.미안했지만어쩔수없었다.제대를앞두고인생의방향에대해서또한번갈등을겪었다.취직을할것이냐,농촌계몽의꿈을펼칠것인가를놓고자문도하고,상의도많이했다.그러던중삼성에합격했다.이정도의기업에서새로운세계에대해도전해보고싶은각오가생겼다.삼성맨허태학의출발순간이다.그게69년말의일이다.

그는올해햇수로삼성입사40년을맞았다.일반월급쟁이들이부러워할정도로오랫동안,그것도삼성이란세계적기업에서CEO로서16년째생활하고있다.그는삼성에입사하고서부터자기인생에대한서비스를남보다2~3배이상더최선을다했다.남들이하지않은일,하기싫은일뿐만아니라모든일을열심히해야한다는생각으로가득찼다.자신을위하는일이진정남을위하는일이라는불가의말씀을굳이들지않더라도모든게서비스정신의발로였다.

호텔신라에서만23년간을근무했다.자신에대한성실성과타인,즉고객에대한서비스를23년동안제공한것이다.‘서비스도사’가됐을법한수준이다.아니됐는지도모른다.그가쓴서비스에대한책이서울대와미국등외국에서교재로채택될정도고많은별칭을얻었으니말이다.

신규프로젝트주로맡아도전의연속

호텔신라에있으면서주로신규프로젝트를맡았다.항상도전의연속이었고,새로운서비스를어떻게펼칠것인가에대한긴장의끈도놓지않았다.장충동신라호텔과삼성본관신축프로젝트등새로운일마다훌륭하게이뤄냈다.85년호텔신라임원이되면서그의성실성과서비스정신이빛을발하여이듬해신규사업부문이사로발령받았다.

제주호텔신라개관프로젝트를맡았다.서비스는기본적으로사람이사람을대하는사업이다.기계는붕어빵찍듯잘다루기만하면된다.사람은감정상태,인간관계등주변상황을만들어줘야제대로돌아간다.기존부서에서잘훈련된사람들이하는일이아니고,항상여러부서에서모인새로운사람들과일을하다보니어떻게팀웍을이룰것인가가그의고민거리였다.결론은등산스킨십이었다.

▲나무를특히사랑하는허태학사장이숲에서잠시포즈를취했다.사진삼성석유화학제공
모든직원이한달에두번씩등산하기로했다.한마음으로땀을흘리며정상에오른후내려와선반드시목욕과소주파티를겸했다.이른바스킨십을다져인간관계를원활히하자는거였다.성공적이었다.상하,수평커뮤니케이션이빠르고원활하게뚫리는게눈에보였다.인생도마찬가지지만등산은항상목표가뚜렷하다.정상에오르면성취감과뿌듯한자신감등희열을맛보는게등산이다.
높낮이와상관없다.전문산악인에겐높이와어려움의문제가따르지만,일반등산객수준에서야높이는둘째문제다.허태학사장은목표가뚜렷했다.장단기목표도구별할줄알았다.긴장의끈도수시로조절했다.제주호텔신라를성공적으로개관했다.90년한-소정상회담도개관기념을겸해서열렸다.새로운문제에부딪혔다.기존의호텔들과어떻게경쟁하고,그벽을어떻게뚫느냐의문제였다.

목표를어느정도잡을것인지보고하라고담당팀장에게지시했다.인근1위호텔이연간투숙률65%에숙박단가가63,000원이니,새로운브랜드인제주호텔신라는63%의투숙률에69,000원숙박비로보고했다.순간느꼈다.마케팅팀원들의타성에젖은사고와기존마인드를깨지못하는정체성을씻어줘야겠다고.

전사원들에게속리산으로2박산행을간다고일렀다.직원들은그때까지도기념산행인줄로만알고있었다.모두즐겁게놀면서보냈다.그는아무말안했다.눈치채는직원도없었다.마지막날밤그는직원들을한자리에불렀다.한사람씩본인의인생스토리를말하도록유도했다.분위기는무르익었다.온갖얘기가다나왔다.실연,이혼,실패등의스토리를들으며모두숙연해지기도하고,한쪽에선눈물훔치는장면도심심찮게보였다.

