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오은선(42·블랙야크)씨가12일세계8위고봉마나슬루(8163m)를무산소등정했다.그는1997년가셔브롬Ⅱ에서시작해에베레스트(2004년),시샤팡마(2006),초오유,K2(2007)에올랐고,올해마칼루,로체,브로드피크등4개봉을등정해모두9개봉에올랐다.2010년까지히말라야의8000m급봉우리14좌를완등한다는목표에한발더다가선것이다.
"목표를달성했으니빨리내려가야겠다고생각하죠.그땐기쁜지도잘몰라요.너무추워사진만찍고내려가요.정상을정복했다는기쁨은하산후시간이지날수록더커져요.집에도착하면더기쁘고사람들이알아주면더기뻐요."
"올라갈때에너지를20~30%는남기라고그래요.자기목숨을부지할수있는힘은남겨둬야한다는겁니다.저는베이스캠프까지내려오는동안에도긴장하고거기서집에돌아올때까지도긴장을늦추지않아요."
"저혼자내려오면서누군가와이야기를한적도있어요.’줄잘잡고조심해야돼”천천히해야돼”맞아,네말이옳아’이런식으로제가어떤목소리와대화를하는겁니다.마지막캠프가보이는순간그목소리가사라졌어요."
오씨는초등학교5학년때가족들과버스를타고가다가북한산인수봉에사람들이매달려있는걸보고어른이되면꼭한번해보고싶다고생각했다.수원대전산과입학후곧바로산악부에가입했지만가벼운등산을하는정도였다.
오씨는졸업후서울과학교육원에서전산직공무원으로일하다가1993년에베레스트등반을위해직장을때려치웠다.당시엔7300m에있는중간캠프까지만갔다가하산했다.
"직장에서남에게폐끼치며산에다니긴싫었어요.젊고건강한데입에풀칠이야못하겠어요?유리창이라도닦으면된다고생각했죠.에베레스트갔다온후엔학습지교사를하고평촌에스파게티집도차렸어요.보기좋게실패했죠.그러고있으니가족들이산에가서쉬고오라고하더라고요.그래서또등반에나선거예요."
오씨는키155㎝에몸무게50㎏의작은체구에날아다니듯산을오른다고해서별명이’날다람쥐’다.8000m급등반을할때도중간캠프수를줄여빠른속도로치고올라가는것이특기다.
"천길낭떠러지가보여도다리가떨려서못간다거나그런경우는없어요.어릴때도담이있으면그위로걸어가고다리가있으면눈감고건넜어요."
"너무힘들면한적한데가서막울면서노래를해요.정상근처까지갔다가날씨가도와주지않아그냥돌아온걸후회하기도하고,다른사람들다갈때그냥갈걸그랬다는생각도하고요.그럼마음이진정돼요."
오씨는1999년부터2001년까지박영석등반대대원으로브로드피크,마칼루,K2에도전했지만,번번이대원들의실종이나사망사고가일어났다.히말라야가자신을받아주지않는것같았다.방향을돌려
"유명산악인들이14좌등반을마쳤을때가40대초반인경우가많아요.사실은제가서두르는것도그때문이죠.이제40대니까언제어떻게기운이떨어질지모르거든요."
"산소가없으면더춥죠.산소가있으면몸의순환이잘돼추위를덜느끼거든요.정상근처에갔을때머리가좀아픈일도있고허벅지에서힘이쭉빠지는걸느낀적도있어요."
"2006년초오유(8201m)등반때는이상하게머리가시리더라고요.이러면뇌세포가빨리죽을텐데싶어서걱정이됐어요.세르파는100m밖에안남았으니빨리가자고하는데제가과감히돌아섰어요.그렇게실패하고나니까그다음해엔경비가없어서후배와둘이휴대용가스레인지에압력솥으로밥해먹으며산에올랐어요."
"남자후배를파트너로데리고갈수도있는데그게쉽지않아요.이상하게도남자파트너와사이에무슨일이있다는식으로말이나는경우가있거든요.그런잡음이싫어단독등정을많이해요."
"제자신이두려워요.의지가흐트러질까봐,마음을다잡을수없을까봐두려워요.산이저를받아들여주지않을까봐두렵기도하고요.올라가면날씨가나빴다가내려오면좋아지는식으로엇나가는경우가있거든요.그럴때느긋하게기다려야하는데조바심이나면무리하게되고그러면결정적인순간에힘을쓰지못할수도있어요."
"일부분맞는얘기죠.그러나새루트를개척하는사람들은세계적인산악인중에서도손에꼽히는경우죠.새루트를개척한다해도결국은남이간루트와만나게돼있고요."
"첫30분에서1시간을제일중요하게생각합니다.워밍업을해야하니까아주천천히움직여요.어느산을가더라도그래요."
"2004년에베레스트(8848m)에갔을때죠.정상에서내려와8300m지점까지갔는데,거기서부터한걸음도못걷겠더라고요.그래서누웠는데너무편했어요.그때누군가제랜턴불빛을보고다가오는거예요.다른세르파였어요.부축을받아대여섯걸음걷다가주저앉기를반복하다가기어서텐트안으로들어갔어요.세르파가산소호흡기를씌워줘아침까지죽음같은잠을잤어요."
"산에서죽고싶지않아요.오래살고싶고평범하게살다가죽고싶어요.날씨가돌변해돌풍에휩쓸려죽는다거나안전지대가갑자기무너졌다든지하는식으로예측불가의상황이라면어쩔수없는거죠.하지만안전사고로죽고싶진않아요.그래서더준비하는것이고요."
"저는노는데별관심이없어요.로또도안사요.산만으로도삶이충만하고보람있기때문에다른일에관심이없어요."
"그게없으면안되지요.
"대학때산악부에가입한이후제머리는산으로가득차있어요.저도무슨생각인가를하긴했겠지요.그런데남아있질않아요.남아있는건산뿐이에요."
"고기보다는야채와과일을좋아해요.산에갔다와서몸이허하면보신탕을먹고요.입에서당기는음식은뭐든꼭챙겨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