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의 4,000m급 명봉(1)] 뮌히 *-

[알프스의4,000m급명봉(1)]뮌히

베르너오벌란트의삼두마차중오른첫봉우리

융프라우요호~뮌히요호~정상~뮌히요호산장답사

동구권의슬로베니아에서부터시작해거대한활모양으로휘어져지중해연안까지뻗어있는알프스산맥은수많은봉우리들을거느리고있다.알프스의최고봉몽블랑은프랑스와이태리의경계선에,세계적인미봉마터호른은스위스와이태리의국경선에위치해있듯많은봉우리들과고개는여러나라들을구분짓고있다.

▲왼편에구름을잔뜩품고있는북동릉너머저멀리그로스피셔호른과그로스그룬호른이보인다.

바로이알프스산맥에솟은4,000m이상봉우리만도82개나된다.물론이숫자는단일봉우리를어떻게정의하느냐에따른논쟁의여지가있다.즉주봉에서몇미터이상떨어진위성봉을단일봉우리로택하느냐,가장높은콜에서서로몇미터이상떨어져야단일봉우리로인정하느냐,그리고그런수치적정의에는미치지못하지만누가보아도단일봉우리로서의위엄과어려움,아름다움을갖춘주변봉우리도단일봉우리로인정해야되지않냐등등의의견이분분하다.

4,000m이상봉우리들은스위스동부의베르니나(Bernina)산군에서부터프랑스의에크렝(Ecrin)산군까지펼쳐져있다.알프스의4,000m봉완등도전은알프스등반의황금시기였던19세기중반부터시작된다.바로마터호른이1865년에에드워드윔퍼일행에의해초등정됨으로써알프스등반의황금시기,즉알프스의초등반시대가막을내림으로써이후새로운도전이생겨난다.

물론근대알피니즘의비조알프레드머메리가이러한등정주의에서벗어나정당한수단에의한등로주의의기치를내걸었지만,한편에서는알프스4,000m봉모두를오르는알피니스트도생겨나게되었다.

▲(좌)본격적인능선에올라서기전의남쪽사면을오르는일행뒤로융프라우가보인다.(우)커니스가심하게진북동릉을따라정상으로향한다.

4,000m급레이스창시자칼블로디그
바로이알프스4,000m봉완등역사에서빠질수없는인물이있다.칼블로디그(KarlBlodig·1859-1956)박사다.비엔나출신의그는레슬링과체조로단련된체력으로1905년에당시까지알려진4,000m봉65개를모두올랐다.

하지만당시는새로운4,000m봉들이여전히발견되면서초등이이뤄지는시대였다.하여그는그러한것들을하나씩찾아올랐으며,마지막으로73세의나이에도베르트북사면을혼자올랐다.그때오른루트는당시의최고가이드아르망샤를레가초등한지불과닷새후의일이었으며,당시의기준으로는대단한등반성과였다.하여그가1882년부터1932년까지오른알프스4,000m봉들은모두76개였다.

이후영국인유스타스토마스가발리스산군의유명산악가이드조세프크누벨과함께8년간등반해1932년에블로디그의76개봉을완등한기록이있다.이후세계대전과히말라야초등반시대에접어들어알프스4,000m봉완등에는이렇다할관심이대두되지않았다.

한편4,000m봉들을한시즌에모두오르겠다는계획은1980년대에야대두되었다.1986년에스위스의에라르로레탕과앙드레조르주의연장등반시도가있었으며,영국인폴매크릴과존롤랜드가1988년5월에베르니나부터시작해도중에한명이빠졌지만9월19일에마지막봉우리를올랐다.그리고1993년에또다른영국산악가이드시몽젠킨과마틴모란이새로운기준의75개봉을52일만에올랐다.

