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27구간 (삽당령-대관령)종주기 *-
BY paxlee ON 10. 31, 2008
백두대간27구간(삽당령-대관령)종주기
[삽당령-(6.8)-석두봉-(5.4)-화란봉-(1.95)-닭목재-(11.15)-능경봉-(1.8)-대관령.(27km)]
삽당령에서휴식을하며생각하다대관령까지갈결심을했다.먹다남은전병과막걸리를배낭에넣고12시30분삽당령을출발했다.가을은산행에나서기좋은계절이다.가을산하에는홀로다가가맡아야할것같은향기가있다.그향기에취하다보면다시외로움이느껴질것같은계절이다.산란하기시작하는순수한빛깔들,모두가존재의가치와경이를느끼게한다.벌써갈무리가시작되는산천은허전함을풍기고투명한공기맑은하늘이근원을의식하게한다.
봄이생명력을느끼게하는신비로움이있다면,결실을맺고다시사라져가려고하는가을은존재의감각을일깨우게한다.포장길을가다숲길로들어가서작은개울을건너오르막길을걸었다.그리고완만한능선을넘어갔다.그리고12시42분임도와나란히이어진대간길을걷다철탑을지났다.철탑에당도하니울타리가쳐있고,그안에서웅소리가났다.그옆을지나완만한내리막길을걸어12시54분임도와만났다.
임도로내려서서니저만치모여있는사람들을보고다가가“대간하시는분들이냐”고물으니산림청직원이라고했다.그들에게백복령에서오며헤멘예기를했더니한사람이“맞아손좀보아야할것같다”고했다.그들에게인사를하고임도에서산길로접어들었다.1시10분완만한길을걸어봉우리에올랐다.그리고내림길을걷다안부를지나완만한오르내림길을갔다.1시15분다시봉우리에올랐다.우측멀리산봉우리위로철탑이보였다.그것을보니백복령에서출발해지나던철탑이떠올랐다.
1시34분다시봉우리에올라내림길을걷다잠시후임도에내려섰다.좌로이어진길을따라가다가표지가없어다시되돌아오니리본이보였다.초지옆으로완만하고곧게뻗은갈대싸리나무등이있는수풀길을가는동안리본이잘눈에띠지않았다.1시49분큰소나무세그루사이를지나갔다.그주변은원래산을개간하여큰나무만남겨놓은듯했다.걷고있는길우측숲너머가트여있었다.그런데청명했던날씨가어느새흐려져서앞으로보이는숲과산이희뿌옇게보였다.
걷는동안우측멀리서차소리가들렸다.1시52분강릉시완산면이라고쓴표지를보며지나가다봉우리에올랐다.그리고매발톱과갈대꽃등이핀길을지나2시5분다시봉우리에올랐다.2시10분숲속길을걸어가다휴식을하고2시17분다시출발해이름없는봉우리에당도했다.그리고내림길을내려가들미재를지난다음2시46분석두봉(982)에올랐다.그곳에이르는동안넘실대듯느리고긴흐름을타며지나왔다.조금전부터비가내리기시작했다.
일기예보에오늘은비소식이없었는데당황스러웠다.점차안개가짙어져낮인데도길이어두워졌다.2시50분안부를지나다시오름길에접어들어2시56분봉우리에올랐다.그리고다시우측으로리본을보며갔다.4시40분화란봉(1069)에도착했다.화란봉은주변산세가화란봉정상을중심으로꽃닢처럼에워싸고있다고해서붙여진이름이다.다시길을나서5시15분임도에내려섰다.그리고다시숲길을접어들어급한경사길을내려갔다.
걷는주변의지세가고도를낮추고있어닭목재에곧당도하게될것같았다.다시완만한길에접어드니숲너머로공간이트인느낌이들었다.5시19분고대하던닭목령(680)에도착했다.강릉과임계를잇는2차선포장도로가놓여있다.고갯마루복쪽의왕산리엔“닭목골“남쪽의대기리엔“닭목이“지명이있는것으로보아닭과연계관이있음을어렵지않게알수있다.풍수적으로는금게포란형의길지로보는데이곳이닭의목에해당한다고한다.
거기서대관령까지는3-4시간은걸릴것같았다.그리고밤중에도착할것같았다.우선대관령에도착했을때내려갈차가올수있는지택시회사에전화를했다.올수있다고해서안심하고출발했다.능경봉10.2km,삽당령13.5km거리였다.지나온거리가더멀었다.5시35분너른임도따라걸어갔다.우측에거두고빈고랭지채소밭이보였다.5시58분다시임도가나왔다.임도를따라올라가니너른고랭지채소밭이펼쳐보였다.뒤로자욱해보이는산세가보였다.
이윽고어둠이자연을묻히게했다.긴장이되었다.밤에시작할때처럼랜턴을켰다.아직완전히어두어지지않아서랜턴불빛이흐릿했다.6시31분왕산제1쉼터(855)에도착했다.닭목재를2km지나온곳이었다.제법걸은듯한데겨우2km였다.산이어둠에잠긴후로이정표는별로없는상태에서단지긴거리를단축되기만을기대하며걸었다.비가점차더세차지고더어둡고미끄러워져걷기힘들게되었다.장거리부담에다기후마저좋지않으니마음이더위축되었다.허기가져왔다.
