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9-2구간(덕산재-우두령-작점고개)종주 산행기 *-

백두대간9-2구간(덕산재-우두령-작점고개)종주산행기

[덕산재-(5.3)-부항령-(8.2)-삼도봉-(0.72)-심미걸재-(6.78)-화주봉-(3.55)-질매재]

산행둘째날아침이밝았다.주위의웅성거림에저절로일어나게되었다.우리일행과술자리에합류했던분이사는집에서훼치는소리가들렸다.번잡한도시에서의아침과다르다.산속에서자고일어나니늘속해있는도시가보이지않는다.한쪽에서는밥짓기를하고있었다.술기운이가시지않은술기운을씻어버리고픈충동에개울가로가서양치질을하고세수를했다.졸졸흐르는계곡물에손을담그니금새시려왔다.

어제저녘술을많이마신탓인지컨디션이썩좋지않았다.늘지나고나면후회하게된다.산행의느낌을제대로대하기위해절제해야한다는것을깜빡잊고있었다.낯의긴산행의피로,그리고별천지같은특별한장소와경험과특별함속에서의기분을만끽하듯술을마셨다.그리고낯선일행을맞아인사로집중적으로돌아오는술잔을피하지못했기때문이다.세수를하고돌아오니벌써아침상을차려놓았다.다시정성스럽게차려준아침을먹었다.

식사를마치고짐을정리하여산행을시작하였다.추진조로부터정이넘치는도움을받고있었다.6시숙소로머문우두령을출발해산행을시작했다.일행들이마치학교다녀오는아이들처럼,감사에보담하기위해더씩씩하게해야한다는다짐들을하고있는듯했다.숙영지를뒤로하고서서히야트막한산길을올라갔다.마주보이는산자락이어서돌아보이지않을때까지한참을지나야하게되었다.그리고그때까지는작별의눈인사를계속하게되었다.

오늘은어쩐지출발이순조롭지않았다.앞서가는대장이멈춰서서지도를빠뜨리고왔다고했다.지갑이함께들어있어서,걱정스러워했다.출발할때뒤에서부르는소리가들렸었다.갖고있을거라고생각하며,길을재촉했다.선두가뒤에오는대원의지도를받아서챙겼다.몇개의산을넘었다.산행을진행하면서걷기에몰입되었다.지도상에길이나타나있지만느낌은느낄수없다.어제는삼도봉등큰봉우리가있었다.

덕유산을지나고삼도봉까지는능선의이어짐,호쾌함이느껴지고삼도봉에당도했을때정상에당도한감회를느끼곤했다.하지만오늘구간은그런느낌이별로없었다.그렇게특별하게알려진산도없었다.어느지점에당도하는임무를수행해야할사람들처럼정해논구간을가는일일뿐이었다.산세의폭이깊을수록가까이도시가멀게된다.이번산행에오면서백두대간은명산과오지가연속되어있을것을생각하고있었다.

백두대간에들어오는것자체가,첩첩산중,속세와동떨어진곳으로생각했었다.그런데지나다보니한적하긴하지만드문드문작은삶터의모습이보였다.어제잠을잔곳도사람들이삶의기반을갖고삶을살아가는곳이었다.백두대간을지나는곳마다독특한분위기가느껴진다.숭고하게느껴질만큼거대한산세의품으로서의미를지닌곳도있고,오지이면서도따뜻한삶의체취가느껴지는곳도있었다.

그러나그냥스쳐지나가는길목이상의아무런느낌을느낄수없는곳도있다.전라도는삶의품이되어있다.신앙적으로의지하는기도처같은곳과연관되어있기도한다.명승지로서이름높은곳이많기도하다.그경관이늘사람들을가까이느끼게하는곳도있다.완전한오지의느낌도아니고지리산이나덕유산인근처럼산세의분위기로가득한느낌이거나살가운고향같은느낌도아닌그냥대간길이이어지는길목으로만여겨지는분위기이다.

그것은이곳이인문지리적으로원래부터지닌특성때문일지모른다.산이더크고높지않으면서도삶이살뜰히느껴지는이웃한고을이없었다.국가가나뉘어옆쪽에사는고을과연관이적었을지도모른다.그래서단지대간마루금만으로연결된길이더멀게느껴진다.이인근을지날때계속보여지는김천은평야가발달되어있고산업도시로서개발된곳이다.그외북서쪽으로는발달한고을이없다.그것은산세의크기보다사람들이많이모여사는큰도시가멀기때문이다.

