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파원 르포] 여름 백두산 *-

[특파원르포]여름백두산

“많을땐하루에천명!능선길에줄을서서갑니다”
백두산산행의베스트셀러,서파~북파종주코스답사

백두산트레킹은외국여행이다.‘민족의영산’이라는극존칭으로기억되는산이지만,비자를받고비행기를타야볼수있는타국의명승지인것이다.그러나이런아쉬움과불편에도불구하고매년여름수많은우리나라의등산애호가들이백두산을찾는다.다른나라의관광지가되어버렸지만,여전히우리에게의미있는산이기때문이다.

휴가가절정인8월첫주말,오지로여행사가주관한‘엄홍길대장과함께하는백두산트레킹’에동행해백두산을찾았다.이번산행에는엄홍길대장과여의도고등학교동문모임너섬산악회회원14명등총32명이참가했다.

▲백두산화구외륜의능선길을걷고있는등산인들.수많은우리나라동호인들이매년여름백두산을찾고있다.
“백두산트레킹손님은전부한국에서오신분들입니다.여기중국사람들은아직등산이나트레킹에대한개념이없어요.최근들어대도시부근의작은산에서산책을하는사람이많이늘었는데,백두산처럼큰산을오르는데는아직관심이없습니다.하지만분명히몇년만지나면중국사람들도트레킹을시작할겁니다.”

백두산현지에서만난조선족가이드강호동(별명)의설명에고개가끄덕여졌다.중국의발전상은어제오늘의이야기가아니지만,레저문화에도변화가오기시작했다는것은상당히놀라운사실이었다.연변의조선족가이드들이산악회비슷한조직을만들고활동한다는소식도흥미로웠다.이제백두산에서등산을즐기는중국인들을볼날도머지않은것같다.

▲청석봉직전의안부로내려서고있는엄홍길대장과일행.
서파개발되며엄청난관광객몰려

중국의자연공원관광지는사람이가는곳이라면어디라도도로와케이블카,계단등으로마무리하는것이특징이다.우리처럼흙길을드러내거나자연그대로두는곳은많지않다.심지어산꼭대기능선의암릉에도계단을내고쇠사슬을설치할정도다.백두산도예외는아니다.천지북쪽인북파지역에는지프차를타고천지까지오를수있는포장도로가나있다.최근에개발이마무리된서파지역도차가다니는포장도로가천지바로아래까지이어진다.

“백두산서파지역을찾는사람들은거의모두가주차장에서천지화구능선까지만오르고갑니다.그곳에있는5호경계비가북한과중국의경계인데부근에서사진만찍고내려오는거죠.그게이곳스타일의백두산관광입니다.”

천지바로밑까지셔틀버스운행

▲(위)서파주차장에서5호경계비로이어지는돌계단을오르고있는관광객들.(아래)백운봉으로이어지는능선길에서본천지.

백두산관광은중국의어떤국립공원보다많은비용이드는곳이다.입장료도비싸고교통비와숙박료도만만치않다.하지만중국정부가정책적으로백두산(중국에서는장백산이라부른다)을대내외에집중홍보하며엄청난관광객을끌어들이고있다.그만큼투자가늘어나공원내시설은좋아졌지만,물가가오르고혼잡해진것도사실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이주로즐기는백두산트레킹은입장료외에도별도의트레킹비용이추가되고현지가이드도고용해야한다.도시락을따로싸가지고가야하는것은물론이다.백두산에서가장고급스런관광이바로서파~북파를종주하는트레킹인것이다.

중국길림성의장춘공항에서출발해송강하에서하루를묵은다음백두산산행기점인서파에도착했다.최근에개발된백두산서파지구는아직은숙박업소와식당등의기반시설이충분하지않다.하지만공원내에는방문자센터와셔틀버스시스템,야영장과식당,휴게소등의시설이거의완비되어있었다.향후숙소까지완공되면서파지구는백두산산행기점의역할을톡톡히할것으로예상된다.

산을연상케하는커다란목조건물인방문자센터에는‘장백산(長白山)’이라는글자가선명하게새겨져있었다.방문객은반드시이곳의산문(山門)을통과해백두산으로들어가야한다.출입구를지나숲사이로난데크를통과하면넓은주차장이펼쳐진다.천지바로아래까지오르기위해서는이곳에서셔틀버스를타고이동해야한다.

