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외환위기때직격탄을맞았던샐러리맨이11년만에또다시위기를맞았다.경기불황이장기화되면서기업구조조정의칼날이샐러리맨을향하고있기때문이다.몇푼안되는월급을받기위해기꺼이프로메테우스가되는샐러리맨.이들은누구이고,또이번불황을넘기기위해서는어떻게변신해야할까?우리나라최고의지성이어령고문으로부터샐러리맨의유래와어원,불황기샐러리맨이살아남는법등에대해들었다.
전세계를강타한경제위기한파속에서샐러리맨이불안에떨고있다.경제불황이장기화하면서여기저기서들려오는감원소식때문이다.샐러리맨은회사에소속돼신분을보장받는대신봉급을받는지식노동자를가리키는말이다.
지난한세기동안샐러리맨은봉급생활자로서안정된생활을영위하는대표직종이었다.그러나산업사회에서지식사회로넘어가는기로에서‘샐러리맨=안정된생활’이라는등식이급격히깨지고있다.
불행하게도세밑한파속에불어닥친샐러리맨의불안이일시적이거나국지적인것이아니라는말이다.이어령<중앙일보>고문은“안정된삶으로대표되는현대인의생활양식으로서의샐러리맨이종말을고하고있다”고단언했다.
그렇다면352만6,000명(2008년11월현재,통계청)의대한민국샐러리맨은문명전환의변곡점에서맞은이위기를어떻게넘겨야할까?이에대한해답을듣기위해이어령고문을만났다.
“샐러리맨은원래일본말입니다.영어에는샐러리맨이라는말이없어요.굳이표현하자면‘asalariedman’,그러니까봉급을받는사람정도가되겠죠.요즘에는샐러리맨이라는말이냉소적·부정적으로쓰이면서봉급생활자를‘비즈니스맨’이라고부르기도합니다.하지만비즈니스맨은정확히자영업자또는CEO,회사중역을가리키는말이죠.전문직도우리가소위말하는샐러리맨의정의에는안들어갑니다.블루칼라노동자도안들어가고요.그러니까화이트칼라,즉
이고문은“샐러리맨의본뜻을이해하기위해서는어원을이해해야한다”며샐러리맨의어원에대한설명으로말을이었다.“샐러리(salary)는라틴어의소금(salt)에서유래했습니다.화폐경제가발달하지않았던고대로마시대에는군인에게봉급대신소금을지급했기때문이죠.이는당시까지만해도직접노동의대가로봉급을받는직업이군인밖에없었다는말도됩니다.근대이전까지는몇천~몇만명단위의조직은군대가유일했습니다.근대이전까지는회사라는것이없었습니다.
오늘날의회사는근대자본주의와산업주의가생기면서자영업자같은소규모상인들이군대조직을모방해만든것입니다.때문에회사조직을들여다보면군대조직과유사점이많습니다.사장을총수라고하는것이나기획실이니전략실이니하는것도모두군대의참모조직을모방한말들이지요.신병은신입사원이고,보초는수위가되는것이지요.
“안정성때문입니다.우리나라가왜유치원때부터교육문제로떠들썩하느냐?결국좋은학교에들어가야좋은회사에취직해샐러리맨이될수있다는이유때문이거든요.회사원은‘대박’을터뜨리지는못해도기복이심하지않은인생을살확률이높습니다.대단한미래는아니지만,그래도가장확실히미래를보장받는것이월급쟁이라는말이죠.좋은대학에진학하기위해경쟁하는것도결국샐러리맨이되기위한경쟁입니다.
‘봉급생활자=안정된생활’은벤처와정반대되는개념입니다.큰돈을벌려면사업을해야합니다.빌게이츠나스티브잡스가그예죠.하지만빌게이츠나스티브잡스는100만명이나1,000만명가운데한명나올까말까한예입니다.때문에많은사람이이들처럼1,000만분의1의확률에인생을걸기보다확실히안정된길인대기업의샐러리맨에몰리는것이죠.‘고위험고수익(highrisk,highreturn)’이아니라‘저위험저수익(lowrisk,lowreturn)’,즉이익은적지만위험부담이없는쪽을택하는것이죠.
