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등반] 몽블랑 원정기 *-

[해외등반]몽블랑원정기

‘등반에서느낀고통은삶을더다양하고행복하게해주는기억이됨을나는알았다’

상큼한공기속아침의햇살을받으며니데글(Nidd’Aigle·2,372m)역에서내려한걸음한걸음내디뎠다.알프스는걸음마다시시각각변하는산경(山景)과거기에변화무쌍한날씨까지더하여자연의신비를감칠맛나게보여주고있었다.벨뷔(Bellevue)역에서만난아가씨처럼달음박질치고싶은야생화의초원,때론지치게만드는잡석의너덜길을걸어올라뒤돌아본푸른산등성이들이일렁였다.

테테로제(TeteRousse·3,167m)산장앞눈의평원에서점심도시락을먹으며쉬었다.가야할루트를바라며고개를한껏쳐들어보았다.구테(Gouter·3,817m)산장은검은암벽에매달린독수리둥지같다.어두워지기전까지도착할수있을까?여느히말라야원정과는달리이번유럽알프스몽블랑(4,807m)등반은출국부터귀국까지6일간이라는꽉짜여진일정이었다.

▲끝없이올라야하는설릉과고소의성긴공기에이내숨이헐떡여진다.몽블랑을오르며느낀고통이행복한시절보다삶을다양하고더행복하게해주는기억이되는것을알았다.

몽블랑은유럽알프스최고봉이다.정통아웃도어브랜드몽벨이선발한제1기몽벨리스트원정대는몽블랑으로갔다.아니가야만했다.알피니즘이태동했고산악인에게는생전에꼭한번쯤가보아야할성지(聖地)이자,어머니의산인몽블랑이1기의도전대상지로가슴에품게된것은어쩌면당연한지도모른다.

로또에당첨된것보다더기뻤다던대원들

로또에당첨된것보다더기뻤다던,1600대1의경쟁률을뚫고공개선발된4명의일반인대원들은가정의평범한엄마로서,청소년들에게도전과리더십을강의하는교수로서,스물여섯의나이에위암3기판정으로위를80퍼센트절제해내야했지만가장의자리를지켜야했던은행원,고교시절백운대에올라야호를외치다바라본인수봉의손잡을곳없어보이는매끈한바위를기어오르던사람들을신기하게만생각하다결국암벽등반을배운서른일곱의청년,고등학교3학년담임교사(김진우선생은학생들의기말고사와취학준비관계로안타깝게출국하지못했다)로살아온이들에게몽블랑은에베레스트보다더높은자신들만의푯대이자,최고봉이었다.

▲대원들격려차독일베를린에서샤모니까지온구자용LS네트웍스대표이사부회장과김영한몽벨대표이사.오른쪽부터김창호원정대장,권오준,황국희,김영한몽벨대표이사,구부회장,김인백,박상천,김영희,박정자,서기석유라시아트렉대표.(사진박영대기자)

자신의꿈이아닌타인의꿈을위해몽벨이전원정비용을지원하며전직원이밤샘작업을거쳐원정대를꾸렸다.독일베를린에서대원들격려차샤모니로쾌히날아온구자용LS그룹부회장과김영한몽벨대표이사는에귀디미디(3,842m)까지같이올라발레블랑쉬에서의고소적응훈련을지켜보며힘찬파이팅을외쳐주었다.또지원팀으로는원정대의살림을도맡은서기석대표(유라시아트렉),프랑스샤모니현지코디네이터조문행사장,우리의아름다운동행을이야기로엮어낼박영대기자(동아일보),그리고황상규영상감독이함께줄을묶었다.

나는원정대장으로여기에와있다.어두워지기전에구테산장에도착해푹쉬어야오늘밤12시에정상을향할텐데,폭풍설이몰아치지나않을지.2005년코스믹산장을출발,북동능선을거쳐정상에섰다가구테능선으로내려왔던기억을더듬어고정로프가없는칼날설릉에서고산등반초험자들인우리대원들이안전한등반을마칠수있을까하는약간의걱정이뒤섞였다.