그런후,2004년까지특별한기록이없다가프랑스의유명산악인파트릭베로와필립마뇽이1993년도에발표된국제산악연맹(UIAA)의4,000m급82개봉목록에따라그해봄에등반을시도했다.하지만베로가67개째봉우리를완등하며돔-태시호른을횡단하다가커니스가무너져사망했다.그후2007년겨울에슬로베니아의유명산악가이드미하발릭(MihaValic)이동료들의지원을받아UIAA기준의82개봉들을모두오른기록이있다.

앞으로는현대기술문명의이기즉,케이블카나자동차를이용하지않고서82개봉을모두오르는보다‘순수한’등반시도가이어지리라본다.

필자가이곳알프스에본격적으로와지낸지올해로8년이된다.그리고알프스를처음찾은지는20년이다되어간다.그동안4,000m급봉우리는30개가까이올랐는데,이번에기회가닿아모든봉우리를하나씩답사해보기로했다.단순히숫자를채우기위한등반이아닌알프스의고봉들을하나씩오르며알프스등반의정취를만끽하고가보지않은봉우리를오르는즐거움도찾으며알려지지않은곳을소개하고픈마음도있다.그러한산정들에서접할감회가어떨지벌써부터가슴이뛴다.하여튼이번알프스4,000m봉등반계획은국제산악연맹(UIAA)의82개목록에따르기로했다.

그럼82개나되는알프스의봉우리들중맨처음어디부터오를까라는즐거운고민이생겼다.하여한국산악인들에게익히알려진뮌히(Mo¨nch·4,107m)와융프라우(Jungfrau·4,158m)부터오르기로했다.물론알프스의최고봉몽블랑부터오를까하는생각도들었지만필자가머물고있는샤모니계곡에서늘마주보고있기에몽블랑을오를기회는자주있으리라는심산도한몫했다.이번등반에동행한이는이태리볼자노에거주하는임덕용선배와한국서온산악회후배나현숙이다.

▲융프라우요호에서본뮌히.등반은오른편능선을따른다.

임덕용,나현숙,그리고나
이른아침,등반짐을가득실은임선배의승용차로샤모니를떠난다.얼마있지않아몽테고개를넘으며샤모니계곡을빠져나간다.곧이어국경을지나스위스땅이다.마르티니로내려가자아침햇살이반긴다.언덕에경작하고있는포도넝쿨의초록잎들이빛의물결에넘실댄다.첫등반에대한기대로사뭇마음까지들뜬다.

이태리와프랑스로통하는교통의요지인중소도시마르티니에서우리는곧장론계곡을오른다.그린델발트(Grindelwald·1,034m)로가는가장빠른길을잡기위해서다.시온을지나가파른산길을오르자터널이나타난다.이곳은기차로지나는터널이다.즉승용차나버스가기차위에실려터널을지난다.물론통행료(25CHF)가있다.

승용차에탄채기차에실려터널을지나자스위스산골의목가적풍경의마을들이연이어진다.얼마후,드넓은호숫가에위치한인터라켄이나타난다.그린델발트로오르는계곡위로저멀리융프라우와뮌히가살짝고개를내민다.이윽고알파인분지에자리잡은그린델발트다.우선아이거북벽의웅장함이마음을잡아끈다.한낮의기온에차츰북벽에구름이몰려들고있었다.

장비를챙기고융프라우요호행기차에몸을실은것은정오가다되어서다.수많은관광객들틈에아이젠이며피켈,심지어설피까지챙겨든우리를위해승무원은특별좌석까지마련해준다.크라이네샤이데그를거쳐이윽고융프라우요호전망대다.곧장긴복도를빠져나온우리는뮌히요호(Mo¨nchsjoch)산장으로이어지는눈밭길을걷는다.산장에다녀오는몇몇산악인과일반인들이보인다.

