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물방울》작가 아기 다다시 첫 자택 인터뷰 *-

《신의물방울》작가아기다다시첫자택인터뷰

우리나라와인열풍의진원지로꼽히는일본만화《신의물방울》이다.2005년11월한국에번역출간돼2007년6월말현재11권까지나온이만화는CEO와직장인들의필독서로떠오르면서밀리언셀러를기록중이다.와인에대한지식몇마디정도는이야기할줄알아야세련된사람으로인정될정도로정평이나있다.

《신의물방울》의작가아기다다시의와인세상을엿보기위해한국언론으로는처음으로그의자택겸작업실을찾았다.히트작품을수없이내놓은인기작가지만일본에서도그의사생활은베일에가려져있다.아기다다시는한사람이아닌두사람이다.10여년전부터함께일해온누나와남동생의공동필명이다.이들의본명은기바야시신과유코.동생기바야시신(樹林 伸?4세)은잡지편집기자출신이고,누나기바야시유코(樹林 ゆう子?8세)는잡지와신문에칼럼과르포기사를게재하는프리저널리스트다.

이들이함께작업하는집은도쿄기치조지(吉祥寺)의한적한주택가에자리한,옅은분홍색벽돌의유럽풍건물이었다.지하1층지상2층으로5년전신축한이저택이바로《신의물방울》을뽑아내는수원지다.마치유럽의성(샤토)에온듯한착각이들정도로넉넉한정문현관,그안쪽으로잔디로곱게단장된정원이나타난다.정원한켠에는이제서서히포도색을띠어가는블루베리가익어가고있었다.안경을쓴지적인이미지의누나,머리를깔끔하게뒤로동여맨동생이밝은웃음으로반긴다.

장마철인데도구름한점없이쾌청한날이었다.‘피노블랑(PinotBlanc)2004’를마시며정원에서인터뷰를하기로했다.인터뷰가시작되자질문할틈도없이두사람의대화가이어진다.두사람은시종장단이잘맞는다.자리를이동하는도중에도,와인잔을고를때도,대화의캐치볼은끊임이없다.호흡이너무잘맞는다고감탄하자누나는“너무가까워서서로존재감을못느껴요”라고하고,동생은“흙놀이를하며어린시절부터같이자란남매잖아요.노는모습이나방식도꼭닮았어요”라고응대한다.

5분거리에사는누나와거의매일만나함께와인을마시며서로의느낌을이야기하고,그과정에서스토리가만들어진다.동생이초고를쓰고,누나가확인한후만화를그리는오키모토슈(41세)에게건네진다.만화가그려진다음다시원작과이미지가일치하는지확인하는과정.그들은끊임없는대화를통해공동집필을한다고말한다.


소설가,각본가,만화원작자로유명인기작가반열에오른지오래지만일반독자에게남매의얼굴이공개된적은없다.나이도본명도미공개.장르별로6개의펜네임을나누어쓰다보니숱한억측들이난무한다.신비주의자라할정도로노출을꺼리는이유는무엇일까?

“작가는배우가아니잖아요.우리가선글라스에모자차림으로등장하는이유는프라이버시를중시하기때문이에요.”
동생기바야시신자택문패(왼쪽)와정원모습.

동생은여섯편의연재물과소설단행본편집,각종취재와미팅으로일주일내내쉬는날이없다.바쁘기는누나도마찬가지.공동연재세편에칼럼두편,게다가르포취재까지한다.동생은2남1녀를둔세아이의아빠고,누나는9세와6세두딸을키우는엄마다.“어렸을때너무잘놀아지금의상상력과언어감각이만들어졌다”는남매는어린시절학원근처에도가본적없는,공부를싫어하는아이들이었다고한다.

“책읽고음악듣다가,밖에나가서하루종일흙장난을하며해질녘까지놀았어요.그때대지의따스함을느낄수있었기에천(天)겵?(地)겴?(人)의조화로빚어낸와인의세계를가슴으로느낄수있게된것이아닌가해요.”

DRC에세조마신후와인세계에빠져

남매가와인의심오한세계에눈을뜬것은10년전에만난‘DRC(DomainedelaRomaneeConti)에세조1985’때문이었다.“첫사랑처럼세포마디마디에까지기억된다”고표현하는와인이다.

“와인이글라스에내려앉으면서그동안느껴보지못했던향긋하다못해화려한꽃향기가피어났어요.조심스레입으로가져가입술을살짝적시자싱싱한산딸기를머금은듯한신맛에달콤하고부드러운타닌이어우러져우아하고복잡오묘한,그리고섬세한피니시가느껴지면서아찔한여운이언제까지나계속됐어요.그순간우리는서로의눈을마주봤죠.”

