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학이란 무엇인가 [2] *-

미래학이란무엇인가

7가지미래법칙

데이터교수밑에서미래학을공부하면서나는‘미래학자=점쟁이’라는도식을떨쳐내려고많은노력을했다.이게쉬울것같은데,마음같이되지않는다.예측하지않는미래학자가무슨미래학자인가.맞는말만한다면그건마을훈장이나도덕군자와다름없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그러나돌이켜보면미래를예측한다는건도박이나마찬가지다.한번틀리고한번맞는것이사람이하는예측이다.때론계속틀릴때도있다.따라서미래를족집게처럼맞추려는욕망을억제하는게중요하다.선지자인척하지않으려는마음자세가필요하다.

그렇다면미래학은뭘공부하는것인가.어차피미래는아직현실화되지않아공부할것도없다.역사학은사료(史料)가있지만미래학은글쎄,공상과학영화가있다고해야할까.하와이에서미래학을공부하는학생들이첫시간에배우는것이‘데이터의7가지미래법칙’인데,그내용을들여다보면미래학이뭘공부하는지잘나타나있다.40년동안미래학을가르치면서정리하고가다듬은미래학의‘팥소’라고할만하다.

첫째법칙미래는공부할수없다.미래는현재존재하지않으니까.따라서미래학은미래를공부한다는흉내도내서는안된다.그럼뭘공부하는가.미래의이미지를공부한다.그게뭔데?각자가갖고있는미래에대한그림이다.미래학강의첫학기에읽어야하는논문에는세계의미래학자들이그려낸미래의이미지들이들어있다.이슬람의미래,유럽의미래,아프리카의미래,중국의미래,한국의미래….

영국에서박사학위를받은한여성미래학자는3년동안세계를자전거로여행하면서나라별로대륙별로사람들이갖고있는미래의이미지를조사·연구하고있다.사람들은처지에따라,사는곳에따라,가치관에따라다양한이미지를갖고있다.이런이미지를이해하는일이중요한것은대부분의사람이미래의이미지를좇으며현재를살고있기때문이다.오늘의‘그’를이해하려면그가그리는미래의이미지를알아야한다.

둘째법칙미래는예측할수없다.그러나대안이될만한미래들은예측할수있고,예측해야한다.여기에선‘미래’라는단어와‘미래들’이라는복수형에주목해보자.미래학을공부하는학생들은초기에‘Futures(미래들)’라는단어에익숙해져야한다.습관대로‘Future(미래)’라고만발음했다가는먼저미래학을공부한선배들에게핀잔을듣는다.“퓨처가어디있어?퓨처스라고!”내가하와이주립대미래학대학원에입학원서를제출할때도움을준서용석KT미래사회연구원선임연구원이있다.

그는“미래학을영어로는‘FuturesStudy’라고쓰는데복수형s를꼭붙여야한다”고조언해주었다.그러곤한마디덧붙인다.“퓨처라고만했다가는큰일납니다!”복수형으로미래를언급하는이유는미래가피할수없는,그래서무섭거나폭력적인것이아니라는점을강조하기위해서다.미래는인간이선택할수있고,어떤가능성이든열려있으며,이견(異見)이생길수있고,희망이있는공간과시간으로이해해야한다는것이다.미래의가능성이하나만있다고가정해보라.얼마나암울한가.

2007년11월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동대문구제기동성당에서열린검찰과삼성의반성을촉구하는제3차기자회견에서`떡값검사`명단일부를공개하고있다.이렇듯‘떡값’이라는표현의보편적인사용은한국사회가치관의일단을반영하는것이다. 지난여름한국에서직장을다니는중년의여성과미래에대해대화를나눈적이있는데,그분이대뜸나에게“미래가얼마나폭력적인지아세요?”라고물었다.왜그렇게생각하느냐고했더니“따라가기싫어도쫓아가야하기때문”이라고말했다.며칠뒤데이터교수에게그여성과나눈이야기를말해주었다.한국의발전가능성에대해누구보다긍정적인의견을갖고있는데이터교수는그말을듣자“한국정부가성장일변도의미래만추구하기때문이아니냐”고되물었다.

내가대답대신“한국인이미래에대해불안감을느끼는데는다른이유도있는것같다”고말하자그는“다른나라의발전방식을모방해부(富)를쌓은나라의경우어느순간그부를지키는것에엄청난불안감을느낀다”고했다.하나의미래만제시하고따를것을강요하는사회,발전의원동력을남의것에서만찾는사회의시민들은미래가두려울수밖에없다.

