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협곡이아니다.능선자락은밀한곳의섬세하게갈라진협곡.이곳에선하늘도바위가지배한다.하늘을막아선바위틈새로비추는조명,그것은햇살이다.빛의손길이닿을때마다바위색도따라변한다.그늘과볕의조화가만들어낸빛깔은협곡을기이한분이기로몰아넣는다.
클라이머들에게는도전의벽으로통한다.대부분중상급자용루트이며파워파워(5.14b/c)나오토매틱(5.14a/b)같은곳은아무리잘난바위꾼이라해도가볍게떨어뜨려버리는최강의난이도이기때문이다.
그의걸음이멈춘곳은‘호의기다림’(5.13a).그는기다림없이바위에다가선다.그늘속에묻힌길을차분히오른다.오를수록오버행의각이심해지지만빠르지도느리지도않은속도로사뿐사뿐오른다.쉽지않은루트건만그의손과발이닿자바위는언제그랬냐는듯순둥이가된다.긴팔과다리로쭉쭉그러나조심스레오른다.나비처럼가벼운몸짓이다.
마지막크럭스다.모두들이부분을기다렸다.온사이트로바위에붙은사내가과연악명높은저크럭스를어찌넘어갈지를보기위해…….올라가는홀드와방식을찾아내기어려운곳이지만언제저곳이어려운곳이었나싶을정도로그는자연스럽게훅을걸어크럭스를휙넘어선다.관중들의박수가흘러나온다.일부는허무하다는반응이다.너무쉽고자연스럽게올라맥이빠져서다.
빛나는금발을날리며사내가땅으로내려서자그의고요한카리스마가좌중을사로잡았다.그는세계최초로5.15를등반한클라이머크리스샤마(ChrisSharma)다.
지난3월27일,이벌브(evolv)암벽화를전개하는(주)메드아웃도어의초청으로미국의프로록클라이머크리스샤마가방한했다.이벌브클라이밍팀소속인그는자사브랜드홍보를위해한국을찾았으며도착한다음날바로전북고창선운산(336m)을찾았다.
선운산에서그가처음잡은바위는‘JCC2(5.11c)’다.첫등반인만큼조심스럽게오른다.5.15급클라이머의등반으로보기에겸손하게느껴질정도다.서서히바위의감촉을익히고몸을푸는과정인게다.가볍게완등한다.
등반후에는오헤다와단둘이서여러얘기를나눈다.등반과바위에대한얘기를나누는것같지만스페인어라알아들을수없다.연인이며자일파트너인이들은사소한몸짓과말도이해하고반응하며지켜주는그런관계란걸서로를바라보는눈빛과표정에서읽을수있었다.
이어서다일라의등반.체격조건은샤마에비할바못되지만쉽게말해‘자세가나온다’고할까.다이내믹한동작과파이팅이사람들의시선을사로잡는다.그만큼크리스의등반은여느클라이머에비해조용하고자연스러워사람들의시선을확끌어당기는맛은없다.
이번에는난이도를약간높여‘주(Zoo5.12a)’를오른다.위아래에서많은사람들이카메라셔터를눌러대지만당황하거나오버하는기색은전혀없다.손발이길고경험이많아쉽게쉽게오른다.관중을위한쇼맨십도어느정도는있을법한데오직바위에만집중할뿐이다.일정한속도로쉼없이오른다.마치대학생이초등학생용루트를오르는것처럼그의등반은참쉽다.관중들도감탄보다는그저“잘하네.쉽게하네”하는분위기다.
호수는깊을수록고요한법.가만히보면땀흘리지않고오르는경지에이른듯하다.바위속으로스며들어오르는자연스러움의극치에가까운몸짓이다.휴식시간을갖나싶더니투구바위로간다.본격적인고난도등반에도전하는것이다.나훈아를쫓는아줌마팬처럼,동방신기를쫓는학생들처럼샤마를따라산꾼들이이동한다.드디어올것이왔다는분위기다.
‘호의기다림’을간단히해치우자“역시”하는소리가터져나온다.이어그의걸음이멈춘곳은‘파워파워’다.파워파워는오버행각이커이름처럼상당한파워를요하며홀드가미세하기에순간적인집중력과균형이맞아야오를수있는루트다.열기가뜨거워지며산만하게흩어져있던사람들이후다닥모여벽주변을에워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