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의그랑조라스북벽등반…이탈리아보칼레트산장으로하산
알프스의최고봉몽블랑이위치한몽블랑산군은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등3개나라가인접해있다.이산군의북동쪽끄트머리에접해있는스위스를제외하고동서로길게이어진3000m이상의능선은이탈리아와프랑스두나라의국경선을이룬다.몽블랑에서부터동쪽으로뻗어내린눈덮인능선은많은침봉과칼날능선을거쳐그랑조라스에서절정을이룬다.
2km길이의
개인적으로아이거나마터호른북벽보다바로이그랑조라스북벽에더애착이간다.학창시절부터이제껏이북벽에서4개의루트로올랐는데,어느것하나멋진추억이아닐수없다.2km나펼쳐진1,200m높이의광대한북벽에는이시대의수많은알피니스트들이자신을시험하기위한등반선을그어놓았다.
지난겨울알프스에는유독많은눈이내렸고추웠다.혹자는30년만의최악이라했다.그렇지만북벽을오르고픈열정은식지않았다.겨울이한창이던1월중순이었다.함께한이는교사로서방학을이용해종종알프스를찾는민경원씨였다.샤모니를떠난몽탕베르행산악열차에는우리외에도이진기씨와현지산악인가브리엘제탕도함께했다.
두사람은종종산행을함께하는사이로필자와민경원씨가며칠전북벽을정찰하며고생한사실을알고도움을주려고동행했다.물론제탕은자신의다음등반목표가우리가오를루트와같아정찰겸함께하기로했다.몽탕베르언덕에서우리는곧메르데빙하로내려섰다.화창한날씨였다.발레블랑쉬를경유해빙하를타고내리는스키어들이간간이지나갔다.
우리넷모두설피를신었지만스키어들이타고내린트랙위가아무래도걷기편하다.한시간쯤빙하를거슬러올라빙하가오른편으로방향을트는지점이었다.두명의스키어가우리를알아봤다.얼마전에에귀디미디쪽의어느한루트를오르며만난이들이었다.잠시그들과반가운인사를나눈후,또걸었다.빙하를타고내리는공기가차지만한낮의햇살이따뜻함을주었다.
빙하위를질주하며스쳐가던스키어들중에등반장비를잔뜩짊어진우리를보고멈춘이가있었다.가만히보니몽블랑남측쿠르마이어의산악가이드프란체스코였다.몇년전여름에당뒤제앙의능선에서만나알고지내는사이였다.그는우리가그랑조라스북벽에간다고하니엄지손가락을치켜세웠다.그리고바로얼마전에스위스의유명산악인율리스텍이북벽의한루트를한시간반만에올랐다는소식도전해줬다.행운을빈다는그의인사를뒤로하고빙하를거슬러올랐다.
율리스텍의속도등반소식은침낭과같은비박장비까지잔뜩챙겨멘우리를놀라게했다.시대의변화에따라첨단알피니즘의행위또한변화의물결에동참하는것이분명해보인다.물론알피니즘의진정한행위에서는그런경쟁적인기록은어디까지나부차적이지않을까라는생각을하며우리는메르데글라스에서벗어나레쇼빙하에접어들었다.
이제부터눈이깊다.태양또한서쪽침봉들뒤로넘어가기온이갑자기내려갔다.옷을고쳐입고방한모를눌러쓰고심설을헤쳐올랐다.차츰그랑조라스의북벽이위용을드러냈다.우리가오를루트는워커능왼편의랑쉘(LeLinceul,IV/4)이다.750m높이의거대한빙벽을오른후동릉을따라워커봉에오르는코스다.북벽은하얀면사포를쓴듯여름철에비해많은눈을뒤집어쓰고있었다.
몽탕베르를출발한지4시간쯤,레쇼빙하중앙의좌측절벽위에위치한산장어귀에이르렀다.우리는빙하에설피와스틱을남겨두었다.산장에오르는길은여름철과는달리화장실아래쪽이다.한동안심설을헤치며작은쿨와르를올라가파른바위사면을올랐다.쇠사슬이설치돼있어어렵지않았다.마침내산장에이르렀다.아무도없었다.한겨울에이곳을찾는이들이드물기때문이다.
차를끓여마시며늦은오후를보냈다.곧해가지고밤이찾아왔다.산장에서바로건너다보이는북벽이어둠과함께더욱거대해보였다.과연저것을오를수있을까싶은의구심마저들었다.하지만이제껏세번이나북벽을넘었기에자신감을찾으며일찍잠자리에들었다.적어도밤12시에는일어나야하기때문이다.
