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지기도전에무서리가내렸다.푸른빛을잃지않으려고안간힘쓰는나뭇잎과햇빛은점점더멀어질뿐.온기가점차사라진다는것은참허전한일이아닐수없다.그러나지난날의화려했던모습을떠나면서계절은다시또새로운시작을알린다. 두터운구름사이로한줄기빛을기다리는동안남한강의새들이서쪽하늘로날아올랐다.카메라의초점이그곳에멎는다.붉은기운이남아있는허공에실루엣이되어주길바라며셔터버튼을눌렀다.일상의풍경들은특별한모습이아니어서오히려정겹다.햇빛을삼킨구름과날아가는새들이그렇다.만일하늘에새들이없다면심심한빈하늘이되고말것이다.이럴때의별것없는풍경이란종종역발상의실마리를제공한다.진부함에빠지지않고새로운시각을갈구하는것이사진가의고민이며,또한사진찍는재미가아닐까한다.
새가사라지니남한강의물빛은희미해졌다.할일없이숲을걸어다니는사람들이있는듯.터벅터벅발자국소리가들려온다.귀가솔깃해진다.그러나바람소리에다름아니다.어느새길은하늘에닿아있고듬성듬성자라난풀섶넘어몽환의세상이나타났다.잊고지낸기억들이불현듯떠오른다.저녁하늘에꼬리올리는연기가적막한풍경을일깨우고어스름이짙어가도자리를털고일어나지못한다.바짝말라가는10월의남한강은허허롭기그지없는데,그길에서자라난잡초는참기운차다.잡초무성한남한강이바로세상에서제일낮은현장이다.
어린시절의한강은마치바다와같았다.마포에는새우젓배가드나들었고,인적드문강건너세상은호기심과상상력의원천이었다.정비되지않은불규칙한강의자연스러움을알게된것은어른이되고한참을지나서였다.민족의삶과애환을고스란히품어온한강.서울사람들은누구나한강에관한추억을간직하고있다.산이신성을차지하며지내오는동안강은삶을이끌어왔으며내리사랑처럼아래로만흘렀다.
남한강은백두대간상의오대산,태백산,함백산,대덕산등지에그수원을대고있다.인적드문산골소년이도시로가면서성장하는과정처럼남한강도그같이흘러우리곁에존재한다.
그러다가아우라지에이르러강의모습을갖추기시작한다.여기서부터동강이란이름을얻게되고아라리가락처럼굽이굽이흘러영월에이른다.정선에서서울의광나루와마포나루에이르는남한강물길은충주댐과팔댕댐이들어서기전,원목을실어나르던떼꾼들의삶의길이었다.그시절의강가에는어디든나루터와주막이있었다.
금전으로사귄정은잠시잠깐이네
돈쓰던사람이돈떨어지니
구시월막바지에서리맞은국화라
놀다가세요자다가세요
그믐달초승달이뜨도록놀다가세요
황새여울된꼬까리에떼를띄워놓았네
만지산에전산옥이야술상차려놓게나
오늘갈지내일갈지뜬구름만흘러도
팔당주막들병장수야술판벌여놓아라."
강이넓어지면마을이커지고사람들도많아진다.영월의강폭은계방산에서흐르는평창강과태기산으로부터흘러내리는주천강이합류하면서넓은폭을지니게된다.여기서부터동강과대별되는서강으로불린다.단양·충주땅을거쳐여주에이르면다시섬강이란물줄기하나를더받아들인다.섬강은태기산이서쪽으로흘려보낸물과한강기맥상의봉복산의물줄기가합쳐진아름다운강이다.
모든물을규합하며낮은곳을따라흐르던남한강은양평을지나두물머리양수리에이르러야그제서기나긴천리여정을접는다.그리고금강산에서부터흘러온북한강과상봉하여한강이란이름을얻게된다.
남한강의촬영요소들
백두대간의대덕산과오대산으로부터흘러내리는남한강은길이도길고유역도넓다.천리가넘는남한강을소재로사진찍는것은어찌보면무의미하기까지하다.그러나강가의풍경들은의외로다양한모습을보여준다.남한강은정선영월지역에서동강의이름으로흐르고서강의이름으로도존재하며,여러물줄기와합류하는과정을통해새로운풍경을낳는다.동강하나만하더라도많은작업이이루어져왔고,지금도계속사진가들을불러들이고있다.
남한강을찍는다는것은지리적풍경또는남한강유역의풍물이될수도있다.남한강의촬영대상이자연스러운풍경이라면지리적한계를염두에두어야한다.이미수도권에가까워진한강은인공적인분위기를배제하기힘들다.자연스런모습은여주근방이종점에가깝다.물론사람에따라한계선은다르다.
강의풍경을찍기위해서는새벽안개끼는이른아침을선택하거나노을지는저녁무렵의광선을선택하는것이좋다.강의풍경이란딱짚어말하기어렵기때문에쓰이는렌즈의종류역시제한이없다.광각렌즈에서200mm이상의망원렌즈가맑은날엔유효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