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몫을아무도대신해줄수가없기때문이다.
자기몫의산행은자기가해야한다는사실이다.
누가대신가줄수도없고업어다주지도않는다.
그래서피곤해도일어서야한다.
힘들어도가야만한다.
천리길이한걸음에서시작되듯만리길도
한발한발걷는결과일뿐이므로인생길과무엇이다르겠는가.
그러나제법큰산을오르기위해서는거기에걸맞은장비들이필요하다.
간단한일상사에야달리지혜가필요없을지도모르나
인생의중요한고비에서는지혜로무장해야하는것과마찬가지다.
산에서몸을다치는일은대부분내리막길에서일어난다.
오를때는힘만뒷받침되면충분하지만내리막에서는힘만으로되지않는다.
거기에는균형감각이필요하다.
주역64괘중첫번째인건(乾)괘에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대목이나온다.
뜻을이룬자가절정에올랐을때더욱삼가고조심하라는가르침이다.
산이든,인생길이든정상에서있는사람들이음미해볼경구가아닐수없다.
그것도아니면숫자를세는것도도움이된다.
힘들때흥얼거릴수만있어도힘이보태지기때문이다.
한발한발숫자를세면서열걸음마다,혹은백걸음마다
짧게쉬어가는것도좋은방법이된다.
목표를작게세우면그만큼달성하기가쉽기때문이다.
사람은누가시키지않아도밭을매거나길쌈을할때노래를부르곤했다.
아마도힘들다는생각을잊고싶었기때문이었으리라.
산에오르면서노동요(勞動謠)가생겨난유래를새삼생각하게된다.
자기스타일로자기페이스를유지한다면험한산길도끝까지갈수있다.
남의보폭에맞추거나누구의속도를따르면쉬피곤해질뿐만아니라,
산에서맛볼수있는즐거움이다달아나게마련이다.
인생살이에서자기페이스를지키고,자기만의스타일을
갖는일이중요한까닭도마찬가지이유에서다.
뱁새에게황새걸음을걷지말라는교훈은그래서만들어졌으리라.
산길은어디로가도비슷하게힘들다.
그래서힘들어보이는길일지라도정면으로승부를거는것이최선의방책이다.
미국의무료양로원에서외로운노후를보내는노인들에
대한통계는우리에게생각할과제를던져준다.
그들은젊은시절어려운일을만날때마다정면승부를
거는대신에그것들로부터도망치면서살았다는것이다.
익사가무서워물가에가지않았다던가,
부상이두려워스케이트를배우지않았다는식이다.
헬기를타고정상에내린다면그것을누가산행이라이르겠는가?
인생에도지름길은있다.그러나인생에도왕도는없다.
타고난성품,투입한노력,길러진실력만이성공의비결이기때문이다.
누구의줄을타고손쉽게출세를하거나,누구의후광으로
한자리를차지한다면본인의마음은떳떳할까?
마치헬기를타고정상에내린등산객처럼멋적지않겠는가.
체력은떨어지고바람의저항은거세지고,경사는급해지며,
마실물은줄어들고,산소는부족해진다.모든어려움이
함께머무는곳그곳이바로정상이다.
그런점에서인생과산행은정말비슷한게많다.
인생에서도무엇인가를이루기직전이어렵기때문이다.
사람들은많은위인들이성공의문턱에서겪어야했던좌절과
고통에대해고백한얘기를잘기억하고있다.그러므로행여
우리가정말어렵고힘든지경을만나면그것이인생의
정점에가까워졌다는신호로받아들일필요가있다.
산에오를수있는체력,가는곳에대한정보,산행에필요한장비와물자,
산행의조력자,함께할동반자를미리준비한다.
지혜없는자는무모하게산을오른다.아무준비도없이무턱대고오른다.
산에서사고를당하는경우는대부분무모한출발때문이다.
하루이틀의산행에도계획과준비가필요하다면한평생을사는
인생길에계획과준비가필요함은재론할여지가없으리라.
중간에사고로돌아가는사람도있고,
중도에포기하여탈락하는사람도있고,
가기로약속했다가애초에불참한사람도있게마련이다.
인생길에서도백년을함께하자든지혹은
도원의결의와같은우정을약속하는경우도종종있다.
그러나그약속이끝까지지켜지기어렵다는사실을알아야한다.
사람들은지키지못할약속을쉽게하고,쉽게잊어버리는경향이많다.
인생이계산대로되지않듯이맘먹은대로다된다면그것은
또무슨재미이겠는가.계산과는달리의외의결과가나오는
것이세상살이요,산행이기도하다.
그런데도사람들은그얄팍한셈틀로수없이많은계산을한다.
거래를할때는물론이고,심지어우정과사랑에도계산은
배제되지않는다.그런데결과가항상계산한대로나오던가?
그래서짐을짊어진사람에게는버거운존재다.
많은짐을지고산에오르는사람이나,적은짐을지고산에
오르는사람이나,그나름대로힘들기는마찬가지다.
능력있는사람에게나능력없는사람에게나,부자에게나,
가난한사람에게나,인생길이비슷하게어렵듯이.그러므로
내짐만유독무겁다는생각을버릴수만있다면인생길의
불행을꽤많이덜수있을것이다.
출발시점이비슷한사람끼리는산에서앞서거니와뒷서거니를
반복한다.그러다가산을내려오는것은거의가비슷한시각의
일이다.직장생활에서도이런현상은자주나타난다.
앞서가던사람이뒷사람에게추월당하는일도생기고뒤처진
사람이다시앞으로나가는일도허다하다.
그러나이들이직장을떠나는것은거의가비슷한시기의일이다.
그러나그들이세상을떠날때보면생전의앞섬과뒷섬의
선후는아무의미가없음을알게된다.
처음이어려우면나중이쉽고,나중이어려운길은
이미초반을쉽게보냈다는증거가된다.
반대의경우도마찬가지다.
중산리에서출발하여천왕봉을오르는사람이나,
노고단을출발점으로하여천왕봉으로가는사람에게나,
지리산종주는똑같은어려움을준다.
다만어느한쪽이초반에는쉬웠을뿐이다.
급한경사면이너무힘들어갈지(之)자로산을오르는경우가있는데,
이때상대적으로시간은더걸리게마련이다.
힘을덜게하기위해서는걸음을더많이옮겨야하고
시간은더걸리게된다.
세상살이에서도어려운길을피하다보면결국정상에
오르기까지더많은걸음을걸어야만한다.
꿈같기도하고언제그길을다왔을까?
정말내가그길을왔단말인가?
그래서인생길은자주산길에비유되는지도모르겠다.
어느날문득돌아본인생길은얼마나아득한것이던가.
고통의순간에는누구나주저앉고싶다.
가장힘든순간을데드포인트(deadpoint)라이름할수있는데,
이데드포인트를이기고나면사람들은,
그고통의순간을기억저편으로묻어둔채발길을재촉한다.
그러나이고비를이겨내지못한다면중도에포기하여,
산을내려오거나,혹은원래가려던길이아닌다른길로진로를바꾸게된다.
아들의인내심이걱정되는부모라면틈날때마다
사랑하는아들을산으로보내야할일인지도모른다.
엄청난출산의고통을이겨냈기에,
사랑하는아들을얻을수있었노라는가르침도함께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