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의 4,000m급 명봉 (5)] 브라이트호른 트윈 & 로치아네라 *-

[알프스의4,000m급명봉(5)]브라이트호른트윈&로치아네라

4,000m급5개연봉중3개봉하루에연속등정
브라이트호른고개~웨스트트윈~이스트트윈~로치아네라~비박산장

영어로‘브로드피크(BroadPeak)’란뜻이있는발래(Valais)산군의브라이트호른(Breithorn)은말그대로4,000m넘는능선이2.5km나펼쳐진다.드넓은능선에는지난번에오른브라이트호른주봉과중앙봉외에도UIAA(국제산악연맹)가인정한4,000m급봉우리가3개더솟아있다.바로브라이트호른웨스트트윈(WestTwin·4,139m)과이스트트윈(EastTwin·4,106m),그리고로치아네라(RocciaNera·4,075m)다.

이봉우리들은차례로동쪽으로위치해있는데,로치아네라가긴능선의동쪽끄트머리에솟아있다.동서로길게이어진능선을사이에두고북측인체르마트(Zermatt)쪽은가파른암벽과빙설벽이펼쳐져있으며,남측인이태리쪽은상대적으로완만한설사면과빙하지대가형성되어있다.체르마트에서클라인마터호른(KleinMatterhorn·3,884m)전망대행케이블카를이용해남남서면으로손쉽게접근할수있는봉우리들이라는이점은있지만,능선횡단시세심한주의를요하는4,000m급등반대상지다.브라이트호른주봉(4,164m)과중앙봉(4,159m)을오른우리들의다음등반대상지는당연히나머지세봉우리였다.

▲쌍둥이봉우리사이능선을횡단하고있는일행.저멀리몬테로자와리스캄이보인다.


4,000m급5개봉을두번에나눠모두올라

광활한브라이트호른설원의동쪽끄트머리인3,824m의브라이트호른고개의눈밭에서캠핑한일행은해뜨기전에산행을시작했다.브라이트호른고개에서동쪽으로난설원으로내리막을내려간다.얼마후갈림길이나왔다.일반적으로보다많은사람들이다니는아래의큰길은베라(Verra)빙하상단을가로지르며또다른4,000m급봉우리인카스토르(Castor·4,223m)쪽으로이어져있다.그리고그위쪽길은우리가가는세봉우리를등반한후들르게되는로치에볼랑비박산장(RossieVolanteBivouacHut·3,750m)쪽으로나있다.당연히우리들은위쪽길을따랐다.

이른아침이라바람이꽤나차다.이제부터완경사설사면이이어진다.아직몸이풀리지않아모두의발걸음이무겁게만보인다.필자와임덕용선배,그리고후배나현숙과남동건선배순으로각자의페이스에맞춰걷고또걷는다.캠프를떠난지1시간쯤되자또다른갈림길이나왔다.계속해서평지의눈밭을따라가면비박산장이나오는길이며,위쪽으로난길을따르면우리가오를길이다.즉위쪽길은브라이트호른중앙봉과웨스트트윈사이안부에닿는길이다.안부로이어지는급경사설사면아래에서등반복장을고쳐입고장비를점검한다.이제부터본격적인등반이다.하나둘씩도착하는일행을기다리며커피를한잔마시는데,3명의이태리산악인이우리를앞질러오른다.아마도그들은비박산장에서하룻밤묵고왔음이분명해보인다.

앞질러간이태리인들을보며우리도안자일렌을한다.물론필자는따로가기로하고후배나현숙,남동건선배,그리고임덕용선배순으로자일을묶는다.브라이트호른중앙봉과웨스트트윈사이의안부로이어진급경사설사면은왼편상단으로비스듬히이어져있다.이미오른이들의발자국이있어어렵지않게꾸준히오르다보니어느덧안부에올라선다.반대편인체르마트계곡이한눈에내려다보인다.계곡주변의4,000m급봉우리들이도열한듯우뚝솟아있다.여기서우리는발길을동쪽으로돌린다.

북측인왼편으로커니스가심하게진설릉을따라우리는웨스트트윈을향해간다.잠시뒤를돌아보니일행뒤로마터호른이우뚝솟아있다.세계적인미봉마터호른의동남면이시야에훤히들어온다.체르마트에서보는아름다움만못하다.한동안설릉을따르던우리는정상부바위지대에가로막혔다.할수없이우측으로우회한다.필자가먼저올라암각에확보한후나머지일행셋이뒤따른다.두피치를이렇게오른후마침내브라이트호른웨스트트윈정상에선다.뒤따르는일행뒤로이태리의베라빙하가한눈에내려다보이며그위로구름바다가펼쳐져있다.

