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고독흰고독*(DieWeisseEinsamkeit)
라인홀트메스너(ReinholdMessner):
산악문학의고전으로꼽히고있는<<검은고독흰고독>>은라인홀트메스너의등반철학을여실히보여주고있다.세계역사상가장탁월한등반가로평가받고있는라인홀트메스너는등반을철학이상의위치까지끌어올렸다.이책은동생귄터가실종된지8년이지난이후낭가파르바트(NangaParbat)를다시오르면서부터의사연을담고있다.동료의죽음,동상으로인해7개의발가락을절단하는등산을정복한그에게수없는대가가따랐지만,무엇보다잊을수없는고통은1970년낭가파르바트등반에서눈사태로동생을잃은사건이었다.
라인홀트메스너.동료들의체스게임을구경하는젊은날의메스너(가운데).
<<검은고독흰고독>>은1978년세계최초로에베레스트를‘무산소’로등정한이후,또하나의신기록인낭가파르바트‘단독등반’이라는세기의도전을보여준다.이후메스너는1986년10월16일로체샤르등정에성공함으로써세계최초로히말라야8000미터급14좌완등이라는신화를이룩하였다.
독일출신의라인홀트메스너는세계등반기록을갈아치우면서역사를새로쓰게하는등명실공히최고의알피니스트이다.무산소등정,단독등반,알파인스타일,신루트개척등늘새로운도전과극한에서의여정은그를평가하는중요한요소들이다.등반이후뛰어난글솜씨로내면의고백을담아낸그의저서는,산악인이상의존경을이끌어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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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에게너무많은답을기대한다.
산은모든사람에대한대답을가지고있다.
그곳에는매일새로운해답이있다.
라인홀트메스너
낭가:사람들은낭가파르바트를‘운명의산’이라고부른다.나는낭가파르바트를내눈으로직접보고그제야알았다.낭가파르바트는내가오를최초의8000미터봉이라는것을.인간대산,즉한인간과8000미터봉이서로조우하는것이다.성공하느냐실패하느냐는문제가되지않는다.나는나자신을증명하고싶다.그리고꿈을실현하고싶다.나의도전은아직끝나지않았다.
한인간과8000미터봉
가파른암벽을오른다.숨이가쁘다.다시는돌아갈수없을것같은생각이든다.온몸이마비된듯하다.싸늘한텐트안인데도몸에서땀이난다.머리위로보이는엷은텐트천에서리가엉겨있다.혼자소리를질러보지만아무것도들리지않는다.나를둘러싼공포가온몸으로느껴진다.무서움에계속소리를지르고싶다….내가오르고있는이암벽은너무도거대하여어디까지올라왔는지조차알수없다.발아래는끝이보이지않는나락이다….잠깐나를둘러싼공포는내자신을두려움에덜덜떠는나약한인간으로만들어버렸다.
나는지금괴로움에마음이갈기갈기찢긴한인간에지나지않는다.내려가고싶다.하지만올라가야만한다는생각이줄곧머리에서떠나지않는다.불안하다.이것은고독을이기지못하는데서오는불안과자신의일을해결하지못하는데서오는불안이다.나는불안과열망사이에서갈팡질팡했다.
사람들은낭가파르바트를‘운명의산’이라고부른다.1985년,앨버트프레드릭머메리는처음으로이운명의산을오르려고했다.그것은8000미터봉을향한최초의도전이었다….그리고나서얼마후머메리는구르카병사둘을데리고낭가파르바트북쪽산능에있는디아마사르테를횡단하려다가실종됐다.그뒤그를찾기위해노력했지만실패하고말았다.
등반가는근본적으로피켈과자일을믿는다.등반에서허용되는한계,즉스포츠로서용납될수있는한계를엄격하게규정지을수는없다.그러나참다운등반가들사이에서는그한계를명확히구분지어야한다는생각이대두되기시작했다.루돌프스쿠라,<<신들의옥좌를향한공격>>
1953년,빌리메르클추모원정대가두세대에걸친독일등반가들의꿈을실현시켰다.드디어낭가파르바트가정복된것이다….헤르만불은산소기구를휴대하지않은채새벽두시에서저녁일곱시까지암벽등반을하면서표고차가1400미터나되는산을올랐다.죽음의지대에서40여시간의사투끝에이뤄낸이업적은다른등반과는비교도안되는힘든일이었다.
