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은 인생의 종적과 같아” *-

[명사에게듣는산이야기]강지원청소년·여성·장애인지킴이변호사

“올라갔다내려오는등산은인생의종적과같아”

▲강지원변호사가자신의사무실에서청소년사업에관해자신의구상과노년의사회적역할모델에대해서설명하고있다.

사법시험수석합격으로잘나가던강지원(姜智遠·59)검사가어느날갑자기사표를쓰고변호사개업을하려고했다.법조계가술렁거리는듯했고,세상사람들도무슨일인지솔깃했다.그가걸어온화려한이력을보면이해할수없는선택이었다.경기고(67년),서울대정치학과졸업(72년),행정고시합격(72년),사법시험수석합격(76년)이그가기본적으로거친이력이다.부가적으로쌓은경력은이루말할수없이많다.그런그가지난2002년검사를그만두겠다고했으니세간의관심을끌기에충분했다.

“검사장승진에연연하지않고후배들에게길을열어주기위해서.89년신설된서울보호관찰소장을맡으며시작한청소년문제가내인생의새로운방향을제시했다.내아들이검사라는자부심으로평생살아오신노모에게실망감을안겨주지않기위해사표가조금늦어졌을뿐이다.”당시언론에보도된사표의변이다.6년의세월이흐른지금그는인생의새로운목표를향해매섭게나아가고있었다.

“청소년일을하면서인생의큰전환점이됐다.사실검사는내적성에조금맞지않았다.범법행위로검거된청소년에게사사건건의심을품고취조하고문초하듯상대해야하는데,‘왜이렇게됐을까’,‘오죽하면훔쳤을까’하고이해가먼저되더라.이들도‘나의어린시절과똑같은애들이며,잠시실수로이자리에있을뿐’이라는생각까지들었다.이들이바른길을갈수있도록방향을잡아주고모든청소년이존중받는사회를만들어야겠다고다짐했다.급기야이일을내필생의과업으로정했다.”

그가변호사개업하고시작한첫작업이97년국무총리실산하초대청소년보호위원장시절했던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을강화하는것이었다.바로청소년성매수자의신상공개였다.청소년보호위원장의임기는4년이었고,2000년7월그의각고의노력끝에이법이시행됐다.최근에는발찌까지채우도록법이강화됐다.“청소년절반이여성이다.이들은남자와또다른고통을안고산다.바로우리사회의몰지각한남성들의이른바‘영계’선호때문이다.이전까지윤락방지법은업주만징역5년이하의처벌을받는솜방망이법이었다.구속되더라도집행유예로나오는경우가더많았다.

이래서는안되겠다싶었다.업주는박살내고,고객은망신주고,여성에겐관용을베풀어기회를주는게나의기본의도였다.”그덕분에미성년성매매뿐아니라매춘에대한사회전반적인인식을크게바꿔놓았다.전업하는업주와종사자들은늘었고,업소는눈에띄게줄었다.음성적으로이뤄지는성매매는어찌할수없는부분이다.동서고금어느사회에서나성매매가존재한사실을보면신(神)도근절시킬수없는‘필요악’이지않나싶다.

부인은여성첫대법관…딸둘대안학교보내

▲강지원변호사가자신의사무실주변에서고령사회의노인의역할

모델에대한구상을밝히며잠시포즈를취했다.

이들청소년들을어떻게바람직한방향으로,개인적성에맞는교육과환경을조성할수있을까에대해나름대로해결책을제시했다."청소년교육의핵심은하고싶은것하게하는것이다.나스스로도일류학교를나와고시합격해서검사생활을한게바른선택이었을까하는생각이자주든다.과연나의적성에맞는선택이었나,전형적출세욕구에휩싸이지않았나하는생각과더불어미래사회의주역인청소년들에게과연나와같이살라고할수있을까에대해깊이고민했다.

자녀들의적성을찾기위해선우선다양한체험을시켜야한다.자녀가왠지마음에든다고하거나재미있어하면그게바로적성이다.”이를구체화하기위해서그는전국의2,000여고교를전부특목고화해야한다고주장했다.축구고,골프고,수학고,과학고,BT고,신문고,방송고,미술고,조각고,애미메이션고등으로세분화해야한다고했다.중학교과정을적성탐색교육으로전환하고,고교땐적성맞춤교육을시키면결국국가경쟁력이강화된다는것이다.이른바모든청소년의엘리트화교육이다.

이교육체제가과연가능할까?그도물론현실적으로불가능하다는사실을잘안다.그러나지금과같이모든부모들이엄청난사교육비를들여하나의목표를향해나아가는,국가적낭비를초래하는그런사회보다는훨씬효율성이뛰어나다는것이그의주장이다.모든사람은재주가다르고,다른개성을타고났는데,조기교육이란명목으로아동학대를자행하고,선행교육이란이름으로청소년학대를강요하고있는게현실이다.


▲변호사사무실부근노송을배경으로활짝웃는강지원변호사.

그는바른적성교육을실천하기위해우선그의자녀들부터대안학교에입학시켰다.분당에도시형대안학교‘이우’를세워공동대표를맡았다.이우(以友)는‘친구와함께,친구로서’교육을받는다는의미다.획일적,하향적교육이아닌,수평적,다양성있는교육을시킨다.그녀의딸들에게대학가라,공부하라는말을해본적이없을정도다.