30분쯤걷자저멀리오른편산자락에뮌히요호산장이보인다.오늘밤우리가묵을산장이다.하지만지금은아니다.우리는뮌히를오르기위해산장으로이어지는길에서벗어나눈밭길을오른다.한낮의열기에녹은설사면이발목이상빠진다.출발지점에도착해무거운짐을내려놓고등반에필요한짐만챙긴다.이미등반을마치고내려오는팀도있다.대부분이른아침에등반을시작했기때문이다.마침세명의산악인이내려오는데,맨뒤에서내려오던산악가이드가‘곤니치와!’라며인사를건넨다.웃으며‘안녕하세요’라고하니대뜸한국인을몰라봐실례했다며“안녕하세요”라며답례한다.스위스인의한기질을엿본다.

기분좋게그들과헤어진우리는본격적인등반을시작한다.출발지점의바위지대를올라설사면이시작되는곳에서아이젠을착용한다.한낮의열기에눈이젖어있다.등반은남동릉을따르며간혹바위도나타나지만설사면을타고오르는경우도있다.

마침위에서두명의산악인이내려오더니뒤따르던남자가슬립을한다.천만다행으로그는앞사람을피해약5m쯤미끄러지더니멈춰선다.앞서내려오던여자친구인듯한이가놀란눈으로추락자를지켜본다.그들아래로는수백미터의낭떠러지다.이런광경을보고서우리도바짝긴장한다.비록등반난이도가PD+급으로어렵지않지만만만하게오를생각일랑말자며한발두발조심해서발걸음을뗀다.

▲(좌)남동릉중간부를오르는일행뒤로알레치빙하가펼쳐져있다.(우)남동릉바위아래에위치한뮌히요호산장.등반출발지점에서약10분거리에있다.

칼날능선서실수하면최소500m추락
이제본격적인능선에올라선다.우측에는에빅쉬네펠빙하가펼쳐져있으며,그너머로저멀리피셔호른과핀스터라르호른이보인다.한편좌측으로는뮌히남서릉너머로융프라우가우뚝솟아있다.길은좁은바위지대도타넘고설릉도지난다.임선배와후배는안자일렌을한채앞뒤를번갈아가며오른다.오르는그들뒤로알레치빙하가흐르고있다.이지역에서가장긴빙하다.차츰시간이흐르자구름들이모였다흩어진다.그리고고도를올리자기온이내려가하나둘재킷을챙겨입는다.뮌히산장에서잘예정이기에급할게없던터라등반에여유가있다.천천히올라도4,000m대의등반이라숨이가쁘기는마찬가지다.

이제더는우리를지나쳐내려가는산악인은없다.뮌히를오르는이는우리뿐이다.조용히한발두발오르고또오른다.마지막바위지대를지나자긴설벽이펼쳐진다.

약3,800m지점이다.한동안설벽을오르자정상으로이어지는완만한경사도의설릉이나타난다.이제부터루트는북서방향으로나있다.한결경사가완만해졌지만설릉오른편으로커니스가져여간조심스럽지않다.바짝긴장하며칼날능선길을걷는다.자칫잘못해혹넘어지기라도한다면좌우로최소한500m이상은추락이다.

한낮의열기에피어오른구름들이이미정상부를뒤덮고있다.그래도바람에구름들이흩어져시야가나쁘지는않다.마침내정상이다.좁은눈언덕위가정점이다.우리외에는아무도없다.구름이북동쪽에머물러있어아이거는보이지않지만남서쪽에솟은융프라우는지척이다.그래도9년전에이곳에올랐을때보다는한결전망이좋다.그때는온통구름에휩싸여아무것도볼수없었다.우리셋은악수를나누며등정을축하한다.알프스첫4,000m급등정을기념하기위해엄지손가락을치켜세우며기뻐한다.

서쪽에서불어오는바람이차덧옷을껴입고따뜻한차를한잔씩마신다.빠르게흩어져지나가는구름만이알프스의한산정에오른우리를반기는듯하다.바로남쪽으로흐르는알레치빙하를굽어보며적막한기쁨을즐긴다.이제시작이다.앞으로수많은어려움도있겠지만바로이런즐거움때문에산을오르지않겠냐는생각에만족해한다.셋모두의표정이밝다.