셋째법칙최선의상황을가정하는시나리오나반대로최악의상황을가정하는시나리오는쓰지않는것이좋다.우리가‘최선’이나‘최악’이라는말을입밖으로낼때으레간과하는것은그반대의측면이있다는사실이다.밝은날에도넘어지는사람이있으며깜깜한날에도이익을보는사람이있다.따라서누구에게나,어느때라도항상기회는있다.어떤미래가와도놀라지않도록준비하는노력이필요하다.

넷째법칙“반드시이뤄진다”는말은종종‘빈말’로끝난다.가장실현가능성이높은미래혹은가장실현되기어려운미래는아이러니하게도그반대로귀결되는경우가많다.예상치못한일이버젓이벌어지는가하면분명예상한일이전혀일어나지않는게우리가사는현실의모습인지도모른다.따라서미래를예상하고대안을내놓을때‘실현가능성:높음,중간,낮음’이라는단계를만들지않는게바람직하다.어디에도무게가쏠리지않는대안을내놓아사람들이편견을갖지않고선택하도록해야한다.

다섯째법칙점쟁이가되지말고행동가가되라.미래학의주요역할은개인이나단체가스스로미래의비전을만들고,실현방안을만들고,그방안에문제는없는지꾸준히관찰하면서개선하고,개선된현재에서다시미래의비전을만들고또다른실현방안을만들도록돕는것이다.미래학에선유토피아나디스토피아란단어를쓰지않는다.둘다어두운부분,의도적으로감춰진부분이있기때문이다.또둘다실현가능성이낮다.

서울강북구미아동의한재활용선별장.한사회구성원들의행동패턴은‘개인의의식’뿐아니라‘사회적구조’에의해규정되는측면이강하다.

대신미래학에선이토피아(Eutopia)라는단어를선호한다.이는현재우리의노력과약간의운으로충분히실현할수있는미래라는뜻이내포돼있다.억지로따라하거나생각없이좇아야하는미래는이토피아가아니다.새로운정보와기술에따른희망과공포를적절하게예상하면서,우리에게닥칠문제를즐거운마음으로진단하고,세심하게대책을만들며,지속적으로우리의대안을점검하고개선하고바꾸는것이이토피아를실현하는방법이다.

여섯째법칙사회에유용한아이디어는처음엔황당하게들린다.어떤미래는현재나과거의모습이투영돼있기때문에사람들에게잘알려져있다.이런미래가실현돼도별로놀랄것은없다.그러나어떤미래는공상과학영화에나나올법한황당하고전혀들은바없는것이다.이렇듯전혀경험해본적이없는것들이모습을드러내면사람들은놀라게마련이다.그러곤이렇게중얼거린다.

“에이,엉터리같은것!”그러나그엉터리같은것이사회를변화시키고,우리의삶을바꿔놓는다.데이터교수는1970년대초에텔레비전프로그램진행자로명성을얻은적이있다.미국공영방송PBS의하와이방송국에서그는‘미래에채널고정(TunetotheFuture)’이라는프로그램을진행했다.방송에서미래학을강연해달라는요청에데이터교수는당시미국에서인기를끈코미디프로그램을참고하자고제안했다.

여러사람이등장해빠른속도로미래에벌어질일들을말하고는사라지는것이다.

주로데이터교수의제자들이등장해미래를말하곤했는데,이들이떠든내용중상당수는우스꽝스럽게보이는삶을사는사람,미쳤다는소리를듣는과학자,이해하기힘든그림을그리는예술가등에게서들은내용이었다.언뜻황당하게보이는이들의삶이실은우리가미래에서목격할삶이될수있다는가능성때문이었다.

데이터교수는종종“비폭력적이면서황당한아이디어를제안하는사람에게상을주고방송에등장시켜일반시청자에게보여줘야한다”고말한다.이프로그램은전미(全美)프로그램상을수상할정도로인기가높았다.

일곱째법칙미래학자는황당한아이디어의실현가능성을짚어줘야한다.사실나에게황당한것은남에게도황당한것이다.따라서황당한아이디어가소멸되지않고,싹을틔우고,꽃을피우고,열매를맺기까지는많은노력이필요하다.미래학자는황당한이야기만을떠들어대는사람은아니다.분명한증거를제시하고가능한시나리오를도출해서사람들이황당한이야기를믿을수있도록인도해야한다.

