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사에게 듣는 산이야기] 유명환 신임 외교통상부 장관 *-

[명사에게듣는산이야기]유명환신임외교통상부장관

“저기가우이암이고바로밑에보문산장이있지?오래간만에오니길을잘모르겠네.”

매주토요일산행을하는토요산행멤버들과도봉산종주산행에나선유명환장관(61)이우이동으로내려가는갈림길에서멈칫거렸다.2006년여름장마가시작되는6월말원도봉유원지에서시작하여망월사~포대능선~자운봉~우이암을거쳐우이동으로내려서는6시간을걷는긴코스를종주한유명환장관은감회가남달랐다.

‘귀로듣고눈으로본것이갑자기기이하고장엄하니내마음도우쭐거려져어제와다름을느끼겠노라.대개사람의마음이환경에따라변한다는것을알겠노라.’

▲도봉산종주산행중우이암을지나는유명환장관.

조선조후기문인인김창협이금강산구룡연폭포앞에서느낌을이렇게표현했다.선인들이그러했듯유장관역시산수의천기를온몸에가득채우려고산을찾아나선다.눈을동그랗게뜨고정신을차리며이것저것따지면서산을찾아가는것이아니라유유자적하려고산을올라자유로움을즐겼다.

“등산처럼자유로운운동도없지요.산에가면마음이우선편해요.”

골프도치고스키도타지만등산만큼여유로운운동은없다고유명환장관은말한다.브레이크없는자동차처럼앞만보고달리지말고쉬면서일하자고직원들에게권장해오고있다.그러나외교관생활35년동안세계곳곳을떠돌다보니산을찾는여유를많이잊고살아왔다.

서울고시절부터암벽등반

중고교시절부터비봉골짜기며북한산여러곳을오르내리면서산의정취에흠뻑젖은소년은이제환갑을훌쩍넘긴나이가됐다.한때경기도시흥에살았던소년은뒷산과논두렁을찾아다니며메뚜기를잡고나물을뜯기도했다.지금도산야초에대해서풍부한지식을갖고있는것도그때보고듣고배운덕이다.

▲일본후지산하산길에서잠시쉬는유명환장관.지난해여름주일대사시절에올랐다.

서울로올라와용산구후암동에있는삼광국민학교를졸업하고,지금은이사를가서강남의서초동에자리잡고있는서울중고등학교에입학했다.원래서울고교는인왕산이올려다보이는옛경희궁터에있었다.교가에나오듯유장관은‘인왕산의억센바위정기를타고’,이화여대와연세대뒷산인안산의정기도듬뿍받고자랐다.

고교시절에는산악반에들어가주말이면배낭과군용A형텐트를짊어지고북한산으로내달렸다.자하문에서우이동까지8시간씩종주하고항고에불을지펴밥을해먹으면서선배들과암벽등반을배우기시작했다.등산화가따로없는시대여서군화를신었고,등산용자일이없어군용나일론줄에매달려북한산인수봉을오르내렸다.산악반선후배들은졸업하고마운틴빌라(서울고산악반OB)를만들어북한산과설악산에새로운바윗길을개척하는등왕성한산악활동을펼쳤었다.

그는서울대법대에입학하면서곧바로산악부에가입해산을계속다녔다.현한국산악회최홍건회장(중소기업연구원원장)은법대산악부선배중한분이다.

“서울법대산악부OB들모임인한오름회는현재회원수가300여명이나됩니다.반세기의역사와전통을가졌지요.회원들가운데이번새정부내각에유장관까지포함하여4명이장관으로입각하게됐습니다.이영희노동부장관,김경환법무부장관,원세훈행정안전부장관이우리산악부출신들입니다.”

최홍건회장의산악회자랑이계속이어진다.

“다들산에도열심히다니고공부도열심히했지요.그동안송종의전법제처장,윤서성대통령자문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장등다열거할수없을정도로장관급반열에오른사람들이많습니다.”

유명환장관은대학에서산악회활동을하다가통합민주당손학규대표등과함께학생운동을하느라잠시산악활동을멈추기도했다.작년까지한오름회(회장명노승법무부차관)회장을역임한유장관의1년선배인임도빈씨(전이천도자기EXPO대표)는법대시절단짝산친구였다.

“당시유장관의산악회동기생들이20여명있었는데,암벽등반도잘하고친화력이좋아그는두각을나타냈습니다.그러나학년이올라갈수록고시공부를하느라산악활동을그만두는회원들이많았습니다.”

