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 남서벽 *-

에베레스트남서벽

“어떤악조건이가로막아도우린오르고말겠다”
박영석팀,8,400m지점에최종캠프구축후강풍으로포기

우리는또다시에베레스트남서벽을찾았다.지난해봄소중한두대원을잃은아픔을딛고에베레스트남서벽에코리안루트개척을위해또다시찾은것이다.박영석대장을비롯해진재창등반부대장과홍성택,이한구,송준교,신동민,이형모,강기석,박상문,김영미대원모두많은경험과뛰어난등반력을갖추고있다.여기에히말라야에서태어나자라고등반해온셰르파10명이함께등반한다.

충분히훈련해왔고대원들과셰르파들모두에베레스트남서벽에신루트를개척한다는것에큰기대와자신감에차있다.그리고무엇보다먼저간오희준,이현조대원의의지가우리와함께하고있다.

▲1등정시도를앞두고성공을다짐하는에베레스트남서벽원정대대원들./2덮칠듯위압적인남서벽을오르는대원들.맨오른쪽대원이서있는자리가C3다./3아이스폴상의설벽에설치된사다리를오르는대원.

BC~C2아이스폴루트개척에보름소요

9월14일선발대로출국한나와기석이는BC(5,400m)에서뜻깊은추석을맞는다.새벽일찍일어나간단히음식을챙겨형들에게막걸리한잔올린다.‘형~,저왔어요.열심히할테니지켜봐주세요.’

9월18일본대가BC에도착하며모든대원과셰르파들이한자리에모였다.캠프구축을마쳤으니정상을향한첫걸음이시작된것이다.하지만,에베레스트는그렇게쉽게우리의걸음을허락하지않았다.이튿날새벽2시경로라패스(중국과네팔국경)에서거대한눈사태가일어났다.

“우르르르릉…쿠쿵쾅…콰아쿠르릉…쉬이….”

잠시뒤눈사태후폭풍이BC를덮치며그야말로아수라장이되어버린다.본부텐트와식당텐트는200여m나날아가고나머지텐트도반이상사용할수없을정도로찢기고부서져버렸다.장비와취사구등도바람에날아가많이손상되었다.그래도다행인것은큰눈사태에텐트대부분이파손되었지만다친대원들은한명도없었다는것이다.정말운이좋았다고밖에말할수없다.

BC는박영석대장의지휘하에모습을되찾아간다.수선이가능한텐트는수선하고완전히파손된텐트는예비텐트로교체한다.BC는눈사태의후유증을찾아볼수없을정도로깔끔하게복구되었지만하루에도몇번씩쏟아지는눈사태에가슴졸여야만했다.

그래도우리는등반전에액땜했다생각하고라마제를지내며안전하고성공적인등반을기원한다.라마제를지내는날아침,커다란까마귀두마리가캠프주변에서한참울고날아간다.두대원은먼저떠났지만이처럼우리를지켜주고있는가보다.얼마전눈사태에서도그들이우리를지켜주지않았던가.

라마제를마치고등반을나가야했지만한가지큰문제가발목을잡았다.등반전SPCC에게우리가BC도착전에C2(6,500m)까지의아이스폴루트개척을부탁했다.하지만SPCC(SagarmataPollutionControllCommunity)는본대도착이틀후인9월20일첫루트개척을나갔고C2까지루트개척을하는데에는15일정도소요된다고한다.SPCC셰르파는고작3명이라다른등반대의지원없이보름만에루트개척은무리로보인다.

작년가을시즌에도SPCC의아이스폴루트개척이늦어져원정대들이사우스콜까지만등반할수밖에없었다고한다.우리대원들과셰르파들이교대로아이스폴루트개척지원을나가기로한다.남서벽루트개척을위해한시가급한우리에게는답답한일이다.게다가홍석택대원은갑작스런일이생겨20일하산하게되었다.

9월23일박영석대장과진재창,강기석,이한구대원과셰르파3명이아이스폴루트개척에나서는것을시작으로모든대원과셰르파들이교대로SPCC셰르파를도와루트개척을한다.픽스로프와스노바,사다리등을옮기고,안전한루트를확인하고,로프를설치하고,가파른구간에는사다리를설치하는고된작업을해야했지만,우리에게는남서벽등반전몸을풀수있는즐거운시간이었다.

