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영의 동반자 김재수 산악 대장 *-

고미영의동반자김재수산악대장


“미영씨가힘들어할때업고라도하산할테니걱정하지말라고했는데…”

●누구나산을오를수있지만아무나히말라야등반을할수있는건아니다
●‘한발은고통이고한발은희망이다’계속그렇게주문을걸고간다
●나하고같이간대원이또문제가있으면힘들어못산다
●나는나자신의삶을위해히말라야에간다

부산구포역,나무처럼길쭉한두다리가위태로이서있다.얼마전사망한산악인고미영의동반자(同伴者·어떤행동을할때짝이되어함께하는사람)김재수산악대장은담배를손에쥔채비내리는하늘을바라보고있다.김광석의노래가흐르는그의차에오르자어색한분위기를깨려는듯그가먼저아이들얘기를꺼낸다.

필리핀에서돌아와아빠사업을돕고있는큰아이,의대다니는둘째,고등학교다니는막내….그의아파트에도착하자세아이의사진과함께눈덮인산사진이손님을반긴다.좋은추억부터꺼내보면마음이편해질까싶어등산계기부터물었다.줄담배를피우던그가경상도말투로나직하게말했다.

▼산에는언제부터가셨습니까.

“열일곱살때,누님이권하셨어요.성인은스스로를책임질수있는사람인데,그렇게되려면취미를잘만들어야한다고.처음엔별재미가없더라고요.힘만들고.그러다자그마한산에서새벽에텐트밖으로나와해가막떠오르려는순간을봤어요.산골짜기에안개가자욱한데봉우리사이로햇살이퍼지며해가떠오르는그광경이가슴에확와닿더라고요.섬에와있는것같고.이런광경만볼수있다면등산을취미로삼아도되겠다싶어그때부터다녔죠.산동네에서자라처음부터잘올랐습니다.몸도적당하고요.30년동안175cm61kg허리28인치그대로니까요.”

▼전문산악인이되겠다는꿈이있었던건아니네요.

“당시에는없었죠.그러다1977년고상돈선배님이에베레스트를등정했다는소식을듣곤,(부산)보수동헌책방골목에서일본의‘산과계곡’,미국의‘클라이밍’잡지를사다보면서‘나도이런거해보고싶다’고생각했습니다.1989년에해외여행이자율화되자마자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에갔는데,그때나이가스물아홉입니다.등반퍼미션(허가서)을얻으려면3000달러정도가들어하루에20달러하는트레킹퍼미션으로산자락만돌다왔는데,더없이아름다운산이었습니다.”

▼저는안나푸르나트레킹을다녀와도별감흥이없던데,어떤점이좋으셨나요.

“안나푸르나는처음에모든걸보여주지만,에베레스트는한발짝들어갈때마다조금씩보여줍니다.그러다마지막에쫘악하고아름다운모습을보여주죠.그런데처음가서그런지고소증으로부종도생기고구토도심하게했습니다.그래서한국으로돌아온뒤매일아침저녁으로20㎞씩뛰었습니다.이듬해부산오사카합동대대원으로참가해에베레스트정상을다녀왔지요.그런데내얘기만합니까.”

▼에베레스트를정복하셨군요.

“정복이아니라등정(登頂)입니다.산악인은그런표현안씁니다.산꼭대기에잠시머물다오는데어떻게정복이란표현을씁니까.오를등,봉우리정자를씁니다.”

▼네,다시질문드리겠습니다.에베레스트등정이쉬운건가요?

“세계에서가장높은산이니쉽지는않아요.그런데그렇게갔다오고보니허무하더라고요.내가고작이걸하려고그노력을했나싶고.그래도뭔가더있을것같아다음해에는대한산악연맹원정대대원으로시샤팡마정상에올랐습니다.”

▼그뒤부터는허무하지않으셨나요?

“예.숙명이라고할까,운명이라고할까.히말라야를계속가야겠다는열정이생기더라고요.당시애가둘이고,비닐하우스한동은사업체로쓰고나머지한동을집으로쓸때인데도,산에대한열망이더컸던것같아요.세번째로갈때는제가팀을꾸렸습니다.”

▼대장을맡아보니어떠셨습니까.

