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강 과 문 화 [8] *-

한강르네상스와오세훈서울시장

-오세훈서울시장-

“한강에는문화·관광고부가가치산업의바탕될잠재력이있습니다.”이명박대통령은서울시장시절시민들이변화를확연히체감할수있는‘하드웨어적인’업적으로높은인기를누렸다.청계천고가도로를허물고물길을낸것이단적인예다.이후청계천은대선과정에서이대통령의트레이드마크가됐다.반면오세훈시장이취임후내세웠던건창의시정(市政),공무원기강잡기등주로소프트웨어적인내용들이었다.

그는최근한인터뷰에서도“서울시장을가급적오래하면서인사개혁등그간바꿔놓은서울시의시스템을완전히정착시키고싶다”고말했다.여전히하드웨어보다는소프트웨어를더강조하는모습이다.그런점에서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는‘오세훈판(版)청계천’으로인식될수도있을것이다.한강주변을재정비해공공의공간으로시민에게되돌려주겠다는발상은도심속에청계천물길을새로낸것과흡사해보이기때문이다.

하지만조금더들여다보면‘오세훈의한강’과‘이명박의청계천’사이에는다른부분이더많다.청계천은이명박대통령이시장재임기간중재정비를끝냈지만,한강은오시장이재선에성공하더라도임기중완성품을보기어렵다.청계천재정비사업도도심속의생태와환경을고려했지만,한강프로젝트는이름에‘르네상스’를붙였을정도로생태와환경,문화등인문학적가치에고심한흔적이역력하다.이건오시장이한강프로젝트에자신의정치적선전물로활용하는것이상의의미를부여하고있다는의미일까.

연말분위기로분주했던2008년12월29일,서울시청집무실에서만난오시장은활기에넘쳐보였다.기자가2년전오시장을인터뷰했을때인상적으로봤던공약사항추진상황판도한쪽벽면을크게차지하고있었다.잠깐훑어보니사업성과가부진하다는의미인빨간딱지는몇개밖에없다.수인사를나눈뒤곧바로본론으로들어갔다.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를한마디로말한다면어떻게정의하시겠습니까?

“한마디로서울을쾌적하고매력적인수변(水邊)도시로재창조하는겁니다.한강을서울의중심에놓고모든도시계획을한강중심으로재편해나가는것이라고보면됩니다.당연한말이지만,한강이야말로서울의대표상품이아닐까요?이걸잘세일즈해서‘서울하면한강,한강하면서울’이라는이미지를만들어내는게중요한데,그중심에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가있다고생각하시면됩니다.

개인적으로는이작업이한강이가진문화적,경제적가치를새롭게찾아내는일이라고믿습니다.프로젝트의기본원칙과기조를‘회복과창조’로선정한것도그런취지에서죠.성장일변도의개발과정에서훼손된한강의가치를회복해서시민들에게돌려주자는겁니다.예를들어삭막한콘크리트호안을녹색의자연호안으로바꾸는작업은‘회복’에속합니다.반면용산이나마곡지구같은사업은‘창조’에해당하고요.

프로젝트의이름에‘문화부흥’을의미하는‘르네상스’를붙인것도,이프로젝트가본질적으로단순히한강의외관을바꾸거나새로운시설물을만드는게아니라삶의질자체를풍요롭게할문화를만드는사업이라고생각했기때문입니다.강가공원에서가족끼리둘러앉아바비큐파티를하는외국도시의풍경을상상해보세요.한강에는그같은혜택을누릴하드웨어적기반뿐아니라그러한여유를누릴수있는문화를만들어가는소프트웨어적기반도필요한겁니다.”

-한강이단순히서울의한강만은아니라는사실은부연할필요가없을듯합니다만.

“맞는말씀입니다.한강은서울뿐아니라한국이라는나라가한단계도약할동력이될수있다는겁니다.세계의젊은예술가들이언제부터인가시애틀에모여들기시작했다는이야기를들으신적이있을거예요.자동차디자인에열정을가진유능한디자이너와젊은이들은바르셀로나로모여들었죠.그도시들이품고있는예술적다양성이나유서깊은건축문화를바탕으로한새로운하드웨어적조건들이그들을불러모은겁니다.저는한강도그런공간이될수있다고생각합니다.문화와관광이라는고부가가치산업의바탕이될수있다는말이죠.”

매립지에건설된오다이바는일본이자랑하는미래형신도시다.도쿄도심에서자동차로20∼30분이면닿는해변가에주거상업업무연구복합단지가밀집해있다.

“강을공공에게돌려주겠다”

▼오시장개인에게한강은어떤의미입니까.개인적인측면과공적인측면이있을텐데요.

“사실제가태어난곳이한강변인뚝섬이에요.성동구성수동이제본적지죠.제입술오른쪽옆에희미한흉터가있는데요,뚝섬에서자전거를타고놀다가넘어져서생긴겁니다.대학생때는아버지께서한강이내려다보이는옥수동에본인명의로처음아파트를사서이사를갔습니다.1985년결혼후에전세를들어산집도한강이제대로보이는15층꼭대기아파트였고요.

