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미국발세계경제위기와맞물려빠르게침체의늪으로빠져들고있다.국내부동산거품이급속히붕괴하고있고,환율은정부개입에도불구하고폭등하고있다.한국은행이기준금리를계속인하고있지만시중금리는여전히높은상태다.주가는2007년고점대비반토막수준까지내려왔다.그뿐만이아니다.신규아파트미분양물량이증가하면서건설업계위기론이고개를든지오래다.중소기업은물론이고이들에게돈을빌려줘야할금융기관마저자금난에허덕이고있다.
자영업자가줄줄이무너지고있고,저소득층은저소득층대로고통이커지고있다.많은사람들이이런현상을각각독립돼있는것으로받아들인다.그러나그것은잘못된생각이다.이런현상의근저에는부동산거품이자리잡고있다.이를제대로이해해야현재의위기구조를인식할수있고,그에맞는해법도찾을수있다.
이같은위기구조의한가운데에는가계가2000년대이후한껏부푼부동산거품에취해엄청나게늘린부동산담보대출이있다.아울러프로젝트파이낸싱(PF·ProjectFinancing)을포함한건설업계에대한과다대출에도문제가있다.이런과다대출은지금한국경제의‘화약고’가돼있다.현재부동산거품이급속히꺼지면서화약고로이어지는여러가닥의도화선이빠르게타들어가고있다.
이런불길은그동안부동산거품에가려보이지않았을뿐이다.여기에미국발세계경제위기가덮쳐도화선이타들어가는속도가빨라질수있다.이에따라화약고의폭발력이강해질소지도크다.부동산거품이어떻게한국경제의위기를초래하고이를심화시킬지구체적으로살펴보자.부동산거품은생겨날때부터국민경제라는신체에기생하는악성종양이다.
다만이악성종양은착시현상때문에일정한단계에이르기까지는오히려자산효과(wealtheffect)와건설경기붐등을통해경제를활성화하는것으로‘보인다’.이런이유때문에많은사람이부동산거품의폐해를제대로인식하지못한다.그러나조금만설명해도그폐해를짐작할수있다.가령그동안 우선,가계부채가증가하고이에따라이자부담이커지면서가계의소비여력이급격히위축됐다.이는집값등자산가격의상승으로생겨나는자산효과를훨씬압도했다고할수있다.또주택가격이상승하면그만큼무주택서민의실질소득이줄어드는효과가발생한다.아울러주거비부담이커져근로자들의임금인상요구로이어진다.부동산거품은이처럼그자체도문제지만그것이터질때는경제에더큰충격을몰고온다.
당장2008년하반기이후계속되는시중금리상승이나환율폭등도부동산거품과직접적으로연결돼있다.우선,금리문제부터살펴보자.현재의부동산거품이생긴것은금융권의과다대출경쟁때문이다.특히2002년부터금융권은부동산담보대출에경쟁적으로나섰다.반면저금리상황이지속되면서시중자금은은행권에서이탈하기시작했다.
이를단적으로보여주는게예대율이다. 그러나2004년부터국내은행의예대율(양도성예금증서제외)이100%를초과하기시작했다.예대율은이후가파르게상승해2007년하반기부터최근까지는130~140%대를기록하고있다.
이런양상은과다대출로자금난을겪었던1980년대말의일본은행과너무나닮았다. 예대율이높다는것은시중은행이부족한대출재원을예금보다조달비용이비싼양도성예금증서(CD)나은행채등으로채웠다는뜻이다.또외화차입도늘렸음을말한다.은행채발행잔고는2005년초50조원미만에서2008년10월말139조원으로무려90조원가까이늘어났다.2006~2007년에월평균2조8000억원가량을순발행한탓이다.
은행이시중유동성을공급하기는커녕이런식으로시중자금을빨아들이다보니시중금리는올라갈수밖에없었다.이에따라2007년말이후주택담보대출의95%가량을차지하는CD연동대출금리가급등했다.당시변동금리는최고8.5%선,고정금리형은최고10%선에육박했다.이같은시중금리상승세는한국은행이2008년9월이후모두세차례에걸쳐기준금리를1.25%포인트인하하면서주춤한상태다.
그렇다고시중금리가기준금리가낮아진만큼빠지지도않고있다.한마디로기준금리와시중금리가따로노는현상이벌어지고있다.이런상황에서2008년하반기미국발금융위기가닥치자국내은행이외화를차입하기어려워졌다.외화유동성문제가불거진것이다.여기에국내에서부동산거품이붕괴되자국내은행도신용리스크관리를강화하면서기존대출을회수하고있다.