이때부터와인편집광이된남매는닥치는대로자료를사모으고프랑스로날아가산지포도밭을방문해생산자와직접대화를나누며와인을공부했다.“와인속에는포도를만드는생산자의인생이담겨있어요.생산자가어떤마음가짐으로땅을일구었는가를알면와인맛을배나더즐길수있어요.”
유럽의성과같은자택앞에선아기다다시남매.

이들은프랑스와인광이다.천(天)겵?인(人)의조화가최고라고한다.미국와인은“어느것도조화가되어있지않다”고혹평한다.이들이가장좋아하는와인은프랑스의보르도와인인‘샤토마고’와‘샤토몽페라’.2004년프랑스취재여행에서‘사토마고’를마시고,“천(기후)겵?地(토양)겴?人(인간의노력)의결실”이라고감탄을금치못했던이들은《신의물방울》에서이와인을클레오파트라에견주어예찬했다.“‘샤토마고’는땅속깊은곳까지자갈을심어배수처리를한,최고수준의테루아르가장점이지요.”


‘몽페라’는생산자티보씨의인간성에반해더좋아하게됐다.

“‘몽페라’의생산자티보씨는머릿속에오로지와인밖에없는선한사람이에요.포도나무한그루에서포도를예닐곱송이만수확하는데,기계가아니라손으로직접정성스럽게따는수작업을고집하지요.게다가긴숙성기간을두고와인을만들면서도가격을올리지않고2500엔대를유지하거든요.경제적인채산과관계없이저렴한가격에많은사람들이즐겼으면하는바람에서라는데,참존경스럽고응원하고싶은사람입니다.”
자택정원에블루베리가익어가고있었다.동생은블루베리를따서와인안주로내왔다.

보르도와인이맛과향을표현하는데만5000여가지가넘는용어가있을정도로풍부하다면,부르고뉴와인은작은농가에서소규모로생산해생산자의개성과정성이농축돼있는게특징이라고한다.보르도와인과이탈리아와인이한국음식의기름진고기요리와잘어울린다면,초밥이나야채를많이쓰는일본음식에는부르고뉴와인이어울린다고그들은평가한다.그러나보르도냐부르고뉴냐상관하지않고맛을중심으로즐긴다는것.동생의취미는버섯채취로,직접딴버섯을안주삼아와인을마신다.

《신의물방울》은맛과품질을중심으로1000~3000엔대의비교적저렴한와인을소개하고있다.

“와인의조건은가격이아니라맛이지요.처음부터100만엔짜리와인은없어요.사람들이마셔보고평판이좋아지면서점점고가가되어가는거죠.그래서저가와인가운데장래에100만엔짜리와인이될수도있겠다싶은와인을찾아서소개하려고노력을아끼지않고있어요.”

그런와인을발견하기는쉽지않은일입니다.매회이미지에딱들어맞는와인을찾기위해수많은와인을맛본다.소개할와인의순서와종류가정해지면,잔을나열해놓고조금씩따라시음에들어간다.아니다싶으면치우고다른종류의와인을마시기를수십번거듭한다.

“수없이실패했지요.아마1000병이상은버렸을걸요.그런데가끔테이스팅에그치지못하고맛에취해병을비워버리는경우가있어요.그땐일을잊고와인에취해있는자신을보죠.하하하.”

이들남매는와인수집에도부지런하다.아니부지런을넘어치열하다해야할정도다.한달평균100여병에서많게는150병까지구입한다고한다.와인정보를얻는데는전화와메일모두하루24시간상시대기다.한곳에서만구입하는연간와인구입액이300만엔을넘는다고하니그의와인수집열정은가히짐작할만하다.취재중에도와인이배달됐다.

“반드시두병을구입하지요.한병은구입직후마시고,또한병은4~5년지나다시그맛을확인하기위해서지요.처음느꼈던맛이시간이지난후에어떻게변하는지확인하고싶기도하고,또우리의미각을확인하기위해서입니다.”


이렇게수집한와인이3000병을넘는다.집에다보관할수없는와인은10평정도되는아파트를빌려통째로와인셀러로쓰고있다.24시간에어컨을틀어섭씨16~18℃를유지하는데그유지비만월12만엔가량든다고한다.이곳에저장된와인만시가1000만엔이가볍게넘는다니과연와인애호가를넘어편집광이라해도과언이아니겠다싶다.이와인셀러는《신의물방울》에등장하는와인편집광혼마조스케집의모델이기도하다.

“그친구는아마간이두개?아니야세개는될거예요.하하하…와인배따로,밥배따로.위도두세개는될걸요.호호호…그러니까살아있는거예요….하하하.”

