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후하산·하강조건좋아연중많은산악인들찾아
산을오르는이들이라면누구나즐겨오르는산이나암장이있을것이다.접근이용이할뿐아니라등반난이도에대한부담감없이언제든쉽게찾을수있는대상지말이다.몽블랑산군의샤모니에머물고있는필자에게는바로몽블랑뒤타퀼(MontBlancduTacul·4,248m)이그러한산이다.마치필자가서울에서생활할때즐겨찾던북한산과같다고나할까.물론산의모양새나높이등등모든것이서로다르지만필자에겐친근한산행대상지다.
‘꼬리’라는뜻이있는타퀼(Tacul),즉몽블랑뒤타퀼은알프스의최고봉몽블랑의북동쪽끄트머리인꼬리부분에위치해있다.등반에대한부담감없이찾을수있는산이라고는하지만이봉우리의동면에는1,000m높이의수많은벽과쿨와르가병풍처럼펼쳐져있다.필자는이동벽에서세루트를등반했으며모두멋진등반이었다.하지만필자가즐겨찾는곳은북면이다.바로삼각형형상을한,그다지높지않은350m높이의북벽으로서많은알피니스트들에게보다큰알프스의북벽등반을위한좋은훈련장소가되고있다.
한편몽블랑뒤타퀼의정상을오르는가장일반적인루트는삼각북벽오른편의북사면이다.정확한기록을해두지는않았지만필자는삼각북벽을십여회등반했으며,정상등정은대여섯번했다.이렇듯몽블랑뒤타퀼은에귀뒤미디전망대에서접근이용이할뿐아니라다양한난이도의등반코스들이있어누구나자신의수준에맞게등반을즐길수있는대상지다.
지난해가을이었다.이제여름시즌이끝나설원에는텐트가몇되지않을무렵이었다.분주했던여름시즌후의한가함을즐기기위해설원에텐트를쳤다.마침시간이맞아동행한이는김동애씨였다.하여우리는몽블랑뒤타퀼에오르기로했다.일반루트인북사면이아닌삼각북벽을등반해정상에다녀오기로말이다.
이른아침,한짐가득짊어지고에귀디미디에오른우리는북동리지를조심해서걸어내렸다.아무리자주오르내린길일지라도많은짐을진상태에선칼날설릉이조심스럽기만했다.바짝신경을곤두세웠다.이윽고타퀼쪽으로방향을틀어설원에내려섰다.등반시즌이끝나가기에설원에는텐트가두동밖에없다.적당한곳에짐을풀어놓고곧바로등반장비를챙겼다.오후시간을그냥무료하게보내기싫었기때문이다.
등반장비를잔뜩지고설원을가로질러삼각북벽아래에당도했다.오르고자한곳은저먼걸리(GermanGully,II/4급)좌측의믹스등반루트다.정오가지난시간이었기에정상까지다녀올여유가없어오를만큼오르고자일을이용,하강할심산이었다.삼각북벽은등반중탈출또한용이한편이다.
첫피치는좁은빙벽으로이어져있었다.물론확보는좌우의바위벽에형성되어있는크랙에캠을설치해자일을통과시켰다.이미올라본경험이있어등반은어렵지않았다.곧이어김동애씨도어렵지않게올랐다.6,000m급히말라야벽등반후,곧장이곳에왔기에고소장애라곤느낄수없다며수월하게등반하는모습이보기좋았다.오를수록확보조건이불량하고벽의경사도도급해졌지만4피치까지즐겁게오르고다음날의정상등정을위해등반을마무리하고캠프로돌아왔다.
즐겁게저녁식사를한후일찍잠자리에드는데바깥날씨가심상치않았다.텐트밖을보니밤하늘에구름이빠르게흩어지고있었다.일기예보에다음날까지날씨가괜찮을거라했기에마음을놓았다.
밤새바람소리에몸을뒤척이다일어났다.아침해가구름에가렸다나타나곤했다.바람또한거셌다.하지만등반을결행하기로하고우리는캠프를나섰다.콜미디를지나북벽아래로접근했다.찬바람이뺨을세차게때렸다.가루눈이서쪽에서동쪽으로휘몰아날려고개를숙이며걸었다.그래도벽에붙으면괜찮겠지하며벽아래로전진했다.
우리가오를루트는삼각북벽왼편에위치한콘타민-그리졸(Contamine-Grisolle,II/AD급)루트다.서너번올라이루트에대해훤히알고있는상태라등반중에혹날씨가나빠져도부담이없는루트다.
초입부의긴설벽쿨와르는어렵지않았다.이날이북벽에는우리외에오르는이가아무도없다.호젓한등반을즐길수있음에기뻤다.60m자일을길게늘어트리며함께올랐다.곧쿨와르상단부의바위통로아래다.한구간의오버행을지나야하기에자일확보를봤다.후등자뒤로구름이몰려오고있었지만여전히좋았다.저멀리그랑조라스와당뒤제앙,그리고훨씬좌측으로는에귀베르트가한눈에들어왔다.즐거웠다.이렇게시간에쫓기지않고등반을즐긴다는자체가좋았다.
이제부터믹스지대다.오른편으로바위지대를넘었다.바위사이에듬성듬성나있는아이젠자국을따라믹스지대를오르고또올랐다.곧이어넓은빙사면이나타났다.이즈음에서후등자를기다리며자일을당겼다.
빙사면위에선두피치더믹스지대가나타났다.어렵지않게바위들사이에난얼음통로를올랐다.암각에슬링을둘러자일을통과시키며계속올랐다.후등자도함께올랐다.이렇게동시등반을하며시간을절약했다.이제정상으로이어지는능선에접어들었다.가능한한빨리올랐는데,오를수록구름이짙어졌다.급기야구름이우리를에워싸버렸다.이런상황에서는등정을포기할수밖에없다.할수없이하강지점을찾았다.
일단삼각북벽의최고점까지긴빙설사면을올랐다.60m자일로길게서로를확보하며조심해서올라마침내북벽꼭대기에이르렀다.두어번이지점에서하강해본경험이있어어렵지않게하강지점을찾았다.보송빙하가내려다보이는서쪽끄트머리에위치해있었다.도중에암각에슬링을걸며60m자일두동으로세번하강하여쉐르(Chere)루트상단에이르렀다.삼각북벽에서하강지점이가장잘완비되어있는루트라이후용이하게하강해벽아래에내려섰다.
캠프에돌아오니정오밖에되지않았지만날씨가나빠졌다.그렇지만정상에오르지못했기에곧바로하산할순없었다.문제는식량이었다.다음날아침까지만준비한탓에할수없이식량조달을위해필자만샤모니로내려가기로했다.설원을가로질러에귀디미디전망대에거의다오르자눈이내렸다.그날밤새눈이내렸으며,다음날도눈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