“리더로서자질이부족했습니다.올라가고자하는욕심때문에후배들을올려보내지않고제가올라갔어요.식량도부족하고여러가지문제로인원전체가등정하기는어렵거든요.보통1차,2차,3차로나누는데,1차대원들이다녀오면부담되죠,혹시사고가나진않을까하고.그뒤에는금전적인이유도있고,4,5개월씩나가있기도그래서혼자짧게다녔습니다.”

▼금전적인문제요?

“대장으로갈때자비2000만원을들였습니다.선배님들은기본경비를부담하셨지만후배들한테는경비부담시키기가어려워서….팀을리드한다는건그사람들을책임진다는건데.그런데너무내얘기만하는거아닙니까.”

▼마저여쭙겠습니다.혼자어디를다니셨나요.

“러시아쪽에서두번,티베트쪽에서한번7000m급을올라갔는데,혼자다니면내몸상태에맞게움직일수있지만불편한점도있더라고요.위험에빠질때누구의도움도받지못한다는거.그뒤로는같이다니면서1년에2개월가량은산에서살았습니다.그러다1999년에가세르브룸에갔을때대장인제가아닌대원2명을정상에보냈고그뒤로는리더로서명예를얻었다고봐야죠.”

고미영씨는히말라야8000m고봉14좌등정을목표로했다.김대장은고씨가오른11개봉우리중10개봉우리를2년반동안함께올랐다.

▼왜후배를보내셨습니까.

“한국산악계를위해서는이런등반을할수있는후배들이있어야한다고생각했습니다.‘자일(로프)의정’이란노래도있듯이우리는로프라는핏줄로맺어진형제입니다.어떻게보면형제보다더애틋한사이입니다.누군가묶은그로프를함께잡고살아가는사람이니까.”

▼그때도비용을대셨나요?

“당연하죠.만약후배가냈다,그럼‘빳따’(몽둥이)맞을짓입니다.선배가아무리가난하다고하더라도선배는선배입니다.제가어릴때주위에많은선배분이계셨는데,그분들이재정적으로여유있지는않았죠.조선소에서용접하는사람,막일하는사람,조그마한중소기업현장에서근무하는사람들이었는데,그선배님들과산에갔다오면뒤풀이를해주시는데,없는돈으로튀김1000원어치에소주한병을선뜻선뜻사주셨어요.오비베어같은데가서(맥주)500cc한잔이랑닭튀김도사주시고,가는길에택시타라며1000원2000원손에쥐여주셨죠.제게는그게지금의1억,2억원보다가치있습니다.그분들께받은거후배들한테돌려줘야죠.”

▼은혜는도움준선배한테갚아야지왜후배들에게갚습니까.

“도와준선배님이무수히계신데,부자된사람이사회에환원하는것과마찬가지아니겠습니까.아무리가난해도되돌려줄줄아는사람이진정으로후배를아는사람이죠.”

▼선배들이도와주셨다는게뭔지….

“…그분들이선구자적인역할을하지않았습니까.열악한환경에서등반루트를만들고,산길을만들고,자료로지도를만들고.그기록이있어서우리가안전하게다닐수있어요.그분들덕분에우리가있는겁니다.그고마움을어떻게표현하겠습니까.다대물림이거든요.대한산악연맹의지원으로내가얻은명예를후배들에게돌려줘야한다고봅니다.

그래서사비2억원을들여2007년에에베레스트원정대를꾸렸습니다.후배들에게‘에베레스트정상에올랐다’는명예를주면,등정을수월하게추진할수있을것같았어요.에베레스트나K2는누구나아니까거기올랐다하면인정해주죠.원정대20명중10명이등정했습니다.히말라야후배를9명기른겁니다.2008년K2에오를때도마찬가지였고.내려오다추락사한…후배세명과고미영,나이렇게다섯이정상에올라갔습니다.”

▼대장님의목표는무엇이었습니까.

“가고싶은산에시간내서간다는거였어요.직업도있고가정도있으니까욕심내기가어려웠죠.고미영씨만나기전에8000m급봉우리4개를등정했고,60세되면8000m14개를다오르지않겠느냐생각했습니다.그런데너무제얘기만하는거아닌가요?”

▼이제고미영씨얘기를하겠습니다.두분이연인관계였다는소문이있던데.