이지역의특징은고을과멀리떨어져있는지역이라는인상이다.생활과문화권역으로서활성화되어있지않은환경이다.산세는능선구간보다독립된형국이많다.대간을지나는넉넉한느낌을기대하지만그런곳이아니다.오르락내리락거려야한다.그래서인지이곳을지나며막막한느낌이들때가있다.가파른산을오를때면,비지땀이흐르고다리는뻐근해온다.그러나산마루에올라시원한바람을맞으며멀리펼쳐지는산천을바라보면마음이청량하여금새그피로가가셔지는느낌이든다.

대간길을걷다임도로내려섰다.그앞에보이는봉우리정상부에통신시설이있고그곳까지포장길이설치되어있었다.그곳을넘어서니앞이휜히트여보였다.바로앞쪽아래로분지처럼펼쳐보이는곳이바람재였다.통신시설에서바람재로내려가는길은갈대밭이었다.그이름대로바람이세게불었다.갈대가거의땅바닥까지넘어질정도로휘어있었다.앞서가는일행이지나는모습이마치수풀속을헤엄치듯가르고내려가는것같았다.

그사이에몸이그풀숲에쌓인채조각배가물을가르며지나가듯대원의행렬이가르며지나갔다.8시바람재에당도했다.울창한숲을지날때와달리나무가없는곳을갈때는지형의윤곽이다드러났다.그리고그산줄기의힘이그대로느껴진다.그런곳에서는백두대간산세의조망뿐아니라막힘없이부는바람결을함께느낄수있다.그래서백두대간산행중그런곳을지날때가가장기분좋게느껴졌다.

내리막길을가다골짜기에다다라평평하게닦인곳에서휴식을취했다.더운날씨에산길을걷는동안땀이많이흘렀다.웃옷을헤치고바람을쐬어땀을식혔다.그리고배낭을베게삼아누워서두발을잠시나마산행의노역으로부터해방시켰다.쉬는동안뒤따라오던일행과만나게되었다.목포에서온자인산악회맴버로써현대중공업에다니는회사동료들이었다.산에서만나면처음본사람들끼리도반갑기그지없는듯이인사를했다.

마치친구처럼인사를나누고연락처를주고받기도한다.휴식을마치고바로앞에놓인산을올랐다.산이높으면골도깊다.아래로내려갈수록오를길도길었다.큰산을오르면그앞에놓인몇개의산을넘어야한다.그럴때가주봉능선을오를때보다더힘겹게느껴졌다.가는길곳곳에황악10지점9지점등,표식이있었다.형제봉과황악산정상사이골짜기부근에이르니그아래쪽으로직지사가나타난이정표가서있었다.

거기서는보이지않았지만조금더가서작은봉우리에오르니그아래쪽의정경이다펼쳐보이고직지사도뚜렷이보였다.많이들었던터라관심을갖고있었지만들르진못한채주변의넉넉한산세를느끼며지나갔다.지도에그곳을지나여시골을지나게되어있었다.옛날시골에살때그에관해들었던상상이떠올랐다.그런데거기서정말길을헤메는일이생겼다.

길은외길인데자꾸아래로내려가우리가나갈곳과달라지는느낌이들었다.지도를보고독도를하면서저쪽능선을따라가야될것같다고했다.망설이며오르락거리다그길로계속따라가니길이연결되어있었다.다시봉우리를올라잠시능선에서의시원한시선을느끼다다시숲길을걸어갔다.출발후로여름더위속에산길을걸어오는동안몸에땀이차고다리도피곤함을느껴져다시휴식의달콤함이꿈꾸어졌다.

완만한숲길을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괘방령이가까워지고있었다.11시내리막숲길을걸어괘방령에당도하니추진조가파고라에서기다리고있었다.갈지점에미리나타난것이반가우면서도결심하고나선산행에서너무보호받는느낌이들어조심스런마음도갖게되었다.내리막길을걸어내려가니횡으로지나는도로가나왔다.그입구로마중을나온일행의안내로조금걸어내려가파고라에배낭을내려놓았다.

일행은거기서점심준비를하고있었다.산길을걸어온일행은신발끈을풀고평상에올라다리를뻗으며편안함을느꼈다.어제는모르고따라걸었는데아침부터컨디션이좋지않아산길이팍팍하게느껴졌다.아침부터발목이좋지않았는데어쩔수없이견뎌야하는심정으로걷고있었다.추진조는아침에헤어졌는데그새다시새로운메뉴를준비해왔다.가장연장자부부가정성스럽게먹거리를챙겨주었다.