낭가파르바트는K2,에베레스트와함께가장널리알려진8000미터봉으로카슈미르수도와스리나가르에서북쪽으로125킬로미터떨어진곳에히말라야의서쪽기둥처럼솟아있다.카슈미르에서이름난낭가파르바트는히말라야에서모르는사람이없다.또다른이름인디아미르는‘산중의왕’이라는뜻이다.
맑은날의낭가파르바트.
내영혼을찾아떠나는길
7년전나는낭가파르바트를횡단하고나서거의의식을잃다시피하여디아미르계곡상부를기어내려갔다.동생을잃고,굶주림속에서손과발에심한동상이걸렸었는데,그때처럼죽을것같다는생각이강하게든적이없었다.나는미련없이떠날마음의준비가되어있었다.지금까지중요하다고생각했던모든것들을그대로놓아둔채영원히떠나고싶었다.다른생각은전혀들지않았다.꿈도희망도아무상관없이그저떠나고싶을뿐이었다.
나는전과다름없었지만무언가새로운안정감이느껴졌다.이번등반에서나는내영혼을완전히되찾을수있을것같았다.나는인간능력의한계까지오르기로마음먹었다.
내마음속의산을오르다
나는앞으로그누구도따르지않을생각이다.나자신에게도절대꺾이지않을것이다.일상생활에서도사람들이모두그렇게한다고해서그렇게따라갈수는없다.그것은자신의파괴를뜻한다.그러므로내길을갈수밖에없다.내길과하나가될때비로소나는강해진다.
“다른사람이나보다먼저어던일을한다면나한테서많은신비를빼앗아가는셈입니다….그런데대부분의사람들은주는것을받아먹기만하죠.”1978년6월30일,20킬로그램의배낭을메고작은짐을든채나는뮌헨림공항으로향했다….1975년,나와페터하벨러단둘이히든피크를오르려고했을때의장비는200킬로그램이었다.그10분의1을가지고이번에는나혼자올라가려는것이다.
“적어도다른일은등반만큼자기자신에대해깊은성실성을요구하지않습니다.특히최종단계에서그렇지요.이곳에서는자신에대해관대하게대할수있습니다.그러나저높은산에서는그렇게안되지요.8000미터의고소에서자기힘이상의것을하려든다면목숨을잃고말겁니다.”
히말라야,‘눈의고향’-지구의지붕,산의소리를듣는인간의모든행위와꿈의목표,깊은바다와그밑,황폐한사막,북극과남극,아니거기에그치지않고창공까지인류는지칠줄모르고끊임없이탐구하고정복했다.그러나베일에싸여있는지구의마지막신비는아직누구의손길도닿지않은채가장높은봉우리에남아있다.인간은어떻게해서라도이세계의신비를캐내고문제를풀려고한다.새로운세계로돌진해나가려고한다.그리고이러한열망속에놀라운힘이숨어있다.빌리메르클,<<낭가파르바트로가는길>>
나는그저산을오르려는것이아니라내마음속에있는산을오르려는것이다.모든기술을배제하고파트너도없이산을오르려고생각할수록나는환상속에서나만의산을만들어내고있었다.어쩌면궁극적인고독의끝까지가서그고독을넘어보려는것인지도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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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케:낭가파르바트정상에서쓰러지지않으려면내자신을다시찾아야만한다.나스스로의꿈을향해도전해야할때가온것이다.언젠가는모든것이사라진다는사실을너무도잘알고있다.나는단지내가지금여기있다는것만으로도족하다.이렇게여기앉아있는동안나는과연이산을혼자서오를수있을지스스로에게묻는다.혼자서밑에서부터저높은정상까지.
내안으로걸어가다
내자신의꿈만큼이루기어려운일도없는듯하다.전에는다른사람들의꿈을좇곤했지만이제는나스스로의꿈을향해도전해야할때가온것이다.
‘티케’는우르두어로‘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