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임금이계속오르면서자영업은더욱어려워지는등민생고통,서민고통에서보면IMF외환위기때와는비교도할수없다.외환위기때는경기가좋았기때문에지금처럼자영업비율이나실업률,물가가높지않았지만,지금은이와같은민생고통지수가굉장히높다.물가나외환보유고,국제수지,성장률,투자등흔히말하는경제펀더멘털가운데외환보유고가많고부채비율이낮아진것을빼고는외환위기때와흡사하다.그때는재정이튼튼했지만지금은그렇지않아정책수단을쓰는데도굉장히제약이많다.”
IMF위기극복이후정확히10년이지난지금2008년6월,여당정책위의장의솔직한경기진단이다.
대한민국경제에또다시어두운그림자가드리우고있는것이다.심지어는‘제2의경제위기설’까지제기되고있다.이같은현실은우리로하여금역사는발전하는것인가?아니면반복하는것인가?하는근본적인물음을제기하게한다.그리고바로이지점에서이책은출발한다.지난10년간대한민국의시대정신은외환위기를교훈삼아정치와경제,사회를한단계업그레이드해야한다는것이었다.그러나이같은시대의요청에우리는적절히대응하여왔는가?저자는먼저10년전으로돌아간다.그리고그때당시우리나라에서어떤일이일어났는지를마치돋보기로들여다보듯하나하나들춰낸다.그상황이너무나생생하고현실적이어서,또다시몸이경직되고두주먹에불끈힘이들어가는대목도많다.
당시현역경제관료로서위기의발생과확산,협상과구조조정,그리고극복에이르기까지외환위기전과정을몸소겪은저자의내밀한기록이때로생경할만큼뼈아프게느껴지는까닭이다.그러나저자의시선은과거에고정되어있지않다.‘국가시스템의업그레이드를통한선진대한민국’이란시대정신을끊임없이반추하고있다.외환위기는우리에게무엇이었는가?외환위기이후우리정치,경제,사회는얼마나,어떻게달라졌는가?이런점에서이책은역사학자
서애(西厓)유성룡(柳成龍)은조정에서물러난후그가겪은임진왜란과정유재란을차분히되돌아본다.그리고후일에있을지모를더큰우환을경계하고자전란의상황을기록으로남긴다.그것이바로
이책의저자도유성룡과같은심정으로펜을들었다.다시는외환위기같은경제적어려움이이나라를휩쓸지않기를바라는마음이다.저자는10년전의경험이자신을어떻게변화시켰는지이렇게말한다.
귀를기울이지않는한‘위기의경보음’은들리지않는다.위기는소리없이다가오고그래서더욱무섭다고한다.하지만저자는그렇게보일뿐실제로위기는소리없이오지않는다고말한다.어려운일이닥치기전에반드시경보음이울린다는것이다.다만,위기의요소가항상우리곁에있음을인식하고주의를기울이지않으면자칫놓쳐버리게될만큼위기의경보음은알아차리기힘들다.저자는외환위기가발생하기전이미수차례에경보음이울렸지만우리가그것을국난임박을알리는사이렌으로받아들이지않았다고환기시킨다.
“한국경제가깊은수렁속으로빠져들던1997년,위기를알리는징후는여러차례있었다.
저자는외환위기를한번겪었기때문에이경험을바탕으로안팎에서들려오는경보음을절대놓치지말아야한다고강조한다.그리고현재의경제상황이위기에서멀리떨어져있지않다고단언한다.
특히이른바3대위험요소라불리는것들이심각한문제로대두되고있는것이다.그것은
이를통해저자는이책의부제에서밝히고있듯‘역사는반복되는가’라고반문한다.그리고그에대한답변으로위기의역사일수록더욱쉽게복제됨을주장한다.
우리는여전히국운을걸고피말리는협상테이블에앉아야한다.미국산쇠고기수입문제를둘러싸고전국이들끓고있다.촛불을손에든시위참가자들의발걸음이끝없이도심으로이어지고있었다.이들은미국과의협상이근본적으로잘못됐음을지적한다.협상을졸속으로타결짓는바람에국민의건강이심각하게위협받고있다는것이다.따라서이들은미국과재협상할것을요구하고있다.외환위기때IMF와전세계채권단과벌였던협상은작금의상황에타산지석(他山之石)이될수있다.외환위기는그야말로‘국난’이었고,IMF협상테이블은국운을건전쟁터였기때문이다.당시우리나라는아무런무기없이국제적룰과심판에대한결정권을쥐고있는강력한상대와협상을해야했다.