이틀작업을하고하루를쉬고날씨가나쁘면어쩔수없이또등반을멈추다보니10월2일이되어서야나와진재창,신동민,이한구대원이C1(6,000m)을구축할수있었다.3일다시C2까지루트를개척하는동안다른대원과셰르파들은C1으로짐을수송하며바쁜하루를보내고,드디어10월4일아이스폴루트작업이시작된지15일만에6,500m지점에C2를구축했다.

▲1지난등반때와같은위치해설치한C3.벽상의돌출된안부다./2강풍이몰아치는ABC(C2).서서걷기힘들정도로강풍이불어댔다./3강풍에무너진ABC를복구하는대원들.

‘너희영혼과함께오르게보살펴다오’

5일박영석대장과김영미,박상문대원,정기현촬영감독이ABC인C2에도착했다.비록계획보다시간이많이늦어지긴했지만지난봄등반했기에루트를알고있어바로남서벽등반을시작할수있었다.

6일오전7시20분!남서벽앞에정한수한그릇에향을피워놓고묵념을한다.“너희들을만나러남서벽을다시등반하러왔으니,아무사고없이너희들의영혼과함께못다오른길을함께오르게끔아무사고없이잘보살펴주길바란다.”박대장이남서벽을향해두번절을하자대원들도함께절을하곤곧출발준비에서두른다.진재창부대장과신동민대원,박상문대원이C3(7,350m)로첫출정이다.

오전8시를지나10분을넘기니남서벽과C2에해가들기시작한다.몸이녹기시작했는지선등으로루트작업을나가고있는신동민대원은가속도가붙는다.설사면을따라중간중간지난해에설치한로프와하켄을발견했다는신대원의무전이들린다.첫운행으로650m의로프를깔았고,2~3일이면C3구축이가능할것으로보인다.지난해에는1주일가량걸렸는데한번걸었던길이라좀더신속하게C3에도달할수있을것같다.하루의운행이고단했던지하산하는대원들의얼굴은검게그을고벌써기름기가빠진것같다.이럴때잘먹고잘쉬어야하는데아이스폴이무너져2일째보급이중단된상태다.C2에먹을것이없다.

다음날나와박영석대장과이한구대원이C3구축을위해나선다.지난해와비슷한지점에캠프사이트를설치하려고하는데박대장이직접확인하고정하기위해출발한것이다.이날은300m의로프를설치했다.이날송준교·강기석대원이BC에서C2까지바로올라왔다.C1까지네차례의짐수송을셰르파들과함께하고BC에서이틀동안재충전하고올라온것이다.

8일,다시신동민대원과강기석대원이두명의셰르파와루트개척을나가400m의로프를설치하고지난해C3을설치했던7,350m지점까지진출하는성과를거두었다.

9일.이젠됐다싶다.이날은C3구축과루트개척을위해나와송준교대원이C2를나섰으나갑자기불어닥치기시작한강풍으로인하여두대원은짊어진로프만도달지점에부려놓고후퇴할수밖에없었다.드디어염려하던바람이극성을부리기시작한것이다.대장은말이없었다.

10일.이른아침대장이입을떼었다.지난밤텐트를뒤흔들며극성을부리던바람에대장은밤새맞서해결책을고심했던것이다.“날씨가급변하고있다.보름안에모든것을끝내야한다.대원들은모든내경험과노하우로배치할테니,믿고따르라.특히이제부터5~6일간이중요하다.”

시간이지날수록날씨(바람)가가장중요한변수로작용하기때문에새벽부터운행하는본대로서는기상예보가제일중요하다.그래서눈을뜨자마자한국사무실로이곳날씨를알아보는데,세계적으로정통한CNN의기상정보를시시각각제공해주는박근영씨덕분에큰도움이되고있다.멀리서나마함께등반하는파트너란이런것이아닌가싶다.

10일강기석대원과두명의셰르파가C3를구축하며이틀에걸쳐루트작업을통해7,900m지점에서C4사이트를발견하며등반은활기를찾는다.전진캠프에있는박영석대장에게C4는숙명의자리였다.지난해등반때사랑하는후배들을C4에서눈사태로잃었기때문이다.이번에는안전한곳에C4가만들어져만감이교차했다.박영석대장의믿음이C4를만든것이다.오후7시C2에도착한강기석대원을박영석대장이뜨겁게안았다.산사나이들의멋진직구스트라이크였다.