차창밖으로짙은원시의숲이한동안펼쳐졌다.버스는시원하게뻗은도로를20분쯤질주하다가잠시휴게소에멈췄다.대형식당과야영장등을갖춘이곳에향후숙박시설도건설될예정이다.휴게소를조금지난곳에서길은두갈래로나뉜다.오른쪽길은금강대협곡으로이어지고왼쪽은천지로연결된다.

천지로오르는도로주변분위기가산자락아래와는완전히달랐다.나무가점점성글어지더니이내사방이초원으로변했다.설악산높이인해발1,700m가넘으면서광활한산록전체가나지막한관목과풀만남게됐다.전형적인백두산의광활하고장쾌한풍경이펼쳐졌다.

구불거리는도로를타고관광객을실은버스들이줄지어오르고있다.이곳서파에만100대가넘는셔틀버스가산문에서천지까지운행한다.하지만성수기에는버스를타기위해줄을서서기다려야할정도로탐방객이많다.교통이좋아지면앞으로더욱많은사람들이이곳을찾을것으로예상된다.

▲백운봉안부에서고산화원으로내려서는계곡길.
서파주차장에도착한버스에서사람들이쏟아져나왔다.구름에가려보이지않는산봉을향해놓인가지런한돌계단이인파로넘실댄다.해발2,000m가넘는구름가득한고지는몸서리가쳐질정도로춥다.배낭을챙기고곧바로사람들사이에섞여천지를향해오른다.

대부분중국사람들이지만간간이우리나라관광객도눈에띈다.일행이긴행렬에섞이며누가누군지알수없는상황이됐다.좁은길에오르는이들과하산하는사람들이얽히고설키며난장판이다.중간중간가마까지지나다니며길밖으로밀려나우두커니서있기도했다.

주차장에서5호경계비가서있는화구외륜능선까지는30분정도걸렸다.경계선너머의북한땅은중국군인이지키고서있어들어가지못했다.오늘은관광객이많아문제가생길까봐근무를서는것이라고했다.능선너머천지가보이는곳에는군인들이머무르는작은천막도있다.국경다운긴장감은없었다.

구름이노래를부르고있다.바람이지나가며곱고하얀물알갱이를온몸에뿌렸다.백두산을오르는사람들은늘안개와의조우를염두에둬야한다.맑은날을보기힘들정도로여름백두산의기후는변화무쌍하다.그래도일행이능선에올라섰을때구름이걷히며천지가보이기시작해다행이었다.

여행후에남는것은사진뿐이라는이야기가있다.천지를배경으로기념사진을찍느라한바탕소란스럽다.게다가이번산행은우리나라의대표적인산악인엄홍길대장이함께하고있어더욱의미가깊었다.너도나도엄대장과함께촬영을하며추억을만들었다.

구름속을들락거리는천지구경을마치고북쪽에솟은마천우(2,691m)를향해출발했다.등산로입구에서관리소직원이허가서를확인하고인원을체크했다.이날서파에서북파로종주를하는인원은250명정도.거의모두가우리나라팀으로트레킹전문여행사의손님들이주를이루고있었다.많을때는하루에1000명이입산한다고하니그수가엄청나다.

길은단한줄기뿐이다.하지만산행경험이많은이들도만만히볼수없는곳이백두산이다.수시로밀려드는구름탓에잠시만길을벗어나면조난을당할수있다.안개가심할때는바로앞의손이보이지않을정도로시야가나빠진다.산길한쪽은천지로떨어지는벼랑이요,그반대편은특징없는평원을거쳐끝을알수없는수림지대로이어진다.이런상황에앞사람을놓쳐길을잃으면닷새를걸어도사람하나볼수없는정글로들어가게된다.

“절대대열을벗어나지마십시오.선두의가이드를추월해서단독행동을하는것도금물입니다.길을잃으면그자리에그대로계십시오.30분마다인원을체크하니1시간이내로가이드가찾아갈겁니다.”

