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死線)을수없이넘나든’철녀(鐵女)’의첫인상은예상과는달랐다.보통산악인들의얼굴에훈장처럼자리잡은동상흔적하나없는그는"생각보다키가작죠?프로필엔1m55인데실제는1㎝더작아요"라며이를드러내고웃었다. 여성최초로히말라야8000m급14좌(座)등정에도전중인
여성최초로
고(故)고미영대장사진품고내달안나푸르나로떠나
"행복해서올랐던산이이젠인생의목표던져줘"
오씨는올해만4좌의정상을밟았다.무서운속도만큼놀라운것은그가13좌중11개봉우리를산소통없이’무산소등정’을했다는사실이다.오씨는"대자연을있는그대로만나고싶어무산소등정을고집한다"고말했다.
오씨는중간캠프수를줄여3~4일만에정상을밟는’속공(速攻)’을선호한다.남자동료는부담스럽고,실력이비슷한여자팀원을찾기어려워셰르파만데리고단독등정하는것도오씨특유의등반스타일이다.
‘날다람쥐’라는별명처럼등반속도가빠르고몸이날렵한것은오씨의타고난신체적특성과도관련이있다.2001년태릉선수촌에서체력테스트를해보니,마라토너
▲ 오은선씨는밝고쾌활했으며늘웃음을잃지않았다.오씨는“제장점은산에선땅의일을,땅에선산에서의일을다잊어버리는것”이라고했다./이준헌객원기자heon@chosun.com
인터뷰도중오씨는지명과사람이름을종종헷갈렸다.기자가궁금증을보이자,"고산등정의후유증"이라고했다."93년에베레스트를다녀왔을땐집전화번호가생각이안났어요.8000m에서겪는극한의경험은머리로이해하기어려워요."
‘8000’은인간의한계와관련된숫자다.해수면의20~30%에불과한산소량으로인해발생하는’고소증세’는죽음으로이어질수있다.두통과구토,동상,설맹(눈에반사된자외선이눈을자극하여일어나는염증)등도산악인을사지(死地)로몰아넣는다.
오씨는2004년에베레스트원정때정상에서내려오다마지막캠프(8300m)를앞두고죽음의문턱까지갔다.다른원정대의셰르파에게발견되지않았다면얼어죽었을지도모른다."세상은무섭도록평화로웠어요.이렇게잠이드는구나싶었죠.하지만산에서죽기는싫었어요."
‘죽음’에관한대화는자연스레고(故)고미영대장얘기로이어졌다.오씨는자신과14좌완등경쟁을펼쳤던고씨가지난달11일추락사하기직전산에서조우했다."오후1시47분정상을밟은뒤내려가다올라오는미영이를만났어요.미영이가웃으며’축하합니다’라고해서’잘갔다오라’고했죠.오후가되면악랄해지는낭가파르바트를알기에걱정이있었는데…."오씨는"주위에선우리의경쟁이지나쳤다고하지만미영이는알거예요.서로얼마나힘이됐는지"라고했다.오씨는22일쯤고씨의유해가있는
▲지난6월낭가파르바트등반당시오은선씨의모습.그녀는“정상에올랐을때가장기분좋은일은더이상올라가지않아도되는것”이라고말했다./블랙야크제공
내달10일쯤안나푸르나로떠나는오씨는요즘요가와수영등가벼운운동으로시간을보내고있다.몸은편하지만,마음은점점초조해진다.심한눈사태와곳곳의크레바스(crevasse·빙하속의깊은균열)로악명높은안나푸르나는지금까지한국원정대14명의목숨을앗아간곳이다.
오씨와여성최초14좌완등을놓고경쟁하는이는
"주위에선14좌완등을꼭해야하냐고물어봐요.하지만누군가여성최초라는타이틀을가져야한다면제가하면좋겠다는생각을해요.행복해서올랐던산이이제는인생의목표를던져준거죠."
"등정의기본은체력안배예요.최후의20%는만약을위해늘남겨놓으라고하죠.지금까지정말숨가쁘게달려왔어요.14좌완등을하고나면행복하게산을오르는것이뭔지여유있게생각해보고싶어요.그리고또어디가됐든올라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