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위기 구조 진단 [3] *-

한국경제위기구조진단[3]

돈구경하기힘든건설현장

이런구조에서정부가경기부양명목으로예전처럼추가경정예산안편성등을통해건설사업재정확대를하면어떻게될까.답은뻔하다.건설사업예산은대부분공사를수주한대형원도급자가차지해버리고밑바닥으로는거의내려가지않는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2002년발주해2004년까지진행된경기성남~장호원도로건설공사2공구공사현장사례를통해이를구체적으로살펴보자.‘도표4’에나타난바와같이이공사에서A건설등3개대형건설업체컨소시엄은총공사비(정부예정가격은3032억원)2853억원에수주해약1970억원어치의공사물량을그60.5%수준인1190억원에하도급을주었다.

간접공사비와자재비등의명목으로챙긴이익만해도883억원(2853억-1970억)이다.이에더해직접공사비하도급과정에서780억원(1970억-1190억)을추가로챙겼다.A사등은간접공사비와자재비만으로처음부터총공사비에서30.9%가량을챙긴다음직접공사비하도급과정에서추가로27.3%가량을챙긴다.총공사비의58.2%가량이A사등대형원도급업체의이익으로돌아간것이다.이에대해대형건설업체들은직원을투입해공사전반을관리하는비용이라고주장한다.

하지만각종관리비용은이미간접공사비에포함돼있다.따라서단순히공사물량을넘겨주는브로커역할을하는하도급발주과정에서다시엄청난차익을챙기는것은설득력이떨어진다.결국경기부양을위해재정을투입해도대형건설업체의배만불리는꼴이된다.정부가기대한효과는별로나타나지않는다는얘기다.위의예에서경기부양효과를좀더구체적으로살펴보기로하자.

건설경기부양예산2853억원의58.2%가자재비/인건비883억원과마진780억원의형태로대형원도급업체에돌아간다.원도급업체가차지하는이돈은사업관리및영업직원들의월급과음성적인로비자금까지포함된활동비,자재비등으로나가지만대부분이익으로사내유보된다.문제는이자금이대부분향후이들건설업체가주택사업등을위해택지를매입하는데들어간다는점이다.

결국정부의기대와달리건설경기부양을위한재정자금이땅값을부추기는데사용되고있는셈이다.특히지금처럼건설업체가자금난에시달리는상황에서는경기부양예산이이들의부채상환에사용될소지가크다.하도급업체에지급되는1190억원(41.8%)도3차,4차,5차다단계하도급과정을통해중간마진형태로상당부분사라진다.

이에따라최종시공인력과덤프트럭및중장비기사등에게돌아가는금액은당초건설경기부양예산의30%에도미치지못할것으로추정된다.정부가건설경기부양명목으로아무리돈을풀어도건설사업현장에서는돈구경하기어렵다는말이나오는것은바로이때문이다.더구나시공인력가운데30~40%를차지할것으로추정되는외국인노동자들은임금을상당부분본국으로송금한다.

국내소비진작효과는더떨어질수밖에없다.물론위의사례에서원도급자가챙기는마진이큰이유는턴키입찰(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으로공사를발주하기때문이다.이방식에선도급순위상위의대형건설업체가가격담합을통해얼마든지폭리를취할수있다.물론평균낙찰가가가장낮은최저가낙찰제의경우에도원도급자는20~30%이상남기는게보통이다.

일본이거품붕괴막지못한이유

앞에서말한대로외환위기이후건설업계는사업구조및고용구조를크게바꿨다.이때문에건설토목사업을통한고용창출및내수진작효과는과거에비해감소했다.이런상황에서정부가건설경기를부양한다고해서무슨효과가있겠는가.이제일본사례를통해부동산거품이붕괴할때정부의부동산경기부양책이얼마나효과가있는지살펴보기로하자.

잘알려진대로미국의경우2007년하반기서브프라임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가본격화한이후급격한경기침체를겪고있다.미국정부의천문학적인경기부양책과공적자금투입,그리고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기준금리인하등도별효력을발휘하지못하고있다.

미국발금융위기가본격화하자많은사람이미국은일본과다를것이라고생각했다.폴슨재무장관이나버냉키FRB의장등도가장먼저일본의거품붕괴사례를주시했다.똑같은실수를반복하지않겠다는생각에서였다.그런데도현재미국에서는1990년대일본의부동산거품붕괴과정에서나타난현상이재현되고있다.

