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의 4,000m급 명봉] [9] 몽모디 *-

[알프스의4,000m급명봉][9]몽모디

몽블랑산군최고의몽모디,아름다운조망이여기에
몽블랑뒤타귈북서면~몽모디북면~북동리지~정상~북서리지

알프스의최고봉몽블랑(MontBlanc·4,810m)동북쪽에솟아있는몽모디(MontMaudit·4,465m)는만만치않은봉우리다.무엇보다접근이용이하지않다.몽블랑뒤타귈(MontBlancduTacul·4,248m)의북서면을지나몽모디의북면으로오르거나이탈리아와프랑스의국경능선인쿠프너(Kuffner)능선을통해,그리고보다멀리몽블랑을넘어접근해야한다.그래서날씨가좋지않으면정상부에서는악천후에곧바로노출되기때문에철저한준비가필요하다.

몽모디의북서측면은눈덮인육산의형상이지만남동측면은가파른화강암봉인악산의모습이다.특히북서측면에서접근할때,암반의광물질로인해나침반이제대로작동하지않아정상부에서길을잃는사례가많다고도한다.하지만안정된기후조건과더불어고소에충분히적응한다음에몽모디에오르면몽블랑산군최고의아름다움을만끽할수있는4,000m명봉이다.

본격적인여름등반시즌이시작되기전인6월초순이었다.한동안날씨가좋다는일기예보에따라몽모디등반에나섰다.동행한이들은백승기선배와이진기씨였다.젊은시절그토록동경하던알프스를잊지못해50대중반의나이에3개월간휴가를낸백선배와지난가을부터샤모니에머물고있는이진기씨는몽모디산행이처음이었다.필자는10년전여름에북서리지로정상에오른바있다.물론종종에귀디미디쪽에서몽블랑을오르면서몽모디정상부의북서사면을여러차례지나다녔지만브렌바콜(ColdellaBrenva·4,303m)에서지척인정상은자주오르지않게되었다.

▲(위)북동리지의설릉을오르는일행뒤로몽블랑산군의파노라마가펼쳐져있다.그랑조라스너머저멀리발리산군도아스라이보인다./(아래)북동리지중간중간에는설릉을오르내리는구간이많다.

에귀디미디케이블카역나와몽모디북동리지로

이번에우리가오르려는루트는북동리지다.즉몽블랑뒤타귈북서면을올라몽모디북면을두고왼편인북동리지로정상에오른후,북서리지로횡단해일반루트인북면을내려오는것이었다.

샤모니에서느지막이산행을시작한우리는에귀디미디행케이블카에올랐다.오후2시가넘은시각이라관광객이많지않았다.3,800m고도의전망대에오르니구름이자욱하다.아이젠을착용하고조심해서설릉에내려선후,코스믹산장쪽으로방향을틀었다.드넓은설원에는텐트가서너동쳐져있었다.곧여름성수기가되면갖가지모양과색상의텐트가즐비할터다.우리는산장아래를지나한적한설원에텐트를쳤다.좀더시야가트인콜디미디(ColduMidi·3,532m)주변이었다.

광활한설원위의한점텐트는모였다흩어지는낮은구름아래에서더욱작아보였다.백승기선배는드디어고향에왔다며감회가새로운모양이었다.학창시절그렇게나갈망했던알프스이건만현실의벽앞에서알피니스트의꿈을접어야했던아쉬움때문이었으리라.우리는텐트앞눈밭에앉아이진기씨가가져온포도주를마시며설원에서의저녁을맞았다.

해가기울자눈이내렸다.일기예보에서는저녁부터맑을거라했는데싸라기눈이내렸다.한시간정도눈이내린후흩어지는구름사이로별이보였다.다음날산행에대한걱정을씻으며잠자리에들었다.

너댓시간을뒤척이다알람소리에일어났다.새벽2시였다.준비해둔눈녹인물을끓여커피를마셨다.하루의산행을위해마른빵을텁텁한입에넣었다.

캠프를떠날채비를마치자새벽3시가조금넘었다.밤하늘에는구름한점없다.이제출발이다.우선콜디미디의설원을지났다.바람이제법찼다.방한모를눌러쓰고걷는데,새로마련해신은등산화가불편해고쳐매었다.미리점검하지않아추운곳에서겪는불편이다.

이제몽블랑뒤타귈북서면아래다.우리앞에는세팀이앞서가고있었다.모두코스믹산장에서출발한이들이었다.스키를이용해오르는그들에비해도보로오르는우리는여간고역이아니었다.

