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크레바스지대를오르내리다주변에펼쳐진경치를놓치기아쉬워뒤따르는그들을기다린다.사진기에담기는그들또한즐거워한다.마침그들뒤로그랑카퓨셍(GrandCapucin·3,838m)동벽의붉은화강암이시야에들어온다.수도승의고깔모자를닮아이름붙은그랑카퓨셍.보나티는이벽을세번째시도만에초등한다.그의나이21세에이룬위대한등반이었다.첫시도에서날씨가나빠후퇴한보나티와그의친구는3주후두번째시도에서세번이나비박하며화강암직벽을오른다.
갈증에시달린이들은내리는눈까지받아먹고,심지어모래가섞인눈을집어먹으면서까지등반해벽을거의다오른상태였지만,역시악천후로단념한다.1년후인1951년여름,보나티는동료지고(Ghigo)와의약속을지키며드디어세번째시도에서한번의비박후정상에선다.몇년후또다른불세출의알피니스트인오스트리아의헤르만불(HermannBuhl·1924-1957)은이루트를오르고서알프스에서행해진가장어려운화강암등반이라극찬하였다.
이등반후보나티는약관의나이에등반계에더욱이름을떨치게된다.그리고25년후이루트를다시찾은보나티는초등시보다엄청많이박혀있는하켄들을목격하고서불확실성과불가능성은전통적인알파인등반의필수요소로서,인위적인요소들에전적으로의존하는등반은그저육체적인노동일뿐이라설파하였다.
한동안오르막이이어지더니넓은사면이펼쳐진다.곧툴안부(ColdeToule·3,444m)다.그너머는이태리땅이다.한데이국경능선너머엔구름바다가펼쳐져있어그아래로는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몽블랑에서동서로길게뻗어내린3,000m이상의거대한알파인능선을사이에두고이렇게날씨가다르리라곤생각지못했기에필자나독일인들이나망설인다.어차피구름때문에몽블랑남면을볼수없을테니굳이툴빙하(GlacierdeToule)를따라스키를타고내려갈필요성이없던필자였지만,여기까지온마당에또한가이드를앞세운독일인들이먼저내려가는것을보고마음이동한다.
그가느꼈을답답하고어두운마음을생각하며계속해서안개속을타고내린다.어떤구간에선사이드스텝으로미끄러져내리기까지한다.이렇게1,000m이상내려오니마침내두터운구름층아래다.저아래에중간케이블카역인몽프레티가보인다.
전망대의수정전시관을둘러본다음곧바로스키를들고계단을내려온다.한데북쪽설사면위로한둘씩오르는이들이있다.가만히보니오전에함께제앙빙하를가로질렀던독일인들이다.결국그들은짙은구름때문에이태리쪽으로활강하지않고되올라와이곳으로오고있었다.그들이도착하길기다리려면적어도10분이상소요될것같아어차피저녁에만나기로약속했기에그냥사면을타고내린다.
북향인설사면의설질은최상의분설상태라신나게미끄러져내린다.아무도긋지않은백지상태의사면에멋진굴곡을그으며메르데빙하를따라내린다.이윽고크레바스지대옆으로하여르켕산장(RefugeduRequin·2,516m)을지난다.계속해서드넓은빙하위를타고내리니일반스키어들이지나가는슬로프가나온다.곧메르데빙하가레쇼(Leschaux)빙하와만나는모레인지대다.
레쇼빙하상부로시선을던진다.정상부에구름을이고있는그랑조라스북벽이살짝고개만내밀고있다.19세의나이에워커스퍼를오른보나티는14년후인1963년1월에바로이워커스퍼를겨울에올라동계초등을이룬다.혹독한추위에맞서동료자펠리(Zapelli)와다섯번비박하며오른것이다.그리고이듬해여름에그는이북벽을다시찾아윔퍼봉으로직상하는새로운루트를4일만에내며또한번자신을확인한다.
과연그가계속해서산행했다면이알프스에서만남긴발자취가어디까지뻗쳤을까상상해본다.그는파타고니아에도수많은초등을이룩했으며,필자또한가본적이있는카라코람의가셔브룸4봉을초등하기도했다.그의책에는열악한장비로도혹독한상황에맞서는그의활약상들이땀을쥐게할정도로가득차있기에400페이지가넘지만결코지루하지않다.
작년에발간된,산을떠나극한의오지포토저널리스트로활동했던그의사진집을포함하여그가쓴저서가10권이나되지만단한권도국내에소개된적이없음은국내산악문학의빈약함을반증하는것이아닐까.
이제메르데글라스빙하아래로발길을돌린다.이후몽탕베르(Montenvers·1,909m)까지드류를앞에두고달린다.생애에가장큰악영향을끼친K2등반에상심한보나티는단독무산소알파인스타일로K2를시도하려했지만뜻을이루지못한다.반세기전당시국가적인차원의행사로꾸려져야가능했던8,000m급거봉원정이었기에끝내실현되지못했으며,오늘날의최고산악인들도감히생각지못할대담한계획이다.
보나티는혼자만의힘으로불가능의등반선을그으며그전엔어느누구도생각지못한등반을바로이드류에서감행하기로한다.1955년여름이었다.한피치등반에두세번씩오르내리며6일만에오른그를기리기위해사람들은드류남서필라를보나티필라라명명했다.몽탕베르전망대에서바라보는드류는여전히위엄을갖추고있었다.물론몇년전에발생한거대한낙석사고로보나티가올랐던필라는많은부분사라지고없다.
하지만그후에도기라성같은후배산악인들은여전히그의길을따르고있다.이후틈틈이보나티의책을펼쳐들며거의다읽을무렵이었다.아침부터그의책에빠져지내다보니점심때가되었다.창밖의뭉게구름이손짓하듯유혹했다.몸이근질거려숙소에서만보나티의책을읽을게아니라또다시그가활동하던무대로가보고싶었다.이른점심을먹고곧장배낭을꾸린다.
한데3,800m고지의미디에올라보니남쪽하늘엔지난번보다더짙은구름바다가펼쳐져있었다.할수없이헬브로너까지가지않고그저메르데빙하를따라스키를타고내린다.그의위대함을그저곁눈질로만느껴보려던나의시도가가당찮음을느끼며빙하위를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