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출판계에서는금융위기와관련한책들이넘쳐나고있다.현상황을분석한책들도눈에띄지만대부분은과거금융위기의사례를다시짚어보는책들이주를이루고있다.과거금융위기의경험을통해현상황을이해하고향후전개될방향을가늠해보려는독자들의욕구를충족시키기위함이라이해된다.하지만과거의상식과경험이전혀통용되지않는새로운충격이발생했는데지난일을들추어서보는것이무슨의미가있을까?금융위기가반복되는모습으로찾아오지는않는다고할때,이전금융위기로부터우리는무엇을배울수있는가?그러한대답의실마리를제공해주는것이여기소개하는마이클루이스의“패닉이후(원제AfterthePanic)"이라는책이다.
이책은시장의큰흐름을보면서탐욕과공포에사로잡힌나약한인간의본성을이해하기위해날카로운메스를가한다.과거의금융위기당시의생생한현장의목소리를전해줌으로써패닉의개념과과연무엇이패닉을불러오는지,패닉은어떻게전염되는지,패닉이닥쳤을때어떻게해야살아남을수있는지를제시한다.
이책은1987년블랙먼데이로부터현재의서브프라임금융위기까지80년대이후발생한네차례금융위기를해부하는석학들의칼럼과기사를모아엮은선집이다.선집의경우여러사람들의다양한견해를한꺼번에담을수있다는장점이있는반면,자칫통일성이부족하여전체흐름이매끄럽지못하거나,글을읽을때의호흡이끊어지는단점을갖기쉽다.
이책이이러한장점을살리며단점을극복해낸것은전적으로편저자인마이클루이스의역량탓이다.월스트리트최고의트레이더에서베스트셀러작가로변신한마이클루이스는금융현장에대한해박한지식과사태의본질을꿰뚫는혜안을바탕으로지난20년간벌어진네번의금융위기에대한여러전문가들의칼럼과패닉의순간을집중조명하는기사를모아당시의반응과이후의평가를살폈다.
거대한대재앙을불러왔던금융붕괴사태의사건전후,그리고당시의순간을보도했던기사,책,오피니언,코멘트,정부보고서등다양한포맷의55개글들이패닉이어떻게진행되었는지를생생하게전해주고있다.참여한필진들의면면도화려하다.레스터서로우,로버트쉴러,밀튼프리드먼,폴크루그먼(2008년노벨경제학상수상자),제프리삭스,조지프스티글리츠(2001년노벨경제학상수상자)를비롯한대가들의분석과평가그리고통찰이돋보인다.
위기가발생한당시의경제상황과시장의역학관계를거시적으로조망하면서투자자들의미세한심리변화와불합리한행태까지고스란히드러낸다.이책을재미있게만드는것은금융위기전후게재된각종언론매체의현장기사와칼럼들이다.그글들을읽다보면마치과거의일들이오늘당장일어나고있는것과같은착각을불러일으킨다.
마이클루이스는이기사선집을통해인간의비이성적광기와탐욕이어떻게금융위기를일상적으로되풀이되는사건으로만들고있는지를제시한다.위기의원인은다르지만매번찾아오는위기때마다바보같은미신과환상에빠져있다.위기가닥치고나서야허둥대는인간의모습을보여줌으로써혼란스러운현대금융시장을독자들이제대로이해하도록도와주는것이다.
“패닉이후”가다루고있는금융위기는블랙먼데이,아시아외환위기,닷컴버블,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등네가지이다.
그는프로그램에따라기계적으로매매를하는컴퓨터에시장급락의책임을씌우는것은목수가연장탓을하는것만큼이나잘못된생각이라주장한다.시장이보여준행태는아프리카평원의영양무리사이에서발생하는갑작스러운공황과크게다르지않다는것을조목조목보여준다.현부동산붕괴를예견한금융위기전문가인로버트쉴러가1988년워싱턴포스트에기고한칼럼에서도두려움이블랙먼데이를만들었다고주장한다.
외부의경제적요인보다는투자자의심리적요인,즉투자자생각과행동의변화가심판의날을초래한원인이라는것이다.돌발적요인으로가격이하락하고이전의가격하락으로인해다시가격이떨어지는악순환,즉두려움의전염이시장의붕괴를가져다주었다는것이다.1987년의블랙먼데이는실물경제에별다른충격을주지않고사라져갔다.시장붕괴의공포가스쳐지나가자마자비이성적인광기와리스크에대한과소평가는다시고개를들었다.근거없는희망을바탕으로무모하게투자수익을쫓아가는투자자들이또다시패닉에휩싸이게된것은1997년꼭10년만이었다.
위기의진원지가미국월스트리트가아닌아시아외환시장이라는점만이달랐다.
올해멕시코,필리핀및기타신흥시장들은과감하게투자한펀드들이충분한보상을받을수있는해가될것이다”라고당시의시장분위기를전하고있다.이러한시장분위기는1997년하반기가되면빠르게반전된다.데이비드홀리LA타임즈기자는1997년9월“노심초사하는태국의기업들,모두무너지는것인가?”라는도전적인제목의기사를작성했다.투자분위기가냉각되면서공포가투자자사이에꿈틀거리기시작했다.