어둠을헤치며약두시간동안설사면을오르고또올랐다.마침내날이밝아올즈음몽블랑뒤타귈북서면을올라섰다.이제몽모디가한눈에들어왔다.상단부만살짝아침햇살을받은북면은위압적이었다.우리가오를북동리지를향해콜모디(ColMaudit·4,035m)를가로질렀다.4,000m이상의고갯마루라바람이제법찼다.
중간쯤가자몽블랑등반을포기한두명의산악스키어가돌아오고있었다.포기한사람치고는꽤밝은웃음을지으며우리앞을스쳐가는그들은엄지손가락을치켜세우며우리의건투를빌었다.

분설이바람에심하게날리는콜모디에서북동리지아래에이르렀다.스키스틱을접어넣고피켈을집어들었다.본격적인등반이다.앞서오르던이진기씨가작은베르그슈른트에빠졌지만쉽게빠져나왔다.이후등반은순조롭게,설사면을지그재그로올랐다.군데군데암석지대가있지만어렵지않았다.

이윽고북동리지에올라섰다.날카로운설릉너머로펼쳐진몽블랑산군의동쪽및남쪽풍광이한눈에들어왔다.바로이지점부터프랑스와이탈리아의국경선을따라올랐다.몽블랑에서동쪽으로뻗어내린국경능선은몽모디정상을지나바로이능선을따라저멀리당뒤제앙과그랑조라스까지이어져있다.

커니스가진설릉에서주로프랑스쪽사면을따라올랐다.몇몇군데에선이탈리아쪽으로넘긴하지만등반선은줄곧북쪽인프랑스쪽에서오른다.

보온병컵잡으려다사람도추락할뻔

이제우리앞에는북동리지의어깨부분인숄더(Pt4,336m)가가로막고있다.등반은어렵지않지만가파른바위지대라바짝긴장하며올랐다.다행히바위가바람막이가되어따뜻한아침햇살을받으며홀드를잡고올랐다.왼편아래로펼쳐진브렌바빙하(GlacierdelaBrenva)쪽의아찔한고도감을즐기며믹스지대를올랐다.이윽고숄더에올라섰다.캠프를떠난지4시간이상지났기에쉬기로했다.

보온병의차를나눠마시는데,백선배가그만컵을떨어뜨리고말았다.추위에곱은손에서빠져나가는것을백선배가잡으려다가균형을잃었지만용케자세를바로잡았다.아찔한순간이었다.컵때문에사람까지떨어질뻔했다.북쪽설사면으로떨어진보온병의컵은시야에서사라질때까지계속아래로굴러갔다.아마보송빙하중단의세락지대로떨어졌을것이다.

또다시등반이다.숄더이후부터바위지대는없고설릉이이어져있다.굴곡진가파른설릉은커니스가심해위협적이기까지하다.하지만자연이빚어놓은최상의아름다움중하나다.커니스가남쪽인이탈리아쪽으로형성되어있는것으로보아북풍이심한모양이다.조심해서굴곡진설릉을오르내렸다.몇몇바람이심한안부에서는분설이휘날렸다.

이제정상이멀지않았다.경사도가낮은사면에서는심설을헤쳐올랐다.이제정상부바위지대아래에이르렀다.우회해북서리지에올라야한다.60m로프로길게한피치끊었다.도중에강빙구간이한군데있어아이스스크루를설치해자일을통과시켰다.이제껏잘오르고서마지막에실수할수는없었다.

조심해서오륙십도경사의빙설사면을오르고또올랐다.이윽고북서리지에올라섰다.몽블랑이한눈에건너다보이고그아래로돔뒤구테(DomeduGouter·4,304m)와보송(Bossons)빙하가있다.그뒤로짙푸른알파인초원이아스라이펼쳐져있다.북동리지를오르며지켜본몽블랑산군의침봉과빙하와는달리구릉진알파인초원은또다른느낌을주었다.

이후북서리지를따라어렵지않게몽모디정상에섰다.정상에서기전,백승기선배는정상등정보다급한일을보았다.이제껏참은용변을정상한참아래쪽바위지대에서해결했다.보다안전한정상부너른바위에서해결하라했건만차마몽모디와그곳에오르는알피니스트들에게결례를할수없다며한참아래쪽에서조심스럽게안전벨트까지벗고일을보고서뒤늦게정상에섰다.캠프를떠난지6시간만이었다.