등반은계주와비슷하다.열심히달려와다음사람에게바통을넘기면그는또다시달려바통을전달한다.12일강기석대원이등반을마치고하산하고나와신동민대원은C2에서1,500m를올라C4에도착한다.C4자리또한절벽에위치해있기에1시간넘게눈을파사이트를만들고바위에하켄을박고스노바와로프를이용해단단히텐트를고정해설치한다.

13일마지막C5구축에신동민대원,이형모대원,셰르파1명이나섰다.산소를사용하며200m나가자지난해도달했던마지막지점에도착한다.다행히도바일이며하켄,카라비너등이그대로있다.필요한장비를회수해다시쿨와르를따라150m정도오르고바위에붙어200m더진출하고오후5시가넘어서등반을마친다.손발이꽁꽁얼어캠프도착후한참주물러야했다.

14일다시등반을나선다.신동민대원이선등으로나서고나와상게프리셰르파는로프와장비등무거운짐을지고묵묵히서포트한다.마지막100m구간은다시내가선등으로나서고하켄하나를든든히설치하고장비를데포하고텐트사이트를확인하고등반을마친다.8,400m지점까지진출했다.이제이곳에서200m를등반하면서릉에올라서고서릉을따라오르면우리가그토록그리던정상이기다리고있다.

9일만에C5가구축되었다.기적같은일이다.8,000m의희박한공기속에서,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에서,그것도남서벽코리아신루트에서우리는역사를만들었다.

▲112kg의무거운배낭을메고C3로향하는송준교대원과필자./2C3를향해루트작업중인필자와박영석대장(오른쪽)./3남서벽을배경으로고오희준·이현조의사진을들고.대원모두에게그리운산꾼들이다./4C4를향해루트를파악하는신동민대원.로체서벽과정상쿨와르가빤히바라보인다.

강기석대원C5구축중강풍에손가락동상

15일모든대원들이오랜만에BC에모였다.루트개척을위해BC를출발해14일동안고되게등반했으니몸은지칠대로지쳤지만우리에게는달콤한휴식과맛있는음식이기다리고있다.에베레스트의코리안루트에는박영석대장과송준교,신동민,강기석,이한구대원과내가등반하게되었다.김영미·박상문대원은에베레스트지원을마치고로체(8,516m)를등반하게될것이다.진재창부대장은에베레스트와로체를등반하는후배들을위해C2에남겠다고한다.대원들을위해희생하는부대장의모습에감격스럽고너무고맙다.부대장의희생과노력은꼭좋은결과로보답될것이다.

17일.충분한휴식을취하고송준교,김영미,박상문대원이셰르파들과C2에도착해로체등반준비와남서벽에짐수송등을하려했지만강풍으로등반이불가능해서18일모든텐트를해체하여돌로눌러놓고하산할수밖에없었다.CNN기상예보는계속해서강한바람을예보하고있다.

21일나와송준교,강기석,박상문대원과셰르파9명이C2로향한다.25일이바람이좀잦아들것이라는기상예보와함께디데이로정하고짐수송과C2재건설을위해먼저출발한다.로체는일단에베레스트등정후상황을결정하기로했다.다시짐수송을해야하고날씨는추워지고있다.하지만또다시부는강한바람에C2에발이묶일수밖에없었고,강한바람이계속되자등반을피하는셰르파들이늘어나정상공격을위한짐수송에도차질이발생했다.

24일C2에서밤새고민하던박대장이최종공격조를선발했다.C2에대기중인모든대원이정상을향한의지와기량,체력,컨디션등만반의준비를갖추고있지만단2명에게만정성도전의기회가주어진상황이다.먼저내가양보의사를밝혔고결국박대장은신동민,강기석대원을공격조로결정했다.오전10시파괴된C3복구를위해먼저나와송준교대원이C2를출발,30분후공격조2명과셰르파4명이C3로향했다.

