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이머 크리스 샤마 *-

[방한인물]클라이머크리스샤마,

그의손이닿자투구바위도순둥이가되었다

세계최초로5.15급등반한클라이머크리스샤마방한,시범등반

금발의사내가협곡에들어서자산이고요해진다.고수는고수를알아보는법이다,오랜만에제대로된적수를만난투구바위가숨을고른다.사내는차분한걸음으로투구속으로걸어들어간다.호기심과기대로가득찬눈빛들이그의동선을따른다.수십명의바위꾼들이금발사내의오름짓을구경하기위해모인것이다.

예사협곡이아니다.능선자락은밀한곳의섬세하게갈라진협곡.이곳에선하늘도바위가지배한다.하늘을막아선바위틈새로비추는조명,그것은햇살이다.빛의손길이닿을때마다바위색도따라변한다.그늘과볕의조화가만들어낸빛깔은협곡을기이한분이기로몰아넣는다.

그러나아름답지않다.자세히보면석회암특유의구멍이벽을온통뒤덮어험상궂은곰보상이다.게다가오버행으로거칠게치밀어올라사람의기운을압도하는힘이있다.바위사이의공간은투구모양이며그앞에사람이서면골바람이불어와서늘한혓바닥으로온몸을휘감는다.그로테스크한인상의바위협곡,사람들은이곳을선운산투구바위라부른다.

클라이머들에게는도전의벽으로통한다.대부분중상급자용루트이며파워파워(5.14b/c)나오토매틱(5.14a/b)같은곳은아무리잘난바위꾼이라해도가볍게떨어뜨려버리는최강의난이도이기때문이다.

그의걸음이멈춘곳은‘호의기다림’(5.13a).그는기다림없이바위에다가선다.그늘속에묻힌길을차분히오른다.오를수록오버행의각이심해지지만빠르지도느리지도않은속도로사뿐사뿐오른다.쉽지않은루트건만그의손과발이닿자바위는언제그랬냐는듯순둥이가된다.긴팔과다리로쭉쭉그러나조심스레오른다.나비처럼가벼운몸짓이다.

마지막크럭스다.모두들이부분을기다렸다.온사이트로바위에붙은사내가과연악명높은저크럭스를어찌넘어갈지를보기위해…….올라가는홀드와방식을찾아내기어려운곳이지만언제저곳이어려운곳이었나싶을정도로그는자연스럽게훅을걸어크럭스를휙넘어선다.관중들의박수가흘러나온다.일부는허무하다는반응이다.너무쉽고자연스럽게올라맥이빠져서다.

빛나는금발을날리며사내가땅으로내려서자그의고요한카리스마가좌중을사로잡았다.그는세계최초로5.15를등반한클라이머크리스샤마(ChrisSharma)다.

그의등반보러수많은한국클라이머들운집

지난3월27일,이벌브(evolv)암벽화를전개하는(주)메드아웃도어의초청으로미국의프로록클라이머크리스샤마가방한했다.이벌브클라이밍팀소속인그는자사브랜드홍보를위해한국을찾았으며도착한다음날바로전북고창선운산(336m)을찾았다.

우리나라나이로29살인샤마는미국캘리포니아출생으로12살때록클라이밍을시작해14살때볼더링대회에서우승했으며다음해에고난이도인5.14c를등반해세상을놀라게했다.이후유럽과미국을오가며5.15급의인간한계를넘어서는난이도를개척해왔다.최근의등반으로지난해9월캘리포니아클라크(Clark)마운틴에점보러브(JumboLove)를완성한바있으며이는5.15b난이도의거벽으로80m높이다.


선운사계곡을따라오르는샤마의주변에는구름같은인파가몰려있었다.그의등반을보기위해온산악인들이다.이들의밀려드는사인과사진요청에도그는전혀불편한기색없이한명한명성의있게응해주었다.그의바로곁에서떨어지지않는이가있었으니,스페인여성프로록클라이머다일라오헤다(DailaOjeda)다.그녀는5.13급을등반하는실력파로크리스의애인이다.

