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왜오르는가
등산이결과에만집착하고돈과대중의인기에영합하면철학은없어지고,행위만있는곡예로전락하기십상이다.그렇게되면속임수를써서라도등정조작과같은업적부풀리기가생겨나등반의순수성이무너질것이다.지금우리는등산인구1000만시대에돌입했다.주말에근교산을가보면등산인들로인산인해를이루고있으며,산길은발디딜틈조차없을정도로정체현상을빚고있다.
사람이산에오른것은어제오늘만의일이아니다.그렇다면왜이토록많은사람들이등산에몰입하는것일까한번쯤그들의속내를살펴보기로하자.현실도피의방편으로산에오르는사람이있는가하면,자신의한계능력을시험하기위해험난한고산거벽에오르는사람도있으며,심신단련을위해산에가는사람도있다.땀흘려얻는성취만족감때문에산을오르는사람도있다.
현실도피의방편이라면삭발하고입산수도하는길도있으며,한계능력을시험하기위해서라면분초의기록을다투는자동차경주가더알맞을수도있으며,심신단련을위해서라면산보다위험이덜한헬스클럽이나종교를선택하는것이더효과적일수도있다.성취만족감을얻기위해서라면철인5종경기에도전하는편이더나을수있다하겠지만,분명한것은산이사람들을빨아들이는독특한흡인력을지니고있다는점에는이견이있을수없다.
K2를향해발토로빙하를거슬러오르는포터들의행렬.
사진출처<Ahistoryofmountainclimbing>
‘사람들은왜힘들고때로는목숨마저위협하는험난한산에오를까’
이런의문은등산의역사가시작된이래줄곧제기되어왔던문제이며,사람들이산에다니는동안영원히되풀이될질문이다.그해답을찾으려고다시산으로향하는사람들이있는가하면,어떤사회학자는사회학적관점에서살펴본인간의등반심리를연구한저서를펴내기도한다.인간이산을오르게된최초의동기는지적호기심의작용때문이었다.산에대한지적호기심을자극한최초의인물은스위스의드소쉬르박사다.
그는몽블랑등정자에게상금을걸었고,그자신도직접정상에올라과학적인탐사활동을했다.서양에서는산을악령의거처로알고두려워했지만,사람들의인지가발달하면서흉물스런산을과학적인탐구의대상으로보고정상에올라마침내지적욕구를충족시킨다.인간이오른정상에는빙하와만년설만있었을뿐악령이없음을확인한이후사람들의산에오르는행위가널리확산되었다.
드소쉬르가몽블랑정상에서과학적탐사활동을펼친이후아가시,틴들과같은자연과학자들이빙하연구를구실삼아등산활동을하였고,사람들은거대한빙하의흐름을구경하기위해알프스에몰려든다.시인과작가,화가들이알프스의산간도시를찾아와산의아름다움을찬양하는글과그림을화폭에담아산과사람의만남을아름다움으로승화시키면서더많은사람들이산을찾았다.
영국사람들은알프스를등산스포츠의장으로삼으면서‘유럽의경기장(thePlaygroundofEurope)’으로만든다.정신적고양에몰두하던사람들이등산을드디어고상한활동으로간주하기시작한것이이무렵이다.그들은산의정상에서신비감을직접체험한다.‘사람은왜행동하는가’라는질문의답변이다양하듯이등산의동기는인생자체만큼이나복잡하다.
등산이변천해온지난두세기동안수많은등산가들이이문제를놓고여러목소리를내며설왕설래해왔지만,그들의생각들을찾아정리한다는것은그발상부터가기가질리는일이다.하지만지난두세기를알고나면우리는그해답을찾을수있는직관을가지게될지도모르겠다.모든사람들이같은동기를가지고산에오르지는않는다.산에오르는사람의수만큼이나산에오르는동기나내용도다양하기때문이다.
‘등산은등반가의수만큼이나다양하다’라는귀도레이의말은사람마다산을오르는내적인요인과형식이다양하다는것을의미한다.조지핀치가오르는산은‘삶의방법’일수도있고,장프랑코의산은‘탈출이며종교’일수도있으며,리오넬테레이의산은‘무상의행위’일수도있다.등산을반사회적인활동으로보는시각도있었다.알피니스트들을이성을상실한정신질환자이기때문에목숨을던지면서등반하는사람들이라고생각했다.