먹을상황이아니었다.하지만남은거리를걸을려면먹기부터해야겠다고생각했다.돌에앉아상채를숙여배낭을가리고도시락을꺼냈다.반만먹고아껴둔것이었다.우비입은상체를기울여막았으나간간이물방울이들어갔다.식사를마치고입가심을위해물을마셨다.일어나걸으려는데심한오한이느껴졌다.열을빼앗겨오한이든것같았다.만약길을잃게되더라도추워서멈춰서있지못하고계속몸을움직여야될것같았다.
안개가짙어져잘보이지않아진행하기어려웠다.비가많이내리고있었다.혼자서견디고있다고생각하니갑자기서글픈생각이들었다.전화를했으나통화가되지않았다.걸려와서받으려했으나역시통화는되지않았다.7시19분완산제2쉼터(952)에닿았다.다시2km를더걸은위치였다.깜깜한밤에아무것도분간할수없는상태에서그렇게이정표가설치되어진행을확인할수있는것이퍽다행스럽게생각되었다.다시길을나섰다.앞을잘분간할수없었다.
불빛을좀더앞으로비춰갈길을제대로가늠하려해도쏟아지는빗방울과안개때문에조금만더앞쪽을비춰도길을분간할수없었다.그처럼길을분간하기어려울수록마음은불안하고남은거리가부담스럽게의식되었다.단지최대한주의를기울여길을찾아걸어갈수밖에없었다.잘보이지는않지만,길의굴곡이나경사도는느낄수있었다.그런데길의경사는비교적완만한느낌이었다.그러나큰산을오를때는한동안긴오름길을걷게되었다.
7시50분고루포기산정상(1238)에닿았다.닭목재를4.8km지나온지점이었다.거의반정도진행이된상태가되니어느정도부담이덜어진상태가되었다.거기서능경산은5.4km정도가남아있었지만그거리라면어쨌든마칠수있다고생각했다.지도를보니대관령가까이좌측용평리조트그아래쪽수하저수지가있다.그런데그호수는구절리에서흘러내리는송천의상류이다.여랑서골지천과만나어우러져아우라지가된다.그리고정선의본고장을떠올리게한다.
그렇게그윽한강의상류가오히려번화한상업시설이있는것이걱정이되었다.오늘지나는삽당령에서대관령까지의길은깊은산중의삶의끈과같았다.아무리깊어도어딘가물길이있고사람이왕래하는길이있다.더우기인근의큰고을이있으면아무리첩첩산중험한산중이라할지라도그곳까지헤집고연결되는길이나잇기마련이었다.그리고그렇게나있는길들은먼고장의이야기까지전하는길이다.요새교통로와는퍽다른느낌의길이다.
다시길을나서며채총무에게현재상황을알리기위해전화통화를했다.새벽에헤어진후로일행이궁금해할것같았다.특별한이정표가보이지않아단지걷기만했다.고루포기산부터대관령을지나황병산으로이어지는대간마루금서쪽은우리나라최대의다설지역이다.일기예보상에는비가오지않을것으로예보되어있었는데많은비가내라고있었다.이지역이다설지역이라비가더자주오는것이아닐까생각했다.
이지역사람들은수십년전까지만해도겨울이되면집과집사이에줄을연결해놓곤했다한다.그리고횡계와대관령가는길주변은우리나라최대의황태생산지이기도한데,그것은6.25직후함경도에서내려온사람들이고향과기후조건이비슷한이곳에덕장을세워황태를생산하기시작하면서부터라고한다.7시59분능경봉이4.9km남은이정표를보며지났다.닭목령을5.3km지나온지점이었다.반을더지나와벅찬기분이조금누그러졌다.
하지만비가많이쏟아지고안개가끼어아직안심하기에이른상황이었다.마음한편으로위기감을느끼며감각적으로걷고있었다.8시25분능경봉이3.7km남은이정표가보였다.닭목령을6.4km지나온지점이었다.아까보다2.2km더지나왔다.줄어든거리보다아까지점보다얼마쯤더지난것이반갑게느껴졌다.다시느리게굴곡진오르막길과내리막길을더듬듯갔다.8시33분능경봉이3.1km남은이정표를지나8시40분능경봉이2.8km남은이정표가보였다.
닭목령을7.1km지나온지점이었다.분간할없었다.단지바로앞에비추는불빛에의존해이어진길을걷고또걸었다.깜깜하여볼수없지만걷는느낌으로지형을느낄수있었다.그리고강원도지역특유의큰맥놀이가느껴졌다.그동안태백산에접어들고서부터많은구간을지나왔다.태백산이후로도래기재화방재,건의령,댓재,백복령을지나왔다.앞으로진고개구룡령,조침령을넘어가고나면한계령미시령,진부령구간만남는다.
