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파키스탄바투라2원정대
8월11일남벽통해김창호·최석문세계초등정
정상보다도더높았던꿈과열정
히말라야와카라코람산맥에있는수많은산들중에아직까지인간에게그정상을허락하지않은가장높은산중하나인바투라2(7762m)봉으로우리원정대는향했다.한걸음한걸음이어두운동굴을헤매듯미지의빙하와세락,그리고바위벽들로이루어진불확실한세계였다.더욱이서부카라코람에위치한바투라2봉은1976년독일대에의해주봉인바투라1(7794m)봉이등정된후,78년에일본팀은주봉서쪽의한봉우리를올랐는데정확히그위치를알지못하여바투라4(7594m)봉으로보고했으나,최근일본산악협회에의해바투라3(7720m)봉이라고수정발표할정도로이산군을포함한독일,영국,일본,스위스,미국에서발행된지도가제각기다르다.
이와같이바투라산군에대장벽으로선1∼4봉은그자리가명확하지않아우리원정대는등정은물론이산군을규명하는작업을두번째목표로삼았다.이번원정은서울시립대학교개교90주년기념사업의일환으로원정등반을얼마남겨놓지않고추진되어훈련과준비기간이턱없이부족했다.특히원정대장을맡은내가봄시즌네팔의마칼루와로체를등정하고귀국하니출국은20여일밖에남지않았고,대부분의원정대원들이고산등반은처음인데다가우리가등반할남벽의정상부밑에는600∼700m의수직암벽이가로막고있다.
이점을고려하여탁월한벽등반실력과대원들과잘어울릴인품을가진최석문(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대원을초청하여합류하였고이동훈교수,KBS영상앨범<山>의김석준PD를포함,총9명으로원정대가구성되었다.대원들에게큰형님인이동훈교수(환경공학과)는예전원정에서도그랬듯이이번에도등반결과못지않게‘친환경등반’활동을강조했고이것이우리의세번째원정목표가되었다.다음은이동훈교수의등반기중일부이다.
‘원정으로인해환경을하나도훼손하지않을수는없다.특히아무도오른적이없는미답봉의초등원정은더더욱그러할것이다.따라서본원정대에서는완벽히환경보전을할수는없더라도원정기간에환경훼손을최소화할수있도록방법을모색하고원정종료후장기적으로는환경보전에거의문제가없도록하는조치는물론환경오염문제최소화대책을마련했다.’베이스캠프를철수할때까지원정대는화장실,음식물찌꺼기,폐기물분리수거,고소캠프의쓰레기처리등이교수의지도에따라거의완벽에가까울정도로처리하려고노력했다.그러나벽에설치해놓은고정로프는모두회수하지못했다.
살짝붙은얼음과바위위를좌측으로가로질러오르는루트를선택했다.3캠프에서4캠프구간.
쉴틈없이몰아친캠프구축
7월2일,3일간의도보캐러밴으로최석문대원과내가적절한베이스캠프를찾기위해선발로나서두개의빙하사이에올라앉은바토쿠시(Batokushi·4115m)초지대에베이스캠프를설치할수있었다.각양각색의야생화가핀천상의화원이었다.베이스캠프는기존의팀들이설치했던바투라월(Wall)의남서쪽발타르(Baltar)빙하를택하지않고남동쪽으로들어왔다.베이스캠프의고도는너무낮았고정상까지는무려3650m의표고차가난다.
대원중재학생들네명이시험기간으로출국이늦은데다카라코람의등반시즌을맞추려면쉴시간이없었다.베이스캠프도착다음날7명의포터들을고용해본격적인등반이시작되는얼음빙하까지150m의로프를고정하여짐을데포하고되돌아왔다.3일째되던날1캠프(5150m)를구축하고2캠프개척에필요한장비와식량도일부수송을마쳤다.하루도쉬지않고앞에서루트를개척했다.7월8일,위험스러운세락을돌파하여2캠프(5950m)구축,15일3캠프(6650m)를구축하기까지대원들을몰아붙여야했다.
우리에게주어진시간과기회는많지않았다.신태문,최석문대원이지원을맡고박성구,박영재,이윤지,서정희대원은고소적응을하며힘겨운짐수송을했다.45kg의체중과작은체격의서정희대원또한15∼20kg의짐수송에서예외일수는없었다.서정희대원은이러한상황을담담히받아들이며일기장에적었다.
‘처음으로내힘으로올라가보고싶은산이생겼다.나는그동안산을좋아한다고하면서도그에상응하는노력을하지않고살아온것같다.단지,여자라는이유로말이다.산은남녀를차별하지않는다.그차별은우리자신이만들뿐이다.산앞에여자란없다.인간만이있을뿐이다.나는이제부터인간서정희로산을대할것이다’히말라야의등반경험이있고서정희대원의선배로서줄을묶었던이윤지대원,어려움속에서도언제나웃음을잃지않던그녀또한땀에전바투라의쓴냄새를맡으며기록하고있다.
