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의 사나이 고상돈 *-

"산악강국코리아의뿌리는우리의고상돈"

고상돈30주기추모행사…<정상의사나이고상돈>출판도

북미최고봉매킨리등정운명의날이밝았다.1979년5월29일새벽5시.고상돈대장,박훈규부대장,이일교대원은등정에필요한장비를모두챙겨등정에나섰다.

세찬바람에가시거리는불과몇미터.강풍과혹한을헤치고마지막캠프에오전11시도착했다.정상을향해계속전진한다는연락을취했다.통상마지막캠프에도착해서1박을하며전력을정비한뒤공격에나섰으나정상이눈앞에보이자쉬지않고전진했다.그날출발14시간만인저녁7시15분고상돈대장의목소리가전해졌다.

▲박훈규이사장과고고상돈씨의부인이희수씨가영전에<정상의사나이고상돈>책을바치고있다.

“여기는정상이다.바람이너무세고추워서말이잘나오지않는다.사진을찍고하산하겠다.지원해준여러분에게감사한다.”

그러나그게그의생전마지막목소리가될줄이야누가알았을까.에베레스트를한국인최초로등정한지2년만에다시한국인으로서첫북미최고봉매킨리를등정하며한국인의기개를세계에알렸던그가하산길에불귀의객이될줄이야.

하산길은세찬바람에도저히시야를확보할수없었다.이상황을정확히알고있는사람은아무도없다.당시개썰매원정대를취재하던미국방송기자가망원경으로추락현장을목격했다.그가전하는목격담이다.

“갑자기추락하는물체가나타났다.100m,200m점점가속이붙더니간혹세조각으로흩어지기도,다시뭉쳐지기도하며800m이상을추락했다.해발5,000m부근의설벽으로부딪히며떨어졌다.”

사람이아니겠지’하면서도혹시나싶어수색에나섰다.이들은밤12시쯤세명의동양클라이머가자일에엉킨채거꾸로설벽에걸쳐져있는것을발견했다.입고있던옷은갈기갈기찢겨졌고,우모복도뜯어져오리털이모조리쏟아져나와있었다.착용했던배낭과아이젠등장비는추락과정에서모두사라졌다.고대장은이미숨져있었고,이일교대원은머리에부상을입은채살아있었으나하반신이전혀움직이지않았다.박훈규부대장역시무릎이탈골된채심한동상증세를보였다.

▲77에베레스트대원들이지켜보는가운데김영도전회장이고고상돈씨의부인이희수씨에게감사패를수여한후포옹하고있다.오른쪽엔77에베레스트대원들이도열했다.

박훈규이사장은1979년매킨리등정동행했다극적생환


구조대는가지고간썰매로우선생존가능성이가장높은박훈규부대장을후송하고이일규대원은설동에대피시켰다.그러나다시이일규대원을구조하러올라갔으나이일규대원은이미숨져있었다.

매킨리에서친구고상돈을잃고극적으로생환한박훈규부대장.그는고상돈의고향친구다.어릴적제주도에서함께자란죽마고우다.산이좋아산에함께올랐고,같이자일을맸던운명공동체였다.운명을같이했던그친구를떠나보낸지어언30년.많이울기도했고회한의세월을보냈다.한때살아있는게죄스러울때도있었다.그도매킨리에서당한부상후유증으로양손가락을다잃고한쪽다리를제대로쓸수없는상태다.

박훈규씨가(사)고상돈기념사업회이사장을맡아고향친구,저승에있는친구고상돈을잊지못해책도발간하고추모제를지냈다.이제야마음의빚을조금은갚은듯한느낌이다.하지만이걸로끝이아니다.6월중고상돈기념관추진위원회를발족할예정이다.결정된사항은아무것도없다.추진위원회가구성되면위원들이한자리에모여제주도에서추진하는한라산세계유산탐방관내에‘고상돈관’을둘것인지,따로독립해서건립할것인지를결정할방침이다.

▲(좌)77에베레스트원정대장이었던김영도전회장이추모제에서소회를밝히고있다.(우)대산련이인정회장이고상돈30주기를맞아추모하고있다.

지난5월29일제주1100고지고상돈묘역.150여명의산악인과관계자들이모였다.산악인고상돈이이승을떠난지꼭30년째되는날이었다.고인의부인이희수씨,유복자로태어나지금30세가된딸고현정씨,대산련이인정회장,제주산악연맹강만생회장,77에베레스트김영도대장과대원들,고상돈기념사업회박훈규이사장등이고상돈30주기를맞아제주산악회주관으로추모제를지냈다.

기념사업회김용삼상임이사의사회로진행된이날추모제엔1979년매킨리등정당시동행했지만다른조에있었던재미교포주영씨와미국인해리마리나도자리를함께해분위기를더욱숙연하게했다.백련사스님의독경과참석자들의분향으로식순을마쳤다.예전같으면주변에서다과회를열었으나그날저녁제주그랜드호텔에서출판기념회가예정된관계로생략했다.

▲이희수씨와딸고현정씨가고고상돈씨의영전에합장인사하고있다.

‘고상돈기념관’추진위원회발족예정


그날저녁6시제주그랜드호텔연회장엔산악인고상돈을잊지않은200명에가까운관계자들이참석했다.추모제에참석했던인사들대부분이자리를같이했다.내빈과기념사업회임원에대한간단한소개에이어<정상의사나이고상돈>출판기념회가시작됐다.기념사업회송희창부이사장이책이출판되기까지의경과를보고했다.다음으로박훈규이사장의인사말이이어졌다.