▲1.파워파워(5.14c)를온사이트로도전했으나실패했다.2.주(Zoo5.12a)를오르는크리스샤마.3.5.15급클라이머의손.
이들이닿은곳은속살바위와투구바위.속살바위곁을지나능선의투구바위를본후다시속살바위로돌아가등반할채비를한다.투구바위는협곡이라바람이강하고쌀쌀한편이어서아침부터등반하기는힘들다고여긴모양이다.성미급한이들은샤마가언제‘파워파워’나‘오토매틱’같은고난도의루트를오를지궁금해했다.그러나누구도그에게등반을강권할순없다.모든것은그의마음에달려있다.

선운산에서그가처음잡은바위는‘JCC2(5.11c)’다.첫등반인만큼조심스럽게오른다.5.15급클라이머의등반으로보기에겸손하게느껴질정도다.서서히바위의감촉을익히고몸을푸는과정인게다.가볍게완등한다.

등반후에는오헤다와단둘이서여러얘기를나눈다.등반과바위에대한얘기를나누는것같지만스페인어라알아들을수없다.연인이며자일파트너인이들은사소한몸짓과말도이해하고반응하며지켜주는그런관계란걸서로를바라보는눈빛과표정에서읽을수있었다.

이어서다일라의등반.체격조건은샤마에비할바못되지만쉽게말해‘자세가나온다’고할까.다이내믹한동작과파이팅이사람들의시선을사로잡는다.그만큼크리스의등반은여느클라이머에비해조용하고자연스러워사람들의시선을확끌어당기는맛은없다.

이번에는난이도를약간높여‘주(Zoo5.12a)’를오른다.위아래에서많은사람들이카메라셔터를눌러대지만당황하거나오버하는기색은전혀없다.손발이길고경험이많아쉽게쉽게오른다.관중을위한쇼맨십도어느정도는있을법한데오직바위에만집중할뿐이다.일정한속도로쉼없이오른다.마치대학생이초등학생용루트를오르는것처럼그의등반은참쉽다.관중들도감탄보다는그저“잘하네.쉽게하네”하는분위기다.

호수는깊을수록고요한법.가만히보면땀흘리지않고오르는경지에이른듯하다.바위속으로스며들어오르는자연스러움의극치에가까운몸짓이다.휴식시간을갖나싶더니투구바위로간다.본격적인고난도등반에도전하는것이다.나훈아를쫓는아줌마팬처럼,동방신기를쫓는학생들처럼샤마를따라산꾼들이이동한다.드디어올것이왔다는분위기다.

최고난이도루트온사이트도전했으나실패

‘호의기다림’을간단히해치우자“역시”하는소리가터져나온다.이어그의걸음이멈춘곳은‘파워파워’다.파워파워는오버행각이커이름처럼상당한파워를요하며홀드가미세하기에순간적인집중력과균형이맞아야오를수있는루트다.열기가뜨거워지며산만하게흩어져있던사람들이후다닥모여벽주변을에워싼다.

▲4.연인이며자일파트너인스페인클라이머다일라오헤다.5,6.그는북한산무당골의갬블을세번의시도끝에올랐으며그옆에‘수퍼보니또’라는고난도신루트를개척했다.
그도그럴것이‘파워파워’는5.14c로국내최고난이도며이를샤마가온사이트로등반하는순간인것이다.영화‘황야의무법자’에나오는결투신처럼긴장감과함께‘빠라바라밤’하는소리가바위꾼들가슴속에서울릴것만같다.

루트파인딩에제법시간을쏟는다.앞선등반에비하면임하는자세가다른듯심각하다.그의몸이바위에달라붙자관중들의집중력도그의손가락발가락끝마디와함께한다.그러나잠시…….“아!”하는탄식이사람들입에서흘러나온다.퀵드로두개를걸고본격적으로오버행에접어들즈음살짝떨어진것이다.이제까지와는달리너무쉽게추락했다.

왼손으로옆쪽의홀드를잡고오른손으로오버행위쪽홀드를잡으려팔을뻗는순간살짝떨어졌다.자세히보지않은이는떨어졌는지조차모를정도다.이후그는아예퀵드로를잡고위쪽의홀드를유심히살피더니내려와장비를정리한다.오늘의등반이끝난것이다.

