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파키스탄 히말라야 *-

2008파키스탄히말라야

*바투라2봉세계초등낭보와K2조난사고의비보
*경남연맹팀,K2하산길에대원3명과셰르파2명사망

올여름파키스탄히말라야는어느해보다나쁜날씨에등반이순조롭지못했다.그런가운데서도한국산악인들은역동적이고좋은성과를거두었다.7월31일8,000m급거봉레이스중인오은선의브로드피크(8,047m)등정을시작으로,경남연맹대(대장김재수)의K2(8,611m)등정과계우팀(대장윤정원)의가셔브룸1봉(8,068m)등정에이어시즌막판한국산악회원정대(대장유학재)와서울시립대원정대(대장김창호)는6,000~7,000m급고봉세계초등의낭보를전해왔다.

그러나지난해에베레스트남서벽눈사태사고이후최악의산악사고를겪기도했다.8월1일세계제2위고봉인K2정상에선경남연맹대의황동진(45)등반대장과김효경(33),박경효(29)대원3명이하산길에눈사태에휩쓸려동행한셰르파2명과함께목숨을잃고말았다.

오은선,8,000m급8개봉등정기록

K2를비롯,브로드피크,가셔브룸1봉과2봉에는정승권등산학교팀(대장정승권)과전남대팀(대장김영필)등5개팀이6월중순부터등반을펼쳤으나강한바람과수시로쏟아지는폭설은시즌막판까지도정상의문을열어주지않았다.7월중순한차례찾아온좋은기회는한국원정대대부분등정일자를맞추지못해시도조차못하고말았다.정승권등산학교팀과전남대팀은이후1봉과2봉의마지막캠프까지진출,두세차례씩등정을시도했지만귀국일정때문에7월28일베이스캠프에서철수해야했다.

▲K2보틀넥을향해올라가고있는경남연맹원정대원들.위쪽에솟구친거대한세락이무너지면서사고가일어났다.

발토로빙하지역에서등반을펼친한국산악인가운데첫번째등정은오은선(42·수원대OB·동진레저)부터시작됐다.다른한국팀에비해보름여늦은7월2일베이스캠프(5,000m)에도착한오은선은원정대행사인ATP(Adventure&TourPakistan)측이계약과달리베이스캠프용텐트외에는전혀준비해놓지않아프랑스팀에게텐트한동을빌려야하는등시작부터애를먹었다.

때문에오은선은여분의텐트가없어C1을생략한채C2(6,400m)까지한번에오르고,C3(7,200m)에오를때는C2텐트를거둬올려야했다.텐트보다더욱큰걸림돌은C1아래쪽설벽에서수시로쏟아지는낙석이었다.낙석이떨어질때면핑핑거리는소리에소름이끼쳤다.등반이끝날때까지베이스캠프로들어온헬기가다섯대중네대는낙석사고사고를당한외국산악인들의후송용이었다.

▲브로드피크를등반중인오은선대장.

7월14일저녁,날씨가좋지않아1시간거리인K2BC의경남연맹팀을방문하고BC로돌아오자ATP원정에참가한외국클라이머들은모두이튿날정상을향해등반하겠다는의사를밝혀왔다.오은선은이튿날정상공격을위한준비를마친뒤16일하루만에C3에올라서는쾌속등반을펼친끝에17일외국산악인들과함께등반에나섰다.

그러나예상과달리등반시간이오래걸리자너무늦은시간에하산하면추락의위험이높겠다판단한오은선은이튿날재도전하기로마음먹고C3로내려섰다.그러나18일아침부터스노샤워가쏟아지는등강풍이불어대는바람에등정을포기할수밖에없었다.

보틀넥부근서2차눈사태에사고당해

오은선은여기서포기하지않고적기를기다렸다.베이스캠프에내려선지1주일쯤지나7월30일부터8월1일까지3일간정상부날씨가좋다는일기예보를확인한오은선은29일또다시하루만에C3에올라선다음컨디션조절을위해하루쉬고31일새벽2시30분정상공격에나서11시간15분만인7월31일오후1시45분제13위고봉브로드피크(8,047m)정상에올라서는데성공했다.