“세계의지붕에베레스트를등정한후산악인고상돈악우가우리곁을떠난지30년,산악후배들은지금히말라야14좌,세계7대륙등정등산악강국으로서의명성을전세계에유감없이발휘하고있습니다.그뿌리는고상돈악우로부터시작됐다고해도과언이아닙니다.산악인고상돈은북미최고봉매킨리를오르다불의의사고로떠났지만쉼없이전진하고도전하는그의자세는국민영웅으로추앙받기에충분했습니다.

▲5월29일<정상의사나이고상돈>출판기념회가제주그랜드호텔에서산악관계자200여명이참석한가운데성황리에열렸다.

그러나시간이흐름에따라그의업적이잊혀져가자라는청소년들에게꿈과희망을심어주기위해서라도그의업적을기리는작업을해야만했습니다.에베레스트등정당시등반대장이었던김영도회장과대산련,제주도민속박물관의협조로이자리에서출판기념회를가지게된점을무척영광스럽게생각하고감사드립니다.”

김태환제주지사는축사에서“여기는정상,더이상오를곳이없다고등정소식을전하던감격의목소리가아직도귀에생생한데,지금어디있나이까”라며“하지만제주의산사나이고경만후배가30주기추모기념으로엊그제매킨리를등정했다는소식은그의한을조금이나마풀어줌과동시에출판기념회를개최해기쁨을두배나느낀다”고감격해마지않았다.

▲1979년매킨리등정에미국인으로서동행했던해리마리나도참석해소감을밝혔다.

77에베레스트등정대장김영도전대산련회장은“사람은죽어책을남기는데,그책은자서전과평전으로나뉜다”며“산악인고상돈은그와자일을함께맸던박훈규의노력으로평전이나왔고,그책속에담겨진우리산악인들의힘을느낄수있다”고격려했다.

대산련이인정회장은축하말에서“박정희대통령시절만들었던5·16도로,즉1100도로를이젠‘고상돈로’로불러야한다”며“제주인들뿐만아니라우리전산악인이나서서고상돈로로명명되기를기원하며,그렇게되면고상돈은영원히우리곁에살아있을것”이라고했다.

이어고고상돈과함께매킨리등정을시도했던미국산악인해리마리나도30년만에추모제에참석,소감을밝혀눈길을끌었다.

“그와마지막산행을같이한당사자로서지난30년동안단한번도산악인고상돈을잊어본적이없다.그를떠나보낸사실이내겐너무안타까웠고,막중한책임감도느꼈다.그를볼수없지만그는항상내가슴속에있다.이자리에서고고상돈의가족과산악인들을만나니매우기쁘다.그리고환대해준제주산악인들에게도무한한감사를보낸다.그의고향제주에와서추모제도지내고출판기념회를하니마치그가다시살아난듯한기분이든다.돌아가더라도그를잊지못할것이다.”

마지막으로고고상돈의부인이희수씨도간단한소감을밝혔다.

“이런자리를마련해준박훈규이사장이하모든분께너무감사드립니다.여러분이있었기에이렇게결실을맺을수있었고,물심양면지원을아끼지않으신박훈규이사장님,이인정회장님,김영도전회장님등모든분께감사의마음을다시한번전합니다.그리고이책이나오기까지힘쓰신작가여러분께도감사합니다.”

이날자리에함께한모든산악인과참석자들은고상돈의도전정신이점철된말을되새기는것으로이날행사를마무리했다.

“산악인들이여,열심히훈련하고,열심히훈련하고,또열심히훈련하라.그밖에달리방법은없다.”

정상의사나이고상돈

기념사업회에서1년간전국누비며자료모아
딸고현정씨30년만에소감밝힌글눈길

고상돈기념사업회에서펴낸<정상의사나이고상돈>은제주도의예산을지원받아1년여의작업끝에세상의빛을보게됐다.진창기·강경호·강정효·변태보등4명의편집위원이대산련과77에베레스트원정대원,어릴적친구,언론사,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등고상돈의흔적이남아있을만한전국을누비며찾아낸성과를한권에담았다.

박훈규이사장도“가족과산벗들을비롯한학창시절친구들이기억을더듬어주셨고,77에베레스트등반대김영도대장님과대원들이적극도와주셨다”며“정성어린도움으로진정한영웅의삶을조명하기위해최선을다했으며,만약부족한점이있다면애정어린충고와조언을바탕으로보완해나갈것을약속드린다”고답했다.

책은총3부로구성돼있다.1부는‘짧지만굵게살았던영웅’의내용으로고고상돈씨가산악인으로성장하고에베레스트정상에서기까지의과정을상세히담았고,2부는‘그리운사람’이란제목으로어릴적학교친구와동료산악인,딸고현정씨의글이담겨있다.잠시고현정씨의글을보자.

“태어나는순간부터아버지란존재에대한경험이전혀없는나로서는그리움이나애틋한감정들은솔직히없는것같다.(중략)아버지라는단어는내게어떤특별한감정을불러일으키기보다는굉장히차가운사전적의미로다가온다.감정을자극할만한추억이없기에그저희뿌연연기와같고,경험해보지못한관계이기에‘과연어떤것일까’호기심을자극하는신기한단어다.

(중략)어른이된지금아빠에대해가장크게느끼게되는감정은한국을빛낸위인으로서의존경스러움이나자랑스러움보다는외롭고고달픈어린시절과혹독하고고독한자기단련의시간을감내해야만했던한청년에대한연민의감정이다.(중략)비록짧은생이었지만불꽃같은삶을살았던아빠의모습은이제나에게있어인생최고의스승이자,조언자로존재한다.(후략)”

3부는‘나는이렇게자랐다’‘나는이렇게산을배웠다’‘나는이렇게정상에올랐다’등의글을모은고상돈의글모음이다.부록으로신문스크랩과고상돈연보,고상돈기념사업회소개,자료제공명단등을첨부했다.

-글박정원차장/사진강정효씨제공/월간산7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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