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학이란 무엇인가 [1] *-

미래학이란무엇인가?

미래학자짐데이터(JimDator)

2006년봄,서울을바람처럼훑고지나가는미래학자를붙들어동아일보충정로사옥5층‘신동아’편집실로모셨다.말로만듣던미래학을대학원에서가르치는분이라는이야기만듣고무작정만났다.미국인디언을떠올리게하는매부리코,움직일때마다찰랑거리는흰머리카락,100kg쯤돼보이는거대한몸,걸걸한목소리,그리고기분좋은웃음.미래학자짐데이터(JimDator)를그렇게처음만났다.

데이터라는성(姓)이특이해기원을물어보니“영어엔없고스웨덴말로컴퓨터라는뜻”인데“미국에서자신이유일한데이터가문”이라며껄껄웃었다.당시데이터교수를인터뷰하면서들은말중에가장인상깊었던것은‘미래학자는사회에주요이슈로부각되지않은문제를연구한다’는것이었다.소수의사람만이공유하는주제,그러나미래를밝혀줄단서같은것을연구한다는말에나는매료되고말았다.

10년남짓기자로살면서나는‘기자는영화관을들락거리는사람’이라고생각했다.이미시작한지꽤된영화관에들어온불청객,게다가이‘엉뚱한’관객은10여분만에영화를보고나와그끝을예상하곤한다.그것이기자의삶이라고생각했다.쫓기듯진실을추구하는삶이점차버거워졌을때,데이터교수의말은‘차라리영화를만드는일부터관여해보는것이어떠냐’는뜻으로들렸다.

사회적으로부각될이슈를초기부터추적하고그궤적을따라가면서미래의방향을예상하는직업이‘미래학자’라는말에나는선뜻그런삶을살겠노라고속으로다짐했다.그리고2007년여름,데이터교수가있는하와이주립대미래학대학원으로떠났다.한사람의미래는어떤사람과관계를맺느냐에따라달라진다.내가홀로꾸는꿈을점(點)이라고표현한다면,그꿈을나눌수있는사람을만나야한점의꿈은선(線)으로확장된다.

이런선을그리지못하면내꿈은나만의꿈으로,이룰수없는꿈으로끝나고만다.직장에서도어떤선배와어떤후배를만나느냐에따라직장생활의성패가갈리듯좋은관계는좋은결과로이어진다.데이터교수를만나나의미래학학습이시작됐고,책상에서미래학을배우는것을넘어데이터교수와함께프로젝트를하면서미래학이무엇인지감을잡게됐다.한번해보는것만큼확실하게배울수있는것도없다.

떡값’의가치관

미래학에대해좀더심층적으로접근해야할이시점에‘신동아’에‘미래학시리즈’를연재하겠다고제안한것은두가지이유에서였다.첫째는‘미래학이곧삶’이었다고해도좋을데이터교수의글과생각,그와나눈대화를‘잊어버리기전에’정리해보고싶었다.컴퓨터란뜻의성(姓)때문인지데이터교수는‘기술낙관론자(techno-dreamer)’로불리는데,그는기술을인간의가치에맞게활용하는데대단한관심을갖고있다.

이미1977년부터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컴퓨터를통해e메일을사용하기시작했다는점만봐도그가얼마나앞서가는사람인지,얼마나새로운기술에관심을갖고있는지,관심을넘어직접경험해보려는행동주의자인지알수있다.지금도그는직접사람을만나기보다e메일로대화하기를좋아한다.세계적인미래학자들과매일e메일로새로운이슈를놓고토론을벌이며,학생들도적극적으로토론에참여할것을권한다.

수업시간에하지못한토론을e메일을통해연장하다보니그와나눈대화는대부분e메일에녹아있다.아무도정리하는이없는이자료를‘신동아’연재를통해밝혀보려는것이다.어찌보면이런것들이바로논문에도,책에도없는이른바‘초기이슈’의한예일것이다.이렇듯몇사람이논의하다가논문으로발전하고,이것이사회적인주목을받게되면책으로출판되고,그때야비로소일반인에게알려지는것이다.

세계의지성들은어떤문제를두고벌써부터걱정하는지혹은흥분하는지미리알수있다면미래를대비하는데도움이될것이다.따라서‘신동아’연재의기본이되는내용은데이터교수의글과그가미래학자들과나눈대화다.둘째는미래학이과연한국사회에도움이될수있는가하는나의개인적인의문을풀기위해서다.미래학관련논문과책을읽으면서나는미래학적방법론이나시각이한국사회를새롭게해석하거나한국사회의미래를예측해보는데도움이된다고생각했다.