오은선은브로드피크등정으로8,000m급8개봉등정을달성,여성최다등정자인오스트리아의겔린데칼텐브루너(11개)와스페인의에드루네파사반(10개)에이어,이탈리아의니베스메로이(8개)와같은기록을세웠다.

▲중앙고개교100주년을기념해나선가셔브룸1봉원정에서정상을밟은계우팀박종철대원.

오은선이등정이튿날하산중낙석위험이높은설벽이얼어붙기를기다리며C1에서대기하고있을때,경남연맹팀은K2를등반중이었다.31일마지막캠프인C4(7,900m)에올라선김재수대장과고미영(41·코오롱스포츠)을비롯한5명의대원은이튿날8월1일새벽3시10분정상을향해출발했다.

여러원정대의셰르파7명이새벽1시대원들에앞서출발했으나,위험구간에고정로프를깔면서등반하자니속도가더딜수밖에없었다.베이스캠프에서맺은약속과달리외국대원들이고정로프를가져오지않아밑에깐고정로프를거둬위쪽에설치하면서올라야했다.게다가외국산악인들은8,000m급고봉대여섯개씩을올랐을만큼고산등반경험이풍부했지만무산소로등반하다보니더욱늦어졌다.

▲사고이틀전인7월30일C3에서기념촬영한황동진등반대장,박경효,김효경대원(맨왼쪽부터).

보틀넥을향해오르던세르비아산악인이추락사하면서대원들은더욱긴장이더욱긴장이되었다.게다가사고자의시신을수습하기위해다가선고소포터가함께수천길아래절벽으로떨어지자몇몇외국산악인들을포기하고최종캠프로내려서기도했다.

그런상황에서도경남연맹팀은오후5시40분부터김재수대장과고미영에이어대원한명이K2(8,611m)정상에올라섰고,마지막대원이올라선오후7시경기념촬영을마친뒤하산길에들어섰다.곧어둠이밀려들었다.다행히경남연맹팀셰르파인주믹보테가70m로프를짊어지고올라와위험구간은확보한상태로내려설수있었으나,함께하산한여러명의외국산악인들까지10여명이한가닥로프에의지해,그것도칠흑같은어둠속에서하산하자니시간은한없이지체됐다.

▲K2정상에오른고미영대원(오른쪽).왼쪽노르웨이의여성산악인시실리아는하산길에남편이추락사하는비극을겪고말았다.

이튿날인2일새벽1시,김재수대장은해발8,200m의보틀넥상단에서고정로프를발견하는순간안심이되었다.김대장은정상에섰을때동상조짐을보이던발가락상태가악화되어가는상황이었다.김대장은대원들이뒤쫓아내려오는모습을확인한뒤먼저내려서도별문제가없겠다판단하고고미영과서둘러내려섰다.

보틀넥트래버스구간에들어서자등정길에설치해놓은고정로프가보이지않았다.이미일어난세락붕괴때쓸려버린것.어둠속에서도노르웨이팀이깔아놓은4mm로프가눈에띄었다.노르웨이부부팀이하산길에설치해놓은로프였다.안타깝게도그로프를잡고먼저내려선부부팀의남편은하산중추락사한상황이었다.

▲바투라2봉세계초등정에성공한김창호대장.

보틀넥구간을무사히내려선뒤동상증상이점점악화되어간다는생각에조급해진김재수대장은C4의불빛이보이는지점에이르자고미영에게조심하라하곤먼저내려섰다.그러나고미영은이후옅은안개에길을잃고헤매다김대장에비해2시간이상늦은새벽5시가넘어도착했다.

고미영은짧은거리에서오랜시간을지체했기에다른대원들이당연히먼저도착했으려니생각했다.그런데대원들모습은보이지않고,보틀넥일원에서반짝이는불빛만보였다.보틀넥상단을내려서던중무너져내린세락에길이끊기자오도가도못하는상황에빠져있던대원들의불빛이었다.눈사태지역위쪽에외국산악인3명이,아래쪽에는한국팀3명과셰르파1명,그리고프랑스산악인과하이포터가고립돼있었다.프랑스산악인은안타깝게도그곳에서서서히죽어가고말았다.