샐러리맨은목돈을만질수없기때문에집을장만하려면은행에서대출해야하는데,이는결과적으로노동의대가인월급을결국은행에바친다는점을지적한것이다.셋째는국가에세금바치기위해사는존재다.샐러리맨들은한푼도누락없이갑근세를낸다.한마디로요약하면샐러리맨은내가하고싶은,나를위한삶을사는것이아니라나를위해배운지식을남을위해쓰는존재라는것이다.
“크게일본형과대만형이있습니다.일본형회사원은자신의모든것을회사에바치는,소위집단주의적특징을보이죠.반면,대만형은언젠가기회만있으면전직하거나창업하겠다는개인주의적유형입니다.
한국은그중간형이고요.한국샐러리맨은정년퇴직혹은정리해고등을당한뒤창업하는경우는있어도잘나갈때는어지간해서는회사를나와창업하는경우가많지않습니다.전직도다른나라에비해드문편이고요.한국샐러리맨이가장자기정체성이모호하다고도할수있죠.”
“영어에서‘회사(company)’라는단어는‘함께(come)빵(pany)을먹는다’는뜻입니다.우리말로하면‘한솥밥을먹는다’는것이지요.이런특징을가장잘보여주는시스템이일본기업의‘종신고용제’이고요.이에반대되는개념이서양기업의‘계약시스템’입니다.
종신고용시스템에서회사와회사원의관계는가족과비슷합니다.아버지와아들사이에서는아들이조금모자란다고해서‘오늘부터구조조정해야겠다.너나가거라!’하지는않습니다.그런데이런무경쟁시스템회사들은지식사회의도래이후갈수록경쟁이치열해지면서망할수밖에없었죠.일본에서지난10년의불황기에종신고용시스템이붕괴한이유입니다.
그런데,아무리종신고용이라고해도회사가망하면종업원이길거리에나앉을수밖에없잖아요?결국샐러리맨입장에서는회사가망하기전에쫓겨나느냐,회사와함께죽느냐의시간문제이니구조조정,즉정리해고를받아들일수밖에없는것이죠.이것이오늘날지식노동자들이중대한기로에서게된배경입니다.더이상회사가나를지켜주지않는다는사실을받아들일수밖에없게된것이죠.”
“회사가더이상나의행복을보장해주는곳이아니라는것을깨달으면서회사와의일체감이무너진것이죠.
그래서오늘날봉급쟁이는1년은커녕한달앞도내다보지못하는시대에처했습니다.기업문화자체가바뀌면서동료와의관계도평생같이하는동지가아니라,그때그때프로젝트만같이하는치열한경쟁자로바뀌었죠.과거종신고용시대에는신분이안정돼있었기때문에동료와의관계가정으로묶였습니다.
하지만기업이무한경쟁시스템으로바뀌면서동료와의관계도자영업자들사이의관계와비슷해졌죠.샐러리맨의한특징이사라진것입니다.그럼에도샐러리맨들한테는‘그래도회사에붙어있으면월급은나오니장사하는것보다안전하지않겠느냐’는생각이남아있었는데,그런생각마저올해다시직격탄을맞은것이죠.”
“우선,샐러리맨이자기봉급만으로는못살게됐어요.미국의경우1930년대까지만해도남자가혼자벌어세식구를먹여살렸습니다.가정주부는집에서편하게가사노동만하면됐죠.그런데남자의월급만으로는가족부양이힘들어지면서맞벌이가보편화합니다.결과적으로국내총생산(GDP)은높아졌지만오히려사는것은1930년대남자혼자벌때보다못살게되는이상한세월이온것이죠.
월급쟁이들이월급만으로살지못하게되면서파생한또다른변화는재테크를하게된것입니다.전세계어느나라든인터넷에들어가‘투자’라고쳐보세요.샐러리맨을위한재테크가이드,부업안내가우수수뜹니다.맞벌이를해도안되니샐러리맨들이재테크에나서고,직업을두개씩갖는‘투잡족’도생겨난것이죠.”
“우리나라는근대화가늦은만큼샐러리맨의등장도상대적으로늦었습니다.때문에샐러리맨이라는직종이등장하자마자선망의대상이됐죠.IMF외환위기를겪으며직격탄을맞기는했지만,그동안샐러리맨의애환을절실하게느끼지못했던것은한국인들이기본적으로가정적이고모험을좋아하지않는온순한기질의영향도있습니다.
선비사상도한몫거들어지식숭배의덤도있었죠.그래서조직에순응해넥타이를매는대신중산층에편입해크지않은꿈을꾸며사는소시민적삶에대한불만이상대적으로적었던것이죠.”