아직은나만의생각에머물러있지만,새로운가능성을열어줄것으로생각하는한가지‘증거’가있다.얼마전호주와대만에서미래학을가르치는소하일이나야툴라(SohailInayatullah)가창안한원인다중분석법(CausalLayeredAnalysis)으로한국기업의로비문화에대해분석한적이있다.기업의불법적인로비를언론에선어떻게다루는지,연구기관에선어떻게분석하는지,다른나라사람들은어떻게생각하는지,그리고한국사람의내재된가치관에서기업의로비를어떻게받아들이는지분석하는작업이었다.

그결과기자들이이방법론을이용한다면한편의훌륭한기사를쓸수있겠다는생각이들었다.추후미래학방법론을다룰때다시자세히소개하겠지만,예컨대부정한뇌물을‘떡값’이라고불러도아무런거리낌이없는것을보면한국인의정서와문화에서기업의불법적인뇌물을어떻게정당화하는지알수있지않은가.이처럼원인에대한심층탐구는같은사건이재발하는과정을드러내줄뿐아니라재발을막는데도도움이된다.

미래학은과거와현재를철저하게이해하면서미래를예측하는것이다.미래를과거나현재와단절된것으로생각하면서단순히‘쇼킹한것’혹은‘혁명적인것’이라고여기는건,많은사람이미래학이무엇인지를잘못이해하고있기때문이다.물론한국사회에미래학의가능성을탐색할때도데이터교수와나눈대화를기반으로삼을것이다.

“나는과거를기념하지는않아”

미래학을소개하기에앞서우선데이터교수가누군지밝혀야할것같다.‘신동아’독자중에는많고많은미래학자중에왜하필데이터교수의미래학강의를들어야하는지궁금한분도있을테니말이다.‘신동아’2006년4월호에실린데이터교수의인터뷰를참고해도좋을것이다.사실그의인생은미래학을형성하는데바쳐졌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를미래학계의대부(代父)로평가하는건,단순히지난40년동안미래학을가르쳤다는사실때문이아니라그가학계에미친영향이워낙크기때문이다.

그의삶을들여다보는것으로도미래학이무엇인지이해하는데도움이될정도다.1950년대미국스텟슨대학에서고대사와중세사,철학을공부하던데이터는펜실베이니아주립대대학원에진학하면서정치학에흥미를갖기시작한다.이무렵은이른바정치과학(PoliticalScience)이탄생하던즈음으로,워싱턴에있는아메리칸대학에새로운폴리티컬사이언스학과가개설됐고,이에흥미를느낀데이터는아메리칸대학으로옮겨1959년정치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

교수생활은1958년부터했다니,2008년이50주년이되는해였다.언젠가내가슬쩍“50주년을기념을해야하지않겠느냐”고물었더니,데이터교수는“나는과거를기념하지는않아.내관심은미래야”하며껄껄웃은일이있다.1960년대초반,일본의릿쿄대학이데이터교수를초빙한것은미국의정치학을배우기위해서였다.데이터교수는6년동안일본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쳤는데,미래학에대한그의관심은이때부터시작된것이다.

그가가르친일본인학생들과외무성관리들이미국을‘앞선나라’로생각하고미국을따라가려하자,데이터교수는‘그렇다면미국은어디로가고있는가’하는의문을갖게됐다.미래를알려주는학문은없을까고민하면서관련서적을모으고있을무렵,데이터는미국버지니아대학으로자리를옮긴다.이곳에서그는미국사회에서막태동한미래학자들(1966년세계미래협회(WorldFutureSociety)창설)과교류하면서,미래학의영역을개척한다.버지니아대학에서교류한건축가들과교류하면서데이터는미래학에디자인,설계,건축등의개념을넣기시작했다.

버린물을다시마시게하면?

그는“미래학자의삶은건축가의삶과같다”며“사람들에게비전을제시하고설득하며,설계도면을작성하고,일할사람들을조직하고,땅을파고,각종민원을처리하고,정부관계자들을만나고,새로운건축법을숙지하면서하나의건축물을완성한다”고설명하곤한다.이렇듯미래학을구조주의적관점에서바라보는건그만의독특한시각이다.다가올미래를예상하는선에서그치지말고능동적으로자신이원하는미래를설계하라고학생들에게주문하는것이다.