정상에선우리셋의표정은밝기만했다.주변에펼쳐진풍광의즐거움뿐만아니었다.백선배는첫4,000m급등반이었으며이진기씨에게도몽모디는처음이었다.정상에서GPS를펼쳐든백선배는우리의산행기록을살펴보면서정상이지도상의높이보다3.2m더높다고했다.오랜기자생활이몸에배어우러난,기록의중요성을실천하는모습이었다.

정상에서부는바람은아침에콜모디에서의그매섭던바람이아니었다.이상하리만치훈풍에가까웠다.느긋하게주변풍광을즐겼다.남서쪽바로앞에웅장하게솟아있는몽블랑과동벽아래로펼쳐진브렌바빙하쪽이특히인상적이었다.그리고동쪽저멀리그랑조라스너머로발리산군의마터호른과몬테로자가아스라이보였다.그왼편으로베르너산군까지시야에들어왔다.알프스의한산정에서맞이하는완벽한등정의기쁨이었다.

▲1해뜰무렵타귈북서면을올라서는일행뒤로에귀디미디가보인다.2콜디미디의설원에서한가한오후시간을보내는일행뒤로타귈북서면이보인다.3북동리지의중간지점인숄더의바위지대를오르는이진기씨아래로브렌바빙하가내려다보인다.
8명눈사태로사망한사면조심스레지나

이제하산할차례였다.안전한하산후더큰기쁨이있듯우리는조심해서하산길에올랐다.우선북서리지를따라설릉을가로질렀다.이윽고믹스지대의설사면을내려섰다.조심해서킥스텝을했다.자칫잘못하면발아래로1,000m이상추락이다.보송빙하상단의거대한크레바스와세락지대가아귀처럼내려다보여신경이곤두섰다.

이윽고몽블랑으로이어지는사면에닿았다.곧이어북서리지가끝나고리지에서몽모디북면으로방향을틀었다.가파른두피치의설사면에서자일하강을했다.준비해간로프가짧아필자는후미에서클라이밍다운을했다.이후북면의설사면을한손에는피켈,한손에는스키스틱으로짚으며걸어내렸다.도중에몇몇구간에서는바짝긴장했다.

북면을거의다하산할즈음세명의산악스키어가무거운스키를등에지고오르고있었다.곧여름이지만스키산행이가능한시기다.그들은몽블랑으로향한다고했다.서로건투를빌며헤어졌다.

이윽고콜모디에내려섰다.이제우리앞에남은위험은그다지커보이지않았다.그에비해지루함이커져갔다.콜모디의완사면을오르고또올랐다.몽블랑뒤타귈의어깨능선을넘어야콜디미디의캠프로내려갈수있기때문이다.

걷고또걸어눈언덕을넘자에귀디미디가시야에들어왔다.이제내리막길만남은셈이다.마지막하산길이어렵지않지만낙관은금물이다.지난해여름에도8명이눈사태로사망했던타귈북서사면이다.조심해서걷고또걸어하산에약3시간걸려마침내캠프로돌아왔다.새벽에캠프를출발해9시간이상걸린한낮의꿈같은산행이었다.

산행정보

4,465m높이의몽모디는알프스4,000m주요봉우리중열번째로비교적높은봉우리에속한다.초등은1878년9월에WE데이비슨일행이몽블랑등정후,남릉을통해올랐다.오늘날일반적인등정은남동쪽의가파른벽등반이나몽블랑을넘는대신에귀디미디전망대를이용,북서면을통해이뤄지고있다.몽블랑을오르며몽모디정상부의북서사면을지나는경우에정상등정을시도할수도있지만몽모디의완전한아름다움을만끽하기위해서는북면을사이에두고북동리지로올라북서리지로하산하는횡단등반을권하고싶다.

등반후일반적으로이용하게되는몽모디북면과몽블랑뒤타귈북서면을하산할때는한낮의열기에녹은설사면에미끄러지지않게조심해야한다.많은눈이내린후에는눈사태위험이큰구간이다.타귈북서면은2008년여름에도눈사태로8명이사망한곳이다.

산행전의숙박은코스믹산장(33(0)450541603)을이용하거나콜디미디의설원에서캠핑을하면된다.산장은2월중순부터10월중순까지문을열며여름성수기에는예약후찾는게좋다.조·석식포함하여1박에약45유로다.에귀디미디케이블카왕복요금은40유로며,몽모디정상GPS좌표는FrenchUTM32GR0335050/5079290이다.

-글·사진허긍열한국산악회대구지부회원/월간산7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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