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의슬로베니아에서부터시작해거대한활모양으로휘어져지중해연안까지뻗어있는알프스산맥은수많은봉우리들을거느리고있다.알프스의최고봉몽블랑은프랑스와이태리의경계선에,세계적인미봉마터호른은스위스와이태리의국경선에위치해있듯많은봉우리들과고개는여러나라들을구분짓고있다.
바로이알프스산맥에솟은4,000m이상봉우리만도82개나된다.물론이숫자는단일봉우리를어떻게정의하느냐에따른논쟁의여지가있다.즉주봉에서몇미터이상떨어진위성봉을단일봉우리로택하느냐,가장높은콜에서서로몇미터이상떨어져야단일봉우리로인정하느냐,그리고그런수치적정의에는미치지못하지만누가보아도단일봉우리로서의위엄과어려움,아름다움을갖춘주변봉우리도단일봉우리로인정해야되지않냐등등의의견이분분하다.
4,000m이상봉우리들은스위스동부의베르니나(Bernina)산군에서부터프랑스의에크렝(Ecrin)산군까지펼쳐져있다.알프스의4,000m봉완등도전은알프스등반의황금시기였던19세기중반부터시작된다.바로마터호른이1865년에에드워드윔퍼일행에의해초등정됨으로써알프스등반의황금시기,즉알프스의초등반시대가막을내림으로써이후새로운도전이생겨난다.
물론근대알피니즘의비조알프레드머메리가이러한등정주의에서벗어나정당한수단에의한등로주의의기치를내걸었지만,한편에서는알프스4,000m봉모두를오르는알피니스트도생겨나게되었다.
바로이알프스4,000m봉완등역사에서빠질수없는인물이있다.칼블로디그(KarlBlodig·1859-1956)박사다.비엔나출신의그는레슬링과체조로단련된체력으로1905년에당시까지알려진4,000m봉65개를모두올랐다.
하지만당시는새로운4,000m봉들이여전히발견되면서초등이이뤄지는시대였다.하여그는그러한것들을하나씩찾아올랐으며,마지막으로73세의나이에도베르트북사면을혼자올랐다.그때오른루트는당시의최고가이드아르망샤를레가초등한지불과닷새후의일이었으며,당시의기준으로는대단한등반성과였다.하여그가1882년부터1932년까지오른알프스4,000m봉들은모두76개였다.
이후영국인유스타스토마스가발리스산군의유명산악가이드조세프크누벨과함께8년간등반해1932년에블로디그의76개봉을완등한기록이있다.이후세계대전과히말라야초등반시대에접어들어알프스4,000m봉완등에는이렇다할관심이대두되지않았다.
한편4,000m봉들을한시즌에모두오르겠다는계획은1980년대에야대두되었다.1986년에스위스의에라르로레탕과앙드레조르주의연장등반시도가있었으며,영국인폴매크릴과존롤랜드가1988년5월에베르니나부터시작해도중에한명이빠졌지만9월19일에마지막봉우리를올랐다.그리고1993년에또다른영국산악가이드시몽젠킨과마틴모란이새로운기준의75개봉을52일만에올랐다.
그런후,2004년까지특별한기록이없다가프랑스의유명산악인파트릭베로와필립마뇽이1993년도에발표된국제산악연맹(UIAA)의4,000m급82개봉목록에따라그해봄에등반을시도했다.하지만베로가67개째봉우리를완등하며돔-태시호른을횡단하다가커니스가무너져사망했다.그후2007년겨울에슬로베니아의유명산악가이드미하발릭(MihaValic)이동료들의지원을받아UIAA기준의82개봉들을모두오른기록이있다.
앞으로는현대기술문명의이기즉,케이블카나자동차를이용하지않고서82개봉을모두오르는보다‘순수한’등반시도가이어지리라본다.
필자가이곳알프스에본격적으로와지낸지올해로8년이된다.그리고알프스를처음찾은지는20년이다되어간다.그동안4,000m급봉우리는30개가까이올랐는데,이번에기회가닿아모든봉우리를하나씩답사해보기로했다.단순히숫자를채우기위한등반이아닌알프스의고봉들을하나씩오르며알프스등반의정취를만끽하고가보지않은봉우리를오르는즐거움도찾으며알려지지않은곳을소개하고픈마음도있다.그러한산정들에서접할감회가어떨지벌써부터가슴이뛴다.하여튼이번알프스4,000m봉등반계획은국제산악연맹(UIAA)의82개목록에따르기로했다.
