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태산을 가다, [3] *-

[특파원르포]중국태산을답파하다3

선계(仙界)와속계(俗界)넘나든문학소재
황동호씨개척한B코스로부채바위·오래봉등주변풍광즐기며하산

태산이왜그렇게중국인들에게사랑과존경을받으며그역사적의미는무엇인가에대해서,그리고태산에어느황제의무슨비석과어떤마애석각이남아있는가를지난1월호부터2회연속으로살펴봤다.동서고금을막론하고자연은시인들에게아름다운소재다.하물며중국인들에게최고의산으로꼽히는태산은역대황제들뿐만아니라유명시인들의발길이끊이지않았다.

▲B코스하산길에볼수있는부채바위.봉우리정상까지철계단을놓아사람들이주변을조망할수있도록돼있다.

시인들은자연을보고그냥지나치는법이없다.아름다운자연을보면시심이본능적으로솟아오른다.굳이시인이아니더라도누구나경험했을것이다.하물며태산이다.모든중국인이우러러보는산이다.내로라하는시인이면분명작품을남겼을법하다.어떤문인이어떤글을남겼을까?이번호에서는그작품과함께태산여행을떠난다.

중국문학중에으뜸으로꼽히는당시(唐詩)는우리나라에도많은영향을끼쳤다.두보(杜甫)는당대중국최고의시인으로불린다.한때시성으로까지추앙받았다.그는태산에올라그유명한‘망악(望嶽)’을지어아직까지회자되고있다.그가노래한태산을보자.

대종부여하(岱宗夫如何)/

태산은과연어떠한산인가?
제노청미료(齊魯靑未了)/

제·노에걸쳐푸른빛이끝없도다
조화종신수(造化鍾神秀)/

천지에신령함과빼어남모두모아
음양할혼효(陰陽割昏曉)/

산의음지와양지가황혼과새벽을가르는구나
탕흉생층운(蕩胸生層雲)/

가슴호탕하게뭉게구름피어나고
결자입귀조(決者入歸鳥)/

눈가찢어질듯저멀리돌아가는새
회당능절정(會堂凌絶頂)/

언제든가파른꼭대기에올라가본다면
일람중산소(一覽衆山小)/

한번둘러보매뭇산들모두작게보이리

1·2구는멀리서본태산,3·4구는가까이서바라본산,5·6구는산허리에서,7·8구는산정상에서뭇산들을굽어보겠노라는두보의다짐이다.이시는두보가29세쯤되었을때과거에떨어져관직에진출하지못하고제·노일대를여행하면서쓴작품이다.아직젊은패기에찬모습을보여준다.뭇산들은소인배,즉관료를말하며자신은기필코관직에올라그들을내려보겠다는의지를보이고있다.두보에게있어태산은선계(仙界)의세상이아닌현실을잘헤쳐나가도록격려해주는인간적공간으로기능하고있다.

반면두보와쌍벽을이루는이백은태산을선계의세계로나타내고있다.이백은‘유태산(遊泰山)’이란제목의연시로6수를지었다.첫수를대략살펴보자.

사월상태산(四月上泰山)사월에태산에오르니
석평어도개(石平御道開)돌이평평하니황제가갔던길이라네
육룡과만견(六龍過萬堅)여섯용이만개골짜기를건너
간곡수자회(澗谷隨紫廻)계곡물따라휘감아돌도다
…중략…
옥녀사오인(玉女四五人)하늘나라너덧명의옥녀가
풍요하구해(搖下九垓)바람타고하늘에서내려오네
함소인소수(含笑引素手)웃음머금고하얀손당겨서
견아유하배(遣我流霞杯)나에게유하주술잔을남겨주네
계수재배지(首再拜之)고개조아려재배하니
자괴비선재(自塊非仙才)신선될재주아닌것이부끄럽다
광연소우주(曠然小宇宙)마음을열고온우주를작게보며
엽세하수재(棄世何愁哉)세상버리니무엇을걱정하겠는가!

이백은태산의경치를객관적으로묘사하고,자연그자체의아름다움을찬미하다가후반에서는자신의감정을삽입하여인간세상을떨쳐버리겠다고읊고있다.이런수법은전통적인산수(山水)시의형태다.이후의2수부터6수까지도1수와비슷한형태로진행된다.전반부에는태산의경치를묘사하고,후반부에서는신선을등장시키고있다.

▲부채바위에서바라본B코스주변의풍광.