“멋진등반은모든대원이몽블랑정상에서는것입니다.그러나우리는완전한등반을해야합니다.그것은건강하게다시가족의품으로되돌아가는것입니다.”

한달간의만경대리지·소백산등의훈련등반에서,에귀디미디에서의팀워크훈련과고소적응에서같은말을되풀이했다.

71세의왕언니황국희대원꿋꿋한걸음

▲상큼한공기속아침햇살을받으며니데글산악열차에내려한걸음한걸음내디뎠다.(사진박영대기자)

구테로오르는바윗길은만만치않았다.1남1녀의엄마인박정자(53)대원은오직가족만을돌보며살아왔다.어느날찾아온심장부정맥과고지혈증은이젠자신의몸도돌보아야할때가되었다는시그널이었다.그래서시작한등산이이제는대만옥산,아프리카의킬리만자로,중국의노산과태산을오르곤등산마니아가되었다.비록만경대리지가첫암벽등반이었지만안전벨트에헬멧을쓰고바위턱을잡고차분히오르는품새는제법알피니스트의냄새를풍겼다.그도드라진홀드를움켜잡은손,얼굴표정하나까지도잡아내려앞뒤로움직이는황감독은고소의성긴공기에이내숨을헐떡였다.

대원들이어머니또는왕언니라불렀고71세의나이가무색할정도로몸이거꾸로나이를먹은황국희(71)대원과네팔임자체(6,189m)를지난1월5일겨울시즌에등정했던김영희대원은“할수있는일이나해야지,하고싶은것을할나이는지나지않았느냐”는주변의만류에도용기있는도전을이었다.황대원은53세때자궁암수술을,김대원은9년전유방암수술을극복한인생역전의주인공들이었다.이두대원을내가처음만난것은10여년전,수술후암빙벽등반을막시작할무렵스승과제자로서였다.

경험자들답게자신의페이스를유지하며꾸준히올랐다.뒤에서조금더스피드를내라고주문하자황어머니의답이돌아왔다.

“앞에먼저가.김대장이뒤에있으면불안하고내페이스를유지할수가없어!”

그리곤깊은날숨을내쉰다.조용히앞으로나서는데가슴이찌릿해졌다.칠십의나이와인생의질곡을거쳐왔음에도해맑은미소를잃지않은어머니,모든일에열정을온몸으로뿜어내는우리의왕언니,내나이칠십에는어떠할까.그모습을보고있던황감독이한마디거든다.

“카메라를들이대면언제나웃는어머니는알프스소녀하이디같아요.어머니파이팅!”

▲위암,자궁암,유방암을극복하며살아온대원에게몽블랑은에베레스트보다더높은자신들만의푯대이자,최고봉이었다.몽벨리스트는좌절과고통을넘어정상에섰다.

니데글에서8시간동안서로에게힘을북돋으며올랐고뒤처진다른대원의무거운짐을자기배낭에대신져주는모습에나는못본척고개를돌렸다.부지런히중력을거슬러올라오후5시에마지막도착하는황어머니의흰귀밑머리에눈발이날렸다.구테에도착했다.이제남은정상까지를위험한구간이라칭한다며오늘의오름짓은무거운짐을둘러멘인내의고빗사위였다.

어제오후샤모니현지에서구테산장예약이되는행운으로이른저녁을먹는대원들의숟가락질은입맛이똑떨어졌다는표현이다.새벽부터의힘든운행과3,800m라는고소가다시이들을옥죄기시작한것이다.힘든이순간을극복했던한대원은이렇게쓰고있다.

“하나의포기는몸속깊이하나의교훈으로각인이된다.고소가오는높이에서는음식한입을10분간씹어라.이렇게3회만먹어라.죽지않을정도로만먹어라.그래서위가소화하는데산소가너무많이소모되지않게하여라.그러면화장실도안가서힘도덜쓰리라.그러기전에남보다늦게산장에도착해라.거북이가되어라.”

