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 어머니의 품안과 같아” *-
BY paxlee ON 5. 12, 2009
[名士에게듣는山이야기]소설가신경숙
“산은어머니의품안과같아”…<엄마를부탁해>로모성신드롬.
소설<엄마를부탁해>가올해최고의소설로떠오르고있다.지난해11월출간된소설이5개월만에벌써65만부이상팔렸으며,베스트셀러중에서도단연압도적이다.사회각계에‘모성신드롬’을일으키고있다.저자신경숙(申京淑·46)씨는여기저기낭독회나강연에다니느라요즘눈코뜰새없이바쁘다.그와중에도북한산이보이는평창동언덕,그녀의표현대로그녀가너무나좋아하는조용한미술관에서잠시인터뷰시간을가졌다.차분한복장에우수에젖은듯한표정은항상그대로다.그녀만의매력이다.
▲미술관입구에서포즈를취한신경숙씨.
-댁이이부근이신가봐요?
“한20년전부터북한산자락을떠나본적이없어요.평창동과구기동을왔다갔다하면서살고있어요.그전엔구기동에서7년살다가평창동으로이사온지4년됐어요.”
-이곳에서계속사시는특별한이유라도있으신가요?
“특별한이유?그런건없어요.그냥산이좋아서,특히북한산이좋아서여기를떠나지못하고있어요.작품구상을할때나글이잘풀리지않을땐어김없이산에올라가죠.”
-산은언제부터다니셨습니까?
“특별히먼산행을계획해서떠나거나그러진않아요.구기동,평창동에서거의20년을살고있기때문에산에가는일은자연스런일입니다.20대부터산행을시작했고,그냥산이친구가됐어요.특히북한산은요.”
“산이친구다”라고자신있게말할정도면산에대한상당한깊이가있어야한다.통상적으로친구라하면‘뜻이맞고교감이잘되는’사람을말하지않는가.1~2년만에그정도교감이쌓일순없다.
-산이주는의미는무엇이라고생각하십니까?
“산은겉에서보는것하고들어가서걸으면서보는것하고는완전히달라요.생명을기르고있는품이넓디넓죠.물과나무가다있을뿐아니라식물과동물이있지요.사계절동안산에다니며산을관찰하다보면그대로한세상이보여요.게다가항상변하지않고거기그대로있다는거예요.그래서개인적으로산은든든하고안심이돼요.”
이정도면산의깊이를안다고할수있다.산에대한상당한내공이쌓인그녀의소설에는알게모르게산이등장한다.<엄마를부탁해>에서는산에놀러가자며대화를주고받는장면이나온다.왜하필산이었을까?그녀의네번째장편소설<바이올렛>의주인공은이름자체가‘산이’다.이정도면우연이아니다.그녀는전부산에서교감을얻었다고했다.작품을쓰다가글이막힐땐어김없이산에올라간다.그녀가북한산자락을떠나지않는이유다.
작품쓰다막힐땐어김없이산행
-등산이소설작업에긍정적인영향을미치나요?
“마음이작품외의것으로산만해져있을때산에가면정리가돼요.스스로를향한질타같은것도생기고요.계곡의물이메말라있던마음을촉촉하게적셔주는것같기도하죠.산에다녀오면나자신에게는혹독해지는것같은데,타인에겐너그러워지는마음이생겨나는걸느껴요.그런부분들이영향을끼치겠죠.실제로산에다니는사람들이종종소설에등장하기도해요.”
산은그녀에게어머니의따뜻한품안과같이하나의해결책이다.어머니품안에있으면모든근심걱정이사라진다.그냥안겨있기만하면된다.실제로그녀는글이막힐때어머니한테가끔전화를한다.작업중거의유일한습관이다.15세때시골을떠나어머니와생이별한그리움이배어서일까?한참통화를하다보면전혀다른얘기를했음에도문제가해결된적이한두번이아니라고한다.어머니가해결책이었던거다.
▲북한산이보이는평창동미술관에서소설가신경숙씨가자신의소설집<엄마를부탁해>를펴들고앉았다.
그녀에겐어머니가아니라엄마다.어머니란말을써놓고더이상작품진행이안될때‘엄마’라고고쳐놓으니일사천리로글이써졌다고한다.엄마가훨씬친근한이미지다.친근하면스스럼이없다.그녀에겐엄마가산이었고,산이곧엄마였던거다.그녀는의식하지못했을지몰라도적어도행동상으로는그랬다.
잠시그녀의어린시절로돌아가보자.꿈많던어린시절,형제많은집안의넷째딸로성장한그녀다.시골에서오빠세명을대학에보낼정도로부모님은자식들을억세게키웠다.부유하지는않았지만가난한편도아니었다.형제많은집안은항상시끌벅적했고웃음으로가득찼다.
그러나신경숙은많은형제들에치였다.오빠들때문에하고싶은걸못할때가많았다.참을수밖에달리대안도없었다.상급학교로진학하길원했다.시골에서는제대로공부할수없다고판단했다.15세때고등학교에입학하러서울에올라왔다.어린신경숙이부모와언제다시같이지내게될지기약도못하는생이별의순간이었다.실제로그이후로부모와같이장기간생활해본적이없다.결혼후보름간같이지낸게전부다.