《신의물방울》중주인공간자키시즈쿠의직장동료로등장하는혼마조스케에대해두사람은거침없이농담을주고받는다.등장인물중가장마음에드는캐릭터라는혼마는실존하는인물로,도큐백화점기치조지점와인숍매니저다.프랑스와인전문가인이들남매는이탈리아와인에대해10여년전부터혼마조스케를찾아가수시로자문을받아왔다.

늘그에게빚을지고있다고생각했는데,만화에자신을꼭끼워달라는얘기를듣고소원을이뤄준것같다고한다.자신이우스꽝스러운캐릭터로등장하는데무척만족해한다고하였다.아기다다시남매는자택에서나와와인셀러로쓰는아파트로안내하더니“혼마를만나러도큐백화점에가자”고했다.“한국김치와잘어울리는와인으로이탈리아의‘그라벨로(GRAVELLO)’를소개해준사람도바로혼마예요.”

이들남매가가장두려워하는것이있다.바로지진이다.

“지진걱정할필요가별로없는한국이부러워요.일본의와인마니아에게지진만큼두려운것은없거든요.갖가지지진예지연구단체와사이트에회원으로등록해지진발생전에예지정보를입수하고있는데도,언제나걱정이에요.”

만화에등장하는실존인물인와인숍매니저혼마씨가김치와잘어울리는이탈리아와인을들어보였다.아기다다시남매는그에게수시로이탈리아와인에대해자문을얻는다.


매년1000병씩마신후소개할와인선별

남매가《신의물방울》을쓰기로작정한것은와인의오묘함을널리알리기위해서였다.이를위해연간1000여병의와인을시음한다.《신의물방울》의인기는이런노력이응축된결과라는것이다.어떻게이렇게많은와인을소화하는지,따로스폰서가있을것이라는추측도나오고있다.

“스폰서는없어요.와인을보내오는곳도있지만,테이스팅을거쳐판단합니다.”
수천병의와인이저장되어있는와인셀러에서.

《신의물방울》에소개되면,그와인이동나면서값이뛰는기현상도나타난다.《신의물방울》에소개된후불티나게팔린첫번째와인은2001년산‘샤토몽페라’.이런현상은일본과한국뿐아니라와인의본고장인이탈리아와프랑스에서도나타나고있다.

입술에와인을적시기만해도그와인을만든포도를생산한토양의특성을알수있다는동생은어떤와인을‘좋은와인’으로꼽을까?《신의물방울》에등장하는와인의선정기준을물었다.“무엇보다맛이있어야하고,다음으로인간을매료시키는복잡오묘한세계가그안에있어야합니다.그다음에요구되는것이빈티지입니다.이세요소가잘조화된와인이라면누구에게나감동을줄것입니다.”

그렇지만세계적인와인평론가로버트파커도자신의컨디션과기분에따라와인에대한평가가달라진다고고백했듯이《신의물방울》에소개되는와인도자신들의취향에지나지않는다며각자의입맛에맞는와인을찾는게중요하다고충고한다.시음방법과와인감별법에대해물었더니,“무조건마시라”는답이돌아왔다.

“특별한건없어요.최고의소믈리에도각기다른걸요.즐기다보면자신만의감별법을터득하게돼요.가벼운마음으로즐기고,느낀그대로를마음속에그려보세요.미각은잠들어있을뿐입니다.누구나자극을주면깨어나게마련입니다.”


오는10월,그는모신문사의세계지식인포럼에연사로참석하기위해다시한국을방문한다.어떤스피치를해야할지걱정이라면서도기대와호기심으로가득하다.다양한맛을담고있는한국음식과와인의궁합을실험할수있는좋은기회이기때문이란다.지난1월한국을찾았던아기다다시남매는주인공간자키시즈쿠가한국출장길에오르는것으로시작되는‘한국편’을만화주간지〈모닝〉에4월12일부터연재했다(아직단행본으로출간안됨).

‘지난번에는‘샤토살롱’2003산에홍삼절편을곁들였는데,이번에는어떤음식과와인의궁합을볼까?’생각만해도마음이설렌다고한다.인터뷰가마무리될즈음,두번째와인‘키슬러(KISTLER)’2002년산이바닥을드러냈다.“와인은누군가와같이마시는술이에요.인생을나누고삶을회상하며,그렇게마시는대화의도구예요.그래서와인에는한방울한방울에대화가있고,갖가지드라마가있어요.그런의미에서와인은인생이라할수있지않을까요?”

-글/염동호호세이대겸임연구원/사진:이창주/Top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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