평소경험하기어려운정이었다.산악부동료대원들로서의정이라지만그일원이아닌나는그저고마울따름이었다.한사람이이더위에무슨고생이냐며거기서그만산행을마치고집이있는남원으로가서막걸리와안주를시켜놓고놀자고했다.산행의각오가얼마나단단한지떠보는말이었다.식사를마치고잠시쉬다다시산행을시작했다.점심을먹여준추진조의보살핌에보답하기위해서라도예정된백두대간코스를잘마쳐야한다는의식을갖게했다.

그렇지만과분한도움이자칫부담스럽게될까봐조심스러워지기도했다.내가산을나서는것은산길을그냥묵묵히걷고싶은것이가장큰목적이었다.따가운햇살을받으며도로로조금이동해옆구리를타고산을올랐다.다시산행을시작할때는팍팍한느낌이된다.그렇게한동안길을걷다보면다시자연스런행보가된다.경사진산을오른후시야가터이면다시호쾌한산행의느낌을갖게된다.조금후앞에나타난가성산을올랐다.

트인주변을조망하다다시한동안깊숙한산행길이되었다.어느듯오후햇살이느껴지고있었다.6시눌의산에도착했다.그곳은오늘구간중가장큰봉우리였다.거기서는우리가걸어온길과앞쪽의추풍령넘어이어진능선이펼쳐보였다.일행은피곤이쌓였는지봉우리근처에깔판등을깔고벌렁누워쉬었다.나도지친상태였지만트여보이는주변을먼저살펴보게되었다.아래쪽에우리가나선백두대간을자르고지나가는경부고속도로가길게지나가는모습이보였다.

산행에서보는그생경한느낌이마음을편치않게했다.터널로만들었더라면좋았을텐데하는아쉬움이들었다.그동안추풍령고개를수없이지나쳤을것이지만그곳을장소로서의미를갖고체험한기억은없다.그래서늘스쳐지나가는곳일뿐머무는곳으로인식되어있지않았다.그런데백두대간의산행을하면서느끼는기분도비슷했다.일행은다시마음을가다듬고아래로내려갔다.

눈으로는바로아래에닿을듯보였지만제법길이멀어예상보다시간이더걸렸다.더아래로내려오자밭뚝길을지나게되었다.그리고더내려오니포도밭등삶터의체취가느껴지는경작지가나타났다.그곳지나고속도로가까이다가서건너갈통로를살피며위쪽으로걸어가니통로가보였다.경부고속도로를건널수있게지하로낸통로였다.통로를빠져나가니고속도로를지날때알수없었던마을체취가느껴졌다.

마치친구가사는시골동네를찿아온것같았다.거기서추진조가기다리고있는곳을통화를하며찾아들어가만났다.일행은기다리고있던차를타고숙영지로정해놓은작점고개정자로이동했다.피곤하고해가져서그곳으로이동하는주변풍경을느끼기어려웠다.도착하니씻고싶은생각부터들었다.주변에씻을곳을찾다고개너머건물이잇는곳으로갔다.직원숙소가있으면양해를구하고등목을하려던생각이었다.

정자에서반대편방향으로내려가니길가에농가의비닐하우스에물을대기위해지하우물을펌프로뿜어쓸수있는곳이나왔다.주변에계곡도있었지만어두워서마땅히자리를잡기어려웠다.우물에서차례로기다려펌프로뿜어올린물을등에끼얹고나니금새추위를느낄만큼시원하고개운했다.다시차를타고올라가몇개의텐트에나눠모기장을치고잠자리를정했다.산행에서의임시주거인텐트안이그리편안할리는없다.하지만산행의피곤함때문에어제밤과마찬가지로텐트에들자마자바로잠이들었다.

어둠이가시고밖이밝아오는느낌과새소리에잠이깨었다.세수할순번을기다릴것을생각해눈이떠지자마자바로자리에서일어나밖으로나가세수를했다.날씨가맑은상쾌한아침이었다.그리고다일어나서텐트를개고배낭과자리를준비했다.세수를하고나니너도나도부시시잠이깨어일어나밖으로나오며인사를나눴다.한쪽에서는아침을준비했다.오늘은산행을시작한지3일째되는날이다.