“화장실간다고나갔는데아직안들어왔어!”

후식으로나온푸딩을먹으며내일의계획을설명했다.운행속도가약간느린황국희·김영희·박정자대원을나와황감독이먼저이끌어12시30분경출발하고나머지세명은서대표가팀장을맡아한시간후에출발키로했다.고글에서여벌의장갑까지다시한번꼼꼼히체크했다.포근한나무침상에누웠다.

옆에서공동장비를챙기는서대표의부스럭거리는소리와어두워지면서강풍에많은눈이내리는날씨에잠을이룰수가없다.예전히말라야등반에서는정상시도전날밤의7,000m대마지막캠프에서도쿨쿨잘잤었다.걱정과갈등을억누르며,발생가능한수많은변수를그려본다.

화들짝잠에서깨어나랜턴을켰다.저쪽에황어머니와박정자대원이일어나앉아있다.그들이던진첫마디에머리가아뜩해졌다.

“영희가밤11시에화장실에간다고나갔는데산장으로안들어왔어.”

▲3,800m발레블랑쉬설원에서의점심식사.하나의포기는몸속에깊이하나의교훈으로각인이된다.고소가오는높이에서는음식한입을10분간씹어라.이렇게3회만먹어라.죽지않을정도로만먹어라.

숨이턱막혔다.이게무슨말인가?화장실은산장밑바위절벽에매달려가파른계단을내려가야한다.“그러면나를깨워얘기를했어야죠”라며화를낼시간도없었다.온갖망상이머릿속에뒤범벅이된다.

바로서대표를깨워눈보라가치는밖으로뛰쳐나가화장실계단을내려가며혹시나난간밖암벽의눈위를살피며들어갔다.네칸의화장실중에하필이면한칸이잠겨있다.턱을잡고뛰어올라안쪽을들여다보았다.다행인지불행인지안에는변기만덩그러니앉았다.서둘러옆산장건물로잰걸음을할때김영희대원이우모복을입고잔뜩웅크린채문을열고나왔다.가슴을쓸어내렸다.고소증으로잠을이루지못하자괜히뒤척이다옆사람잠을위해산장식당에서출발시간을기다렸던모양이다.“괜찮아요?”라고묻는말밖에뭐가더필요한가.

장비를착용하고출발준비를한다.통상산장에서잔현지등반객들은새벽2시에제공되는아침을먹고출발하여평균5~6시간안에정상에오른다.우리팀은서둘러야할이유가있었다.그러나3,800m아래로깔린짙은먹구름,얼굴이따끔거릴정도의눈발은출발을지연시켰다.이때샤모니타운에는천둥번개에폭우가계속내렸다고했다.순간의잘못된판단,작은실수도용납되지않는다.

▲에귀디미디까지올라발레블랑쉬에서의고소적응과팀워크훈련.

김인백(현대인재개발원전문교수·46)대원이조용한목소리로산장에남겠다고했다.그의일기장은포기라는결정의고뇌를담아내고있다.

“정신이혼미하다.깊이생각해본다.머리가지끈거린다.속이메스껍다.지금내컨디션으로정상에오르는팀을따라가서될일인가?답이온다.정상에가는것은가능하다.하지만죽을고생을참아내야한다.그럴생각인가?너무힘들어서죽는사람들을보지않았는가!산을오르다죽어도좋다.하지만가족들과곧만나게될대한산악연맹오지탐사대원들의얼굴이떠오른다.그래포기는더용감한정신이다.다음을약속하면서포기한다.”

5m앞을분간하기어려운폭풍설몰아쳐

▲양쪽이1,000여m이상절벽으로깎아지른100여m길이의설릉을돌파하고지구의마루금에한걸음더오른다.
새벽2시30분안자일렌을하고나섰다.구테봉설릉을올라서자바람은더욱세차게몰아쳤다.밤사이내린15cm눈을헤쳤다.앞서간세개의랜턴불빛이아른거렸다.끝도없는설면,뒤에따라오는황어머니에연결된줄이자주팽팽해지고가쁜숨소리가들려온다.후발대팀이따라붙었다.늦게출발했던외국팀들이앞질러갔다.