강자와의협상에서약자가원하는바를얻기란결코쉽지않다.그러나단한번으로협상이끝나는것은아님을이책은보여준다.
“협상의배후에서나이스단장을원격조정하며한국정부를애먹이던캉드쉬총재는12월3일아침7시35분,캐주얼한옷차림으로김포공항에모습을드러냈다.임창렬부총리와김영삼대통령등을만나한국정부를굴복시키기위해온것이다.……나는방에서나오면서까다로운조건이추가되는게아닌가하는불길한예감에사로잡혔다.아니나다를까,20~30분지나서임창렬부총리가나를방으로부르더니한국말로“저친구가꽤까다롭게나오는구만.3당대통령후보의각서를받아오래.”라고말하는게아닌가.머리를망치로한대얻어맞은느낌이었다.
청와대에는캉드쉬총재의요구를있는그대로보고했다.보고를받은청와대경제수석실도황당하기는마찬가지였을터였다.그쪽이라고별다른묘책이있을리만무했다.“캉드쉬총재가요구하는대로해야지,어쩔도리가없는것아니냐.”는김영삼대통령의의중을전해들은게오전10시30분쯤이었다.오전중하기로했던서명식은오후로미루고가능한한빠른시간안에3당후보들로부터각서를받아오는수밖에다른방법이없었다.”
“나는잠깐쉬는시간에화장실로갔다.세면대앞거울에비친내얼굴을보니순간울컥눈물이쏟아졌다.한참을화장실에서소리죽여울고나서시계를보니약속한휴식시간이지나있었다.곧바로회의장에들어가야하는데,눈이부은것은물론이고북받친감정도아직정리가안돼그럴수가없었다.한참을화장실에있다가가까스로마음을다잡고회의장에들어섰다.IMF플러스협상을진행하면서나는국제금융사회가‘살벌한정글’이라는점을뼈저리게느꼈다.
“우리대표단은일단정회를요청한뒤대책회의에들어갔다.현재의전망으로는채권단이더이상양보하지않을성싶었다.채권단이제시한금리수준은이미훈령에서수용가능한범위밑으로내려와있었다.또인도네시아의사태악화로협상의조기타결도중요했다.만약금리를더낮추기위해이날중으로협상을타결하지못한채시간을끌었다가인도네시아등아시아사태가급격히악화된다면더좋지못한결과를얻을위험도있었다.나는깊은고민에빠졌다.금리를낮추기위해한번더베팅을해서수정안을제시할것인가,아니면그냥채권단이제시한금리를받아들일것인가.객관적으로볼때채권단이제시한금리가훈령에서수용하라고한범위안에들어와있으므로그냥수용하는것이협상대표단에게는위험이없었다.더이상낮출수없었다고하면그만이었다.
반면금리를더낮추려하다가협상이하루이틀더지연되고그사이주변여건이악화돼현수준의금리도받지못하게되면그책임은모두대표단이지게된다.고독한결단이필요했다.”
비록피를흘린전쟁은아니었지만외환위기는우리역사의가장참담했던경제적수모중하나로꼽힌다.오죽하면‘국난이라고했을까.그경험을글로풀어내는것이간단할리없었다.먼저초고를외환위기와그극복과정에참여한많은관계자들에게보였다.그리고그들이초고를읽고수정하는과정을거쳐2005년초2차원고가나왔다.그럼에도흡족지않았다.원고의구석구석에당시상황을극화한어설픈대목이눈에띄었다.그뿐만아니라사회각분야에서현역으로활약중인분들의실명이남아있어보다객관적인검증작업이필요해보였다.그래서또다시2년이걸렸다.
이제원고는내손을떠났다.외환위기의발생과수습,그전과정의한가운데서서느껴야했던자괴감과외로움.그리고의무감등도탈고와함께어느정도털어낼수있었다.그래서책에대한평가를떠나홀가분한마음이앞선다.10년간등에지고다니던짐을내려놓은기분이다.”이책은외환위기의원인을학문적으로파헤친분석서도,개인적위안을위해미담만을가려실은회고록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