“소문안나면제가병신이라고했잖아요.연인을뛰어넘은관계였던건맞습니다.나보다나은산악인도많은데그중에나를믿고인정해준사람인데,어떻게애틋하지않겠어요.미영씨가힘들어할때,걷지못하는상황이벌어진다면업고라도하산할테니걱정하지말라고그랬는데….1993년에베레스트등반하던외국산악인도같이온사람을살리다죽었는데,나를믿어주는동료를위해서내가왜못죽습니까.남자들사회는그렇지않습니까.다손가락질해도누군가나를믿어주면그럴수있는것아닙니까.”

▼히말라야8000m급봉우리14개를다오르고나서결혼식을올릴거라는보도가있었는데요.

“그렇게보도한언론사한테사과,다받았습니다.사실이아니에요.저도아내와헤어진사람이라문제될건없어요.미영씨가어떤마음을가지고있는지몰랐습니다.3년간그렇게붙어있어도이런감정은서로얘기해보질않았어요.미영씨가외향적이지만진정으로속마음을얘기한사람이없었던것같아요.물론내한테는이것저것많이얘기했죠.당뇨로돌아가신어머니얘기,산에서만났지만경제문제로이혼한남편얘기,앞으로만들고싶은등반학교얘기….제가미영씨네집으로상견례갔다는보도가나오는데,김장할일손이부족하다고해서갔던겁니다.

그런데이번에미영씨모친이그러시더라고요.작년여름에와서좋은사람이있다고그랬다고….사람들이저보러자기살궁리하려빠진다고하지만이게사실입니다.그래서연인이다아니다부정하기어렵죠.말이오가는과정에가족들은상처받겠지만….일이이렇게되지않았으면관계가발전할수도있었으니부정할수만도없습니다.”

▼생전에고미영씨는어떤사람이었습니까.

“당찬사람이었어요.집요하게전화해서다꾸려진에베레스트원정대에참여하겠다고하고,내려와서는히말라야14좌목록이적힌종이를보여주면서,이것이자기목표라고도와달라고하고.제가머뭇거리니까국제전화로회사에전화해김재수대장님이되었으면좋겠다고그러고,많습니다.자기가목표세웠다하면자기혼자만아는게아니라만나는사람에게다얘기하고,낯선사람에게도계획표에사인하곤‘제계획이이렇습니다’라고말하는사람이니까.

나는이산에두번오기싫다고,목표지점까지한번에가겠다고당차게웃는그런산악인이었습니다.이런후배를키우는것도의미있겠다싶어매니저가되었고요.삼겹살도참좋아하는사람이었습니다.저는구운돼지고기를못먹는데,미영씨는점심때고저녁때고구워먹었어요.과일캔도좋아하고,구운오징어는한마리씩가지고다녔어요.”

김대장은고미영씨를“등정하지못하고하차한후배에게에델바이스를십자수로만들어준따뜻한사람”이라회고했다.

▼고미영씨에게큰소리도치셨나요.

“로프를안전하게설치하지못한다거나,팔자로걸으면혼냈습니다.힘들면팔자걸음으로걷기쉬운데산악인은두발끝이조금안쪽을향하게걸어야합니다.로프에옷이찢어지거나넘어질수도있거든요.그러면큰사고가날수있으니몹시혼냈죠.평소서로경어를썼지만화낼때만큼은반말했습니다.그럴때면미영씨는아무말도안하고듣고만있어요.

메모한걸보니이렇게적혀있더라고요.같이있을때는든든해서좋았고,화를낼때는나를돌아볼수있는계기가되어좋았다고….그추운데서얇은면장갑하나끼고동영상촬영하고있는데,힘들다고협조안해도화냈습니다.힘들어도내가더힘든데고도가얼마고경사가얼마고지점이어디란것만말하면되는데…그래도알죠,미영씨힘든거.”

▼고미영씨의생전인터뷰말미에김대장님께감사하다는멘트가많던데요.

“같이산에올라도늘그림자취급받는절안쓰러워했던사람입니다.산에오르는것이힘들지만,아무런스포트라이트를받을수없는사람이자기도와주느라동영상찍는다면서손가락발가락동상걸리고,아무런영광도없이있는그사람을봤을때더힘들다고….인터뷰중에눈물비치던사람입니다.또생각나네요….나로서는그래도마여성산악인을하나키운다는보람이라도있지만…,외로움안느낀다면거짓말이겠죠….