상경한그녀는오빠들과같이어려운생활을했다.가난을몰랐던그녀는서울에서가난을알았다.대도시가주는공허함과비정함을어린시절에느꼈다.정규고교진학도여의치않아산업체특별학급이있는학교로가야만했다.취직하러온게아니라진학을위해왔는데둘다해야하는상황이돼버렸다.도시의비정함은오히려그녀를더강하게했다.어릴때부터작가가될생각은아니었지만자연스럽게그꿈을가지게됐다.
▲1.미대륙을기차로횡단할때잠시휴식을취하며.2.2008동인문학상심사위원들이심사장소인양양낙산비치호텔근처해안가에서함께했다.3.2006년중국여행길에어느절에서.
매일등산하다요즘은요가와병행
“어린시절어머니는책을읽는모습을무척좋아하셨어요.시골의남자형제많은집안에서네번째여자아이로자란다는건그만큼뭔가할일이많다는뜻이기도했죠.어머니는심부름을시키려고방문을열었다가도책을읽고있으면가만히문을닫아주셨죠.책읽기는오빠들이빌려온책부터시작되었죠.난독이어서무슨책을읽었는지기억도나지않을정돕니다.다만책을읽으면서이렇게책을쓰는사람이되면좋겠다는생각을했어요.책속엔다른세상이있었으니까요.그러니까작가가돼야겠다는생각을일찍부터하게된게행운이었던것같아요.다른시행착오가없었으니까.
대학에들어와서본격적으로문학수업을받았고,그때는좋아하는작품들을필사해보기도했죠.필사하면그냥눈으로읽는것과는달라요.양감이훨씬뚜렷하게감지되고‘눈이내리는군요’라고써보면진짜눈이내리는듯하지요.꿈을이루기위한구체적인작업이있었다기보다는항상작가와책이곁에있었어요.”
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에서본격적인창작수업을받았지만누구의가르침만으로다훌륭한소설가가되는건아니다.1984년졸업후취직한출판사에서퇴근하자마자집앞독서실에자리를얻어놓고새벽까지소설을썼다.나무의자에앉은채이희승국어백과사전에얼굴을대고잔적이한두번아니었다.그렇게쓴소설이<겨울우화>다.독서실생활을꼬박두달한끝에탄생한작품<겨울우화>를문예중앙에보냈다.‘등단’이란커다란기쁨이돌아왔다.그게1985년그녀의나이스물둘이었을때였고,그때부터시작이었다.
▲4.소설<리진>의무대인경북궁에서소설주인공으로분장한배우,독자들과거닐며작품에대해설명하고있는신경숙씨.5.베이징한국문화원에서2007년9월열린한중문학좌담회에참석한소설가신경숙,박완서씨와중국여류작가.6.2004년뉴욕에서로스앤젤레스까지기차로횡단할때그랜드캐년에서.
초기엔그녀만의소설을쓰고싶었다.어디산길에표지도없고,저자이름도없는책이한권떨어져있어도문체만보면‘아,이건신경숙소설이네’라고할정도의작품을쓰려고했다.실제로<풍금이있던자리>와<깊은슬픔>이자기문체중심의소설이다.30대에들어서는역사와사회를내재화하고싶은욕망을가졌다.
“1990년대엔모든사회분위기가공동체중심이었잖아요.‘공동체가행복해야개인도행복하다’가모토처럼전면화되어있을때였어요.난반대로생각했어요.‘개인이빛이나야공동체도빛이난다’.그래서역사와사회속에서사장된개인을발굴해내는작업을했어요.그런작품들이<왼딴방>이나<기차는7시에떠나네>가대표적이라고봐요.지금40대엔어떤것으로부터자유로워졌어요.<리진>이나<엄마를부탁해>에서는서사가소설의중심에놓여졌어요.
‘소설은이야기다’라고본다면거꾸로시작한것같은느낌이들어요.<엄마를부탁해>는엄마에게위로받자는소설이아니라엄마를위로하자는쪽에코드가맞춰져있는소설이죠.엄마자체도엄마가필요할정도로,모성이라는것은엄마만이아니라나는너에게,너는나에게,나아가서사회자체가모성성덩어리라면좋겠다는마음으로변화했다고봐요.”
그녀는그녀의소설을나름대로시기별,내용별로구분했다.정확히자신을읽고있다는것이다.소설은인간의이야기고,시대가배경이다.소설가는기본적으로시대에관심이있어야하고인간에애정을지녀야한다는것이다.인간에애정을가진인간신경숙의앞으로의방향,즉미래에대해본인은어떻게생각할까?궁금했다.
“미래의시간이어떻게펼쳐질지나도궁금해요.아무것도정해진건없어요.작가로서바람이있다면오래전에쓴작품이아니라방금쓴작품으로소통되는현재진행형의작가로지내고싶어요.예전에는젊은친구들을보면예쁘면서도질투심같은게있었는데,이제는그저한없이예쁘기만하고,그들이꿈을이뤄가며잘지냈으면해요.
내가하는일이그들에게보탬이됐으면하는마음도가득해요.나이가먹었다는증거겠죠.그리곤잘늙으신분들을만나면그분곁으로가까이가서가만히바라보게돼요.아마잘늙고싶기때문이겠죠.작가이니새로쓰는작품들과함께잘늙고싶어요.먼훗날누군가나를유심히바라보며‘나도저렇게늙고싶다’는생각이들게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