이백이신선세계를희구하는열망에대해원나라의이간(李簡)은이백이삼선산과같은선계를희구하기는했지만안기생과같은전설상의선인을만나지는못했다고꼬집고있다.

이백불우안기생(李白不遇安期生)/이백은안기생을만나지못하였는데
안득우익비봉영(安得羽翼飛蓬瀛)/어찌날개얻어삼선산으로날아갔겠는가?

명나라의이반용(李攀龍)이쓴‘태산편’에서도옥수,영액,영지등의선계표현을쓰며태산을인간이사는세상이아닌세계로착각하고있다.

선인각옥수(仙人攬玉樹)선인이옥수를잡고흔드니
수발생청풍(須發生淸風)모름지기맑은바람이불어온다
영액비루원(靈液飛淚湲)영액은날듯이졸졸흐르고
지초여고봉(芝草如蓬)영지풀은고봉처럼떠다닌다

▲B코스지나온길을뒤돌아보며경관을담았다.

이와같이태산은선계와속계를넘나들며문인들의작품소재가됐다.신선을만나고싶은문인은그들대로감정을태산에서풀었고,자연경관에감탄한문인은자연그자체를시로옮겼다.태산의자연경관을노래한시인들중금나라원호문은‘등악(登嶽)’에서일출광경을보며전설과연결시켜표현했다.명나라성주도같은제목에서세월의무상함과역사의영고성쇠는자신의인생역정과무관하지않음을읊으며한탄하고있다.

진비무자명공재(秦碑無字名空在)/진의무자비는헛되이이름만남았고
당각마애소자봉(唐刻磨崖蘇自封)/당의마애석각은저절로이끼가덮였다
추격궁반상왕사(追客窮攀傷往事)/쫓겨난나그네가산에올라옛일에마음상하고
불승비골수강풍(不勝痺骨受剛風)/야윈몰골을이기지못한채거센바람을맞이한다

당대의시인이섭은진시황제가비를피하게해준나무에9급작에해당하는‘오대부’라는작위를하사한데대해소나무에대한감탄과인간의비애를동시에나타냈다.

운목창창수만주(雲木蒼蒼數萬株)/구름처럼푸르고푸른나무가많건만
차중언명역응무(此中言命亦應無)/이가운데명령을내려도응하는것이없구나
인생부득여송수(人生不得如松樹)/사람의인생이라는것이
각우진봉작대부(却遇秦封作大夫)/대부에봉해지는소나무보다못하구나

명나라의방효유(方孝儒)는‘하일등대(夏日登岱)’에서봉선대를노래하고있다.방효유는진한시대에봉선의식을행하던봉선대를바라보며,하늘에가장가깝다고여긴태산정상에서벌어지던성대한의례를상상하며천지를엄숙하고경건한마음으로그렸다.

진한구봉현벽낙(秦漢舊封懸碧落)/진한의옛봉선대가푸른하늘에걸려있고

건곤승개점부구(乾坤勝槪點浮)/천지간승경이물거품처럼생겼다말았다한다

우리나라문인중에서도태산을노래한시인이있다.조선전기의문인이자서예가였던양사언(楊士彦)이시조를썼다.

태산이높다하되하늘아래뫼이로다
오르고또오르면못오를리없건마는
사람이제아니오르고뫼만높다하더라

이것을한시로번역하면‘태산수고시역산(泰山雖高是亦山)등등불이유하난(登登不已有何難)세인불긍노신력(世人不肯勞身力)지도산고불가반(只道山高不可攀)’이다.

양사언은시조에서사람들이아무리힘들고어려운일일지라도꾸준히노력하면성공한다는교훈을태산에오르는것에비유하여시사하고있다.대부분의사람들이직접실천하지도않고어렵다는생각만으로도중에포기하거나기피하려고한다는점을꼬집고있다.그는해서와초서등글씨에도능해안평대군(安平大君),김구(金絿),한호(韓濩)와함께조선전기4대서가로알려져있다.

▲하산길에있는용담호에선사계절상관없이사람들이수영을즐긴다.

갈수록태산,걱정도태산등우리지명같아

태산은이와같이많은문인들이작품으로남겼다.뿐만아니라우리의의식속에서태산은이미굳게자리잡고있는듯보인다.우리가쓰는일상언어에서비유적으로잘드러나고있다.상황이점점더나빠질땐‘갈수록태산이다’라하고,차근차근모으는것을비유한‘티끌모아태산’,걱정도태산,태산같은은혜,입이태산같이무겁다,태산을알아보지못한다등등태산이마치우리의한지명같이친숙하게사용되고있음을알수있다.

