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9-1구간(덕산재-우두령-작점고개)종주 산행기 *-

백두대간9-1구간(덕산재-우두령-작점고개)종주산행기

[덕산재-(5.3)-부항령-(8.2)-삼도봉-(0.72)-심미걸재-(6.78)-화주봉-(3.55)-질매재]

2박3일의백두대간종주산행을위해집을나섰다.이번산행은서초건축사등산동호회의조병섭건축사권유로참가하게되었다.어제저녘부랴부랴분담키로한김치와과일등을챙겨둔배낭을메고출근을했다.그리고일을하다점심을먹고,산행출발을위해만나기로한양재역으로나갔다.약속시간인2시에도착해전화를거니조병섭건축사가오고있다며탑승할위치를예기해주었다.

조금후도착한차안에는이번에같이갈사람이한사람더타고있었다.조건축사가자신의대학산악부선배인이영호사장이라고소개를해서차를타며그와인사를나누었다.그는의료기사업을한다고했다.다시수원으로가서다른대원을더태우기위해분당을지나갔다휴가를떠나는차량이많아서인지도로에차가많이막혔다.수원의강정길씨가사는아파트주차장에도착하여기다리던그와인사를나누었다.그의부인이주차장까지나와서이것저것챙겨주며일행을배웅했다.

수원톨게이트에서경부고속도로로접어든다음망향휴게소에서잠시쉬고오후7시30분덕산재에도착했다.우리가내린곳은산행에임한기분과달리시원스레나있는아스팔트포장도로였다.일행은약간넓은공터가있는터널입구에숙박을위해텐트칠장소를정했다.나를제외한일행은산악부출신답게익숙한솜씨로텐트를쳤다.오늘은여기서숙박을하고내일아침에산행을하기로하였다.

주변은금새깜깜해져서잠자리에들기전에하늘을올려다보니쏟아질듯초롱초롱한별이빛나고있었다.텐트안에각종짐을정리하고메트리스를깔았다.여름철이지만산중이어서냉기가느껴져걷옷을껴입었다.그렇게누워있으니포근함이느껴져나도모르게잠이들었다.다음날아침6시주변이밝아옴을느끼며기상했다.잠시후산행에합류할두명의대원과추진조가도착해서인사를나누었다.

그리고함께아침을먹었다.반찬은많지많았지만준비된모든음식이귀하게느껴졌다.식사를마치고배낭을꾸려출발준비를했다.날씨가맑아상쾌한기분이었다.출발지점인덕산재산장앞주차장에서체조를하며몸을푼다음남은사람에게출발보고를하고백두대간산행을시작했다.백두대간을도로에서시작하는것이좀싱겁게느껴졌지만수풀을헤치고산비탈길을올라가니곧능선길이이어졌다.

작은봉우리를지나완만한내리막길로내려가니공터가나왔다.그공터는채광을한후생긴폐광터였다.개발한사람은큰돈을들인사업이겠지만그로인해절벽이생겨산의느낌이훼손된것이안타깝게여겨졌다.거기서산행시작후첫휴식을가졌다.이번산행에서걷게될거리를듣고버거운느낌이들었다.다른일행은프로이고나는산행을많이한경험이없는상태여서2박3일산행이쉬울것같지않았다.

하지만얼마나먼길을가는지그것이얼마나힘이들지경험이없는상태로동참해있었다.그러나함께길을나선이상마주치는모든상황을피할수없다는생각을하며각오를새롭게했다.그래도경험많은사람들과함께하는산행인것이다행스럽게생각되었다.일행에게짐이되지않기위해서라도스스로견뎌내야할것같았다.사실이번산행에참가한것도그같은어려움을견뎌내며스스로의힘을기르고자한것이었다.

휴식을마치고다시출발해잠시평평한길에접어들었다.완만한능선길이평화롭게느껴졌다.다시오르막길로접어들어봉우리에오르니앞으로능선이펼쳐보였다.그곳부터는한동안능선을걸어가게되었다.앞으로나가853고지에올랐다.그곳을지나한참을가서고개마루에도착하니확트인시선으로나아갈산세가한눈에펼쳐보였다.그렇지만희푸른빛깔로멀리까지중첩되어있어산을몇개나지나야할만큼먼거리로느껴졌다.

그런데도우리가도착해점심을먹기로한삼도봉은구름에가려보이지도않는다고했다.일행은그곳에서펼쳐보이는산세를배경으로기념촬영을했다.저렇게먼거리를지치지않고갈수있을지염려스럽기도했다.따가운햇살을받고서있는동안무더위에땀이많이흘러내렸다.다시출발해계곡으로내려가다시오르막길을걸어올라갔다.그곳은가파른길이어서연신땀으로범벅이되었다.

산을오르는중간에서다시휴식시간을가졌다.거기서대원들이산행경험담을말했다.예전에일주일코스로혼자간예기,비를만난예기,무거운짐이점점줄어드는예기등을했다.휴식을마치고다시길을나섰다.사람들이산을간다는것에대한나름대로의고정관념이있을것같다.그동안내가산을간다는것은도봉산,북한산같은목표지점의봉우리를오르는일이었다.