정상에선일행들모두환한웃음을짓는다.정상에는누군가가꽂아놓은대나무에작은깃발이펄럭이고있었다.일곱번째오른4,000m급봉우리였다.구름이낮게깔려있어정상에서의조망은더할나위없이좋다.바람이꽤나심했을뿐더러갈길이멀어우리는곧정상을등지고계속해서동쪽으로길을잡는다.이스트트윈에오르기위해서다.

▲1이른아침브라이트호른고개에친캠프에서등반준비를하고있는일행./2커니스진능선을따라브라이트호른웨스트트윈정상을향해가고있다./3웨스트트윈을오르는일행들뒤로저멀리마터호른의동남면이보인다.

이스트트윈으로향하는길은아름답기그지없는눈덮인능선이다.저멀리리스캄과몬테로자를앞에두고한발두발전진한다.능선을동으로횡단하며두군데의바위지대를조심해서내려선후,동서쌍둥이봉사이의안부에내려선다.마침남녀두산악인이이스트트윈쪽에서오더니우리를지나친다.서로갈길이먼탓이라헬로라는인사만나눈채헤어진다.안부에서정상까지는급경사바위지대라오른편아래로급경사설사면을꽤나걸어내린다.모두들조심해서아이젠을내딛는다.자칫잘못하면몇백미터는족히추락이다.약200m쯤정상부바위지대를피해아래로비스듬히내린다음,급경사설사면을오른다.간혹몇몇구간은프런트포인팅이필요할정도로경사가심하다.

뒤따르는일행을보니안자일렌을한채꾸준히오르고있다.이른아침에이태리쪽에펼쳐졌던구름바다가이제는심하게파도를치듯일렁이고있었다.곧저구름바다가4,000m대의이국경능선을타고넘을형상이다.시간은정오가다되어가고있다.이제일행들도이스트트윈정상아래능선에올라섰다.시간이촉박함을느낀남동건선배는등정을포기하겠다며우리셋에게양보한다.함께오르자며설득할겨를도없이우리는곧장동쪽면을따라정상으로오른다.숨을헐떡이며오른정상에선짙은구름이남쪽이태리에서북쪽스위스로넘고있었다.셋이웃음을지으며악수를나눈다.여덟번째오른4,000m급명봉이었다.

잠시주변풍광을둘러보지만급변하는날씨탓에즐길여유라곤없다.아쉬움을달래며하산을서두른다.조심해서안부에내려선다.아무리급할지언정아이젠을내딛는발걸음은한치의실수도용납하지않는다.정신을바짝차리며잰걸음으로남선배와헤어졌던안부에닿으니그는이미능선을따라먼저출발한뒤였다.

우리셋은그를따라잡기위해서두른다.앞서걷고있는일행왼편은커니스가심하게져있다.북벽으로떨어져내릴듯커니스가갈라진균열면을몇미터사이에두고걷는다.앞서가던남선배와합류하자구름이우리를집어삼킨다.시야는2,3m밖에되지않는다.다행히이전등반자들의발자국이있어조심해서따른다.

짙은안개속을걷듯굴곡진설릉을한동안횡단해오르막을오르자둥그런정상부언덕이나타났다.더이상높은곳은없다.아이젠발자국이여기저기흩어져있는것으로보아여기가로치아네라정상임이분명했다.정상에서의멋진풍광을기대했기에아쉬웠지만웨스트트윈에서부터무사히횡단한사실만도기뻤다.우리는힘차게손을모아등정의기쁨을나눴다.

간단히사진한장을찍자마자하산을서두른다.안자일렌을한채앞서가고있는일행셋을뒤따른다.한참걸었을때다.빠르게흩어지는구름사이로구멍이뚫린듯체르마트계곡이눈에들어온다.이제껏눈을가린거와같은상황에서이런장면은의외라급히카메라를꺼낸다.바로그순간,앞으로고꾸라지고만다.필자자신의아이젠에걸려넘어진것이다.왼손에카메라를든채,오른손에들고있던피켈을급히설사면에꽂지만어설펐다.

하지만천만다행으로넘어진방향이횡단하던설사면위쪽이었다.하여넘어진자세그대로였다.만일아래쪽으로넘어졌으면최소한수백미터의설빙벽아래로떨어졌을게분명했다.온몸에흐른식은땀을느끼며일어선다.앞선일행셋은필자가겪은끔찍한순간을눈치채지못한채구름속으로사라져가고있었다.혹필자가왼편낭떠러지로떨어졌다면도대체무슨일이발생했을지그들에겐수수께끼였을것이다.

▲1웨스트트윈정상./2웨스트트윈정상에접근하고있는일행들아래로베라빙하과구름바다가펼쳐져있다./3이스트트윈정상에오르고있는임덕용선배와후배나현숙.뒤에솟은봉우리가로치아네라다.