▲1.백운봉오름길.행렬의선두에서엄홍길대장이일행을이끌고있다.2.장쾌한물줄기를과시하고있는장백폭포원경.3.백두산은산길주변에지천으로핀야생화를보는재미가있다.


주의사항을듣고본격적인백두산트레킹을시작했다.마천우오르는짧은비탈길을지나가파른능선에올라서니천지전체가조망되는넓은공터가펼쳐진다.때마침맑은하늘에서쏟아지는햇빛이주변을환하게밝혔다.많은사람들의입에서감탄사가튀어나왔다.

“여기오신분들은운이참좋은겁니다.백두산트레킹하면서이렇게깨끗한모습의천지를보는게쉽지않아요.현지가이드도세번에한번정도볼까말까한것이천지입니다.”

물론약간의과장이섞였고,분위기를맞추려고한말이라는것은알지만기분은좋았다.즐거운마음으로천지를구경한뒤발길을재촉했다.청석봉에서백운봉으로가는내리막길은약간길고위험했다.특히흘러내리는돌들이쌓여있는곳이라낙석이많았다.조심스레길을더듬어안부에닿았다.

청석봉과백운봉사이의안부에서본천지의모습또한장관이었다.주변을둘러싼산봉들이얼굴을내밀며잔잔한호수를더욱돋보이게했다.하지만북녘땅의최고봉인장군봉은끝내구름속에잠겨있었다.부족한2%의아쉬움을마음속에접어두고백운봉서쪽의고산화원으로내려갔다.

고산화원은백두산서파~북파종주의중간휴식처역할을하는곳이다.이름그대로사방에야생화가피어있는초원지대다.게다가이곳의계곡에는식수로사용할수있는깨끗한물이흐르고있어점심식사장소로도인기가있다.우리나라사람들로붐비는고산화원은도봉산마당바위같은분위기였다.

새롭게건설된서파출입구.
고산화원에서백운봉(2,630m)으로가는구간은백두산트레킹의최대난코스다.너덜지대의긴오르막에서해발2,000m가넘는고산의힘겨움을충분히체험할수있다.턱밑까지차고오르는숨을진정시키며비탈길을거쳐날카로운능선에올라섰다.남쪽으로고산화원일대의너른초원이한눈에조망되는곳이었다.하지만다시금구름이짙어지며시야가엉망이됐다.서둘러백운봉을넘기위해발길을재촉했다.

백두산의기후는역시예측불허였다.백운봉에닿을즈음갑자기하늘에서천둥소리가들리더니굵은빗방울이떨어졌다.지나갈비가아니었다.서둘러비옷을꺼내입고대열을재정비했다.카메라도아예배낭속에집어넣어버렸다.악명높은백두산의낙뢰사고를피하려면전기기구사용은금물이었다.

백운봉정상을우회해곧바로녹명봉(2,603m)의바위지대를통과하니다시길은평탄해졌다.널따란산록에선을그은듯한단조로운산길을통과하니용문봉(차일봉)밑의작은움막이나타났다.이곳에서한잔에천원짜리커피와식빵으로허기를달랬다.

빗방울이잦아들었지만여전히하늘은잔뜩찌푸린상태다.천둥소리가멀어졌어도언제낙뢰가떨어질지몰라불안했다.서둘러짐을정리한뒤북파로향했다.초원이끝나고날카로운능선에올라서니하얀물보라를토해내고있는장백폭포가나타났다.천지의물이바로이폭포를통해지상으로떨어지는것이다.잠시장백폭포감상에넋을놓고있다가또다시전진했다.

좁고날카로운능선을지나가다오른쪽급사면으로방향을틀었다.바로발아래북파주차장이내려다보이는곳이다.계속해능선을타면소천지까지갈수있다.하지만산문으로가는셔틀버스시간을맞추려면여기서내려서야했다.지그재그로난산길은가파른데다미끄러워상당히조심스러웠다.돌도구를수있는위험한곳이었다.급경사를통과해목조데크를타고가다다리를건너니목적지인주차장에닿았다.