신동민,강기석대원과함께정상에오를셰르파는상게푸리와밍마타망으로정해졌다.박대장의작전은24일밤불편하지만C3텐트한동에공격조2명과셰르파4명이새우잠을자고다음날모두C5까지진출,정상도전을노린다.C5까지지원한셰르파2명은하산하고,공격조2명과셰르파2명이당일밤10시정상을향하는것이다.현재에베레스트정상부는40~50km의강한바람이불고간간이스노샤워가쏟아지고있지만밤에는비교적바람이잦아지는추세이기때문에26일새벽2시출발을25일밤10시로당긴것이다.

오후4시돌풍과낙석을뚫고6시간만에C3에도착한나는쉴틈도없이공격조를위해완파된텐트사이트복구에나섰다.다행스러운건오후들어바람이조금가라앉았다는것이다.오후5시신동민대원이도착하고20분후강기석대원,5시50분엔셰르파4명이모두C3에닿았다.텐트사이트를복구한나는6시30분무사히귀환했다.

25일새벽4시30분기상,7시출발예정이던C3에문제가발생했다.정상조에끼었던상게푸리셰르파와또한명의셰르파가몸이안좋다고하산하겠다고한다.이제C3에남은셰르파는두명뿐이다.박대장은신동민·강기석대원이짐을나눠지는조건으로남은셰르파두명을설득,7시50분두대원과셰르파두명은C5로향한다.셰르파짐을군말없이나눠진신동민,강기석대원의투지가빛나는순간이다.

오전11시35분시속35km의강풍과스노샤워를헤치고신동민,강기석대원은C4에도착후오후1시50분셰르파락파왕디,밍마타망과함께C5를향해떠났다.오후들어바람이조금씩세어지고있다.거센바람을예상하고출발했지만너무도강한바람과추위에셰르파들은C4로돌아서고8,400m의최종진출지점에도착한두대원은강한바람속에텐트를설치하려고군분투했지만몸을주체할수없을정도로강하게부는바람에C4로돌아설수밖에없었다.이과정에서강기석대원은손에동상을입고26일홀로강한바람을뚫고하산을감행해밤늦게C2로돌아왔다.부상을감수한그의등반에절로눈물이흐른다.이때신동민대원과두셰르파는날이좋아지길기대하며C4에서긴긴밤을바람과싸우며버텼다.

부상당한강기석대원을대신해27일C5로바로이동해함께정상공격을감행하려했지만새벽부터부는시속75km의강한바람에C2는초토화되었다.식당텐트를비롯한모든텐트가찢기고부서진상황.대원들은밤새잠을이루지못하고본부텐트를부여잡고버텨야만했다.

▲1쿨와르에서바위구간으로접어드는신동민대원(8,150m)./2지난해도달한최고지점에도착해장비를파악하는강기석대원./3에베레스트남서벽신루트개념도./4강풍으로C4로내려선다음동상에걸린손가락을들여다보는강기석대원./5등반에앞서팡보체에세워놓은고오희준·이현조추모탑에서제를지내는박영석대장과대원들.

신화도전을위해또다시찾아올것이다

C4에도바람이강해움직일수없는상황이라고한다.더이상의등반이불가능하다.박영석대장은해가뜨면하산할것을명령한다.하지만,강한바람에하산도어려운상황이다.본부텐트를제외한모든텐트를포기하고대원들과셰르파들이필사적으로텐트를부여잡고C4에있는대원들이하산할때까지버틴다.

부상당한강기석대원과박상문대원,셰르파1명을먼저하산시키고,12시30분경신동민대원과셰르파들이무사히C2에도착했다.다행히큰부상없이하산할수있었다.검게탄얼굴과낙석으로이곳저곳찢어진원피스에서그들의처절한등반을느낄수있다.중요물품을챙겨하산하는길에바라본에베레스트남서벽은하얀구름이날리고있다.무엇이아쉬운것인지자꾸만뒤를돌아보게된다.

10월28일원정대는등반철수를결정한다.강풍으로인해텐트가모두난파되었고,2달동안계속되는원정으로대원들의체력이많이떨어진상태다.비록코리안루트개척에성공하진못했지만우리는최선을다했다.비록지금은이렇게철수하지만우리는또다시코리안루트개척을위해에베레스트남서벽을찾을것이다.

-글/이형모대원사진/원정대/월간산[470호]2008.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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