바로지금그런일을설명할상황이아니었기에아무일없었던듯그들을따라잡는다.브라이트호른고개에친캠프로돌아가기위해선왔던길을되돌아갈순없다.우선로치아네라남쪽아래에위치한비박산장쪽으로내려가다가브라이트호른남측아래쪽사면즉,베라빙하상단부를가로질러야한다.물론이것은구름에휩싸이기전에하산루트를세심하게살핀덕에어렵지않게길을잡을수있었다.

한동안급사면을조심해서걸어내린다.짙은구름속에서계속되는내리막이라지겹고지친발걸음이다.하지만발아래가어떤지모른상황이라내딛는발걸음마다온신경을집중하지않으면안되었다.양다리가후들거릴즈음갈림길이나왔다.하산하던방향에서직감으로오른편에나있는길이우리의캠프로돌아가는길이었다.하지만이런상태로적어도2시간은설원위를더듬어가야하는상황에서우리는왼편아래쪽에비박산장이있음을알고있던터라잠시쉬어가기로했다.

왼편의작은눈언덕을넘어가니몇십미터바위사면아래에우리가찾던비박산장이있었다.조심해서바위사면을걸어내려산장에닿았다.육중한철문을열고들어서니아무도없었다.하루에4,000m봉우리셋을오른후의안도감이이제야느껴진다.눈덮인옷을털어말리며따뜻한차를마신다.뒤늦은점심을먹으며구름이걷히길기다린다.

▲로치아네라로향하던중커니스가심하게진구간을이동하는일행.차츰구름이짙어지고있다./이스트트윈정상에서하산하는일행.차츰구름바다가4,000m능선을넘고있다.

어둠이내리기까진시간적인여유가있었다.하지만1시간이지나도구름이걷힐기미가없었다.하여비박산장에서하루를묵느냐아니면모든것을감수하고캠프로돌아가느냐를선택해야했다.물론10여명이잘수있는비박산장내부에는담요가있었다.하지만식량과연료가충분한캠프에비하면열악하기그지없었기에모두돌아가길원했다.또다시복장을고쳐입고아이젠과안전벨트를찬다.

만반의준비를하고서우리는오던길을되돌아눈언덕에올라선다.이제부터브라이트호른의기나긴4,000m대능선을오른편에두고즉,설사면위쪽을오른편에두고서쪽으로길을잡기만하면캠프에닿을수있다는생각을가지고걷는다.한참을걸었다.한데무언가이상했다.아무래도베라빙하아래쪽으로걷는것만같았다.실수의인정은빠를수록좋다는생각에맨앞에서걷던필자는급히걸음을멈추고설사면을되돌아올라마침내옳은길을찾았다.

짙은구름속에서눈까지내리는상황이라설원에나있는발자국이사라지기전에캠프에도착해야했다.모두들묵묵히걷는다.이윽고약1시간만에이른아침에지나쳐왔던갈림길이나타났다.이제부터캠프까지대로나마찬가지였다.브라이트호른고개까지한동안눈언덕을걸어오른다.모두들발걸음이무겁다.하지만캠프가멀지않음을알기에문제될것은없었다.물론캠프가사람들이다니는길에서꽤나떨어진설원에위치해있었지만어렵지않게찾을수있었다.안도의한숨과함께우리모두굳은악수를나눈다.

구름은그날밤내내우리를에워싸고있었다.하지만텐트에아늑하게보금자리를튼우리들은하루에3개의4,000m급봉우리를오른기쁨을마음껏나눴다.

등반정보

1813년8월에메이나드(H.Maynard)일행이초등한브라이트호른은아마도알프스에서가장접근이용이하고쉽게오를수있는4,000m급봉우리중하나다.물론이것은2.5km길이의능선에펼쳐진다섯개의4,000m급봉우리들중맨서쪽에위치한주봉과중앙봉인경우에한하며로치아네라까지다섯봉우리를한꺼번에횡단하려면많은시간과알파인등반경험이필요하다.하여중앙봉과웨스트트윈사이의안부를기준으로둘로나눠하루씩등반하는게일반적이다.

잠자리는클라인마터호른전망대아래의강데그산장(GandeggHut·3,029m·전화028672196)을이용해도되며,능선가장동쪽봉우리인로치아네라아래의비박산장(RossieVolanteBivouacHut·3,750m·비상전화없음)을이용해도된다.12명이묵을수있는이비박산장에는침상과담요밖에없기에취사도구는따로준비해야하며,여름성수기엔붐빌가능성이있어일찍도착하는게바람직하다.한편여름시즌에는브라이트호른설원에서캠핑도권할만하다.

-글·사진/허긍열한국산악회대구지부회원/’월간산’에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