오전9시경출발해오후5시를넘겨산행을끝냈다.중간에비를맞아점심먹을여유도없이강행군을해야했다.그래도대한민국산꾼이라면한번쯤가봐야할곳을무사히다녀왔다는안도감에마음이편하다.또한천지가보여준광활하고아름다운풍광도잊을수없다.백두산을민족의영산으로손꼽는이유를두눈으로확인했던산행이었다.

산행길잡이
비옷필히챙기고낙뢰주의해야

백두산산행은거의여름에한다.이시기가백두산을오르기에가장알맞은날씨와환경이된다.눈은완전히녹아길이확실하고기온도비교적높게올라간다.하지만백두산은해발2,000m가넘는고산이라한여름에도서늘하다.구름이끼고비라도내리면추위를걱정해야할정도다.여름백두산에갈때,늦가을산행채비를해야하는것은이런이유때문이다.

백두산의산행시즌은6월부터9월까지넉달이지만7~8월이최고성수기다.6월은아직겨울이완전히물러가지않았을때고,9월이면이미가을이시작된것이나다름없다.백두산의볼거리인야생화는7월중순경이가장좋다.8월로넘어가면꽃의개체수와종류가급격히줄어든다.하지만7월에는날씨가불안정한때가많다.그러나백두산은일기예보가무의미한곳이라고봐도좋다.해가쨍하고뜨는날은드문편이고,천둥번개가치고구름이끼는날이대부분이다.백두산을찾을때는비옷과보온의류가필수다.

산행코스는북파에서천문봉을오르는길과서파~북파를연결하는종주코스,천지물가로내려가는코스등몇가닥이있다.백두산트레킹의베스트셀러는서파~북파12km능선길을종주하는것이다.천문봉오르는길은이제차를타고오르는관광코스로정착됐다.산행에걸리는시간은중식을포함해총10시간정도.오전7시30분에서파산문을개방하고셔틀버스를운행하기때문에,그시간에맞춰산행을시작한다.북파주차장에서산문까지운행하는셔틀버스도오후5시30분이면끝난다.

백두산산행은트레킹전문여행사들을이용하는것이편리하다.오직백두산만전문으로가이드하는업체도있다.오지로투어(02-773-5950),혜초트레킹(02-6263-2000),산이좋은사람들(02-2268-2744)등에서다양한백두산프로그램을취급한다.

>>주변의명소들

금강대협곡|용암이흘러내린깊은계곡

▲금강대협곡.
서파의대표적명승지로백두산이화산폭발을일으킬때용암이흐르던자리가오랜세월풍화에씻겨이루어졌다.천지에오르는도중에나오는휴게소부근삼거리에서남쪽방향으로10분정도가면대협곡입구다.협곡주위로는원시림이장관을이루고있으며바닥에는맑은물이흐른다.금강대협곡은평균폭120m,깊이80m로그길이는10km나된다.

이물은급하게흘러급강(急江)이라고도부르는데,그아래만강(漫江)이라는하천과마을이있어서대조를이룬다.협곡까지가는도로에는곳곳에제자하(梯子河)라는작은협곡들이패여있는것을볼수있다.협곡을지나더오르면금강폭포(錦江瀑布)로가는길이있다.이폭포는서파지역에서가장큰규모로30m와40m,2단으로떨어져장백폭포의길이를능가한다.

▲(왼쪽부터)두메양귀비.말나리꽃.구름패랭이꽃.자주꽃방망이.


왕지(王池)|호수로가는길은야생화천지


왕지(王池)는서파지역의대표적인호수로서서파의산문을지나산악지로오르기직전에위치하고있다.이연못은청나라시조인누루하치가전쟁에서부상을입고피신했던곳으로호수의물로상처를치료했다는전설이전해오고있다.왕의연못이라는이름은그런연유로생겨났다고한다.

서파산문에서15분정도거리에왕지로들어가는갈림길이있다.여기서왕지입구까지는다시소형버스를갈아타고5분이면접근할수있다.입구에서왕지까지1.2km구간은널빤지를깐탐방로가조성되어있다.왕지로들어가는초원지대는서파에서도알아주는야생화꽃밭이다.왕지는이도백하코스의소천지와크기가비슷한연못이다.이꽃밭길에서는들꽃너머로백두산의전경을볼수있다.

-글·사진김기환차장/월간산9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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