‘도표5’에서보듯일본정부는부동산거품붕괴를막기위해1992~1995년무려66조9000억엔에달하는각종경기부양대책을쏟아냈다.그밖에2조엔씩세차례보완대책이나왔다는점을감안하면총재정투입은73조엔에달한다.이는1994년일본정부의일반예산규모와맞먹는액수였다.이처럼막대한재정을투입했지만결국에는거품붕괴를막지못했다.

이기간일본경제는0%대의실질성장률에그쳤다는것이그증거다.그이유로는여러가지를들수있다.그중당시일본집권당인자민당의건설족(토건족)의원의요구에따라불요불급한각종건설·토건사업에막대한재정을쏟아부었다는점이첫손에꼽힌다.말하자면부동산거품붕괴를막는다는명목으로또다른거품을만들어냈던것이다.

당시엔뚜렷한계획도없이육지와무인도를연결하는대교를건설했다.또아무런목적도없이산을마구훼손해도로를건설했지만나중에겨우산토끼와노루만지나다닌다는비판도나왔다.조그만시골길과연결되는거대한고가도로도지었다.그러나이런퍼주기식경기부양대책을쏟아냈지만결국거품이붕괴하는것을막지못했다.

그런가하면당시일본정부가건설경기부양책을폄으로써사실상시장에서퇴출돼야할부실건설업체가연명할수있었다.

그결과일본건설업체는거품붕괴초기의줄도산에도불구하고,1990년대중반까지그수가오히려늘어났다.경제전문가사이토세이치로는저서‘일본경제왜무너졌나’(들녘,1998년)에서건설토목산업종사자수는1991년604만명에서1996년676만명으로오히려72만명이늘어났다고밝혔다.반면이기간에제조업종사자수는1563만명에서1450만명으로113만명이나줄어들었다.

또한같은기간건설·토목관련업체수는60만2000개에서64만7000개로약4만5000개나늘었다.또일본전문가인알렉스커역시저서‘치명적인일본(DogsandDemons)’(홍익출판사,2001년)에서1994년일본의콘크리트제조량은모두9160만t으로7790만t인미국보다많다고지적했다.일본은국토의단위면적당미국에비해약30배나많은콘크리트를사용한것이다.

부동산거품이생기면당연히건설붐도일고,반대로부동산거품이꺼지면건설경기도죽게마련이다.이에따라건설업체수가감소하는것이정상이다.그러나일본의경우반대현상이나타났다.정부의막대한공공사업확대에힘입어거품이붕괴되는상황에서도오히려건설업체가늘어난것이다.이들건설업체는상당수부실업체였다.구조조정이원활히이뤄졌다면이들업체는인수합병되거나퇴출됐을것이다.

그러나정부예산이라는인공호흡기가있었기때문에연명할수있었다.이들은저가입찰등시장질서를어지럽힘으로써건강한기업의발목까지잡았다.세이치로씨는이를두고“1990년대일본의경기부양책은건설업의보호와지원에도움이되었을뿐,경기의자율적인힘을회복시킨다는케인스이론과는거리가멀었다”고평가했다.세이치로씨는이런건설경기부양대책은일시적인효과에그쳤다고지적했다.

그러나그폐해는일본경제에오래도록악영향을끼쳤다.우선적자재정편성이계속되고국채잔고가누적되면서재정건정성이위협받았다.초저금리정책을펴고재정지출을확대함으로써격렬한통증은숨길수있었지만일본경제의병인(病因)이모호해져병의원인진단에오류가발생했다.또건설사의부실은수면아래에서지속적으로심해졌고,결국1998년부터금융권의부실증가로이어져일본의장기침체를불러왔다.

일본정부는1996년실질GDP성장률이3.5%로올라서자1996~97년에는경기부양대책을마련하지않았다(도표5참조).그동안건설경기부양으로국가채무가천문학적으로늘어났기때문이다.그러자1997년부터건설업체와금융기관이줄도산하는등2차위기를맞게됐다.‘도표6’을보면1990년대후반도산기업수와도산기업의부채총액이급증하고있음을알수있다.또한건설업의도산급증으로실직,감봉,장기휴가등근로자피해도늘어나는것으로나타났다.

조롱거리된일본의주가부양

일본정부는1990년대부동산거품붕괴를막기위해금리인하와주가부양대책도함께동원했다.일본대장성은우정연금과국민연금등을통해1992년하반기에만약2조8200억엔을주식시장에투입해주가를떠받쳤다.이후공적연금은1995년까지주가가떨어질때마다주식시장에서순매수했다.국제금융계에서는당시일본의이같은주가부양대책을두고유엔평화유지군의머릿글자인PKO(Peace-KeepingOperation)에빗대PKO(Price-KeepingOperation)라고조롱하기도했다.