그러나이과정에서미래학자는때로사회적저항에부딪히고놀림을받을수있으며외로울수도있음을각오해야한다.언젠가데이터교수에게“황당한이야기를하는미래학자로서의삶이외롭지않으냐”고물은적이있다.그랬더니“친구가있어서괜찮다”고했다.그에겐확실히친구가많다.늘세계각지에서온학생들이미래학을배우러찾아오며,전세계에서활동하는동료들은데이터교수에게심심치않게재미있는이야기를들려준다.

늘웃고농담하며지내는그를곁에서보고있노라면나도흥이난다.그러나1년넘게지켜본바로는그가스스로외로움을택하고즐긴다는생각도든다.미래학에대해떠드는것을좋아하지만그것이저녁시간까지이어지거나파티로연결되지는않는다.종종각종모임에서저녁파티에초대받곤하는데도가능하면가지않는것같다.혼자사색하고상상하며자료를찾는데주로시간을쓴다.데이터교수는새벽5시30분이면일어나인터넷을검색하며자료를찾아모으고오후엔학교연구실에나와e메일을주고받느라정신이없다.

저녁수업이없는날은오후5시쯤퇴근해아내와함께조촐하게‘스시’로저녁을먹는다.이게그의삶이다.데이터교수의정보검색기술은따로지면을할애해설명해야할것같은데,나로선흉내내기힘들정도로다양하고도집요하다.그의컴퓨터메인화면에는새로운정보만모아정리해놓은‘Scan’이라는폴더가있다.이폴더에저장된정보는그가예전부터추적하고관계를맺어온과학자,사상가,미래학자,발명가,사회과학자,건축가,생물학자등으로부터받은것이다.

신기술에대한그의관심은꽤오래됐는데,일례로1973년에쓴그의글‘왜미래학이필요한가(WhyFuturistics?)’를보면이미인공두뇌학(Cybernetics),인공지능(ArtificialIntelligence),자기복제(Self-reproducing),지구환경의단일화(asingleecosystemoftheworld)등신기술과다가올환경에주목한것을알수있다.

언젠가내가정보를모으는방법에대해묻자그는“사람을좇으라”며“근원과가깝게지내라(closetotheorigin)”라고한적이있다.“새로운이야기를해주는사람을좇아그가어떤글을쓰는지꾸준히읽어보고,그가제시하는아이디어의근원은무엇인지추적하는게중요하다”는이야기였다.이렇게한덕분에데이터교수는인공지능이라는주제만해도근40년동안기술의변화를추적하고있으며,그기원과관련학자들을꿰게된것이다.

쿠바산타크루델노트르인근해변의석유시추펌프.자원고갈문제는수십년간미래학자들이반복적으로경고해온이슈지만,여전히근본적으로해결할방법은보이지않는다.

“흘러간노래길바랐으나…”

1980년대와90년대는아마그의인생에서가장바빴던때로기억될것이다.세계미래학자들의네트워크인세계미래학연맹(WorldFuturesStudiesFederation)의사무총장과대표를연달아맡아지구를종횡무진행진했기때문이다.이념의대립이극심했던1980년대에도그는자본주의국가들은물론동유럽,중국,북한등사회주의권국가까지방문해미래학대회를열었고사회주의미래학자들과도끈끈한유대관계를과시했다.

그과정을통해그는새로운개념을많이고안해냈는데,그중잘알려진게하드웨어와소프트웨어를넘어선‘오그웨어(orgware)’다.이는‘organizationware’의준말로,하드웨어나소프트웨어가잘작동하도록사람이나기관을조직하는기술을말한다.이용어는당시소련의한부분이었던우크라이나의미래학자도브로브와대화하면서탄생했다.미래는경계를허물때더잘보이는법이다.

사회주의미래학자는물론정치인들과도교류했다.중국의리펑총리를만나기도했고,1989년엔평양에서당시북한사회과학자협회위원장을맡고있던황장엽노동당비서를만나미래학에관한대화를나누기도했다.그는그때북한사회에서받은인상을이렇게적고있다.“북한사회는마치교황이있는로마의바티칸시티나몰몬교도들이몰려있는유타주솔트레이크시티를연상케한다.”솔트레이크를언급한이유는“남이뭐라든자신의길을간다는점에서그렇다”고적어놓았다.독특한인상이아닐수없다.