서늘한공기가감도는산장의침상에서서너시간뒤척이다알람시계소리에일어났다.모두피곤한기색이역력하지만알프스에서는으레하루를일찍시작하기마련이다.전날밤에제탕이말한우스갯소리가떠올랐다.자기친구중하나가조라스북벽에오르기위해세번이나바로이레쇼산장에왔지만모두실패했단다.그이유는다름아니라늦잠때문이었다고하였다.
물론그산악인은조라스북벽이라는큰등반의부담감때문에늦잠을핑계로등반을포기했을가능성이다분하다.여하튼등반은일찍시작하는게여러모로유리하기마련이다.잠에서깬모두가분주하게움직였다.눈을녹여차를마시고미리준비해둔아침을먹었다.잘넘어가진않지만하루종일움직이기위해서는억지로삼키다시피먹어야한다.장비를챙긴후이윽고산장을나섰다.
밤하늘에별들이촘촘히박혀있다.바람또한잔안정된날씨라마음이놓였다.산장에서빙하에내려설때는자일을이용한다.길게설사면을횡단한다.화장실아래의바위사면에서는자일을이용,하강을두번했다.곧빙하에내려선우리는설피를찾아신었다.새벽2시,반달이었지만제법밝은달빛이빙하위에드리워져있었다.북벽을향해빙하를거슬러올랐다.
빙하를타고내리는바람이매서웠다.하지만한걸음두걸음서두르지않고걷고또걸었다.며칠전에정찰을위해오르내렸던발자국들은바람에날린분설에흔적도없다.두시간이상걸어오르자북벽이달을가리는밤그늘속으로들어섰다.온기라곤없는달빛이지만그늘속에드니한결춥게느껴졌다.이제워커능의아래쪽이다.여기에서우리가오를랑셸루트는좌측위로좀더올라야한다.
북벽에접근할수록눈이점점깊었다.마침내벽아래에도착했다.다섯시간걸렸다.도우미둘이아니었다면훨씬더지체됐을것이다.가파른설사면에자리를잡고조심해서장비를챙겼다.마침내출발이다.
등반의첫난관은베르그슈른트였다.며칠전정찰때는루트오른편의베르그슈른트가가능했는데,지금보니그게아니었다.약5m의오버행설벽은도저히넘지못할난공불락이었다.며칠사이에작은설벽하나가무너진것이다.할수없이우리는다른길을찾아야했다.그래서이제는좌측으로향했다.약50m이동하니길게이어진베르그슈른트중가장낮은곳이눈에들어왔다.
약3m의오버행설벽으로서가장만만해보였다.민경원씨의확보를받으며오버행에붙었다.중간높이에아이스하켄을하나설치하지만믿을만하지않다.여하튼발아래에는작은크레바스마저입을벌리고있기에바짝긴장했다.두손의피켈을찍으며몇걸음오르지만오버행턱은도저히넘을엄두가나지않았다.세번이나시도하다돌아섰다.
마침아직돌아가지않고밑에서걱정스럽게지켜보던이진기씨가가지고있던워킹용피켈을빌렸다.그것을오버행설벽의무른벽면에깊게찔러박고체중을실었다.그래도불안하긴마찬가지다.하지만더이상물러설순없었다.기회는단한번.여기서추락하든그냥물러서든한번은시도하고볼일이라온힘을다해오버행을넘어섰다.드디어성공이다.간신히오버행을넘어섰다.
이후약50도이상의설벽을한피치올라자일을고정시키니안도의한숨이나왔다.얼마후,민경원씨도오버행을넘어섰다.이제우리는아래세계와는단절이었다.60m로프한동으로는베르그슈른트아래로더하강할수없기때문이다.오직북벽을넘어정상에올라야만했다.우선넓게펼쳐진빙벽초입에서길을찾아대각선아래로조금내려갔다.곧이어좁은강빙구간을발견하고오르기시작했다.경사도는약70~80도되지만빙질이좋아어렵지않았다.
아직어둠이가시지않았지만차츰밝아오는상태에서등반이순조로웠다.서너피치오르자날이밝았으며빙벽의경사도도차츰누워갔다.그래서우리는함께오르기로했다.필자가도중에아이스하켄한두개를설치하고자일을통과시키며오르면후등자도함께따라오르는연등방식이다.물론이렇게서너피치오르면아이스하켄을후등자로부터건네받기위해멈추곤했다.
어렵지않은빙사면에서낙빙의통로를피해좌측대각선으로길을잡았다.지루할정도로오르고또올랐다.차츰고도를올릴수록추위가엄습했다.둘다우모복을두개나겹쳐입었지만땀이라곤나지않았다.계속되는빙벽이라편하게자리를잡고쉴공간도없다.보온병의물만마시고또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