태국을비롯한아시아시장에막대한자본을투자한투자자들은두려움으로인해투자자금을회수했으며그결과태국,인도네시아급기야한국까지IMF구제금융을신청하는신세로전락한것은모두가아는사실이다.아시아금융위기는전세계적인금융위기로파급되지않았다.미국경제는충격을받기는커녕1990년대초반부터시작된장기호황을계속누릴수있었다.그러나한국을비롯한아시아국가가경험한경제적피해는엄청났다.
폴크루그먼의말대로세계경제에서그렇게큰부분을차지하는곳이그렇게파괴적인추락을경험한적은이전까지없었다.때문에왜이러한일이발생했는가에대한다양한견해가제시되었고,이를극복하기위해서는어떠한처방을내려야하는지에대해서도격렬한논쟁이벌어졌다.당시IMF식고금리및긴축처방을주장하는측과긴축정책의부당성을주장한측의논거는폴크루그만이포춘지에기고한1998년9월의컬럼에잘정리되어있다.
크루그먼은한국이금리를올리지않았다면원화의가치가더떨어져서대규모달러부채를보유한은행과기업이모두파산했을것이라주장하며IMF식처방이당시에는불가피한선택이었다고주장했다.그러나그가인정했던것처럼“아무리IMF식처방이좋은방안처럼보였지만,일이아주잘풀리지는않았다.”
오히려IMF가해당국가들에게요구한높은금리때문에심각한불황과금융피해가생겼으며그결과재무상태가좋은은행과회사들이무너져버렸다.
현재전세계가안고있는금융위기를고금리와긴축으로해결하려는나라가하나도없는것을보면,그때의대응이얼마나잘못되었는지를가늠해볼수있다.금융의역사는되풀이되어나타나지않을뿐더러단몇줄조차도똑같이나타나지않는다.아시아에서벌어졌던금융위기는이후무대를바꾸어미국에서다시모습을드러냈다.
이러한비이성의광기는끝없이가지않았으며,이성을되찾은투자자들이치룬대가는컸다.군중심리가인터넷관련기업의주가를한없이끌어올린것과마찬가지로일단투자자가의심하기시작하면군중심리때문에그추락은도를넘어서게된다.닷컴버블을이끌었던집단본능이폭락을주도한것이다.헛된투자의어김없는최후를분석하는마이클루이스본인이직접쓴“닷컴버블,비이성의대가를말하다”는신선한시각을보여준다.
인터넷기업에대한투자는비이성적광기와군중심리가결합되면서도를지나쳤지만,실리콘밸리나닷컴기업자체는결코거품이아니었다고루이스는주장한다.결국인터넷붐은기술혁신이주도한시기로봐야한다.집단심리에따른인터넷광풍의위험성만큼이나군중심리로인한급격한인터넷버블붕괴도문제가있다는것이그가주장하는바이다.
이책이마지막으로분석하고있는것은
이책이편집된당시만해도사태가이렇게진전되리라고는아무도예상할수없었을것이다.비록이책이어떻게서브프라임모기지부실이라고하는부동산부문에국한되었던부실문제가전세계적인금융위기로확산되었는가에대한만족할만한해답은제시해주지못하고있지만,그단초가된주택부문의버블과붕괴의과정에대해서는정확한진단을내리고있다.
글로벌금융시장에는한시도눈을뗄수없을정도로긴장감넘치는한편의드라마가예정된각본도없이전개되고있다.드라마의주연은집값이계속오르리라는환상속에자신의능력이상으로돈을빌려집을구매한미국의주택수요자와자격안되는이들에게주택담보대출을해주고이를바탕으로각종파생금융상품을창출하여막대한수익을올렸던투자은행등금융기관들이었다.
주택시장에거품이형성될조짐이보였음에도불구하고역사상유례없는초저금리를유지하다가뒤늦게주택버블붕괴의위험성을깨닫고금리를올림으로써결과적으로는주택경기냉각과서브프라임담보대출의부실을초래했던미국FRB도드라마의조연자리를차지하고있다고해야할까?앞으로이러한금융위기가어떻게전개될지현재로서는예측하기가불가능하다.그만큼불확실성이크게지배한다.
그러나적어도이책을통해서우리는과거의경험과역사를오늘날의시각으로재해석하며교훈을얻을수있다.현재맞이하고있는금융위기가어떻게전개될지에대한궁극적인해답을이글이제시해주고있지못하지만,-그누구도그답을내리지는못할것이다-앞으로도다른모습으로찾아올위기와패닉에대해냉철한이성을잃지않고,새로운투자기회를찾아내는데있어소중한아이디어를얻을수있을것이다.
시장의움직임과투자자의본성에대한날카로운통찰까지도덤으로얻을수있다.지나친탐욕에빠져리스크를과소평가했을때어떤대재앙을불러올수있는지,처음나타난새로운패닉의본질과그뒤를이어나타난다른특징들은어떠한지에대한통찰력이있는잡지기사,책,경제논설,정부보고서등많은문헌들이이책에뷔페식처럼담겨있어복잡한현상황을이해하는데도움이되리라믿는다.
-리뷰/전영재(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