태산에얽힌수많은전설과신화,사연들에대한상념에젖어다시태산등산로로발걸음을옮긴다.태산에몇번오르내렸지만여전히‘태산이왜그렇게위대하게됐을까’라는의문은여전했다.그게산일지모른다는생각과‘산은역사다’라는생각에빠져들었다.태산에만6일새세번째산행이다.아직한코스더남았다.일주일동안총네번오르기로했다.중국태산트레킹황동호사장이개척한6개등산로를하산까지포함해서네번만에끝내기로했다.한번가면십수킬로미터를걸었다.오늘도마찬가지다.

인간은걷는일자체가역사다.과거황제가걸었던길이지금은역사의흔적으로남아후대에문화유산으로남아선명히보여주고있다.그역사의흔적을따라걷고있다.내발길도역사가될까?알수는없다.이등산로에대해기사를쓴사람은없다.그건역사적인일임에틀림없다.자부심과동시에태산에대한궁금증을가지고황사장이개척한B코스로올라갔다.

B코스들머리는지난호에소개됐던F코스와같다.오전10시20분산행입구인태악구에도착했다.초입의밤나무는여전하다.을씨년스런분위기를그대로자아내고있다.어제올랐던길이지만오늘또새로운맛이다.등산로가원래그렇다는생각이든다.아니산이원래그런게아닌가.깊은산일수록보여주는모습은시시각각다르다.태산은우리의지리산크기와비슷하다.어제갔던지리산이오늘똑같다고생각한다면천만의말씀이다.산은항상다르다.가보고느낀사람은안다.

너덜지대와기다림바위를지나폐가까지F코스와똑같이진행했다.다른코스는모두정상을거쳤다가하산하게돼있지만B코스는유일하게정상을거치지않고내려간다.우두봉이갈림길이다.두시간만에소머리를닮았다는우두봉에도착했다.태산곳곳에배설물로방목흔적을남겼던흑염소가처음으로무리지어나타났다.한가로이풀을뜯고있는목가적풍경이다.갈라지는길에서F코스로가는왼쪽을바라보니멀리서용각산과옥황정정상이희미하게보인다.

▲용담호위에있는,태산에서가장긴것으로알려져있는흑룡담폭포.

B코스등산로는다른코스보다아찔한암릉길은덜하지만길자체가대부분바윗길이다.바윗길은아름다운경관을연출한다.기기묘묘한절벽은보는사람으로하여금감탄을자아내게한다.암벽은필연코봉우리를만든다.봉우리는이름을필요로한다.하지만태산의수많은봉우리가아직이름을얻지못한채기다리고있다.

황동호사장은태산을수백번오르내리며봉우리이름짓는재미도쏠쏠하다고한다.그가지은봉우리이름만도몇개나된다.아토봉,연화봉,스마일봉,철원봉,기다림바위,만물상,소리바위등어디선가들어봤음직한봉우리이름이우리땅이아닌중국태산에서불리고있다.

이윽고저멀리오래봉이보인다.태산의이름을가진72개봉우리중가장유명한봉우리다.높이는978m로알려져있으나1,000m가넘는다고도한다.태산주봉보다높지는않으나예리하고가장험준한봉우리다.우리말로‘오랫동안높은’이란뜻을가졌다고한다.황사장말로는정상옥황정에서뿐만아니라매년이곳에서도음력3월15일태산신에게제사를올린다고했다.

멀리서보이던오래봉에오후1시20분에도착했다.태악구에서출발한지3시간만이다.오래봉까지가는길은의외로제법등산로가있었다.태산에이런등산로가있었다니의아했다.타이안에있는대학생들이한번씩올라오는코스가이곳이라고황사장이전했다.황제들이다니던남쪽계단길은입장료가비싸우회로인이등산로를이용한다고했다.그럴듯한등산로가끝나자아니나다를까리지는아니지만그에버금가는코스에접어들었다.조심조심발걸음을내디뎠다.어쩐지무난하다싶었더니역시태산이다.무난한코스가한군데도없다.태산을확실히각인시켜주고있다.

평평한자리를찾아간단히요기를달랬다.시계를보니오후2시를넘고있었다.이런저런얘기를들으며주변풍광을봤다.경관이파노라마처럼쭉펼쳐졌다.산은산이다.어떤산에서나볼수있는듯하지만아무산에서도볼수없는자신만의풍광이모든산에있다.태산은더욱그렇다.천변만화하는모습에뭇황제와문인들이수많은흔적을남긴산이지않은가.

