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8000m는어떤세상일까.해발200m고도(서울)에사는우리는고도8000m가어떤세계인지짐작하기조차쉽지않다.보통사람은생각이마비돼집전화번호도기억하기힘들며,손에음식을쥐어줘도입에넣기어렵다는마(魔)의높이.훈련된산악인이라해도손가락하나를들어올리기힘겹고,걸음한발짝을내딛는것조차괴롭게느껴진다는극한의상태.온몸이극도로예민해져비타민냄새조차역겹게느껴지고,물을마셔도곧바로토악질을하며,숨쉴때마다폐가찢어지는것같은고통이느껴진다는범접할수없는경계가고도8000m의세계다.
▲photo오은선씨제공
이번도전에성공할경우오대장은8000m급히말라야14개봉우리중13개봉우리에오르는기록을세우게되며올가을네팔안나푸르나(8091m)등정에성공할경우엔히말라야14좌를모두오른세계최초의여성산악인이된다.
“생각이멈춘다고할까요.8000m라는데가그래요.사고가정상적으로되질않아요.지난달칸첸중가(8586m)에올랐을때예요.(오대장은지난5월6일‘가장힘든봉우리’로꼽히는칸첸중가등정에성공했다.)카메라녹화를위해한마디하라기에이렇게말했어요.‘새벽1시30분에출발해서오후1시30분까지,정확하게11시간만에정상에도달했습니다’라고말이죠.그게이상하다는걸그땐몰랐어요.11시간이아니라12시간이라고해야했는데,그런계산이되질않는거예요.그것도‘정확하게’란표현을써가면서11시간이라고했으니,참….그게8000m예요.”
오은선대장은“산에오르다보니까‘마음이가장중요하다’는사실을알게되더라”며말을이었다.“다울라기리(8167m)에오를때였어요.(오대장은칸첸중가무산소등정에성공한지보름만인지난5월21일다울라기리무산소등정에성공했다.)정말너무너무힘이들었거든요.그건어떻게말로표현할수가없어요.칸첸중가는워낙힘들기로유명한곳이니까,출발할때부터마음을단단히다잡고갔어요.
그런데다울라기리때는그러질못했어요.높이도칸첸중가보다약간(419m)낮았고,그래서예상시간도조금짧게잡았죠.실제로등반시간이칸첸중가보다8시간정도덜걸렸습니다.그런데저한테는다울라기리등반이훨씬길게느껴지는거예요.힘든것도다울라기리가훨씬더했어요.한걸음딛고산꼭대기바라보고,또한걸음딛고또바라보고….머릿속엔온통‘저길언제가나’하는생각뿐이었어요.
정말그외엔아무런생각이없었어요.하도힘이들어서,정상에섰을때혼자울었어요.그동안산에많이다녔지만힘이들어서운적은처음이었어요.”오대장은높고험한봉우리보다상대적으로덜높고덜험한봉우리가더힘들게느껴졌다고했다.그렇다면그이유는무엇이었을까.그녀는“그게바로마음가짐의차이때문이었던것같다”고말했다.
“처음부터단단히각오하고출발한경우와약간마음편하게먹고출발한경우는다른것같아요.산악인선배들이저한테‘욕심내지말라’고충고해주곤했는데,그의미를이제알것같아요.저도평소에마인드컨트롤을하고있거든요.마인드컨트롤을잘해놓지않으면뒤로물러나야할때욕심을부려앞으로나아가게돼요.잘못은그럴때일어납니다.”
오대장은다울라기리의‘악몽’을다시떠올렸다.“힘들긴무척힘들었지만그걸빼고는사실올라갈때크게무리라고느껴지진않았어요.그런데내려올땐안그랬어요.한7500m지점쯤됐던것같은데평평한바위가나오더라고요.그래서잠시쉬었다가려고그위에서서물을마셨는데한모금넘기자마자곧바로구토가나오는거예요.그런데보니까노란위액이더라고요.
하긴물밖에마신것이없었으니….그래서물도못먹고그냥내려와서캠프에도착했어요.몸을좀쉬면서따뜻한차를한잔마셨죠.그런데또구토가올라오는거예요.그때도노란위액이나왔어요.그만큼제몸이힘들었다는거겠죠.”물조차마시기힘든극한고통을참으며8000m급고산을오르는까닭은무엇일까.오대장은‘8000m의세계’에대해이야기를계속했다.
▲지난5월칸첸중가를등반하는오은선대장(위)과정상에서환호하는모습(아래).
구토하는사람,머리가아프다는사람,숨쉬기가힘들다는사람….그래서저희들끼리는고산에가는것을‘건강검진받으러간다’고얘기하기도해요.한번올라가보면자기몸어디가약한지를금방알수있으니까요.저같은경우엔제일먼저통증을느끼는곳이머리예요.두통이무척심해지거든요.”
