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스페이스와 함께 오르는 알프스의 4,000m급 명봉 [2] *-

[노스페이스와함께오르는알프스의4,000m급명봉(2)]핀스터라르호른(4274m)

베르너산군조망대
뮌히요호산장~콩코르디아빙원~북서릉~정상왕복

베르너알프스의깊숙한곳에위치한핀스터라르호른(Finsteraarhorn·4,273m)은이산군의최고봉이다.북서쪽에서바라보면거대한쐐기모양으로우뚝솟은이봉우리는4,000m급주요봉우리중에서15위봉우리로서,같은산군에위치한융프라우나아이거못지않은위엄을갖추고있다.특히정상에서바라보는주변봉우리들의파노라마가장관이다.

▲4시간이상걸려마침내북서릉아래에도착했다.뒤로피셔빙하와알레치빙하가보인다.
더구나피셔호른(Fiescherhorn)에서발원해핀스터라르호른앞으로굽이돌며남쪽으로흘러내리는피셔빙하를등반내내지켜볼수있다.베르너산군심장부에위치해있어접근로가길고힘들지만,일단산아래의산장에도착하면등반은수월한편이다.하여이당당한봉우리는많은산악인들에게인기가높다.특히산악스키로접근이수월한봄철의맑은날에는산장이붐빌정도다.지난여름에찾았을때보니9년전필자가이봉우리를오를때이용한핀스터라르호른산장은크게개보수한상태였다.

바로이베르너산군의최고봉을오르기위해뮌히요호산장(MonchsjochHut·3,657m)을일찌감치출발했다.동행한이는임덕용선배와후배나현숙이다.한낮의열기에빙하위의눈이젖어있다.다행히우리에게는설피가있었다.하지만설피를신었는데도발걸음이무겁기는매한가지다.잠시급경사설사면을걸어내린후부터는드넓은눈밭이다.

한동안그로스피셔호른과힌터피셔호른방향으로걸으며빙하왼편가장자리로접어든다.
빙하중앙과오른편아래쪽으로크레바스지대가형성되어있기때문이다.빙하오른편에솟은트루베르그(Trugberg·3,933m)북동사면에서연신눈사태가발생한다.그만큼한낮의열기가정점에달해있었다.

▲콩코르디아플라츠에서동쪽으로오르는일행위로그룬호른고개가보인다.

뮌히요호산장에서출발

이제우리는피셔호른을뒤로하고그로스그룬호른(Gross-Grunhorn·4,044m)을왼쪽에두고걷는다.모두4,000m가넘는봉우리들로서우리가오를대상들이다.하지만우선목표는핀스터라르호른이다.이제빙하는남서쪽으로방향을튼다.융프라우쪽에서곧바로내려오는알레치빙하와만나형성된거대한빙하의평원,콩코르디아플라츠(Konkordia-Platz)가발아래로내려다보인다.빙하왼쪽으로끼고내려가는데도크레바스들이산재해있다.이제부터안자일렌을하며걷는다.차츰경사가심해져더는설피를신고걸을수없다.양손에설피를들고급경사의설사면을걸어내리니마침내콩코르디아빙원이다.크기와모양새가파리의콩코드광장(PlacedelaConcorde)을닮았다며이름붙은곳이다.뮌히요호산장을출발한지2시간반걸렸다.800m표고차를걸어내린셈이다.

2,800m고지라빙하위로여러물줄기들이흘러내렸다.사막에서만난오아시스마냥반갑게시원한빙하물을들이키며한숨돌린다.그리고보온병에까지차디찬냉수를가득채운다.이제부터계속되는오르막길에대비하기위해서다.다시배낭을짊어진다.빙하좌측의모레인지대를따라가니저멀리언덕위에콩코르디아산장(KonkordiaHut·2,850m)이보인다.까마득한벼랑위에새둥지처럼위치한산장은잠시나마가볼엄두가나지않는다.빙하바닥에서적어도100m위에있기때문이다.

1877년그곳에산장을지을때만해도산장바로아래몇미터까지빙하가흘렀다고하니지구온난화로인해빙하가녹긴꽤나녹은셈이다.산장앞,게양대높이펄럭이는붉은십자가의스위스국기로보아산장지기가상주하는모양이다.이미6월말에접어들었기에모든산장이문을여는시기였다.물론뮌히요호산장에서알아본바에의하면우리가묵을핀스터라르호른산장은며칠후에나문을연다고했다.

이제본격적인오르막이다.질펀한눈밭군데군데가마치눈의늪처럼푹푹빠진다.곧돌밭이라설피를신지않았더니발목이상빠진다.방수가잘된다는등산화라도차디찬빙하물에젖어버렸다.반면임선배는돌길을아랑곳하지않은채계속해서설피를신고오른다.배낭을벗어설피끈을묶는것만도고역이기때문이다.두번더번거로운절차를마치고서야돌밭길을벗어난다.이제부터본격적인눈밭이다.설피를단단히조여신고그룬호른고개(Grunhornlucke·3,286m)로향한다.드넓은사면에는우리뿐이다.