‘그때한강을보고산다는게이렇게의미있는일이구나’생각하게됐죠.이렇게좋은것을몇몇개인이독점해서되겠나싶더군요.본격적으로는시장선거를준비하면서한강이라는공간을공공에게돌려주는작업을해야겠다고마음먹었던것같아요.파리의센강이나뉴욕의허드슨강만해도한강과는분위기가사뭇달라요.언제나사람들로붐빕니다.이런도시에서는강변의도시계획을세울때언제나공공공간이우선시됩니다.강변에건물을지을때지켜야하는높이나형태의기준도잘마련돼있고요.우리는그런측면에서많이소홀했던게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한강은강이보이는아파트에사는사람들만즐길수있게됐던거죠.이전에도한강에대해많은얘기가있었지만,거기까지생각이미친사람은별로없었다고봅니다.한강의사유화를극복하고서울시민모두가이용할수있는공간을최대화하자는생각은그동안큰이슈가아니었던거죠.취임하고1년쯤후에제가그이야기를본격적으로시작했고,최근에야재개발아파트에용적률을높여주는대신땅을제공받아공공공간으로만드는구체적인성과가나오기시작했습니다.용산국제업무지구마스터플랜을만들면서아파트가있는자리를덜어내고물길을내도록한것도그러한콘셉트가반영된것이고요.”

▼시장취임전에도가족들과한강공원에자주나가는편이었습니까.

“제가운동을굉장히좋아해서요,압구정동에잠깐살때는수시로가서조깅도하고자전거도탔죠.국회의원을한4년동안에는대치동집에서한강자전거도로를따라여의도까지출근을했습니다.한강의아름다움에빠져서산기간이꽤오래인셈이죠.동호대교위만해도참시원하고좋습니다.더많은시민이언제든나와소풍을즐길수있다면행복하지않겠어요?그렇지만아시다시피지금은시민들에게그게그리간단한일이아니죠.집에서걸어나와차를갈아타고어두운지하통로를지나서야비로소한강변에이를수있으니까요.한강이더다가가기쉬운공간이되어야한다고생각한것도그런이유에서입니다.”

베트남하노이홍강전경(왼쪽)과개발계획개념도.중국서남부에서발원하는홍강은멀리통킹만으로흘러간다.수도서울을흐르는한강이한국을상징하듯베트남의수도하노이시를지나가는홍강도그런존재다.

▼전두환대통령시절만들어진올림픽대로는개발연대의한강주변활용법을상징하는아이콘이아닐까합니다.반면지금오시장이말하는것은환경과생태와문화가복합된공간으로서의한강르네상스입니다.최근뉴욕타임스칼럼니스트토머스프리드먼이‘뜨겁고평평하고붐비는세계’라는책에서‘CodeGreen’을역설했습니다.작금의경제위기를극복할수있는키워드가‘그린’이라는얘기죠.우리나라에선오시장이이이슈를선점한것같은데요.시대적코드에잘맞는다는생각도들고요.(웃음)

“돌이켜보면제인생항로가그랬죠.방송을시작하기전인변호사생활초기부터환경과엮였거든요.관련사건을담당하면서환경시민단체를도와주기시작했고,점점더발을깊게담갔죠.저로서는그게인생의큰전기가됐습니다.그런부분이영향을미쳤을겁니다.결과적으로보자면시대와코드가맞았다고볼측면이있죠.(웃음)

환경문제에관심을갖게된것이한강에대해좀더구체적으로생각하게된계기로작용했다고할수도있을것같네요.본질적으로자연이라는게삶의수단이아니라인간과함께숨쉬는생명체라는거죠.거꾸로인간역시자연과함께숨쉬는생명체들중하나일뿐이고요.당연히한강도마찬가지겠죠.콘크리트로둘러싸인한강이아니라함께숨쉬는생명체로서의한강이된다면얼마나좋을까,그런생각을했습니다.”

“한강을우리만의모델로개발하겠다”

▼말씀하신것처럼강을끼고있는외국의유명한도시가많습니다.그간인터뷰한내용을보면주로유럽이나서구도시의사례를많이드신것같아요.그러나문화적·역사적맥락에서아시아와유럽의도시는차이가나지않을까하는생각도드는군요.

“유럽이나미국,호주같은서구의도시를주로갔기때문일텐데요,그렇지만그게전부는아닙니다.일본도쿄의오다이바처럼한강마스터플랜을만드는데있어데이터베이스구실을해준도시는전세계에고루분포합니다.나라마다다괜찮은수변도시가있다해도과언이아닙니다.그건단순히우연의일치가아니라고봅니다.도시가물을끼고있으면굉장히생동감이넘치고부가가치가생깁니다.도시계획을하는사람들이라면이를최대한이용하는게공통된숙제일수밖에없죠.”

-대담:송문홍동아일보신동아편집장/정리:황일도동아일보신동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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