▲2006년6월토요산행회원들과도봉산에서.왼쪽부터이승묵(전합섬협회이사),유영건(경원코퍼레이션대표이사),유승식(하버드대의대교수),주명건(전세종대이사장),임도선(고려대안암병원교수),김영수(한국농구연맹총재),유명환장관,문희태(건화진흥사장).

임도빈씨말대로유장관도고시공부하느라산을멀리할수밖에없었다.1973년제7회외무고시에합격한그는주일본대사관3등서기관을시작으로주싱가폴대사관1등서기관,외무부미주국북미과장,주미국대사관정무참사관,외무부대변인,UN대표부공사,대통령비서실외교안보비서관,외무부미주국장,북미국장,주미국공사,외교통상부테러전담대사,주이스라엘대사,주필리핀대사,외교통상부차관을거쳐2007년3월주일대사로부임했었다.

토요산행회원들과후지산도올라

주일대사로근무하면서일본과의관계개선과유대강화에힘써온그는잘알려져있듯미국통으로서이번새정부에서대미외교활동에큰역할을할것으로기대된다.

그는지난해주일대사로있을때부임한지5개월만인8월일본최고봉후지산(3,776m)을두번째찾아갔다.그가첫번째로후지산을오른것은일본에서첫외교관생활을하던1977년.30년만에후지산을다시찾아간것이다.일본인들사이에서는후지산을한번도안올라가봐도바보요,두번올라가봐도바보라고들말한다.후지산은일본인들에게‘산이상의산’이다.

▲1후지산중턱에서.2동이트는후지산정상못미처에다다른유명환장관(왼쪽)과양규모회장(가운데),대사관의박정갑씨.3김영수KBL총재(오른쪽)등일행과후지산을오르는유장관(가운데).4후지산정상에서앞줄왼쪽에서부터유명환장관,김영수KBL총재,박영철교수,양동훈윌렛코리아회장,박정갑(대사관총무과),뒷줄왼쪽부터유진석대양E&I회장,양규모(진양)회장,임도선(고려대안암병원교수).

후지산을두번째로오르는날유명환당시대사는토요산행회원들과동행했다.김영수한국농구연맹총재내외를비롯해박영철명예교수(서울대국제대학원)내외,양규모회장(진양),임도선교수(고려대의대),양동훈회장(윌렛코리아)내외,유진석회장(대양E&I)과대사관의박정갑씨가8월19일함께산을올랐다.

긴장대를짚고3,000m를넘는고산에서겪어야하는고소증의고통을이겨내며한발한발씩정상을향해유명환대사는일행들과함께무사히후지산정상에올랐다.어렸을때부터이산에서저산으로뛰어다니고암벽등반을열심히한덕에3,700m가넘는산을거뜬히오를수있었다.

“힘들었어요.그러나정상까지어어진쇠줄난간을주마링하듯잡고당기면서올라가니힘이좀덜들더군요.암벽타면서배운요령의하나였지요.”

▲5후지산을함께오르는필자(오른쪽)와유장관.6정상에서일출을기다리는유장관과김영수KBL총재.

동이트기전새벽에일어나정상에올라가후지산의해돋이를기다리며지켜본유명환대사는지난30년동안많이달라진일본의과거와미래를돌아보며깊은사색에잠기기도했다.

유명환대사는부임하자마자70여명이나되는대사관직원들과매월등산을같이다니자고제안하는것을잊지않았다.지난8월5일박석환공사를비롯한대사관직원28명은이미후지산을올라갔다왔다.유명환대사는서울서간팀과의약속때문에직원들과함께등반하지는못했다.

부임한지5개월만에후지산을올랐으니다음으로일본의등뼈인북알프스연봉을하나씩올라가볼생각이라고말했다.그러나외교통상부장관으로자리를옮기는바람에이산행은다음기회로미뤄질수밖에없게됐다.

▲부임직후천황에게신임장을제정하기위해황거로가는유명환대사행열.

유명환주일대사는1년이채못되는짧은기간이었지만교과서문제,역사왜곡문제,야스쿠니신사참배와독도문제등을슬기롭게잘대처해왔다.부부사이처럼싸울때는싸워도한편으로관계를강화해야하는한일관계를‘싸우면서도질그릇을깨지않는방법’으로해결하느라고심해왔다.

산에서쌓은내공으로얽히고설킨남북관계와미국,일본,중국,러시아등우방과돈독한관계를유지하기위한방안을새롭게정립하고,이명박정부가내세운경제살리기정책의일환으로펼치는자원외교에도그는큰역할을할것이다.산을오르듯뚝심있게,슬기롭게풀어나갈것이다.

-글·사진/이오봉사진가·아주대건축학부겸임교수/월간산[461호]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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