1990년은미래학자들조차세계의변화에대해깜짝놀란해였다.동독과서독이통일됐기때문이다.그는‘세계미래학연맹과나’라는글에서당시의소회를이렇게적고있다.“진실로1990년은진공상태였고,기회였고,위기였다.미래학자들이동유럽의변화를예측하고직접변화를일으키기도했지만1990년의상황은전혀예측하지못했다.너무나빠른변화였다.

미래학자라면누구라도끊임없이‘다음은무엇인가(What´snext?)’또는‘우리가소망하는미래를얻은뒤엔또무엇을해야하는가’하는질문을던졌어야했다.이런질문을하지않으면,비록우리가꿈을이뤘어도조만간미래는저만치멀어지고,우리가이룩한것도잃을수있기때문이다.”누군가나에게스승의눈물을본적이있느냐고묻는다면나는“보진못했지만울었던것은틀림없다”고답할것이다.

2008년7월데이터교수는미래학계의대표저널로평가되는‘퓨처스’40주년기념논문에서‘40년전‘퓨처스’첫호에서미래학자들은머지않아세계의에너지자원이고갈될것이라고분석했는데,지금도같은소리를반복하고있다.도대체뭐가변했는가’라며미래학자들의자성을촉구했다.1968년이라면석유파동이있기전이다.그런데도미래학자들은‘퓨처스’첫호에서“지금까지인류는미래세대에게물려줘야할지구의자원을마구사용했다.

그대가로조만간지구의생태계가위협받을것이다.에너지자원을다양화하는방안을마련해야하며,자원의효율성도높여야한다.에너지부국과빈국의불균형을해소하는방안도시급한과제”라고주장했다.지금읽어도전혀생소하지않다.40년이지난지금도똑같은‘흘러간노래’를부르고있기때문이다.

JimDator
미국스텟슨대에서역사학및철학전공,펜실베이니아대석사(정치학),아메리칸대박사(정치학)
서울대국문과졸업,동대학석·박사(국문학)
일본릿쿄대교수,일본외무성부설연구소교수,미국버지니아대교수,세계미래학연맹초대사무총장·대표
現미국하와이주립대미래학대학원장·정치학교수,프랑스국제우주대교수,세계미래학연맹이사

누구도찾아읽은적이없는듯40년전나온잡지는먼지가쌓이고색이누렇게바랬다.

이를본노(老)학자는눈물을흘리고만다.“Iwipedafewtearsofnostalgiafrommyeyes,andwonderedaboutthefuturesofthefutures(옛날향수에젖어눈물이흘렀고,나는미래의미래를걱정하고있었다-‘퓨처스’2008년7월호에실린데이터의글‘Futures,volumeoneandtwo:Thenandnow’중에서발췌).눈물을닦은노학자는실망하지말자고스스로를격려한다.

주위를둘러보니미래를걱정하며밝은미래를설계하는젊은미래학자가많이있기때문이다.그는이들에게희망이있다면서글을맺는다.

박성원
1971년서울출생
광운대전기공학과,연세대신문방송학과졸업
전동아일보신동아기자
現하와이주립대미래학대학원석사과정,‘미래의대학교육’프로젝트연구원
저서및논문:‘그들은어떻게억대연봉자가되었을까’‘다르지않으면성공할수없다’‘H그룹직장영웅전설’‘FromExperiencetoRelation:LaszloandInayatullah,twofuturistscompared’

어떤주제든반론의가능성을열어놓는데이터교수는좀체단호하게말하는법이없다.그러나내가가끔엉뚱한질문을할때면단호하게나온다.엉뚱한질문은이런것이다.“미래가너무어둡습니다.모든게암울해보입니다.”그러면데이터교수는이렇게말한다.

“동의할수없는걸.너요즘공부하지않는구나.미래학저널만봐도희망적인전망이얼마나많은데.”이렇게혼나고나면이런생각이든다.미래학은다만희망을이야기하는것이라고.(끝)

-미래학자/짐데이터이론틀│하와이주립대미래학대학원장,정치학과교수

-글/박성원글│전동아일보신동아기자,하와이주립대미래학대학원석·박사과정

출처/신동아2009.01.통권592호(p48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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