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의 4,000m급 명봉(6)] 카스토르 허긍열 *-

[알프스의4,000m급명봉(6)]카스토르허긍열

브라이트호른~몬테로자4,000m대횡단등반의길목
서북서측면설벽통해정상까지오르내려

동구권에서부터시작해길게활모양을이루며지중해연안까지뻗어있는알프스산맥의허리부분에위치한발래(Valais)알프스는스위스의론(Rhone)계곡과이탈리아의아오스타(Aosta)계곡사이에위치해있으며,알프스에서가장많은4,000m급봉우리들을거느린산군이다.주요4,000m급봉우리들중28개나속해있다.

이산군의많은영역이스위스땅에속해있지만여러봉우리들이스위스와이탈리아의국경선을이루고있으며,몇몇주요능선과계곡들은산군남쪽인이탈리아영토로뻗어내려있다.이산군동쪽저멀리알프스제2위고봉몬테로자(MonteRosa·4,634m)에서시작한4,000m대능선이스위스와이탈리아의국경을이루며서쪽으로이어져브라이트호른까지뻗어있다.동서로뻗은그긴능선의중간즈음에카스토르(Castor·4,226m)가솟아있다.

카스토르는동쪽으로리스캄(Liskamm·4,527m)과칼날설릉으로연결되어있고,서쪽에는폴룩스(Pollux·4,092m)가위치해있다.알프스주요봉우리들중17번째높은봉우리로,체르마트계곡의고르너그라트(Gornergrat)나리펠호른(Riffelhorn)전망대에서보면특히빼어나보인다.

▲카스토르정상부인북서릉을통해정상으로향하는산악인들.

그리스신화에등장하는천상의쌍둥이중하나의이름을딴이봉우리는클라인마터호른(KleinMatterhorn·3,884m)케이블카역이나이탈리아측산장에서접근하기쉽고,상대적으로낮은등급의다양한등반루트와정상조망이빼어나많은알피니스트들의사랑을받고있다.또한카스토르는따로떨어져솟아있는바로옆봉우리폴룩스와는달리브라이트호른(Breithorn·4,164m)에서부터시작해리스캄을거쳐몬테로자까지이어지는대횡단등반에서반드시거쳐야하는길목에위치해있다.

브라이트호른고개막영지에서출발

지난며칠간브라이트호른의4,000m급4개봉우리와로치아네라(RocciaNera·4,075m)를오른우리는브라이트호른고개(Breithornpass·3,824m)의설원에서하루를쉬기로했다.고소적응없이곧바로4,000m급봉우리들을등반하며브라이트호른고개의눈밭에서이틀밤을묵은남동건선배는컨디션회복과개인적인볼일을위해쉬는날을이용해체르마트로내려갔다.캠프에남은우리셋(임덕용선배,후배나현숙,그리고필자)은설원위캠프에서느긋하게망중한을즐겼다.전날눈이내리긴했지만많이내리진않았다.조금내린눈마저서쪽에서불어오는세찬바람에날려고개위설원에는거의쌓이지않았다.

날씨는차츰좋아지고있었다.뭉게구름이여전히4,000m급봉우리들을감싸고있었지만구름사이로내비치는햇살이텐트에닿으니온기가느껴져기분이좋았다.점심후임선배와후배는심심하던차에잘되었다며옷을고쳐입고밖으로나갔다.한30여m떨어진,전날어느한팀이이용하고서철수한캠프지에쌓인눈블록을피켈로힘들게떼어와우리텐트주변에쌓기시작했다.그들의수고로움을덜어주려다짐짓모른체하며카메라를들고설원여기저기를돌아다닌다.바람에가루눈이휘날리며나를휘감아돌아지나간다.

▲1정상에이르는북서릉은두팀이지나치기에는너무좁아조심해야한다./2정상에서북서릉을통해하산하고있는산악인들의모습이밝다.

바람의소리가들린다.그어떤자연과학자라도여기서저소리를듣는다면기압차에의해생겨난기류의변화가빙하위로스쳐가는파열음에지나지않는다고생각진않으리라.그도이곳에서는시간이,세월이멈춘듯하다고느낄것이다.바람이멈춘순간의정적또한좋다.태고의적막감이바로이런게아닐까싶다.

구름이많아그런지클라인마터호른전망대를오가는산악인들은많지않았다.설원을돌아다니다캠프로돌아오니두사람은텐트둘레의바람막이작업을이제막마무리하고있었다.앞으로며칠더묵을캠프라두사람의노고에미안함마저든다.