강지원변호사와그의부인인김영란대법관.유사이래첫여성대법관이다.슬하에딸둘을전부대안학교로보내기는쉽지않은선택이었을것이다.그러나선뜻결정내리고,그들의운명을그들스스로에게맡겼다.그의지론대로그들이하고싶은것을하도록했다.알아서잘할때까지부모들이기다렸다.다행인지불행인지아무도법조계엔관심을기울이지않았다.영화와미디어아트쪽을선택했다.미국으로유학가서열심히경쟁력있게공부하고있다.부부는한번씩말한다.“우리딸들은누구유전자를닮았는지궁금하다”고.

그는지난9월부터한동안자제했던방송을재개했다.그와같이인생의방향을잘못(?)선택한,그러나뒤늦게자신의일을찾아훌륭히해내는명사들을찾아인터뷰를한다.예를들면공대를졸업하고등반가가되었다든지,한의사가돼돈을많이벌었지만어릴적공학도가되고싶었던꿈을못버려KAIST에500억원을기부한사람들을만나대화를나눈다.이들을통해우리사회의문제점,교육환경의문제점등을짚어내사회적고정관념을타파하는데일조하고있다.잘못된출세주의를고치고,청소년들을입시지옥에서해방시키고싶은그의희망일환이다.

청소년을위한다양한노력으로그는‘청소년지킴이’‘청소년수호천사’‘청소년대부’등으로불리고있다.뿐만아니라사회적약자인여성과장애인을위해서도몸을아끼지않아여성인권변호사,장애인의대부등으로도불린다.그가현재맡고있는직책만해도어린이청소년포럼이사장,청소년잡지<큰바위얼굴>창간발행인,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이사장,장애인재활을위한푸르메재단공동대표등이다.정치엔관심없지만국가발전을위해정치인들의무책임한공약남발을막아야겠다는차원에서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상임대표도맡고있다.바른사회와정의가선사회를만들기위한그의작업이다.

출근이인생의등산길,퇴근이하산길

누군가그를두고말했다.“강지원변호사는청소년사업이본업이고,방송은부업,변호사는생업”이라고했다.그의늦깎이꿈은여기서끝나지않았다.사회적약자인청소년,여성,장애인을위해무수히많은일을했지만빠진게하나있다.바로우리사회에곧다가올‘고령사회를어떻게대처할것인가’와개인으로서‘노년의삶을어떻게살것인가’이다.그는언론에처음구상을밝힌다고했다.

“인생엔사주가있다.연,월,일,시각각에20년의세월이면총80년이다.사주에따른인생은80년인데,왜60년을한갑자로했을까?60세이후의삶은남은시간으로인생을돌아보라는의미다.내가살아오면서고통을주고상처를준사람이없는가돌아보며반성과후회와참회의시간을가지며인생을마감하라는것이다.이삶이바로봉사의삶이다.일을해서돈을벌어야겠다는생각은버려라.자식들취직하면생활비받아라.돈을받는다는차원보다효와사랑을가르친다고여겨라.60세이후의삶은정리하며감사하고편안한마음으로받아들이면서자식들에게모범적모습을보여라.이게바로노년의사회적역할모델(rolemodel)이다."

청소년을위하면서노년을생각하는사회실천가의소박한꿈이지만제대로실천만된다면많은사회문제가해결된훨씬더나은사회가될것이다.그는곧노년의삶에대한구체적일을추진할것이라고했다.사회의중요한양축인청소년에겐최적의적성을찾아주고,노년들에겐봉사의삶을제공해주는장이마련된사회,그사회를위해강지원변호사같은인간을사랑하는사람들의노력이계속되는한실현될날도그리멀지않을성싶다.

▲1.부인인김영란대법관과함께산행하면서.2.지리산벽소령에서.3.대중교통을주로이용하는강지원·김영란부부.4.오대산비로봉에서.5.2004년세계의상페스티벌에서궁중의상을입고.

그도산에열심히다닌다.대학1학년땐산악부에가입해활동하기도했다.검사시절구설수에오르는게싫어골프와는아예담쌓았다.틈만나면산을찾았다.한국의웬만한산은다가봤다.지리산종주를서너차례했을정도다.요즘은산에갈시간이없을정도로바빠서못가고있다.그래도집주변의작은산을쉽게찾기위해분당에서화성으로이사했다.

몇년전산에열심히다닌흔적을공단을통해서들었다.공단에서노고단돌탑을해체하면서주춧돌에강지원검사이름이새겨져있어“해체하게되어확인전화드린다”는전화를받았다.그돌탑을언제쌓았는지기억이가물가물할정도였지만검사시절열심히산을찾은흔적이었다.

산은그에게있어인생의한과정이다.오르고내려오는그과정이바로인생의순환과닮았기때문이다.굴곡을겪지만60세까지는오르며내려올준비를하는과정이다.사주에서와마찬가지로나머지20년은내려오는시기다.산도마찬가지로오르는시간은오래걸리지만내려오는시간은짧다.그는오르고내려오는과정그자체를즐긴다.하루의일과도인생의한단면이다.출근길이인생의등산길이고퇴근길이하산길이다.오르고내려오는과정을즐긴다는의미는인생을즐긴다는의미와맥이통한다.‘하고싶은것재미있게하는’그의즐거운인생은,등산길은오늘도계속된다.

-글/박정원차장대우-사진/이상선차장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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