‘선배들이개척해놓은캠프지에도착할때,고정로프를이용할때,진정한알피니스트의마음에대해서생각해본다.다른모든일들이그러하겠지만등반에관해서만큼은전적으로마음에대한문제이다.이곳에와서그것을확실하게깨닫는다.추위와위험에나아가는용기,힘든상황에서도앞장설수있는의지,동료들을아끼고팀에공헌할수있는희생정신,그리고이모든것들을가능하게하는마인드컨트롤(MindControl).이번등반에서나는이러한것들을배워간다면내인생의가장큰배움을얻는것이아닐까!산에서한없이작고부족한내자신을본다’
바투라2봉의초등을목표로2005년에이어두번째시도를위해올해같은시즌에입산신청한이태리의시모네모로(Simonemoro)는미국인베네가스쌍둥이형제와함께팀을보강하였고어느날갑자기바토쿠시(6050m)정상에나타났다가사라졌다.그리고나타나지않는다.그들은발타르빙하에베이스캠프를설치하였고정상대로라면우리의2캠프에서그들의루트도합류하게된다.나중에한국에서온연락에의하면시모네모로팀은다른산으로대상지를바꾸었다고했다.등반을마친지금의생각이지만남벽은그들이채택한알파인스타일로오르기에는벽이너무높았고난이도또한어려웠다.
이제3캠프위로바투라대장벽을뚫고나가야한다.출국전에예상했던벽의각도는우리의상상을뛰어넘었고오르려는의지를짓눌렀다.눈이붙어있어난이도는그렇게어려울것같지않다고판단했지만실제는오버행을이루고있었다.벽을넘어서기가능한루트를신태문·최석문대원과상의했지만각기의견이달랐다.망설임은원정대장의미덕이아니다.원래예정루트인우측벽으로올라중단의살짝붙은얼음과바위위를좌측으로가로질러오르는루트를선택했다.
루트작업을위해2조로나누었다.신태문대원과최석문대원,그리고나와박성구대원이한조다.벽에서는다이니마7mm로프를사용했다.나는고정로프마지막지점에도착하여후등자가도착할때까지몇시간을기다릴수없어K2에서처럼단독으로로프를지고설치해나갔다.미치지않았다면7000m가넘는바위벽에서이런등반을누가감히상상이나하겠는가.최석문대원은나의이런모습을이해할수있을까!
‘우린하루를쉬고창호형과성구가다시그길이를연장하고돌아왔다.
그렇게남벽에조금씩우리의집념과의지를연장시켜나갔다.이번엔네명이함께벽으로향했고멀게만느껴지던중앙설벽까지,창호형이로프를연결시켜놓았다.혼자서많은고정로프와피톤으로연결했던그곳을나는형의닉네임을따서‘방랑자의트래버스(HimalayanVagabond’sTraverse)라고부르고싶었다.창호형의그런힘은어디에서나오는걸까?책임감,의지와열정만으로혼자서그곳을등반한다는게쉽지않았으리라생각이된다.
또다른무엇이그의심장을뛰게하여그곳으로향해갈수있게만들었을까!마지막트래버스설벽구간을창호형이오르고있다.리듬에맞추어춤을추는것처럼반박자도어긋남없이그렇게벽과형은황홀하게취해가고있었다’라고그는자신의등반기에적었다.박성구대원이말없이뒤에서로프를지고따라오다가“형저도가고싶어요”라고허공에대고외친다.어디로간단말인가.정상까지얼마나남았는지,또어떤어려움과위험이기다리고있는지나도알지못한다.호되게호통치고는내려보냈다.박성구대원의첫고산등반은어머니에게보내는편지에함축되어있다.
‘어머님.이곳에온지도한달열흘이지나고있습니다.매일같이쏟아지는눈사태와무너지는세락의틈바구니에서살아서빠져나올때마다기도를합니다.어머님의얼굴을다시보게해달라고…
아직은잘모르겠습니다.제가왜이거대한산군을찾아다니고헤매면서무엇을얻으려고이토록갈구하는지를.원정을떠난다고할때저의뺨을때리시며말리시던어머니의마음을조금은헤아릴것같습니다.죄송합니다.사랑합니다.’
바위벽에서확보포인트는대부분하나의피톤이나스크류를설치해32피치등반과5일간의작업으로드디어대장벽을벗어났다.드디어눈보라가휘몰아치는가파른설면에닿았다.최석문대원과나는하이파이브를했으며그냥웃어댔다.내일은정상에갈수있으리라.8월2일이었다.
지구상에있는수많은산들중에아직까지인간에게그정상을허락하지않은가장높은산중하나인바투라2(7762m)봉으로우리원정대는향했다.3캠프에서4캠프구간.
등반열정으로뭉친대원모두가등정자
돌아온비박텐트는바위위에덮인만년빙을깎아만들었으나반쯤허공에매달려스크루를하나씩박아개인확보를별도로해야했다.밤새눈이내린다.쏟아져내리는분설눈사태에우리둘은두려움을친구삼아텐트와설면사이의눈을헬멧으로퍼내며새벽이오기를기다렸다.지긋한새벽이밝았고정상이아닌하산을결정했다.다음은최석문대원의기록이다.