입대해서훈련소에서처음몇일을보낼때처럼그생활의약간씩익숙해지게되고,소속감도생기게되었다.그소속감과정체성의거부사이에괴리도느끼게된다.자리를정리하고밖으로나왔다.벌써일어나추진조가새로운식단으로어참준비를해두었다.산행에서스스로해결해야할것이었다.그런데이번에동행한일행은선후배의끈끈한정으로계속해서도움을받고있었다.하지만원래일원이아닌나는미안한생각이들었다.

함께정자에둘러모여앉아아침을먹었다.차를마시고뒷정리를한다음출발준비를했다.산행을하는일행은여느때와마찬가지로산악대형을하고남은추진조사람들에게격식있게오늘산행코스에대한보고를하고,산행출발지를향해차를타고이동했다.그행사가유일하게그들자신에게사명감을갖게하는일일것같았다.오늘은오전산행만하면되기때문에잠깐사이의작별이지만출발하는사람과남는사람들사이에감정은다를수밖에없었다.

어제고속도로를건너와돌아본부근인데평지에마을이조성되어있었다.오래전에세워놓은추풍령표지석을지나가며고속도로가생기기전의시골동네분위기가느껴졌다.입구에옛길을알려주는표지석이세워져있었다.그근처는우리가백두대간을가는동안만나는다른고개처럼사람들의발길로이어지는정감잇는길이었을것같았다.표지를바라보면서그런체취가느껴지는듯했다.옛날의추풍령은사연도많았을것이다.

그리고한적한마을이었을것이다.오래되어보이는몇채의집이있었다.입구에는민가와농토,그리고,밭이있었다.그앞을지나대간길을찾아이동했다.농로개수로를만들기위해관계수로를만드는공사중인곳을지났다.7시50분산행을시작했다.산에오르기전에몇채의집이있는마을로들어가는평지길을걸으며뒤돌아보니어제건너온눌의산이높게보였다.잠시후산자락의백두대간길을들어섰다.

여기서부터본격적으로오늘의산행이시작되는곳이다.오늘걷는곳은추풍령을지나속리산쪽으로연결되는곳이다.초입에오르는산비탈에는꽃이핀싸리나무가많았다.조금후첫산봉우리에올라잠시쉬어가기로했다.배낭을내려놓고간식을먹으며주변을돌아보니바로앞은석산을개발한후라절벽이되어개발현장이황폐한느낌으로남아있었다.그런곳을지날때는안타까운생각뿐아니라기분도좋지않게되어산행의발걸음도무겁게느껴졌다.

그뒤로는숙영지로부터오늘상행의출발지로내려온도로가내려다보였다.오늘은산행거리는7Km로엊그제이틀사이에걸은거리에비하면아주짧은편이어서느긋한기분이었다.그렇지만산행길은우측으로돌아서가게되어있어서더길게느껴졌다.

몇개의봉우리를넘다보니어제그제걸을때처럼땀이많이흘렀다.그렇게걷고땀을흘리는동안숙영지에서의안락함은다떠나고산행모드로전환이되었다.

산길을가면서일행은이심전심으로쉴만한곳을공감하며머물러물이나간식을먹곤하였다.다시길을걸으며우측으로돌아몇개의봉우리를넘어갔다.뚜렷이나타나는봉우리는없고비슷한높이의봉우리들이대간길을이어가고있었다.다시봉우리를넘어숲길을걷다보니햇살이따갑게느껴졌다.또능선을오르며숲길에들어서니서늘한느낌이좋았다.어느덧우리가어제등목을하고텐트속에서하루밤을보낸그곳에다달았다.

우리의산행은여기까지이다.좌측으로돌아도로를건너10시40분우리가잠을잤던정자에베낭을내려놓으며산행을마쳤다.지난2박3일의산행의기억이떠올랐다.남아있던추진조일행이반갑게맞으며축하해주었다.그순간해냈다는뿌듯함이느껴졌다.하지만한편으로무거운짐을벗고난후처럼안도와허탈감도함께느껴졌다.짐을정리하고등목을하고거기서준비한점심을먹었다.

오랜만에식당에서먹는점심이새롭게느껴졌다.식사를마치고나니서로갈곳이다른사람에게아쉬운작별을해야했다.헌신적으로도와준추진조가한일행이되어따로가게되었다.그들과아쉬운작별인사를나누고헤어졌다.2박3일간의백두대간을함께하면서많은땀을흘리며고생한동료들과추진조의아낌없는봉사에대해깊은감사을드리며무사히산행코스를완주하게됨을가슴부뜻하게자부심을느낄수있었다.(김석환2005.8.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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