이런상황에정부는‘11·4대책’을통해서울강남3구를제외한부동산투기지역과토지거래허가구역등을해제했다.사실상대출규제완화조치인셈이다.그러나국내금융기관은과거처럼적극적인부동산담보대출에나서지않고있다.제발등에떨어진불을끄기바쁜상황이기때문이다.은행권의과다대출은금리상승만초래하는것은아니다.은행권이원화유동성위기에시달리면서기업또한심한자금난을겪고있다.
중소기업은은행이대출을해주지않아어려움을겪고있다.대기업은대기업대로회사채발행이어려워지면서자금을조달하는데애를먹고있다.기업보다신용이높은것으로평가된은행이은행채를남발하자평소회사채를소화하던기관투자자가이쪽으로몰린탓이다.은행은그동안만기가1년이상7년이하의은행채를주로발행했다.예컨대2006년에만기2~3년짜리은행채를발행했다면2008년부터2009년에걸쳐상환기간이도래한다.
이런식으로은행채의상환잔존기간별상환도래금액(도표1참조)을살펴보면,2008년10월현재1년이내에상환해야하는금액이55조9000억원으로전체발행잔고의40%를차지하고있다.또1~2년사이에상환해야하는금액도41조6000억원으로30%를차지하고있다.2년이내에상환해야하는은행채가총97조5000억원으로전체발행잔고의70%에달한다는얘기다.정상적인경우라면이가운데상당부분은차환발행이가능했을것이다.
그러나미국발금융위기이후신용위기가전세계로퍼지면서상황은달라졌다.‘도표1’에서볼수있는것처럼2008년부터전월대비은행채순발행(증감)이급격히줄어들고있다.은행채차환발행이쉽지않다는뜻이다.그렇게되면만기가도래한은행채의경우원리금을상환해줄수밖에없다.그결과은행이극심한원화유동성위기에빠지게된것이다.물론CD와단기외화차입상환도마찬가지로원화유동성부족의원인이되고있다.
그뿐아니라은행채금리도폭등하고있다.이는은행채에대한투자자들의수요가급감해수급균형이무너진탓이다.이런상황에서은행들은막대한은행채상환을위해자금을마련해야한다.급기야기획재정부와한국은행이나서서원화유동성을공급하겠다고했다.그러나이것으로도해결하기는힘들것이다.은행들이너나할것없이예금금리를올려시중자금을끌어오려고발버둥치는것도이때문이다.
이상황에서은행이선택할수있는길은뻔하다.부동산담보대출이나기업대출자금을회수하는것이그것이다.이경우부동산가격은더급속히하락할수밖에없다.또대출을회수당한기업은일시적인유동성위기에빠져도산할소지가크다.시간이갈수록그런상황이가속화하고있다.
현재‘발등에떨어진불’이라고하는환율폭등문제는또어떤가.달러사재기와환(煥)투기등의요인이일부있을수있지만,펀더멘털측면에서원·달러환율이폭등하는요인은크게세가지다.
하지만환율폭등으로외환시장의최대공급자이자수요자인수출기업이환차익을노리고달러공급을꺼린것으로추정된다.
2008년수출총액을약4400억달러로볼때수출기업이결제대금가운데10%만시장에내놓지않는다고해도연간440억달러의달러공급이줄어들게된다.2008년경상수지적자추정치70억달러를포함하면연간약510억달러의공급이줄어드는셈이다.
국내은행과외국계은행국내지점을통한단기외화차입은부동산담보대출경쟁이정점에이른2006년부터급증했다.위의세가지요인을감안하면한국의외환시장은플로측면에서약1800억달러가필요한상태다.여기에구체적인수치를가늠하긴어렵지만환율상승에따른투기적가수요까지포함하면‘최악의경우’2000억달러안팎이필요한것으로추정된다.
반면정부의외환보유고는지난11월말기준으로2005억달러까지내려가있다.환매문제와투자손실문제까지감안하면사실상정부가동원할수있는가용외환보유고는한정적일것으로보인다.그뿐아니라중국과베트남,인도등에투자한민간부문해외투자펀드의자금환류도기대하기어렵다.대부분의해외투자펀드가반토막이하가됐을뿐만아니라환매에어려움을겪고있기때문이다.이것이정부의시장개입에도불구하고2008년8월부터원·달러환율이계속폭등하고있는이유다.
문제는이런달러수급불균형이앞으로도계속될소지가크다는점이다.은행권의달러수요까지포함하면이미한국외환시장은수급이완전히무너진상태라고할수있다.이런상황에서한미통화스와프를통해300억달러규모의긴급달러자금을공급하고수출대기업에달러매각을강요한다한들‘언발에오줌누기’수준에불과할것이다.
거듭얘기하지만부동산거품이한창일때금융권은과도하게외화를차입해경쟁적으로부동산담보대출에나섰다.그러나글로벌신용위기이후은행이외화차입에어려움을겪자환율이폭등하고있다.오늘의환율폭등을부른원인제공자는부동산거품이었다고해석할수있는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