윔퍼일행의마터호른추락사고는영국사회에큰파장을일으켜,반사회적인활동을규제하려는의도에서영국여왕은사회적인폐해를주는등산금지법령의제정까지고려했다.19세기후반알프스에서단독등반의장을연게오르크빈클러,에밀지그몬디,오이겐기도라머와같은등반가들은죽음마저도사양치않는‘죽기아니면살기식’의대담무쌍한단독등반을펼쳐정신병자로지탄을받기도했다.
자유등반을신봉했던파울프로이스는하켄과자일같은인공적인용구를거부한채맨몸으로과감한단독등반을감행한끝에종내는오버행에서추락하여자기가신봉한자유등반의철학에의해타살되기도한다.영국의예비역대위모리스윌슨은신앙의힘으로에베레스트를단독등정하려다노스콜아래서사망했고,일본의우에무라나오미가매킨리동계단독등반중사망한사실은단독등반의위험성을여실히보여준예다.
라인홀트메스너가에베레스트북벽무산소단독등반시노스콜밑크레바스에8m추락했다가구사일생으로탈출에성공한것은행운이따랐기때문이다.드류남서벽과마터호른북벽을단독등반한발터보나티같은걸출한단독등반가가이방면에새로운가치를부여한다.지금은단독행을높이평가하는추세이지만과거에는자살행위와같은반사회적행동으로규정하고맹비난을퍼부었다.
그러나과거뿐만아니라아직도보통사람들은살아남을기회마저포기하는단독행이야말로쓸모없는정력낭비이며,정신병적인충동으로자신을죽음의유희에몰아넣는다고생각한다.등산을영웅주의적인행위로생각하는사람도있었다.기도라머는산의위험과싸우는것은영웅적이고투쟁적인행위이며인간정신의승리를가져오는최고의가치이자기쁨이라고역설했다.
그의등산은자기자신으로가는길이아니라‘싸움터로나가는기사처럼영웅적인길’이라는생각을갖고있었다.라머의이런생각은그가열렬한나치주의자였다는점과무관하지않다.등산을독창적인자기표현의예술활동으로생각하는사람도있다.무용수와같은절묘한몸짓으로수직의바위절벽을오르고곡예사와같은몸짓으로천정과같은오버행을돌파하는몸짓을‘절벽에서추는아름다운춤’즉행위예술활동으로간주한다.
자신을산의한부분으로받아들이는사람도있다.시지프스가산정까지바위를굴려올리는형벌을받고있을때,바위덩어리와일체가되었듯이암벽등반에몰입하는클라이머들은자신이산의한부분이라고생각하는주객이전도된생각을가진사람도있다.학술적인탐구를등반의이유로내세우는사람들도있다.소쉬르박사의뒤를따라영국과학자들이빙하와지질학연구를하였다.
그들은알프스황금기의주역이되었듯이일부산악인들은등반활동을정당화하기위해학술적인탐사를구실로내세우기도한다.1950~1960년대히말라야원정대에빙하학자,지질학자등이대거참여했고,1990년대에도지각판이동연구와산의높이측정을위해과학자들이등반대에합류했다.등반을인간의자연스런본능적인욕구표현으로생각하는사람들도있다.
어린아이들은걸음마를배울무렵부터창문이나책상,방안에놓인가구에오르려하고좀더큰뒤에는나무나건물벽등을기어오르면서즐거워하듯이인간은태어나면서부터오름짓에대한본능을지녔다고한다.이렇듯어린시절의본능은차츰발전하여성년이된후에는나무나건물벽이바뀌어그대상이인수봉이나,알프스가되고또는히말라야로변한다.즉등반은오를대상이있으니까본능적으로오르려한다는것이다.