‘3일간휴식을하며정상이란목표를향해마음을정리하며대원들의환송을받으며8월7일1캠프로떠났다.높은기온으로그동안많이내린눈도거의녹아힘들지않게캠프로이동할수있었다.또한텐트를접어놓고내려와쉽게복구할수있었다.예상등정일의불안정한일기예보로다음날은3캠프까지진출했고다른대원들도일정을하루앞당겨운행했다.8월9일새벽다시남벽으로향한다.
방랑자의트래버스를지나암벽구간의마지막픽스로프지점에도착했고먼저도착한형은텐트자리를만들고있었다.2m가까이눈을쌓아올리는힘든작업을마치고서야4캠프(7250m)를설치할수있었다.형은200m6mm로프한동을더가지고혼자서로프를고정시키고텐트로돌아왔다.
4캠프에서보이는아름다운산과불안정한감정들로혼돈되는나를본다.베이스캠프에새벽2시쯤깨워달라고무전교신을하고잠을자려하지만내일등반의긴장감때문일까잠이오질않는다.설사면에눈사태가나지않을까,날씨가나빠지지는않겠지,추위로손발에동상이걸리지않아야하는데그리고내사랑하는사람들,또여러생각과생각들이얽히는밤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무전이왔고일어나보니눈이내리고텐트위로분설눈사태가쏟아진다.시간을기다려보지만날씨는바뀌지않는다.우린많은식량은없어도인내심과물을녹일가스는충분히가져왔기때문에4∼5일은버틸수있었다.나중에안사실이만형은시간이모자라면베이스캠프를철수하고두세명이남아서등반을마무리지으려고했다고한다.
8월11일새벽베이스캠프로부터무전이왔고텐트문을열고밖으로나왔다.영하27도의냉기가손끝과발가락을헤집고들어온다.언제쏟아질지모르는불안정한설벽을형이노련하게오르고있다.무릎이상빠지는눈상태에힘들어하는것같았다.내가앞으로나가러셀을하고싶었지만내느린두다리는나의의지와는다르게많은걸음을내어주지않는다.그러기를4시간30분이지나고마지막50m의무너져내리는설릉을형이마무리지으며정상에섰다.
8월11일오전9시25분이다.정상에서동훈형에게한가지부탁을했다.등정자이름을밝히지말아달라고단지“두명의대원이정상에올랐다”라고만’저아래로발타르빙하가구름사이로순간나타났다사라진다.2004년바투라탐사의마지막계곡발타르빙하에서의기억이되살아난다.권총으로현지인두명을쏴죽이고달아난세명의살인범들이빙하옆텐트로돌아오던나에게총을쏘며달려들었다.
나는그들에게목숨을살려달라고하지않았다.찍은바투라의필름은두고가라고말하고싶었다.겨우도망쳤고그리고살아났다.그때찍은사진몇장으로나는이원정대를꾸렸다.정상에서내려와후출사표(後出師表)와같은이글을홈페이지에올렸다.
저에게는8년간가슴속에품어온
꿈이있었습니다.
언제나그꿈은누군가
‘그건불가능해’라고말하는것이었습니다.
그럴수록심장은더뛰었고
자신의꿈이되는것은어쩔수없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개교90주년파키스탄바투라2(7762m)
세계초등정원정대’가
인간으로서는처음으로그정상에올라
그꿈을이루었습니다.
2008년8월11일,현지시각오전9시25분,
두차례에걸친시도끝에2명의대원손에든깃발은
영하27도의차가운바람속에서도힘차게펄럭였습니다.
원정대는해발고도7762m바투라2를정복한것이아니라
이상범총장님을비롯하여일만명의서울시립대인,
총동창회,삼화회,산악회
그리고원정대에대원을보내주신가족들,협찬사등
모든분들의사랑과열정,도전정신이
7762m바투라2봉정상보다높았기때문입니다.
원정대장으로서저는
각자의캐릭터와모습을가진대원들이
하나되는조화속에
바투라2봉을바라볼수있도록만들고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무거운배낭을지고묵묵히
함께그길을걸었습니다.
등정후
날씨는갑자기바뀌어휘몰아치는폭풍설속에서
안전하게베이스캠프로무사히귀환할수있었던것은
원정대에깊은관심과애정으로
응원하고초조하게지켜보아주신많은분들의간절함이
우리의따뜻한옷이되었고용기와인내를주었기때문입니다.
이제바투라2세계초등정기록은
우리들만의축제가아닙니다.
원정대를가로막았던
바투라2의대장벽을넘었듯
서울시립대인을넘어서
한국인의자랑스러운한걸음이며
세계산악계의역사가될것입니다.
저는
바투라2봉정상에서
그정상너머에새로운정상을보았습니다.
우리모두의꿈과희망을가지고힘차게도전해야할,
새로운정상을…
최석문대원은남벽에조금씩우리의집념과의지를연장시켜나갔다.
-글·사진김창호원정대장/월간마운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