모든일에열성을다하는임선배다.곧해가기울어모두텐트로들어가편하게자리를잡는다.저녁을먹고어둠이내리자서쪽에서불어오는바람은더욱거셌다.눈블록으로단단히막았건만텐트플라이가펄럭거려잠을설칠정도였다.매사에게으르고느긋한필자로선무신경하게모른체하고누워있건만부지런함이몸에밴임선배는옷을단단히고쳐입고밖으로나가더니눈삽을들고한참을씨름한다.그러길아마두세번은했을것이다.그렇게나심한바람탓이었던지새벽에일어나텐트밖하늘을보니그많던구름들은모두흩어지고밤하늘에별들만촘촘히박혀있었다.모두일어나눈을녹여아침을지어먹는다.남동건선배를뺀셋이서만카스토르에다녀오기위해서다.


햇볕늦게드는서북서측면설벽

장비를챙겨캠프를떠날때는아침6시가조금되기전이었다.이미날이밝아오고있었다.이른아침이라바람이찼다.광활한브라이트호른설원의동쪽끄트머리인브라이트호른고개의눈밭을출발한우리는동쪽으로난설원으로내리막을내려간다.설사면이경사가져있지만이미많은이들이오가며난길이라걷기편하다.

▲1이탈리아의퀸티노셀라산장에서출발해남동릉으로정상에오르는산악인들./2북서릉아래의설벽구간을조심해서하산하고있다.

얼마후,갈림길이나왔다.동쪽으로아래위두길이나있는데,위쪽길은이틀전에우리가브라이트호른트윈과로치아네라를등반하고서들른로치에볼랑비박산장(RossieVolanteBivouacHut·3,750m)으로이어지는길이며,아래쪽길은일반적으로보다많은사람들이다니는큰길로서베라(Verra)빙하상단을가로지르며또다른4,000m봉인폴룩스와우리가오를카스토르쪽으로이어져있다.이제우리는이틀전과는달리아래쪽길을따랐다.

아직몸이풀리지않았지만하루를쉬어완경사의빙하위를가로지르는발걸음은가벼웠다.하여브라이트호른고개의캠프에서카스토르까지그렇게멀게만보이던거리를1시간만에횡단했다.폴룩스의남측사면아래를지나자베라빙하하단부에위치한이탈리아의발다야(Vald’Ayas)산장에서출발한산악인들이두셋씩안자일렌을하고올라오고있었다.몇몇은우리와같은방향이고,나머지는브라이트호른쪽으로향했다.폴룩스와카스토르사이의안부설원을지나자카스토르의서북서측면아래에닿았다.여기서우리는잠시배낭을벗어따뜻한차한잔을마신다.그러면서자일을배낭에서꺼내어안자일렌을하며다시복장을고쳐입는다.

이미태양이떠올라남쪽의낮은산들에는햇살이닿지만우리가위치한서북서면에는닿지않아기온이찼다.이제부터지그재그로이어진길을따라계속해서올라야하는설사면이펼쳐져있었다.묵묵히오르고또오를뿐이다.우리외에두팀의자일파티가더있다.그들은모두이탈리아의발다야산장에서출발한이들이다.그들도힘든지차츰쉬는횟수가늘어난다.찬바람에고개를잔뜩숙이며깊은숨을내쉬는그들의모습을보니분명전문산악인은아니었다.물론산악가이드를동반한팀은그렇지않은팀에비해저만치앞서가고있었다.계속해서이어진설사면의몇몇구간은경사가심해조심해서오른다.

끝이없을것같던긴설사면도마침내끝나가고있었다.이제정상부의북서릉아래에이른다.작은베르그슈른트를넘자급경사의설벽구간이나타났다.조심해서이구간을피켈로찍고프런트포인팅으로발을차며오르니마침내따뜻한햇살이반긴다.시야또한훤히트인다.동쪽에솟은리스캄이위압적인형상으로가슴에안겨온다.곧이어뒤따르며북서릉에올라서는임선배와후배뒤로브라이트호른고개에서부터이제껏우리가왔던길이한눈에내려다보인다.그뒤로마터호른뿐아니라저멀리몽블랑산군까지아스라이바라다보인다.구름한점없는맑은날이라주변의모든봉우리들이다보인다.