상념도잠시,다시하산길이다.50분가량휴식하고일어섰다.10여분쯤걸으니왼쪽으로웅장한부채바위가우뚝솟아있다.이름그대로꼭부채같이생겼다.부채바위봉우리엔전망대가있다.사람들이접근할수있도록아슬아슬한철계단길을놓아주변조망을가능하게했다.탁트인사방이시원스레펼쳐졌다.이맛에등산한다.

조금더내려가니도교사원이나왔다.사람은없다.아니안보인다.기척도없다.신발은있다.하지만어차피불러도말이통하지않을테니그냥지나쳤다.길엔도토리가무성했다.그렇지.여태다람쥐한마리못봤으니도토리가길에널브러져있을수밖에.이걸활용할방법이없을까하는생각도들었다.유달리도토리나무가많았다.그만큼길에도도토리가많이깔려있었다.

태산서가장긴흑룡담폭포도보여

출발한지1시간쯤지나자계곡이나왔다.태산은전형적인악산이니계곡은무척이나길게보였다.실제로도길었다.저뒤쪽으로아름다운폭포가흘러내렸다.흑룡담폭포라고했다.태산에서가장긴폭포다.흑룡이지킨다고해서붙여진이름이란다.웬만한산과계곡은다용과관련된유래를지니고있다.없으면명소가아니다.있어도허접한곳이많지만여긴태산에서제일긴폭포다.한마디로족보가있는폭포다.용과같이길게뻗은폭포가흘러내렸다.물이많았으면내리는모습이장관일것같았다.아쉬웠다.

▲B코스는초입을조금지나면계곡같은너덜지대가1시간가량이어진다.

계곡은우리의산에서흔히볼수있는약수뜨러오는사람들로붐볐다.신기했다.중국에선지하수를그냥먹지못한다고들었는데,‘이사람들은어떻게먹을까’라는생각과‘이물은그냥마셔도탈이없는가’라는생각이교차했다.황사장말로는태산지하수는그냥먹는다고했다.먹고싶지는않았다.그냥내려갔다.사람이많이다녀서길은반듯하다.

반듯한길로조금더가니용담호저수지가나왔다.사람들이수영을하고있었다.가까이서보니노인들이다.용담호는경관이아름답고여름,겨울에헤엄칠수있는노천수영장겸용이라고했다.계절을가리지않고남녀노소상관없이수영을즐긴다고했다.황사장은할머니는있어도젊은여자는한번도본적이없다고했다.가만히보니수영하는사람들이모두전라(全裸)다.중국사람들은잘씻지않은걸로유명한데,그래도수영할저수지가있으니그나마다행이라는생각이들었다.

이윽고천외촌광장에도착했다.시각은오후3시50분을가리키고있었다.오전10시20분태악구들머리에서출발한지4시간30분만이다.B코스가그나마가장짧은코스였다.정상을거치지않고옆으로빠져서그런것같았다.이젠내일이면마지막E코스이고,그코스는유일하게북쪽에서출발한다.다음호에서이코스를자세히소개하고,태산에왜도교사원이많은지도함께살펴보기로하자.

태산가는길

대한항공이인천공항에서중국산둥성지난시로가는비행기를일주일에2회,월요일과금요일운항한다.비행시간은1시간45분걸린다.시차는지난시가1시간늦다.지난에서오는비행편도마찬가지다.4월부터일주일에3편으로늘릴예정이다.중국국제항공은일주일에왕복3편씩인천↔지난으로운항한다.월,금,일,저녁8시인천공항에서이륙한다.지난공항에서인천공항까지도일주일에3편씩월,금,일요일오후4시50분출발한다.지난공항에서타이안까지는버스로1시간30분이걸린다.

인천항에서배편도이용할수있다.인천항에서저녁6시에출항하는선박은다음날아침9시칭다오항에도착한다.일주일에3차례있지만성수기와비수기등이용객에따라날짜가들쑥날쑥하기때문에특정날짜를정확하게알수없다.이용하려면인천항에반드시사전문의를해야한다.칭다오항에서타이안까지버스로5시간소요된다.

중국태산등산로를개척한중국태산트레킹황동호사장에게문의하면상세히알려준다.문의전화는0505-679-1526또는0504-898-7440.한국에서걸면무료다.그의인터넷홈페이지(http://cafe.daum.net/lovetaishan)를참조해도된다.

-글·사진/박정원차장/월간산[473호]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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