계획부터등정까지많은걸이끌었는데,공식적인자리에가도인사도못받고,사진수만장을찍어도이름한자못올리고…그럴때마다옆에서저를챙겨주던사람입니다.저도나름대로세계초등(初登)도하고,한국초등도한적있는데소개할때마다제외되니까자기는따라간것밖에는없는데스포트라이트를받아미안하다고하던고마운사람이에요.등정하지못하고하차한후배에게도와준덕분에등정했다면서십자수로에델바이스를만들어주던사람이죠.”

▼그럼이제사고얘기를여쭙겠습니다.너무무리하게하다사고가났다고들합니다.

“무리가아닙니다.많은팀이한개만목표로해서가지않습니다.한산에올랐다가내려와도시에서며칠쉬고,다시헬기타고베이스캠프로가서며칠적응하다산에오르는게세계적추세입니다.사실한국에들어와여러스케줄을소화하는것보다현지에서머물다오르는게체력면에서더낫습니다.베이스캠프에서는현상유지만가능하기때문에보통은중간에도시로가서체력을보강했습니다.이런계획이무리라고생각했으면진작지적했어야합니다.

갈때조심하라한마디해놓고,이제와서내가조심하라그리일렀는데무리했다고말하는선배들은그렇게말할자격없습니다.나가기전에밥사먹으라고돈만원준적없고,지나가다우연히만나서야수고했다말한마디했으면서그렇게말하는게아니죠.자숙하고반성해야할때왜인터뷰하느냐고들하는데이부분을명확히하고싶기때문입니다.봉우리하나오를때마다1억원씩준다고해서그랬다는소문도도는데,내뭘보고회사에서돈을줍니까.원정경비만받았습니다.

사람이아까운겁니다.스포츠클라이밍빙벽등반을세계적인수준으로할수있는사람,히말라야고봉을2년6개월에11개오를수있는사람,생존해있으면세계적인영웅이될수있는사람입니다.정말로좋은도자기를만들었는데실수로깼습니다.이얘기밖에할수없어요.너무너무아까운사람입니다.다른사람하고는비교가안됩니다.10년,20년등반해온사람이아니라,뒤늦게시작해한분야의정점에있다다른정점으로가던중이었는데….”

▼오은선씨와과도한경쟁을했던점도지적되던데요.

“사진찍는분도다른사람보다더잘찍고싶은마음이안듭니까.글쓰시는분도그렇지않아요?미영씨도마찬가지입니다.같은일을하는사람이있으니더잘해보려는마음이들지요.프로는경쟁에서자유로울수없습니다.물론매니저가코치이니경쟁에서도잘할수있게이끄는점이있죠.등정계획을짜고눈길을내고그노력을영상으로기록하는게제일인데요.그렇지만계획을무리하게짜진않습니다.경쟁만이등정의목적은아닙니다.안전이최우선입니다.”

▼사고당시상황을다시말씀해주세요.

“7월10일오후7시11분에낭가파르바트정상에섰습니다.강한바람때문에하산이늦어졌고정상과캠프4사이에서고소포터가심한고소증으로전혀거동을할수없어서전대원이합심해고소포터를캠프4까지데려다주느라하산이더늦어졌습니다.캠프3에서캠프2까지는전루트가로프로연결돼있는데,캠프2의30m위쪽완경사지점에로프가묻혀있었습니다.먼저내려오면서그로프를드러내려고했지만3m만드러났고나머지10m는드러나지않았습니다.수많은사람이로프없이도내려왔기때문에저는먼저내려와뒷사람을위해물을끓이고있었습니다.미영씨가그지점을지나다신발밑의아이젠부분이옷이나다른쪽신발의아이젠끝에걸려서추락한것같습니다.”

▼구조과정은어땠습니까.

“사고다음날헬기로수색하는데,전날보였던시신이시야에서사라졌습니다.그주위를네바퀴돌고못찾아돌아가려는데,제눈에뭔가걸렸습니다.그래도미영씨랑나랑인연이있기는했는가봐요….구조하려고하는데구조하다또사고가날수있겠다싶었습니다.그래서헬기로구조하려고했는데파키스탄헬기회사쪽에서번복하는바람에3일만에우리가직접들어가게됐습니다.우리보다산오르는기술이없는파키스탄포터들이자기들이수습해서올테니1만달러를달라고했는데,차마못하겠더라고요.그사람들도인간이고우리도인간인데.그래서찾으러나섰습니다.