어떤이는“아무리실패한뒤라해도5.15를하는사람이퀵드로를손으로잡고올라가홀드를살핀다는게이해가안된다”고한다.게다가관중들속에서화려한기술이나강한임팩트없이물흐르듯자연스런등반을하다보니“등반이심심하다”는얘기도나온다.

그렇다.크리스샤마는세계최초의5.15클라이머로서대중의기대치에는미치지못했는지모른다.그러나그의방식대로바위와최대한하나가되어등반한것은분명하다.겉멋없이조용히구름흐르듯오르는크리스샤마만의날갯짓이다.

인터뷰

북한산무당골에볼더‘보니또’개척
3월30일북한산무당골에서크리스샤마는볼더‘수퍼보니또(SUPERBONITTOㆍV11)’를개척했다.국립공원관리공단의허가를받아무당골에들어간샤마는약6m높이의갬블(V7)을온사이트로등반한후왼쪽에새로운루트를만들었다.세번의시도끝에등반에성공했으며보니또(BONITTOㆍV10)라는이름을붙였다.보니또는스페인어로‘예쁘고참좋은’이라는뜻이며그의여자친구인다이라오헤다가지었다.

이후그는보니또를앉아서출발하는자세(sitdownstart)로시도해두번만에성공하고이를수퍼보니또(V11)라이름붙였다.수퍼보니또는보니또에비해2~3동작이더필요하며더어렵다.등반후그는“수퍼보니또는별다섯개를줄만한재미있는루트다”라고했다.샤마가개척한볼더는극히적은크림프홀드와미세하게흐르는홀드로구성된고난도의화강암루트다.

크리스샤마일문일답
“물처럼자연스럽게등반하는것이내스타일이다”

선운산에서등반을한소감?
-정확한암질은모르겠지만,아마화산암류같은데돌기나촉감이흥미롭다.한국클라이머들의수준이높다는걸실감했다.산은한국적인아름다움이풍긴다.

한국방문목적은?
-이벌브클라이밍팀의일원으로아시아투어(브랜드홍보)를위해왔다.이번등반은센루트에대한도전보다각국의클라이머들과가볍게즐기기위한것이다.

요즘근황?
-스페인에머물며프로젝트등반(고난이도의기록적등반)을하고있다.지금하는바위는높이가15m정도지만체조처럼고난도의동작을요구하는어려운볼더다.과거에는한정된시간에등반을했기에스트레스가굉장히많았다.이젠등반을스트레스받으며하고싶진않다.지금은라이프스타일이한군데정착해서쉬엄쉬엄하는편이다.그렇게해서등반실력도늘었다.

프로젝트선택기준?
-내능력보다위의것,아름답고환상적인것을택한다.또항상새로운것을찾고도전하려한다.안주하거나타성에젖지않으려는것이내생각이다.

프로클라이머치곤29살이란나이는많은편인데.
-신체적인나이와상관없이다치지않고조금씩조금씩성장해나가는것이내목표다.하드스포츠클라이밍과고난이도의기록적인자연암릉등반에항상관심이간다.어떤등반을하든지내자신을전력투구할생각이다.

등반의난이도가5.15를넘어계속높아질수있다고보는가?
-지금스페인에서여러개의프로젝트를동시에하고있다.그중에가장어려운게5.15c정도되지않을까싶다.5.15c~d이런식으로계속발전할것같다.

등반하는스타일이마치흐르는물처럼자연스럽다.
-그렇다.물처럼자연스럽게하는것이내스타일이다.나는바위를보고동기가생길때오른다.억지로하는건내스타일이아니다.바위에몰입했을때그런식으로등반한다.등반은동기부여가중요하다.그래서내내면의소리에항상귀기울인다.더불어등반할때는재미있어야한다.

오늘처럼사람들의기대가클경우의등반은어떤가?
-오늘의등반은완전한내스타일은아니지만직업적인비즈니스이기에해야할부분이다.거기에대한스트레스는없다.

파워파워(5.14c)를오른까닭은?
-궁금해서했다.보고나서이게가장어려운루트일거라예상했다.다시할생각은없다.

-글:신준범기자/사진:강레아산악사진가/월간산[475호]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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