그럼82개나되는알프스의봉우리들중맨처음어디부터오를까라는즐거운고민이생겼다.하여한국산악인들에게익히알려진뮌히(Mo¨nch·4,107m)와융프라우(Jungfrau·4,158m)부터오르기로했다.물론알프스의최고봉몽블랑부터오를까하는생각도들었지만필자가머물고있는샤모니계곡에서늘마주보고있기에몽블랑을오를기회는자주있으리라는심산도한몫했다.이번등반에동행한이는이태리볼자노에거주하는임덕용선배와한국서온산악회후배나현숙이다.
이른아침,등반짐을가득실은임선배의승용차로샤모니를떠난다.얼마있지않아몽테고개를넘으며샤모니계곡을빠져나간다.곧이어국경을지나스위스땅이다.마르티니로내려가자아침햇살이반긴다.언덕에경작하고있는포도넝쿨의초록잎들이빛의물결에넘실댄다.첫등반에대한기대로사뭇마음까지들뜬다.
이태리와프랑스로통하는교통의요지인중소도시마르티니에서우리는곧장론계곡을오른다.그린델발트(Grindelwald·1,034m)로가는가장빠른길을잡기위해서다.시온을지나가파른산길을오르자터널이나타난다.이곳은기차로지나는터널이다.즉승용차나버스가기차위에실려터널을지난다.물론통행료(25CHF)가있다.
승용차에탄채기차에실려터널을지나자스위스산골의목가적풍경의마을들이연이어진다.얼마후,드넓은호숫가에위치한인터라켄이나타난다.그린델발트로오르는계곡위로저멀리융프라우와뮌히가살짝고개를내민다.이윽고알파인분지에자리잡은그린델발트다.우선아이거북벽의웅장함이마음을잡아끈다.한낮의기온에차츰북벽에구름이몰려들고있었다.
장비를챙기고융프라우요호행기차에몸을실은것은정오가다되어서다.수많은관광객들틈에아이젠이며피켈,심지어설피까지챙겨든우리를위해승무원은특별좌석까지마련해준다.크라이네샤이데그를거쳐이윽고융프라우요호전망대다.곧장긴복도를빠져나온우리는뮌히요호(Mo¨nchsjoch)산장으로이어지는눈밭길을걷는다.산장에다녀오는몇몇산악인과일반인들이보인다.
30분쯤걷자저멀리오른편산자락에뮌히요호산장이보인다.오늘밤우리가묵을산장이다.하지만지금은아니다.우리는뮌히를오르기위해산장으로이어지는길에서벗어나눈밭길을오른다.한낮의열기에녹은설사면이발목이상빠진다.출발지점에도착해무거운짐을내려놓고등반에필요한짐만챙긴다.이미등반을마치고내려오는팀도있다.대부분이른아침에등반을시작했기때문이다.마침세명의산악인이내려오는데,맨뒤에서내려오던산악가이드가‘곤니치와!’라며인사를건넨다.웃으며‘안녕하세요’라고하니대뜸한국인을몰라봐실례했다며“안녕하세요”라며답례한다.스위스인의한기질을엿본다.
기분좋게그들과헤어진우리는본격적인등반을시작한다.출발지점의바위지대를올라설사면이시작되는곳에서아이젠을착용한다.한낮의열기에눈이젖어있다.등반은남동릉을따르며간혹바위도나타나지만설사면을타고오르는경우도있다.
마침위에서두명의산악인이내려오더니뒤따르던남자가슬립을한다.천만다행으로그는앞사람을피해약5m쯤미끄러지더니멈춰선다.앞서내려오던여자친구인듯한이가놀란눈으로추락자를지켜본다.그들아래로는수백미터의낭떠러지다.이런광경을보고서우리도바짝긴장한다.비록등반난이도가PD+급으로어렵지않지만만만하게오를생각일랑말자며한발두발조심해서발걸음을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