미영씨있는지점이(오전)9시반이후엔눈이녹아위험해질것같아딱계산해서다섯번으로나눠새벽3시에출발해로프를설치하면서들어갔습니다.첫번째두번째마디는박희용이란친구가하고,나하고같이있던후배윤치원이가그다음구간을하고,문철환이란친구가그다음구간하고,마지막구간은제가했습니다.미영씨의마지막모습은아무에게도보여주고싶지않더라고요.”

고미영씨는최강의스포츠클라이밍선수이자한국을대표하는여성산악인이었다.2001년스포츠클라이밍월드랭킹5위,2003년아이스클라이밍월드랭킹5위를기록했다.

▼왜보여주기싫었습니까.

“보여주기정말싫었어요.평상시에그좋은모습들만기억하라는의미도있고.예쁜모습보여주고싶지그런모습은….보니까반쯤만노출됐는데외상은없더라고요.가슴쪽에부종이있는걸로봐서,가슴아픈얘기인데,한두시간은혈액이돌았던것같아요.머리를다쳤으니고통은없는상태였겠지만,의학적으로그렇다고하대요.입술은까맣고,얼굴은햇볕에그을렸는데…많이변했더라고요.

그래서20년동안제가쓰고다니던분홍색모자를벗어서씌어줬어요.바라크바라고하는모잔데뒤집어씌우면얼굴이안보입니다.뒤를보니까함몰되어있더라고요.물이흐르는지역이니까그안에물이고여있었고….얼어있는상태라몸이묶여지지않았는데시간이지나니까부드러워졌습니다.근데제가미영씨랑첫등정하고나서사준목걸이가보이질않더라고요.그래서어디로떨어졌나했죠.액세서리가하나도없길래,고미영의m이고마운틴의m이라면서준건데,늘하고다녔는데….

그런데파키스탄병원에서남편이라고말하고,옷갈아입히는데그게딱나오는거있죠.그목걸이가일부러풀지않으면풀리지않는건데.미영씨가족들만나보여주고,다른건몰라도이목걸이는제가가지고있고싶다고했습니다.지금제가걸고있는게그목걸이입니다.코오롱,정말의리있는회사입니다.사람이보이질않아헤맬때도대표분이그러셨습니다.돈이얼마가들든지간에시신은찾는다고요.지금도고마움잊지않고있습니다.”

▼결과적으로대장님과함께2008년K2를등정한산악인4명이모두떠났습니다.

“미영씨영결식마치고(K2에오르다사망한대원3명의)1주기추모식에참석했습니다.머리를못들겠더라고요.참정말힘들더라고요….유가족이저놈아만가면사고난다그렇게생각할수도있는데,충분히그럴수있습니다.K2는자연재해고,미영씨는실수인데.내가떠민것도아니고잡아당긴것도아닌데….어느누가위로해도내귀에는안들어옵니다.스스로에게위로해야지….아버님돌아가셨을때는슬프긴했지만애석하다조금더살아계셨으면좋겠다했지,이렇게속에꽉남아있지는않았습니다.그래요,죄책감이나부채감,이런거있습니다.그후배들이나를안만났으면어떻게됐을지모르는일이니까….”

▼대원들이사고를당했는데도산이무섭지않습니까.

“위험하다는건알지만무섭지는않습니다.산은움직이지않습니다.눈사태때문에움직일수는있지만산자체는그대로거든요.저도정말로힘듭니다.작년에그랬고,올해그랬고….그래도내가여기서그만두면두번다시산을쳐다볼수없을것같고,산의바깥테두리에있는사람밖에안되고,등반을통해서그시련을잊어버리고싶습니다.”

▼그냥잊으면되지왜산에갑니까.

“저도가야하나말아야하나고민했습니다.부채감,그렇죠.못했던거를대신이라도해주자는생각.이걸로해서명예를얻자는게아니라,얘들이하고싶어했던등반을내가한번해보자,대신이라도해서거기에내가위안을얻자.어떻게보면이기적이죠.내가했지만너희가한것처럼생각하는거죠.히말라야를죽기살기로가고또가는게이해가됩니까.”