가려는산이크기에따라작은산,큰산으로구분하여감당할자신감에따라갈것인지말것인지결정했었다.그런데백두대간종주는주변에서가장큰산들로이어진능선을따라계속따라걷는일이다.그렇게걷는동안요새직면한일들을천천히생각하기도했다.백두대간은큰한국의산악지형의지붕을지나는것처럼여겨져서산행내내호쾌한시선이펼쳐져있을것처럼상상하게되지만실제는그렇지않은곳도많았다.

계곡을지날때는시야가열리지않고또능선길을가더라도,숲속에있으면단지걷고있는좁은길바닥만보일뿐이었다.어떤곳에서는백두대간을걷는보람이느껴지지않아서실망스럽기조차했다.그렇지만곰곰이생각해보니종주의의미는전구간을빠짐없이다걷는데있으므로그길을밟고지나가는것자체가가장큰목적이고의미를지니게되는것같았다.아까산봉우리서바라보았던데로몇개의산을오르락내리락하며지나갔다.

큰산하나를갈때는그각각의산의느낌을느끼며가게된다.백두대간은산이이어져만나는곳이기도했다.그리고국토의지형에따라이루어진고을의자연조건을느낄수있다.종주중밋밋한순간도많이지나게되지만전체로이어진어느한구간도배제될수없다.종주란시작점부터종착지까지전체를빠짐없이걷는데있다.시야가펼쳐지지않는숲길을가는도중에는백두대간을지나는것이의식되지않고,오직같은땅을반복해발걸음을옮기는일이될뿐이다.

결국묵묵히걸어가는긴여정이다.그리고시간이지나며피로는쌓여간다.그런상황에서는도대체왜이런힘든일을선택해서스스로고생을자초했는가하는생각도들었다.매우힘든급경사지를오를때에도걸음을멈추지않고오늘목적지에당도해야한다는일념뿐이었다.백두대간종주는끝없이이어진길로단지걷기를반복하는것처럼지루하게느껴질때도있다.

어차피가야할길이기에걷고걸을수밖에없다.멀리보이는산들도한참을걷다보면어느새도착해있다는것을느끼게되었다.걷는동안산행이팍팍하게만느껴질때시야가시원스레펼쳐지거나바람결을느끼며갈대숲평원을지나갈때는마음까지청량해지는기분을느낄수있었다.그리고특색있는풍경과마주치거나시원한바람을맞거나하는것이피곤한심신에기분을환기시키는요인이되었다.

그러나몸에상처를입으며가시덤불을헤치고지나가야되기도했다.뒤돌아보니우리가걸어온능선이저멀리이어져있었다.시작한곳은희뿌연푸른색을띠며더욱아스라이보였다.제법많은거리를걸어왔다.산행이지루하게느껴지기도했다.그럴때면이정표를더유심히보게된다.중간에쉬며이정표를보니삼도봉까지거리가많이줄어있었다.다시길을나서숲길로접어들었다.

그런곳을지날때는통로처럼주변을의식하지못한채지나가기도했다.걷다보니삼도봉이가까이보였다.하지만그곳정상까지긴오르막길이이어지고있었다.한라산등큰산의정상을오를때처럼봉우리에오르기가더디고시간이많이걸렸다.땀을뻘뻘흘리며걷다12시30분이윽고삼도봉에도착했다.그곳에세워놓은정상석이감격스럽게느껴졌다.그곳까지오는동안줄곧그곳에당도하기만을고대하던터라주변을골고루돌아보며스스로감격을누리고자했다.

삼도봉은전북무주와충북영동,그리고경상북도김천세속이모이는곳이다.그곳에는삼도의화합을상징하는조형물이새워져있다.왜화합을해야만하는상황이된것인지알수없었다.그곳의커다란조형물은용이여의주를물고있는형상의현란함이의도적으로그의미를부각하려는것처럼보였다.삼도봉이라는의미를부각하려했지만그삶의체취는크게다가오지않았다.어느장소적인식은삶의교류가있었던길이있었다든가하는그지역의문화와어우러져야자연스럽게느껴지게된다.

그러나그곳표지석은그것에나타내고자한살가운의미와달리단지조형물로서화려하게장식된느낌이다.우측으로보이는능선저쪽에세워진큰관측소또한깊은산세의느낌을산만하게한다.무주쪽체취는덕유산쪽이본령이어서삶이체취보다는평소에가까이다가가는일이별로없는산이멀리바라보이는지역의느낌이다.우리일행은삼도봉근처에서점심을먹고가기로했다.우선밥을지을물을구하기위해지도에나타난우물을찾아내려갔다.

산길을내려가니길에얕은물이졸졸흐르고있었다.돌과진흙이엉겨있는바탕에산돌이널부러진곳이나타났다.그런모습이평소에는샘으로보일리없었지만거기서는생명수처럼귀하게느껴졌다.하지만옅게흐르는물을뜨기조차어려운상태였다.겨우돌을들어내고앞쪽을막아물이더고이도록만들어물을길어서코펠에넣고밥을지어먹었다.커피까지끓여먹으며.앉아있다보니몸이더노곤해졌다.벅찬길을힘들게걸어온터라거기서한숨자고싶은생각이들었지만다시길을나섰다.