오래전에는서울서고개를넘는길은영동고속도로가지나가는대관령뿐인줄알았다.일상적으로이용하는고속도로노선중하나지만영동고속도로로강릉에도착할때는특별한기분이었다.큰차가곡예하듯하늘고개같은큰산세의고개길을넘어가다보면동해가보였다.문막이나원주에서힘을추스르고국토의지붕같은하늘높이치솟아오른다음천천히굽이굽이생긴내리막길을내려가는것이었다.그때주변으로펼쳐보이는산세가높고큰산세임이실감났었다.
그러나그길은여전히고속도로로인상지워져있다.산길을걷는느낌은옛길을가서처음느껴보았었다.하지만고속도로를오간느낌이여전히뚜렷한인상으로남아있는곳이다.그런데오늘대간마루금은대간길에횡으로넘던고속도로를직각방향에서가로질러가는길이다.대간의큰산세를걸어서몸으로느끼며,내가고속도로로오갈때느끼지못한본래산천의체취를느낄수있는기회이다.그리고그것이소중하게생각되었다.
걸어도걸어도능경봉표지가나타나지않자마음한편불안한마음을지닌채걸었다.안개가짙어길을잃게되지않을까염려되었다.이정표가전혀보이지않는길을가며길을잘못든것은아닌지불안한생각이들기도했다.오름길에접어들어긴계단길을올랐다.그렇게올라가는것이길은잃지않은것같았다.숲길에서공터가나타나돌아보니9시31분돌탑이보였다.순간반가운생각에그곳이능경봉이겠거니생각했는데앞에다시오름길이놓여있었다.
9시35분능경봉(1123)에도착했다.마침내도달했다는안도감이들었다.여기서대관령은내리막길이니시간이많이걸리지않을것같은안도가되었다.내려가는길은1.8km밖에되지않아서이제어쨌든무사히마치게될것같았다.대관령을향해내림길을내려갔다.그러나아까보다길을잘분간할수없어서한걸음한걸음이매우조심스러워다.실수로방향을잘못들으면정말산에낙오될지도모를상황이어서극도로긴장을하게되었다.그리고생각보다길이멀게느껴졌다.
가까이들리던차소리도들리지않아서도대체끝을알수없었다.다시조급한마음을접고주의를기울이며걸었다.비가많이내려흙길이물러져발이빠지는곳도있었다.완만해진길을걷다보니가설건물이나타났다.그근처에세워둔이정표에신재생에너지관(대관령하휴게소)이0.3km남은표지가보였다.거기서도분간하기어려운길을더듬듯길어갔다.도로에서숲길로접어들어한동안지나갑자기보도블럭으로포장된공터에내려섰다.도로는아닌데,어쨌든다끝마친것같았다.
더듬거려계단을내려갔다.저앞에버스가헤트라이트를켜고있는모습이보였다.버스가달려오듯앞쪽으로왔다.다가가니나에게고생하셨습니다하고말을걸었다.버스가아니고택시였다.내려보아서더크게보인듯했다.당초횡경으로가려고했는데그곳에서는이미서울가는차가끊기고없다고했다.그렇지만강릉에가면심야고속버스가남아있다고했다.운전사가하는그말을듣고강릉으로가자고했다.차가나갈방향을못찾고빙빙돌고있었다.
몇바퀴를돌다가할수없다는듯이,그가알고있는시설물에서부터다시방향을잡고나왔다.그모습을보면서무사히내려온것이정말다행스럽게생각되었다.후반부에는날씨가험한가운데먼거리를걸어온것이었다.안개가짙어제대로볼수는없지만오래전에지나며보았던기억이희미하게되살아났다.이제대관령까지마친것이현실이되었다.이제남은구간도몇구간되지않았다.조침령,진고개,대관령미시령,한게령진부령이남았다.거리상으로도많이줄었다.
앞으로갈한계령,미시령,진부령구간은마음속에강원도의더깊고긴구간으로인식해온곳이다.산세가험하면서도수려하고깊어마치별천지로느껴지는곳이다.그리고한계령에접어들면대간을다마쳐간다는감회가들것같았다.그래서평상심으로걷는대간의여정은조침령까지가될것같았다.그조침령도이제두번구간을더가면만난다.그리고그다음구간에는정말종착지에다다르는느낌으로걷게될것같았다.
그런생각을하다보니남아있는거리가벅차면서도한편으론너무허전하게맞을까봐걱정스러웠다.대간을가는것은큰의미이지만걷고나면단지일상의한순간들처럼기억으로남을것이다.내몸으로체득한것이의미있지만늘현재의감각으로남는것은아니다.10시50분강릉에도착하여11시차를탔다.잠을자다깨니2시30분서울에도착하고있었다.젖은몸이천근만근으로느껴지는가운데택시를타고귀가했다.집에가면모든피로가다풀릴것같았다.(김석환080920)
/ForgottenSeason(잊혀진계절)Kimseungd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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