일반적으로선진국에서는정부의역할을주식시장의건전한투자환경을조성하는것에한정한다.그러나일본정부는당시특정목표주가를정해투자를직접결정하고집행함으로써조롱대상이된것이다.또일본대장성은일본은행에수시로압력을가해1990년8월까지6%였던기준금리를이듬해4.5%로떨어뜨렸다.1994년엔1.75%수준으로낮췄다.하지만건설및부동산업계는이런금리인하혜택을누릴수없었다.

은행은이미부동산및건설업계의대규모부실채권을잔뜩떠안고있는상태였는데다신용경색까지겹쳐추가대출을할여력이없었기때문이다.그뿐아니라이미부동산시장의투자자가모두거품이붕괴되고있다는사실을알고있었다.이런상황에일본은행이기준금리를인하한다고해서부동산쪽으로눈길을돌릴이유가없었다.부동산가격이다시올라갈것이라고생각한사람도없었다.

요약하자면일본정부는1990년대부동산거품이붕괴할때공공건설사업을중심으로한막대한건설경기부양책(재정정책)과금리인하(통화정책),주가부양책(공적연금동원)등을총동원했다.그러나결과적으로버블붕괴를막지못했다.오히려과감한구조조정이후효과적으로쓸수있는재정및통화정책수단을일찌감치소진해버렸다.그나마위안이라면1990년대일본은엔고(高)가급속히진행됐다는점이다.

▼제3부거품붕괴이후한국경제의선택

지금한국정부는원·달러환율이폭등하는가운데1990년대일본정부가하던정책을따라하고있다.재정확대를통한건설경기부양책,대통령까지나선금리인하요구,연금을동원한주식매입과한국은행의은행채매입등이그것이다.바로일본이장기불황으로치달았던궤적을그대로따라가고있는것이다.

물론한국은정권교체와상관없이정책실패가계속되고국가적위기가반복되는근본원인부터해결해야한다.이미외환위기에서대통령을비롯한정부관료및정치권의무능과무지가드러났다.이들은급변하는21세기세계경제환경속에서한국경제를정상적으로운영할수없는것이다.그렇다고해도당장발밑에서타오르는불길을잡지않으면안된다.과연어떻게해야할까.

2008년10월30일일본정부가내놓은긴급경기부양대책인‘생활대책’이참고가될수있다(도표7참조).여기에모두소개할수는없지만대충이런내용이다.생활지원정액급부금(가칭)실시및재계에임금인상요청,고용보험료인하,전기및가스요금의2009년1~3월인상폭축소,비정규노동자의고용안정대책강화,중소기업등고용유지지원대책강화등이대표적이다.

한마디로중소기업과서민,저소득층을보호하고지원하는데역점을두고있다.흥미로운점은건설·토목사업은찾아보기힘들다는사실이다.일본이과거실패에서무엇을배웠는지,정부의진정한역할이뭔지를보여주는대책이아닐수없다.자산시장가격조정은자산시장에맡기는것이최상이다.부동산이든주식이든가격이올라갈때가있으면내려갈때도있는법이다.산이높으면골이깊다고하지않던가.인위적으로막을수있는것도아니다.최근미국의경우가이를잘보여주고있다.

아무리천문학적인자금을투입해서자산가격하락을막으려한들‘밑빠진독에돈붓기’에불과할뿐이다.또한중장기적으로정부는개발경제시대때의경제운용방식을바꿔야한다.가계자산의80%이상이부동산에몰려있는경제는지속가능성측면에서문제가있다.비용대비효과를고려하지않고벌이는개발사업으로는선진경제를만들수없다.21세기는첨단기술경제시대다.

지식정보화시대이고,창조경제시대다.당연히한정된국가의자원을이런분야에우선적으로배분해야한다.첨단기술을고안하고지식과정보를창출하며창조성을발휘하는것은사람이다.따라서사람에게투자해야한다.주입식교육이아닌,창조적교육프로그램으로지식과정보를생산·가공하고,창의성을마음껏발휘할인재를키워내야한다.

결국지금당장은어렵더라도한국경제의미래를기약할수있는새로운게임규칙을만들어야한다.그첫걸음은토건국가적개발사업을자제하는것에서출발해야한다.타당성이검증되지않은각종건설·토목사업에돈을쏟아붓다오히려‘잃어버린10년’을만든일본의실패를되풀이하지않을가걱정이다.콘크리트에투자하는경제는미래가없다.

[2009.01.신동아통권592호(p82~1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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