콩코르디아빙원서부터다시오르막

사방에펼쳐진풍경은선경이나다름없다.그룬호른고개위로뭉게구름이두둥실떠다니고뒤따르는이들뒤로는콩코르디아플라츠와그너머의알레치호른이한눈에보인다.오랜만에맛보는한적한즐거움이다.하지만표고차500m의고갯길은힘겹기만하다.한낮의열기에잔뜩녹은설사면은설피를신었는데도발을잘못디디면뒤로밀리곤한다.따가운햇살아래서한발두발위로만발걸음을옮긴다.이윽고고갯마루다.우리의목표인핀스터라르호른이드디어보인다.살짝고개만내밀더니넓은눈밭을지나내리막에접어들자웅장한산세가한눈에건너다보인다.비록9년전에오른봉우리지만이고개에서보니기가질리고만다.

▲아직비시즌이라우리는자그마한동계산장(윈터룸)을이용했다./콩코르디아플라츠에서동쪽으로오르는일행위로그룬호른고개가보인다.

이제한동안완경사설사면을걸어내린다.피셔빙하에내려서기위해서다.빙하건너편언덕에위치해있는산장이자그마하게보인다.힘이솟지만고갯마루에서생각했던것보다빙하가꽤나넓다.한동안경사진설사면을횡단한다.설피가자꾸밀려발걸음이불편하다.이윽고피셔빙하바닥에내려서서산장으로향한다.작은모레인지대를지나쿨와르를따라오른다.약100m위에서바위언덕으로돌아오르니마침내산장이다.7시간걸렸다.

산장은아직문을열지않은상태라통나무로지은작은윈터룸만열려있다.독일산악인둘이먼저와있다.그들은그림셀고개(GrimselPass)에서출발해이틀걸려이곳에도착했다고한다.산장앞나무바닥에서오후의따뜻한햇살을즐기는그들옆에주저앉는다.우리도신발을벗어양말이며옷가지를말리며쉰다.산장주변돌밭사이의풀밭여기저기에야생화들이만발해있다.해가기울자빙하를타고내려오는바람이찼지만융프라우요호보다고도가낮은곳이라훈풍처럼느껴진다.호젓한산장에서맞이하는알프스의오후를즐긴다.

▲①피셔빙하를가로지르는일행위로핀스터라르호른이솟아있다.등반선은11시방향으로올라왼편능선을따른다.②시즌초반이라아무도오르지않은북서릉의설사면을조심해서오르고있는일행.③칼날능선의북서릉구간구간은하산시더위협적이었다.

산장에서7시간걸려정상에서다

다음날산행을위해일찍잠자리에든다.하루종일먼길을걸은탓에모두곤히잔다.알람시계의울림소리에눈을뜨니새벽4시다.2층침상에서자고있는독일산악인들에게미안해하며조심해서아침을챙겨먹고장비를착용한다.출발준비를하고산장을나서니날이밝아오고있었다.헤드랜턴이필요없을정도다.아이젠을착용하고경사진설사면을오르기시작한다.크레바스의위험이없어서로줄을묶지않고오른다.각자자신이편한발걸음을내딛으며남서면의긴긴설사면을오르고또오른다.

하늘에는구름이많다.기온이차지않아오히려걱정이다.본격적인등반이시작되는정상부능선까지줄곧설사면을타고올라야하기에발이빠지면그만큼힘이든다.급기야몇몇구간에서는벌써부터푹푹발이빠져여간힘겹지않다.하여가능한한단단한설사면을골라오른다.사각사각거리는아이젠소리를즐기며2시간이상오르자남서릉중간의안부다.

3,616m지점으로서‘아침먹는자리’라는지명말대로새벽에출발한산악인이잠시쉬어가기좋은곳이다.우리도바람을피해쉬어간다.

이제해가떠올랐다.하지만동쪽하늘에드리운구름에가려햇볕의세기는미미했다.남쪽으로흘러내리는피셔빙하를타고구름이몰려오고있었다.혹시날씨가나빠지는것은아닌가싶어자리를털고일어난다.가파른설사면을조심해서횡단한다.또다시긴긴설사면을올라야한다.지그재그로오르고또오르지만끝이없다.몇몇구간에서는크러스트된사면이체중에꺼져여간힘겹지않다.그래도뒤따르는이들너머로펼쳐지는파노라마가장관이다.

빙하위로피어나는구름과그위로솟아오른봉우리들,구름의그림자등등이한데어울려마치수채화같다.

이윽고4,088m지점의북서릉아래안부(Hugisattel)에이른다.4시간이상걸렸다.바람이세차옷을고쳐입고장비를챙긴다.이제부터자일을묶고피켈을이용해오른다.암빙혼합구간을지나커니스진설릉아래쪽사면을오른다.즉북서릉의서쪽사면이다.여간조심스럽지않다.자칫잘못해커니스진동쪽사면으로추락하면끝장이다.살짝고개를들어내려다보니1,000m아래의빙하가훤히보인다.우선발디딤을확실하게만들며나아간다.시즌이일러우리보다앞서간발자국은없다.9년전이곳을오를때에비해여간신경쓰이지않는다.급기야몇몇구간은말안장을타듯바위위에쌓인눈에엉덩이를깔고살금살금전진한다.그리고몇십미터깊이의안부를오르내린다.