따라서데이터의미래학은‘미래예측’보다는‘미래설계’에초점이맞춰져있다.그래서그는늘“구조가문제야(Structurematters)”라고중얼거린다.이말이무엇을의미하는지좀더살펴보자.데이터교수는지난2002년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발표한논문(Assu-mingResponsibilityForOurRose)에서이렇게말했다.“사람들의마음을움직이는건쉽지않다.특히문화적으로혹은생물학적으로뿌리가깊은문제에대해사람의마음을바꾼다는건더어렵다.

그런데우리는흔히사람의의지가약해서마음을바꾸지못하는것이아니라사회적구조때문에마음을바꾸지못한다는사실도있음을간과하곤한다.선한일을하고싶어도한사회의구조가그걸허락하지않으면못한다.예를들어보자.나는종이,유리,알루미늄캔등을재활용하는데관심이있다.환경보호를위해분리수거해야한다고생각한다.하지만내가사는곳은조그마한마을이어서재활용품을분리수거하는곳까지가려면몇km를달려야한다.재활용품을가져가는사람들이내가사는곳까지오려면기름값이더든다는이유로오지않는것이다.결국재활용품을분리해서버리려는나는경제관념도없는바보가된다.”

잘하려고해도사회가용납하지않으면못하는게우리가살고있는사회의또다른모습이다.특히법이그렇다.법을지키는것이지키지않느니만못하다면우리는자연스럽게범법자가된다.사회가시민을범법자로내모는셈이다.서울에서버스전용차선제도가시행되고나서숱한시행착오를겪었다.대체로시민들은이제도에대해찬성한다.환승이쉽고경제적으로이득이있어서다.그러나어떤구간은버스전용차선때문에교통정체가상습화되고이를피하기위해자동차운전자들이법을위반할때도있다.

법을지키는사람들이손해를볼때무질서는가속화된다.그렇다면구조를바꾼다는건어떻게하자는것일까.더좋은사회를위해사람들이자발적으로참여하도록하려면어떻게해야하는가.데이터교수는두가지방법을제시한다.우선첫째는다소‘우스꽝스러운’아이디어다.“자동차배기가스때문에환경이오염되고있는도시를떠올려보자.시청에서환경오염을막기위해자동차배기가스관을운전자의뒤통수로향하도록자동차설계법을변경했다고가정해보자.

물론배기가스를대기중의공기와거의같은수준으로정화한뒤운전자에게쏟아내는것이다.이러면운전자가환경오염에대해관심을갖지않을수있겠는가.마찬가지로우리가하수구에버리는물을바로정화해서다시먹어야하는아파트에살고있다고가정해보자.아파트주민들이물을버릴때어떤심정으로버리겠는가.”다음으로살펴볼것은이미정치학계에서검증된방법이다.

“특정한정치적구조가특정한정치적행동을유발한다는건많은사례를통해확인할수있다.한선거구에서한명의국회의원만을선출할경우사회는양당제를허용하는셈이다.세번째,네번째당은나올수없다.반면한선거구에서여러명의국회의원을선출할때는다수당이출현한다.중선거구제나대선거구제에서미국식의양당정치를기대할수없듯,소선구제에서다수당의출현을바랄수는없다.구조적으로막혀있기때문에우리의의지와는아무관계가없다.”

따라서우리가원하는미래를맞이하려면그미래를만들어내는구조를창조해야한다.“자,여기각종환경오염으로부터지구를지키려는친(親)환경론자가있다고가정하자.그가먼저해야할일은인류가지구로부터받은혜택을돌려주려는책임감을많은사람과공유해야한다.다음엔이런책임감을도덕적인이슈로발전시켜많은사람이환경보호운동에동참하도록격려해야한다.그다음엔사람들이쉽고편하게환경을보호할수있도록제도적인장치를만들어야한다.환경을보호하지않고는못배기도록만드는것이다.마지막으로이같은제도적장치의단점은없는지,더나은아이디어는없는지꾸준히관찰하면서개선해나가야한다.”

-미래학자/짐데이터이론틀│하와이주립대미래학대학원장,정치학과교수

-글/박성원글│전동아일보신동아기자,하와이주립대미래학대학원석·박사과정

출처/신동아2009.01.통권592호(p48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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