▲빠르게흐르는구름사이에올라선뮌히정상.

해발3,657m의뮌히요호산장
자,이제하산할시간이다.안전한하산후에더큰등반의만족감이찾아올테니바짝긴장하며발걸음을뗀다.조심해서칼날설릉을지난다.가파른설사면에서는뒤따르는자가피켈로확보까지보며내려간다.설사면의눈은한층젖어위험하기그지없다.그럴수록발걸음을더조심해서뗀다.

쉼없는하산길후,드디어출발지점까지무사히내려왔다.안도의한숨에모두들얼굴이환해진다.두고간장비를챙겨뮌히요호산장으로향한다.약10분만에산장에도착한다.산장에는몇몇산악인들뿐이다.간단히저녁을먹고곧바로침상에든다.뮌히등반이그다지어렵지않았지만우리모두에게는새벽부터움직인긴하루였기에피곤했다.밖에서는나빠진날씨에바람소리가심하다.3,657m고지의산장이라경미한고소증세마저느껴져모두잠을설치는밤이었다.

새벽에일어나보니강풍이산장베란다에걸어둔스위스국기를세차게때린다.다음등반대상지인융프라우주변에는먹구름이잔뜩몰려있다.하여새벽에떠나기로한계획을잠시미룬다.몇시간을더잤을까.급히일어나바깥창문을여니날이개어있다.급히짐을챙겨융프라우로떠난다.융프라우요호를거쳐등반출발지점에이르는데,여섯명의산악인이돌아오고있다.가만히보니어제뮌히등반출발지점에서만난스위스산악가이드가인솔하는팀이다.그들은기온이너무높아눈사태위험때문에등반을포기하고내려온다고했다.

그러고보니그들외에융프라우를등반하는팀은아무도없다.그런와중에융프라우북동릉사면에서는쉴새없이눈사태가쏟아져내린다.갈등이일지않을수없다.여기까지와등반을포기할순없지만눈사태의위험은어떠한욕망보다커결국우리도등반을포기할수밖에없었다.이제시작이기에앞으로얼마든기회는있으리라여기며발길을돌렸다.내년,아니면그다음해에도융프라우는분명그자리에그대로있을터였다.

뮌히등반정보

그린델발트계곡위에우뚝솟은베르너오버란트의삼두마차(아이거·뮌히·융프라우)정중앙에위치한뮌히는수도사란애칭이붙어있다.정상부가눈과얼음으로둘러싸인뮌히는상대적으로등반높이가낮아당일등반을즐길수있는대상지이다.

초등은1857년5월에포르지일행이남동릉의북동스퍼로올랐다.하지만오늘날가장널리오르고있는안전한루트는1863년7월말에맥도날드일행에의해초등된남동주릉이다.등반높이가500m가조금넘는짧은코스지만리지상의바위구간들을조심해서지나야하며,여름성수기에는좁은능선길에서등행자들을피해오르내려야하는위험한경우도있다.정상부능선은커니스가진구간도있으며,눈이녹지않는아침일찍등반하는게바람직하다.등반에3시간,하산에2시간정도소요된다.

뮌히요호산장(Mo¨nchsjochHut3657m)
뮌히동남릉자락에위치한뮌히요호산장은융프라우요호전망대에서2km떨어져있다.전망대에서북동방향으로난눈밭길을45분걸으면닿는다.산장지기가4~5월과6월말~9월중순까지상주하는개인소유의산장으로서접근이편하고인기가있어성수기에는예약후찾아가는게바람직하다.
1.5리터물한병이12프랑,하룻밤숙박비는28프랑이며,기타식비등은비싼편이다.전화번호및이메일주소는다음과같다.41(0)339713472,email:info@moenchsjoch.ch

-글·사진/허긍열한국산악회대구지부회원/월간산[468호]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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