이미시간은정오가훨씬지났다.서쪽에서불어오는바람은오를수록세차다.이러다간혹정상에못가는것은아닌가도싶다.묵묵히뒤따르는임선배와후배도이제말이없다.급기야바로저언덕만오르면정상이려니여기며오른곳에서본진짜정상은너무멀어보인다.누군가의발자국이라도있다면거리감이덜하겠건만아무런흔적도없어정상은멀게만느껴진다.그래도여기까지온마당에계속해서전진이다.뒤따르는이들이오히려더든든하게뒤를밀어주는것같다.몇번칼날능선을오르내리자마침내정상이다.생각했던것보다짧았다.산장을출발한지7시간이나걸렸다.9년전에비해2시간더걸린셈이다.

베르너산군의모든봉우리들이한눈에

정상에는커다란십자가가세워져있다.9년전에비해눈이많이덮여있었고,십자가가한쪽으로기울어져있었다.우리셋은등정의기쁨을나누며굳은악수를한다.알프스82좌중두번째로오른봉우리다.늦은점심을먹으며알프스의한산정에선순간을즐긴다.하늘높이옅은구름이자욱했지만베르너산군의모든봉우리들이한눈에들어온다.마냥산정에머물수없어하산을서두른다.강한서풍에맞서서조심해서클라이밍다운을한다.안전한하산후맞이하는등정의기쁨이더크다는사실을알기에바짝긴장하며한발두발내딛는다.

▲9년전에비해좀더기울어져있는십자가가있는정상너머로피셔빙하가흐르고있다.

이윽고북서릉을안전하게내려선다.모두안도의한숨을내쉬며불필요한장비를배낭에챙겨넣는다.이제부터긴긴설사면을걸어내리기만하면된다.그래도몇몇군데에는크레바스의위험이있고,가파른설사면에서미끄러지면위험한구간도있다.하여임선배와후배는안자일렌을하고필자는따로걷는다.한낮의기온에설사면은이제완전히녹아어떤곳은심지어무릎까지빠진다.마치진흙탕을걷는듯한기분이다.그래도내리막길이라걷기수월하다.몇몇경사진사면에서는판상눈사태가발생해있다.제발우리가오르내리는구간에는발생하지말아주길기원하며드넓은설사면을가로질러내려온다.

이윽고남서릉안부에도착해잠시휴식을취한다.수통의물이부족하자임선배는젖은눈을가득담아흔들어마신다.얼마있지않아구름이짙어지더니비가내리기시작한다.하산을서두른다.오를때와는달리작은쿨와르를가로질러내린다.질퍽한설사면이위험했지만무사히내려와크레바스지대를우회해언덕하나를내려오니마침내산장이보인다.안도의한숨을내쉬며마지막까지한발한발조심해서급사면을걸어내린다.

어느새비는그쳤다.마침내산장이다.11시간이걸린셈이다.독일산악인둘이반긴다.하루종일산장주변에서해바라기나했다는그들에게임선배는약을올린다.“느그들은모를거야.정상에다녀온우리들만알수있는이기쁨말이야.”후배와필자도웃으며등산화를벗어젖은양말을짜말린다.그리고산장앞나무바닥에대자로눕는다.구름사이로내리쪼이는햇볕이따스하게발바닥에닿았다.

산행정보

베르너산군의최고봉핀스터라르호른은접근로가길다.주로3군데서접근하고있다.가장쉽고일반적인출발점은융프라우요호전망대쪽에서다.전망대에서곧장알레치빙하를타고내려콩코르디아플라츠에서그룬호른고개를넘는다.물론우리처럼뮌히요호산장에서자고에비히슈네펠트(Ewigschneefeld)빙하를따라내려와콩코르디아플라츠를경유할수도있다.두경우다약5~7시간소요된다.

한편베르너산군의동쪽끄트머리에위치한그림셀고개에서출발하여오베르라르요호를지나는경우도있다.이경우고개에위치한산장에자고접근하는게일반적이다.마지막으로베르너산군남쪽의피시(Fiesch)에서출발하는데,이경우에도많은시간(약10시간)이걸린다.

가장일반적인루트인북서릉의등반난이도는PD급으로서그다지어렵지않다.하지만정상부리지에얼음이덮인다거나선등자의발자국이없는시즌초에는등반이어려워진다.그리고리지상의커니스를조심해야한다.출발지인핀스터라르호른산장은봄여름성수기에산장지기가상주하며,그외에는작은윈터룸만개방해둔다.성수기에는예약후이용하는게바람직하다.전화번호41(0)338552955.스위스산악회소유인이산장의1박요금은28스위스프랑이며,UIAA가맹단체산악회원인경우1/3할인받을수있다.

-글·사진/허긍열한국산악회대구지부회원/월간산[469호]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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