두시간반을운행했다.속도가떨어지고있다.크든작든한조직을이끄는리더는이때어떻게처신해야하는지면도날처럼예리해야하며엄격해야한다.생텍쥐페리의<야간비행>에나오는리비에르는동료의죽음앞에서도불완전한비행기를띄우는피도눈물도없는수장으로이렇게말했다.

“저사람들이행복한것은자신들이하고있는일을사랑하기때문이다.그리고그들이일을사랑하는것은내가엄격하기때문이다.”

팀을재편했다.권오준(하나은행경희대출장소장·46)·박상천(등산강사2급·36)대원과황감독이나와함께선두로줄을묶었다.컨디션이괜찮은박정자대원은내느낌에정상까지갈의지와속도를유지할수있을것같았다.눈은폭설이되어5m앞을분간하기어려웠다.결정해야한다.리비에르의말이다시들려왔다.

‘네부하들을사랑하라.하지만그들에게는이를말하지말라!’

물었다.“지금긴말은필요치않습니다.‘예,아니오’로대답해주시죠.올라가시겠습니까?”

박대원은한동안말이없었다.고개를숙인그녀의두눈가에눈물이맺혔을것이다.그리곤작은목소리로말했다.“왕언니와같이있겠어요.”

▲박정자대원은비록만경대리지가암벽등반의처음이었지만안전벨트에헬멧을쓰고바위턱을잡고차분히오르는품새는제법알피니스트의냄새를풍겼다.

서대표에게뒤를부탁하고바로돌아서오르기시작했다.남은팀은하산하기시작했다.다른많은외국팀들도악천후에발길을되돌려구테로내려갔다.발로(Ballot·4,362m)무인산장근처에서황감독이지쳤다.산장안에서쉬라고주문하곤영상카메라를건네받았다.

이제나를제외한두명이다.이들도약해져가지만몸과마음을다시추스르고연이어질좁은칼날설릉에대해주의를주었다.고통과위험이순간순간찾아왔다.연령과위암의아픔을극복한권대원은가끔졸기는했지만평정을잃지않았다.자주쉬며균형을잃은발걸음으로뒤따라오던박대원이털썩주저앉으며내뱉는다.

“대장님,정상에올라갈수는있을것같은데내려올수는없을것같습니다.”

나는바로답했다.“나를믿어라.”

그리곤스틱을허공에휙휘두르고는앞에서끌고나갔다.보기만해도오금이저리는리지가흩날리는폭풍설속에떡하니버티고있다.양쪽이1,000여미터이상절벽으로깎아지른100여미터길이의설릉을돌파하고지구의마루금에한걸음더나아갔다.정상이었다.몽블랑정상이었다.7월6일오전8시45분나에게는두번째오른곳이었다.그러나첫번째보다가슴은더벅찼다.나는무전기에이렇게외쳤다.

“동료의등정을위해자기의등정을접은황어머니,김영희,박정자,김인백대원에게감사합니다.여러분들은진정한등정자입니다.우리모두가해냈습니다.”

▲몽블랑정상이었다.몽벨은다른사람의꿈을이루길꿈꾼다.올가을몽벨리스트제2기의일본남알프스도전은계속될것이다.

잠깐의기쁨뒤에이가부득부득갈리도록힘든하산길이기다리고있었다.짧은시간긴의미를남긴원정을마무리하던어떤대원의메모다.“어제의고통이지금의아름다움을볼수있는것을더욱더감사할수있게해주는것같다.사막에서,산속에서느낀고통이행복한시절보다삶을다양하고더행복하게해주는기억이되는것을알았다.”

몽벨은다른사람의꿈을이루길꿈꾼다.올가을몽벨리스트제2기의일본남알프스도전은계속될것이다.

-글김창호대장/사진원정대/월산산8월호에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