어차피계속해서예정된길을가는것이외에다른생각을할수없는상황이었다.우리를위로해주는것은산위에서부는바람이었다.산등성이에오르면계곡에서불어오는시원한바람이땀을씻어주었다.한여름의더위속에이런바람이없었다면,산행이더욱어려웠을것이다.그리고역시다른풍경이펼쳐지는것이었다.산등성이를지나가다근사한나무아래그늘진공터에도착했다.아늑한분위기가잠을유혹했다.

일행은이심점심마음이동하여거기서오침을하고가기로했다.말을하고눕자마자금새잠이들었다.그리고얼마후동시에부시시일어나다시출발했다.다른일행보다내가가장힘든상황일것같았다.거리감각도부족하고우선그긴거리가부담을갖고있는상태이기때문이었다.다시길을나서걷다보니우측으로김천지역이보였다.백두대간을걸으면서그처럼각고을을가늠하고삶의바탕을의식할수있는것이특별한의미로여겨졌다.

같은국토건만백두대간능선의이쪽과저쪽은많은차이가생겼다.말씨가다르고,풍습이다르고다른문화가생성되었다.백두대간의행로는대부분신라와백제의경계인데,그각각의지역사람들의말씨와성격이달라서문화적경계가되기도한다.지형보다도문화적차이때문에국가의구분이더확연해지게되었을것처럼말이다.묵묵히길을가다보니개간지처럼보이는곳이황폐화되어있었다.

백두대간을가다보면그처럼우리가상상할수없었던삶의흔적이나타나기도했다.아래로내려가다길가에앉아쉬었다.일행중식물에관심을갖고찍으며가는사람이있어서,생소한식물이나타날때면서로관심을나누며얘기거리가되었다.쉬면서도평소에나서보지않은긴거리를걷는것이어서과연얼마나가는것인지내가무리없이따라걸을수있는것인지내심걱정을했다.

다시봉우리를오르락내리락하며오늘산행의종착점구간끝에다가가고있었다.다시산이나타났다.어언시간도오후를지나가고있다.시간이많은것같았던하루해도점점짧아지고있었다.소가밭갈이를하다김을내뿜듯힘겹게오르다보면입에서단내가나는듯했다.그럴때마다다시앞에나타나는봉우리가부담스러웠다.평범한산봉우리들이첩첩히놓여있을뿐,새롭고멋진풍경이기대되지도않았다.

산길을걷다보면어느듯멀리새로운지역을바라보게되었다.그리고어느쯤을지나고있다는것을느끼게된다.이따금시야가트이고멀리까지조망되는곳에다다랐을때고생하며걸은보람을느낄수있었다.거기서멀리보이는김천이삶터로서반갑게눈길이닿았다.하지만그곳은계획적인산업도시로발전된곳이어서인지깊은산중에일구어진삶터의정겨움은느끼기어려웠다.

계속해서산길을걷다보니어언저녘무렵이되었다.그러나해가긴때여서그리어둡게되지는않았다.이제조금만가면오늘일정이끝나게되었다.오후가지나가는데도도착되지않자마음이지쳐오기시작했다.꼼짝없이산에붙들린꼴이되어사서고생한다는생각도들었다.마침내우두령에거의다도착한듯했다.숙영지로내려가면서일행이추진조와전화통화를하여그들이있는위치를확인하고있었다.

우두령은질매재라는지명도있는데,질매는소잔등에얹은안장같은것인데,소등에짐을지우기위한도구이다.그이름을통해우두령이농사짓는사람들이다니는이동경로였다는것을느끼게한다.산길을내려가며보니복숭아과수원길옆에텐트가쳐진모습이보였다.우리가쉴수있도록나지막한터에자리를잡고있었다.오후6시40분숙영지우두령에도착하였다.

어제합류한팀말고멀리남원에서온부부등지원조인원이더늘어나있었다.대원들을도와주고위로해주기위해서가족까지동행하고왔다는것을느끼자절로감사의마음이생겼다.과수원을지키는사람까지12명이서둘러앉아준비해온음식을먹었다.남원에서빗은막걸리한통과,소주2병을거의다마셔댔다.낮동안걸어오며쌓인심신의피로를얼른씻고싶고,견뎌냈다는안도감에서,그리고자연에서맑은공기에빨리술기운이가시리라는속단을하며자제를잃었던것같다.

식사후늦게까지술을마시며예기하다잠을자기위해텐트안으로들어갔다.각자가잘위치는도착하면서미리정해져있었다.여름산행에서잠자리는텐트치고판초우의나매트리스를깔면그만이었다.모기장을치기도했다.춥지않기때문에바닥의습기만차단하면되었다.오늘긴거리를걸은탓에몸이많이피곤하여자리에눕자마자곤히잠에빠져들었다.(글/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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