▲삼성본관14층집무실에서휴식을취하고있다.
모두가감정적으로한마음이됐을때,그는자신감에찬목소리로목표를선언했다.투숙률80%와객실단가80,000원.모두힘을합치면충분히도달할수있다고강조했다.그는목표도달수단으로언론을염두에두고있었다.모방송국의‘신혼은아름다워’란프로를끌여들였다.신혼부부들에게제주호텔신라에오면방송출연도하고,각종기념품도받게되니홍보효과가극대화됐다.대히트였다.

개관첫해투숙률78%에객실단가87,000원을이룩하는쾌거를이뤘다.첫해투숙율80%는호텔사상유례없는기록이다.이후거의90%까지올렸다.그의등산스킨십을통한인간관계리더십과완급을조절하며핵심을집어내는통찰력의부산물이었다.

93년에버랜드의전신자연농원CEO로부임했다.삼성입사24년만이었다.지금은세계5위테마파크로성장했지만,당시엔그냥농원수준이었다.“당시자연농원에가보니서글픈수준이더라.같은인적서비스업인데어떻게이렇게차이날수있나싶더라.호텔신라가카펫놓인길이면이곳은흙길이었고,양복과작업복,구두와고무신,3차산업과1차산업으로비교될정도였다.그래서대대적수술조치를단행했다.”

20년가까이새해산정시무식가져

일단벤치마킹이필요했다.세계여러곳의테마파크를28박29일동안둘러보고직원들에게인식의전환을주문했다.1차산업적관행과사고를버려라.내국인에서외국,내국인중심고객으로바꿔라.고객중심적사고로전환하라는것이었다.이를위해친절,청결,안정,질서,정보네트웍등5가지툴을사용하자고결의했다.96년용인자연농원에서에버랜드로이름을바꿔개관한첫해세계7위수준의테마파크로도약했다.눈부신성장이었다.지금은세계5위로올라섰다.

그의등산리더십은제주호텔신라에이어에버랜드에서도빛을발했다.CEO취임이듬해부터매년신년산행을실시해산정(山頂)시무식을지금까지하고있다.요즘말로얼리버드(earlybird)가아니라얼리이어(earlyyear)를한셈이다.상하반기전략회의를산행과더불어하기도했다.에버랜드있을땐대부분관악산에서했다.2003년삼성석유화학으로옮겨선북한산에서매년산정시무식을한다.

▲(왼쪽부터)1.삼성석유화학직원들과함께북한산산행./2.울산공장을방문하여현장직원들과함께식사준비를하고있다./3.2001년국가품질상시상식에서대통령상을수상한허태학사장.
그에게왜산이이처럼가까이있을까?산은어린시절부터그의곁에있었다.마음이착잡하거나어려운일이있을땐항상산에올라마음을안정시키곤했다.자신도모르는사이습관이돼있었다.무념으로산에오르면순간반짝이는아이디어도떠오르곤했다.산에오르려면끈기와지구력도있어야한다.한번오르기시작하면도중하차는절대없다.정상에오른짜릿한맛을느끼고하산하면더많은생각을하게된다.

하산길은인생길일수도,사업사이클일수도,직장에서퇴직을앞둔상황일수도있다.하산길이더욱더조심스러울수밖에없는이유다.이런저런생각을하는하산길은인생의많은부분을느끼고배우고각오를다지는계기가되는순간이다.“산은내인생의무한한에너지의원천이었으며,중단없는지구력과새사업에대한무한한도전정신,창의성을갖게해준힘이었다.”

▲(왼쪽부터)1.20년가까이신년일출맞이산행후산정시무식을갖고있다./2.2001년리더십대상을수상하면서.
그힘은삼성석유화학에와서도유감없이발휘되고있다.2003년취임해서그해8,000억원매출을올해1조7,000억원정도로예상하고있다.불과5년도채안된기간에2배이상의매출실적을올렸다.그의솔선수범리더십과스킨십,그리고휴먼터치로상하,수평관계를이끄는등산리더십으로이룬성과였다.

지금삼성석유화학에선매주사업장별로백두대간종주를하고있다.3개사업장에서출발을달리했다.서울에선오대산,울산에서지리산,서산에서남한의묘향산이라불리는용봉산에서각각국가대동맥의원기를받기시작해10월쯤해발1,000m이상되는산에서한자리에모여전직원의열정과포부를담아삼성의새로운도약을선언할계획이다.모든기업들에게상당한메시지를전하고싶은욕심도있다.

산에서21세기의비전과시대를읽고리드해가는통찰력을배운그를통해또다른산의세계를충분히읽을수있을것같다.

-글/박정원차장대우/월간산[466호]2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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