또1930년대샐러리맨은‘실존’의문제를고민한데반해오늘날의샐러리맨은‘생존’의문제를고민합니다.지난연말금융파동이나기전까지만해도샐러리맨에게는희망이있었어요.미국발금융쓰나미는결국월급쟁이들이은행에서대출받은돈으로투자해최대봉급의10배,20배의수익을올리려다망한거잖아요?그여파로투자금날리고또구조조정으로감원당하고….2중,3중의고통을지금샐러리맨들이겪고있죠.”
“예전처럼어물쩍조직에편승해상사한테나잘보여서는더이상살아남을수없습니다.연차가차면일률적으로승진하고,회사에오래머무르면자동으로대우받던시대는이미사라졌죠.경쟁의벌판에서한사람한사람능력을발휘해야합니다.예전샐러리맨들은시간이남으면취미생활을했어요.
그런데요즘샐러리맨은취미생활을할시간이없습니다.대신시간이나면공부를하죠.현재의직장에서언제잘릴지모르니다시직장을잡을수있는능력을길러야하기때문입니다.이런샐러리맨의풍토를빗댄신조어가‘샐러리맨’과‘학생’의합성어인
또어느직장이나부서에서든부속품으로서시키는일만하는것이아니라
회사이름보다자신의이름석자가더유명한‘브랜드사원’은구조조정에서도절대잘리지않습니다.그런데이렇게되기위해서는
샐러리맨이이런지적재산권을하나쯤갖게되면언제잘리더라도최소한보험하나는들어둔셈이됩니다.일단실직자가되면이런지적재산권을만드는것이더어려워요.당장먹고살벌이가없기때문에불안해서장기간이소요되는작업에매달릴수없죠.반면회사원은잘리기전까지는시간적·정신적여유가있기때문에가능하죠.
“일에대한열정이없는사람들이죠.금세구분됩니다.그런사람을보는것만으로도답답해요.열정적인사람은매사를지적호기심을가지고관찰합니다.그렇게관찰하다보면관심이생기고,그러면서동료·상사·회사와관계가형성되죠.그러면내가비록사원일지라도이회사가어떻게가야할지,이회사의잘못된점은무엇인지지적할수있게됩니다.이런사원은절대안잘립니다.그렇지않은사람들이제일먼저잘리죠.
또하나는잘리기도전에“아이고,나잘렸어”하는사람들입니다.구조조정대상이발표되기도전에자포자기하는사람들이죠.자신만만하게일해도잘릴판인데,이런자기암시에빠진사람은틀림없이잘립니다.이런사람들은대부분‘장미가시에한번찔렸다고장미전체를증오한다’는속담에속하는사람들이죠.
일하다보면실수할수도있고,또상사한테혼날수도있습니다.그러면그것을툭툭털고다시는실수를반복하지말아야지,한번야단맞은것을과장하고정치화하는사람은조직에서낙오하고맙니다.또회사에서제일미움을받는사원은가만히있으면평가받을것을제공이라고떠들고다니는사람들입니다.때문에절대로공을내세워서는안되고,또절대로실패를자기몸속에두어서도안됩니다.”
즉,과거에는샐러리맨도시스템에적응하느냐못하느냐가관건이었다면,지금은
그런데오케스트라지휘자가바이올리니스트에게비올라를,트럼펫연주자에게플루트를연주하라고하면그오케스트라가되겠어요?회사도마찬가지입니다.오늘날회사원의80%이상이자신의적성과맞지않는일을하고있습니다.이들을적재적소에배치하는것이사장의중요한업무죠.
회사원역시오케스트라단원들이오케스트라를하나의발판으로삼아얼마든지솔로리스트로활동하듯,회사를발판으로자신의잠재적역량을키운스타샐러리맨이돼야합니다.히딩크팀의박지성처럼팀전체를위해뛰는것이곧자신을위해뛰는것이되게만들어야죠.이런마음을갖게되면취미와일이분리되지않고,내정체성과일의정체성이일치하면서회사는물론개인도막강한경쟁력을갖추게됩니다.
과거샐러리맨의인생관으로는이제단한발자국도앞으로나아갈수없습니다.그렇게해서는우연히안잘리더라도보잘것없는인생에그치고맙니다.겨우연명하는수준의인생밖에안되는것이죠.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