정상부북서릉은두팀이교행하기어려울정도로좁은설릉

여기서정상은남동쪽으로이어진칼날설릉을약100m오르면된다.정상에서내려오는두팀의자일파티가있다.좁은설릉이라그들을기다린다.남녀두명이서자일파티를이뤄내려오는데앞선이의모습이특이했다.마치칼을차듯피켈하나를가슴에서배쪽으로차고내려온다.웃으며그에게인사하니자신의모습이멋있냐는투로손을흔든다.다음엔세명이한자일을묶고내려온다.아버지인듯한나이많은이가한쌍의젊은남녀와내려오며인사를건넨다.즐겁게인사를나눈우리는곧장정상으로향한다.

▲우리의10번째4,000m급봉우리등정을기뻐하는일행뒤저멀리로브라이트호른과마터호른이보인다.

좁은북서릉정상부능선을조심해서걸어올라마침내카스토르정상에선다.정상에는남동릉을통해오른서넛이즐거워하며기념사진을찍고있었다.구름한점없고바람또한잔,전날에비해너무좋은날씨라주변풍광을즐기기엔더없이좋은날이다.

발래산군의주요봉우리들이한눈에들어온다.바로앞동쪽의리스캄에서부터그뒤몬테로자,그리고차츰시계반대방향으로시야를돌리면알라린호른과알푸벨,돔,나델호른,그아래체르마트계곡건너편의바이스호른과지날로트호른,당블랑쉬등이눈에들어온다.모두우리가앞으로올라야할4,000m급봉우리들이다.그리고좀더시야를서쪽으로돌리면마터호른과당데랑이하늘을찌를듯솟아있으며,그앞으로며칠전에우리가오른브라이트호른연봉과바로건너편의폴룩스까지보인다.또한서쪽저멀리몽블랑산군과북동쪽에아이거와융프라우가있는베르너산군도아스라이시야에들어온다.남동릉을통해오른산악인들틈에서우리셋도기념사진을찍으며즐거워한다.이제10번째오른알프스의4,000m급봉우리였다.

정상눈밭에앉은우리는한동안간식을먹으며주변풍광을즐긴다.하지만마냥머물수없어자리를털고일어나하산길에접어든다.오른길을되돌아내려가는길이다.물론마음은등반을계속해서정상에서남동릉을따라이어진긴설릉을횡단해또다른4,000m급인리스캄마저오르고싶었지만다음기회로미루기로한다.사실이곳에서리스캄은쉽지않아보였다.리스캄에오른후에는이곳으로돌아온다기보다는횡단해넘어가는편이낫기때문이다.

태양이한껏떠올라서북서측면을내려갈때는오를때와는달리춥지않았다.조심해서설사면을걸어내린다.이윽고1시간만에하산을완료한우리는자일을푼다.이제는브라이트호른까지빙하위설원을횡단하면된다.곧이어폴룩스아래에이르렀다.여기서임선배와후배는이왕여기까지온김에폴룩스마저오르고싶어했다.피곤한기색도없이또다른한봉우리를위해힘차게떠나는그들에게안전등반을당부한다.

필자는체르마트에내려갔다올라올남선배와다음날오르기로하고혼자브라이트호른고개까지설원을가로지른다.한낮의태양열이눈길을질퍽이게해발걸음이무거웠지만어렵지않게4,000m급하나를오른마음만은한결가벼웠다.


등반정보

알프스4,000m급주요봉우리들중17번째높이의카스토르(Castor·4,223m)는1861년8월23일F.W.자콤(Jacomb)일행이초등했다.상대적으로접근이용이하고난이도또한PD급이라알파인초중급자들도무난히오를만한봉우리다.

일반적인루트는서북서측면의설사면루트로,체르마트에서출발할시에는클라인마터호른전망대에서약4시간이소요된다.한편이탈리아의발다야(Vald’Ayas)산장에서는약3시간이걸린다.

두경우다폴룩스를지나서북서면아래에도착하여드넓고가파른설사면을지그재그로올라정상능선(북서릉)아래의베르그슈른트에이른후,프런트포인팅으로올라정상능선에접어든다.이후칼날설릉을조심해서오르면정상이다.눈이많이내린후에는이서북서측면에눈사태위험이있어피하는게바람직하다.

한편이탈리아의퀸티노셀라산장에서남동릉을통해오르는루트도일반적으로많이오르고있다.등반은클라인마터호른전망대를경유할시엔당일로도가능하지만첫케이블카를이용해야만시간에쫓기지않는다.보다여유있는산행을위해서는전망대아래의강데그산장(GandeggHut·3,029m·전화028672196)을이용해도되며,능선가장동쪽봉우리인로치아네라아래의비박산장을이용해도된다.그리고우리처럼브라이트호른설원에서캠핑해도된다.

-글·사진/허긍열한국산악회대구지부회원/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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