▼이번등반은혼자하십니까.

“부담스럽게다른사람데리고가고싶은생각은없습니다.마음이힘듭니다.나하고같이간대원이또문제가있으면나힘들어몬삽니다.차라리문제가있더라도나혼자죽지.혼자가더라도산에가면다른나라대원들하고같이다니겠죠.그큰산에혼자로프를깔수는없으니까요.그래도8000m산오르려면로프3000m를들고가야할겁니다.8월27일에안나푸르나로들어갑니다.미영씨가오르지못하고남겨둔봉우리세개를오를생각입니다.내년여름까지는다끝날것같네요.”

▼그러다사고가나면…

“말씀잘하셨습니다.각오하고가는겁니다.”

▼산에서목숨을잃어도괜찮습니까.

“괜찮기는하지만땅에서편안하게죽고싶습니다.”

▼산에오르는이유가뭔지모르겠습니다.

“사람마다산마다다르겠지만,산에올라가면서아무것도느끼는게없으면오히려산이아니죠.땀을뻘뻘흘리다모퉁이를지나바람을맞으면누구나시원하다고말합니다.작은것에감사할줄아는마음이드는거죠.큰산이나작은산이나오르고나면이런잔잔한만족감이듭니다.”

▼그럼왜큰산에갑니까.

“사업하는사람한테작게하지왜크게하느냐고묻는것과마찬가지입니다.느끼는감정은같지만성취감은다르죠.”

▼무슨생각을하며산에오릅니까.

“낙석,눈사태같은것들이나를피해갔으면좋겠다고생각합니다.안전에대해서도생각하고.그건히말라야오르는사람누구나마찬가지일겁니다.높은산에오르다보면고통스럽고,온몸에서힘이빠지고,주저앉고싶을때가한두번이아닌데,스스로주문을겁니다.‘한발은고통이고한발은희망이다’계속그렇게주문을걸면서갑니다.우울한마음으로산에오르진않습니다.내좋아하는산인데가서우울하면되겠습니까.”

▼신을믿습니까.

“나는종교는없지만나를관장하는신이분명히있다고생각합니다.나를관장하는신께감사합니다.”

▼일부러험한산에가는건아닌가요.

“더험한목표물을택할수는있습니다.그렇지만일부러위험한쪽으로가지는않습니다.안전을첫째로합니다.해외산악대에비해서한국은히말라야등산에치중한다고는하지만,우리는다른나라에비해40,50년정도뒤진,걸음마단계입니다.그러니우리수준에맞지않게외국과비슷하게가라는건죽으러가라는것과같습니다.그렇게가라고말하는사람은8000m를가보지않은사람들입니다.산소통을쓰는것도같은이유입니다.미영씨도처음몇번은신체를보호할능력을갖추기위해산소통을썼습니다.”

▼험한산에오르는산악인에대한부정적인시선이있습니다.

“세계각국이다하는겁니다.산악인이일을안한다고해서국가경제가안돌아가는거아닙니다.세계화에발맞추려면해야합니다.사람한테는각기제몫이있어요.산악인이이렇게등정함으로써사람들의도전의식을일깨울수있다고생각합니다.”

▼대장님에게산은무엇입니까

“산은삶의일부이면서전부라고할수있습니다.거기안가면왠지내가아무일도안하는것처럼느껴지고,소외된것같고,살면서뒤지는느낌이들어요.삶이무의미하다고할까.내가살아가는이유중90%이상이등산입니다.산이엄마품속같다던미영씨는자기가가장잘할수있고,가장즐겁게할수있는일이산에오르는것이라고했는데,저역시마찬가지입니다.32년동안등산을해왔으니까그자체가삶이된겁니다.내가아니어도할수있는사람은있습니다.그렇지만누구나산에오를수있지만아무나히말라야등반을할수있는건아닙니다.내가선택되었고,내가할수만있다면열심히하고싶어요.”

▼무엇을위해서입니까.

“내자신을위해서그렇습니다.전명예를위해다니는사람은아닙니다.나는나자신의삶을위해서산에갑니다.”

이혜민│동아일보신동아기자/’신동아’600호(p180~19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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