오대장은“8000m급고산지대에선공기가엄청나게차가운데다건조해서숨을쉴때마다폐가찢어지는것처럼아프다”고말했다.정상에도달하기위해선그고통을이겨내고한걸음한걸음꾸준히올라야한다는의미다.“손가락발가락도엄청나게시려요.대도시겨울처럼그냥한20~30분시리다가마는그런것이아니에요.수시간씩때로는하루종일손가락에감각이없을정도로시려요.
그래서계속쉼없이손·발가락을비벼주고움직여줘야해요.그러지않으면동상에걸리거든요.극한상황이라그런지고산지대에선몸도엄청나게예민해져요.꽤떨어진곳에서도비타민알약냄새를맡을수있게돼요.그냄새가역해서저는비타민을안먹었어요.”오대장의말은“산이거기에있기때문에오른다”는산악인조지말로리의유명한이야기를떠올리게한다.
인간은삶을산에빗대“왜고통스럽게오르려하느냐”는화두를스스로에게던져왔다.“산이있으니오른다”는말로리의대답은이화두에대한모범답안으로여겨져왔다.하지만범부에겐이대답이어딘지모르게부족하게느껴진다.오대장은“왜오르느냐”는명제를어떻게받아들일까.
현재14좌첫완등을놓고오대장과경쟁하는여성은4명.스페인의에두르네파사반(EdurnePasaban·36),오스트리아의겔린데칼텐부르너(GerlindeKaltenbrunner·39),이탈리아의니베스메로이(NivesMeroi·48),그리고한국의고미영(41)씨가그들이다.현재까지12좌를오른칼텐부르너는‘무산소등정’만을고집하고있다.
“지난해5월로체(8516m)무산소등정때그와만났다”는오대장은그에대해
“가을이되면날씨가너무추워져등반이어려울것”이란관측도“올해안엔어려울것”이란전망에힘을보태고있다.스페인의파사반도현재까지12좌에올랐다.하지만그녀는안나푸르나남벽등반때입은동상치료가끝나지않아쉽게도전하긴어려울것으로보고있다.11좌를오른또다른경쟁자메로이는칸첸중가도전에실패했다.
지금까지9개봉우리에오른한국인경쟁자고미영에겐5개의봉우리가더남아있다.따라서현재로선오은선대장이‘14좌등정첫여성산악인’이될가능성이가장높다.그녀는1997년가셔브룸2봉(8035m)무산소등정에성공한뒤2004년아시아여성최초로에베레스트(8848m)를단독으로올랐고,2006년시샤팡마(8027m)무산소,2007년초오유(8201m)무산소·단독,K2(8611m)한국여성최초,2008년마칼루(8463m)무산소,로체(8516m)무산소·단독,브로드피크(8047m)무산소·단독,마나슬루(8163m)무산소,2009년칸첸중가(8586m)무산소,다울라기리(8167m)봉을무산소로등정해총11개봉우리의정상에올랐다.
수원대산악부출신으로서울시교육청공무원(8급)생활을하던그는지난1993년직장을그만두고에베레스트원정길에올랐다.“3개월장기휴가를냈더니받아주지않더라”는것이이유였다.오대장은“그당시엔정상에오르지못했다”며“등반대장이‘곧바로내려오라’고해서하산,솔직히도전하지도못했다”고말했다.
“어쩌면그때의아쉬움때문에계속산을탔는지도몰라요.무전기에대고‘빨리내려오라’고하더라고요.솔직히원망스럽기도했는데지금생각해보면잘됐다싶습니다.만약그때갈증이채워졌더라면그걸로만족해산을찾지않았을지도모르고,그랬다면지금쯤결혼해서아이낳고살고있을지도모르죠.”
산에서돌아온오대장은학습지교사로변신했다.“주5일근무라주말엔산에갈수있었기때문”이란것이직업선택의사유였다.하지만학습지교사도오래하진못했다.“히말라야에가기위해장기휴가를청하자‘회사와산중에서하나를택하라’는답이돌아왔다”는것이다.답은명백했다.‘산’은한번도그녀의머릿속을떠난적이없었기때문이다.
미혼인그녀에게‘산이냐남자냐’란질문을던지면어떤대답이나올까.1966년생,만43세인오대장은
오은선대장은‘블랙야크’로유명한㈜동진레저의이사를맡고있다.이회사의강태선사장은서울시산악연맹회장출신으로히말라야7회도전경력을갖고있는기업인이자산악인으로엄홍길대장의후원을맡기도했다.오대장은“좋은조건의연봉은물론,원정에필요한경비까지후원해준동진레저에감사한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