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이 보는 경제학의 맹점 *-

오만의끝은파멸,탐욕의끝은자멸


도정일경희대명예교수

이번경제위기는외부타격에의한것이아니라지난25년간미국이주도해온시장체제,시장세계화,신보수경제정책등금융자본주의체제내부로부터발생한것이며,시장체제의전면적인제도적,정책적,도덕적,지적‘실패’를그위기의본질로하고있다.

시장은효율적자기교정력을갖고있어서자산·신용평가의오류나관리부실로인한실패는결코있을수없다던월가의금융회사들이줄줄이도산한것이제도적실패다.그러나이제도적실패는‘시장효율의신화’를맹신했던정책실패의결과다.

미국연방은행총재를지낸앨런그린스펀이상원청문회에서“우리가시장을너무믿었다”고말한것은정책실패에대한뼈아픈인정이다.이실패는또시장의효율만믿고시장의탐욕과타락의가능성은철저히무시했던주류경제학의지적·철학적실패와곧바로연결되어있다.


월가의소위‘첨단금융기법’이란것은사실은금융카지노,부채를늘려돈먹기,무모한탐욕과타락의기법들이었음이드러난다.이처럼경제와윤리,시장과윤리를철저히분리한것은이번위기가지닌도덕적실패의국면이다.이런국면들을보지않는다면위기의본질은드러나지않고위기를타개할방책도나오기어렵다.

인문학적으로보면,모든오만의끝은파멸이며모든탐욕의끝은자멸이다.신보수주의혹은신자유주의시대는시장만능주의,성장제일주의,경제제일주의의오만과탐욕이시장의순기능을스스로파괴하고삶의목적적가치와삶의수단적가치사이의순위를뒤바꿔고통을자초했다.

세계는현실사회주의의멸망이후20년만에자본주의의선진적발전형태라고여겨진고삐풀린금융자본주의의종말을보고있다.이것은신보수주의적경제체제의종언을의미한다.정부의시장규제나개입을배척해온부시정권이망해버린금융회사들을구제하기위해결국국민세금을투입하기로한바로그순간에미국경제체제는자기손으로자기사망을신고한것이다.

대내적으로,오바마정권은자유시장체제의실패를만회하기위해정부와시장의역할을안배하는케인스식중도요법을들고나올것이확실하다.케인스요법은한때위기의자본주의를구출해준전력을갖고있다.그러나케인스방식은적자재정과팽창예산을전제하기때문에이미막대한부채를지고있는미국이이번에도그방식으로일자리창출에의한내수회복과경제회생을잘이루어낼수있을지는미지수다.

이미수백만개,아니수천만개의일자리를인도,중국,기타국가들에내주고부채에의한거품번영을누려온미국이단기간에,전쟁특수같은것도없는상황에서,안정적일자리와유효수요를만들어낼수있을지그전망은아주어둡다.국제적으로,미국의세계경제주도권은상당한타격을입을것이확실하다.

무엇보다도미국식자본자유화나금융시장세계화에대한신흥경제대국들의규제움직임이대두할수있고,국제통화체제에대한그들의발언권도높아질것이며,미국식자유무역주의에의한시장세계화는더치열한저항에봉착할것으로보인다.보수주의가갖고있는정치철학과사회철학의건강한부분들을거의몽땅내버린것이신보수주의혹은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의최대착각은시장만능주의로사회를완전히재편하고경제논리로사회를유효하게이끌수있다고믿는데있다.사회는그렇게호락호락하지않다.그가장큰이유는사람들이시장만능주의체제에서결코행복하지않기때문이다.지금까지미국자본주의는자유시장주의와국가의역할증대라는두극점사이를주기적으로오가면서한쪽이실패하면다른쪽으로,다른쪽의약효가떨어지면다시반대쪽으로이동하는식으로운영되어왔다.

미래의자본주의는(국가적으로나세계적으로)이런주기적이동대신두방식의상시적공존과협상에서체제유지의해법을찾게되지않을까싶다.당장확실해보이는것은자본주의가방향전환을하지않고서는지금의방식대로더는작동하기어려울것이라는점이다.

규제없는시장은반드시타락


시장은만능이아니다.규제받지않은권력이부패한다면무규제의시장은반드시타락한다.시장만능주의나경제논리만으로는결코사회를지탱할수도발전시킬수도없다는것이다.

사회를튼튼하게하는데는경제논리보다도공존의정의에따른사회논리가더중요하다는것을인식해야한다.돈은행복을결정하는열가지열쇠중하나에불과하다는것을아는일이시급하다.

한국사회는성장과개발에대한거의종교적수준의숭배를버려야한다.정부와기업은국민에게허황된부의환상을심어주거나‘부자되기’의수사로사람들을자극하는일보다는성실한노동에정당한임금을보장하는일,임시땜질식비정규직창출보다는교육,연구개발,서비스,복지등사회각분야에서하나라도안정된일자리를늘려나가는일이더중요하다.

일자리의안정화와생활임금의보장없이내수확대는불가능하다.이른바주류경제학은지금입이열개라도할말이없다.백악관에서부시대통령은경제각료와참모들에게“어쩌다일이이지경이되었지?”라고물었는데,이는경제학자들이자기자신들에게던지는질문이기도하다.

사태를예견하지못한것은의도한것과생판다른결과가나올수있는이른바‘반대효과의원리’에대한상상력이경제학자들에게없었기때문이다.인간의오만을경계하기위해문학이이미3000년전부터사용해온‘아이러니’는바로반대효과의가능성에대한상상력이다.

인간과사회에가장중요한본질적가치가무엇인가를기억하고환기시키는것이인문학이하는일가운데하나다.시장제일주의는“돈이안된다”는이유로이본질적가치를내팽개치는체제다.돈이안되면갯벌도없애고나무도잘라내고상품가치가미약하면인간도무시한다.

지금의위기는이런근시안적사고와전도된가치관이초래한체제적실패다.인간과사회는주류경제학이생각하는것보다는훨씬복잡하고모순적이며,불확실하고항시적인예측불가성앞에노출되어있다.인문학적사고는이런복잡성,모순성,불확실성,예측불가성에대한상상력훈련이다.

이훈련은사회적으로너무도중요하다.그훈련없이는사회는집단사고의오류에빠지고,대안에대한상상력은고갈되며,일이잘못되었을때의패러다임전환에필요한창조적사유는마비된다.인문학적정신이비판과이견,사상과표현의자유,다양성과관용을중시하는것은그때문이다.

경제위기에대한직접적인해법을내놓는것은인문학이할일이아니지만그해법의근본적모색방향이어떤것이어야하는가에대한발언권은인문학도갖고있다.월가의금융회사최고경영자들이누린연간소득은미국근로자평균소득의370배이상이다.어떤사회도“부자는더욱부자가되고가난한자는더욱가난해지는”경제체제를원하지않으며열명중한사람만잘살고아홉은거지가되어야하는체제를허용하지않는다.이건너무도간단하고자명한진실이다.

소득의평등을부단히확대하는일,이것이향후자본주의의근본적인정치경제적지향점이되어야할것이다.이번위기에서보면실패의책임자들은국민에게막심한고통만안기고는어떤정치적책임도지지않은채‘보석’되었는데이제세계는사회적책임으로부터도결코자유로울수없는시장체제를만들어내야한다는문제를자본주의문명의대과제로새삼발견하고있다. -글/도정일1941년생.경희대영문학과명예교수.미하와이대문학박사.경희대영문학과교수역임.현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대표.저서로『시장전체주의와문명의야만』외다수.

-[인문학자10人세계경제위기본질을말하다]/Economist972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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