날이밝자2차공격조로C4에올라와있던대원2명과셰르파2명이구조차보틀넥으로향했다.오전9시경구조차등반에나섰던파상보테로부터"대원들은심하지않지만주믹은동상상태가심각하다.함께하산하겠다"는무전연락이날아왔다.그러나그로부터얼마지나지않아구조대원들로부터끔찍한비보가전해졌다.오전9시30분경일어난제2차눈사태에대원3명과파상보테를포함해셰르파2명모두몰살당했다는소식이었다.

김재수대장과고미영을포함한한국대원과셰르파들뿐아니라외국산악인들은혹시살아서내려올지모를대원들을위해C4에서기다렸다.그러나사고당일부터급격히나빠진날씨는좋아질기미를보이지않았다.8월1일과2일일어난사고로한국산악인3명과셰르파2명,그리고외국산악인과고소포터등총11명이목숨을잃었다.86년16명이사망한이후K2최악의사고였다.

모교인중앙고개교100주년을기념해가셔브룸1봉에도전한계우산악회팀의박종철대원은K2사고상황을전혀모르는상태에서8월2일정상을향해출발했다.박종철대원은오은선씨가브로드피크등반을마치고합류하기로돼있는수원대팀의이덕주대원과함께8월1일C3(7,100m)에도착했으나,이대원은C3도착직후침에피가섞여나오는등폐부종증세가나타나등반을포기해야했다.

서로힘이되며올라온선배대원이등반을포기하자불안해진박종철대원은바람마저강하게불어대자공격예정시각인자정을넘긴뒤에도출발을머뭇거리다"이번이마지막기회"라는셰르파의말에용기를내어2일아침6시반정상을향했다.고산경험이전혀없는박대원에게등정길이쉬울리없었다.그러나박대원은끊임없이찾아드는포기유혹을뿌리치고마지막캠프를출발한지9시간만인오후3시30분경세계제11위고봉인가셔브룸1봉정상에올라서고말았다.

서울시립대,바투라2봉세계초등

▲김창호대장과파트너를이뤄등반을성공으로이끈최석문대원.

지난7월13일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팀이인도히말라야에서메루피크북벽세계초등기록을낸데에이어파키스탄히말라야에서도초등기록이나왔다.

한국산악회카니바사샤르·글로스터피크원정대는8월2일파키스탄카니바사샤르(6,441m)주변2개무명봉초등에성공했다.유학재대장과김동규,강태원,차경렬대원등4명은3박4일간알파인스타일로등반한끝에남동릉루트를통해첫번째무명봉정상에선이후카니바사샤르우측무명봉도2박3일간만에초등했다.한국산악회는’센트럴카라코람개척등반대5개년계획’의일환으로이번원정대를파견했으며,향후5년간아직국내에알려지지않은히스파르빙하지역미답봉을등반할계획이다.

▲한국산악회원정대가도전한카니바사샤르.원정대는카니바사샤르부근의6,000m급2개봉을올랐다.

개교90주년을기념해히말라야최고미등정봉에도전한서울시립대팀(대장김창호)은파키스탄히말라야의바투라2봉(7,762m)초등에성공했다.바투라2봉은최근까지남아있는미등정봉중가장높은봉으로,바투라산군서쪽에위치하고,가파른설벽과빙벽,대암벽이뒤섞여난이도가매우높은봉으로알려져있다.주봉인1봉은1976년서독원정대가초등했다.

원정대의등정시도는2차에걸쳐시도됐다.제1차시도는8월1일최대난코스구간인중간암벽지대를넘어정상설사면에C4(7,100m)를설치한다음날새벽에공격하려하였으나기상악화와9일간의루트작업에따른피로누적으로뜻을이루지못했다.

베이스캠프에서3일간휴식후2차시도를위해8월7일베이스캠프를출발,9일C4에도착했고,김창호대장과최석문대원이11일오전4시C4를출발해5시간반만에바투라2봉(7,762m)정상에도달했다.이렇듯올여름파키스탄히말라야에서는한국산악인들이모처럼초등기록을세우는등한층높아진고산등반능력을보여주었으나,안타깝게도K2사고로비극을겪고말았다.

-글/한필석차장대우/월간산[467호]2008.09-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