자전거가있으면자전거를타고싶듯이‘산이거기있으니까’오르려한다는것이다.등산을국위선양의수단으로생각한적도있다.일찍이사람들은산에대해경외심을품어왔으나산을도전의대상,정복의대상으로보기시작하면서산은품격이추락한다.알프스와히말라야는영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등서구열강들의초등정경쟁각축장으로변모하였다.
마치식민지영토확장전쟁과같은양상을띠며,편협한징고이즘(Jingoism)으로까지치닫는다.등산이내셔널리즘을앞세우고국위선양의수단으로전락하면서에베레스트등반에산소용구가이용되고군사작전을방불케하는고정캠프와고정로프가이용되면서등반은또한번의순수성을잃어버린다.그러나이점은오늘날알파인스타일의등장으로상실했던순수성이다소회복되고있다.
등산을현실도피적인자세로생각하는사람도있다.일상생활의권태나현실적인불만등을해소하기위해등반하는사람들로,이들은일상에서성취하지못한욕구나열등감을어려운등반을통해이를해소하기위해등반하려는사람들이다.이는현실도피적인자세이며,등반을통해욕구불만을보상받으려하는자세다.등산을사회활동의연장으로간주하는사람들도있다.
등산은사회가그중요성과의미를부여한하나의전문분야로그자체가사회성과윤리성을지니고있다.등반에서이런요소들을제거해버리면등산은목적없이장비나잘다루고잔재주나구사하는단순기능분야로전락할것이다.등산은사회활동의연장선상에놓여있기때문에사회적관점에서는늘다른사람들과함께하는협동체계여야하고,다른사람들의안전을마음에두는높은차원의행위여야한다.
산에윤리적인의미를부여하지않고물리적인성분만으로분석한다면산은거대한흙이나.바위덩어리일뿐이다.등산은성숙된놀이문화다.놀이문화가성숙하지않은사회는거만하고허세와위엄을부리는경직된사회다.두세기전서양에서활발한탐험활동이전개되는동안동양에서는산을영적대상으로숭배했을뿐정복의대상으로여기지않았다.
오죽했으면산에오른다(登山)하지않고산에든다(入山)고표현했으며,성스러운산을더럽힐수없다하여변기통을챙겨들고산에들기까지했다.이러한정신적풍토에서는목숨을걸고모험에뛰어드는알피니즘이란놀이문화가성립할수없었다.티베트의불교도들은초모랑마를세계의여신으로만숭배했고,유교는경거망동을삼가하고자중자애하라고했다.
노장사상은무위자연(無爲自然)의도를중히여겨부질없는일을하지말고유유자적한삶을살라고가르쳤다.이처럼서양에비해경직되고느긋한사회분위기를지닌동양에서알피니즘이라는놀이문화가꽃피울수없었던것은당연한결과다.동양의불타가오랜세월동안가부좌를틀고앉아위엄을부리고있는동안서양에서는놀이문화가개방되고발달했다.
등산은개인주의가관용되고찬양되는서구문명의부산물로개인적인체험의영역이다.마땅히개인적체험이어야할등산이사회의거대기업이나산악단체에흡수되어등반업적을홍보하고,박수를쳐줄청중들을동원하고있다.체험을상품화하여돈과맞바꾸려는상업주의적인일에몰두한결과무상의정신은방향을잃고,등산은본래의의미를저버리기시작한다.
정상등정의숫자를늘려나가는데혈안이된몇몇‘정상수집가’들은대중들의찬사를받기위해등반업적만선전하려하며후원사의등산의류와장비를선전하기위해영상물제작에출연하는등체험을상품화하고있다.현재히말라야고봉에서성업중인상업등반대역시등반의순수성을오염시키고있다.상업원정대를찾아정상으로가는티켓을사려는고객들은날로늘고있다.
등산이결과에만집착하고돈과대중의인기에영합하면철학은없어지고행위만있는곡예로전락하기십상이다.그렇게되면속임수를써서라도등정조작과같은업적부풀리기가생겨나등반의순수성이무너질것이다.
삑드로의장다름에오른가스통레뷔파.배경은제앙빙하와당뒤제앙(거인의이빨).
사진출처레뷔파의<암과설>
-글이용대코오롱등산학교교장/등산칼럼/월간마운틴7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