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즐거움20선]<12>유럽의걷고싶은길
《걸을때세계와나사이의거리는좁아진다.걷는동안나는세계의관찰자가아니라,세상의일부가된다.풍경속으로들어가풍경이된다.걸을때내몸은진화한다.걷다보면발이절로나아가는순간이온다.내의지로몸을끌고가는게아니라몸이나를이끌고간다…몸과마음,육체와영혼이하나가되어조화롭다.》
공항서마주칠첫남자와결혼하리
저자는2003년부터지금까지걸어서세계를여행하며책을써왔다.책‘소심하고겁많고까탈스러운여자혼자떠나는걷기여행’으로혼자떠나기를두려워하는싱글여행족(族)에게용기를준데이어‘유럽의걷고싶은길’을통해서는여행을통해겨우배운나를긍정하고타인을긍정하고현재를긍정하는법을말하고싶었다고한다.
저자는2007년한해잠시떠돌이생활을멈추고스페인에머물렀다.스페인어공부가목적이었지만공부만하다보니금세발가락이간질간질했다.결국다시짐을꾸려석달간유럽여행을떠났다.이책에는그가이탈리아의토스카나와돌로미테,프랑스의샤모니와몽생미셸,아일랜드의위클로웨이등유럽의유명도보여행지를걸은기록이담겨있다.
부푼마음에여행을떠났지만대부분가족끼리여행하는유럽에서나홀로여행자가겪는외로움은컸다.그는‘인도와네팔에서,중동에서,아프리카에서나는늘혼자여행하는아시아여자라는이유만으로뜨거운관심을받고는했는데,이곳에서는누구도내게말을걸어오지않았다’라고썼다.얼마나외로웠으면,아일랜드의위클로웨이를걷는중에는‘돌아가는길에공항에서마주치는첫번째남자와결혼하겠다는선언이라도하고싶었다’고한다.
타고난‘길치’인탓에수시로길을잃었다.스페인의카필레리야에가기위해수십번길을물었지만막상도착한곳은카필레리야가아니라카필레이라였다.그에게차를태워주겠다는운전자도있었지만그녀는거절했다.‘걷기여행’원칙을지키기위해서다.
그가계속여행을떠나는것은여행지의경이로운풍경,맛있는현지음식,여행지에서마주치는뜻밖의벗들때문이다.저자는이탈리아의돌로미테산자락을트레킹하며산봉우리가운데하나인트레치메를봤을때의경이로움을이렇게표현했다.‘트레치메의저녁얼굴을만나기위해테라스로나갔다.듣던대로말로는표현할수없는아름다움이다.해가저무는기울기에따라바위의색깔이점차변해간다.점점더붉게달아올라마침내는장미꽃봉오리로피어난다.’
스페인의안달루시아의숙소에서는정원에서갓딴야채로만든신선한음식을대접받았다.레몬후추소금드레싱을뿌리고고수를얹은샐러드,마늘과매운고추를얹어구운가지와토마토요리,올리브오일과발사믹식초를넣어볶아해바라기씨를뿌린밥,레몬소스를넣어볶은오징어,수박요구르트와과일셔벗,이지역에서만든와인이저녁한끼였다.정원에서저녁을먹은뒤촛불을켜놓고집주인부부와이야기를나눴다.저자는이를‘마법같은시간’으로표현했다.
홀로걷는여행은외롭지만그의여행은계속될것이다.스코틀랜드웨스트하일랜드웨이를걸은뒤그는이렇게적었다.‘끊임없이길을잃고,반복적으로위축되고,자주외로움에흔들리면서도계속걷는나.마침내는공포에덜미를잡히는신세까지됐지만그래도내일이면다시길위에설것을믿는다.포기하지않고,좌절하지도않고,그저묵묵히걷고또걷는나.어제의나에비해얼마나강해졌는지.’
-◇유럽의걷고싶은길/김남희지음/미래인-글/이지연동아일보기자-
『소심하고겁많고까탈스러운여자혼자떠나는걷기여행3:중국․라오스․미얀마편』
걸어서가는길이국경을넘게되면,두가지풍경을보여준다.하나는익히들어알고있는국가이미지가그곳을살아내는개개인들에게어떠한영향을미치고있는지그가냘픈실마리이고,다른하나는국가이미지와상관없이그들역시도‘사람사는곳다그렇지’하는정겨움이다.낯선곳을여행하면서얻을수있는유익중에커다란것이,아마도이‘사람사는곳’의차이와동질성을확인하는것이지않을까싶다.
그리고낯선곳이아닌,내가발딛고살아내는현실이다른곳에어떻게다르고어떻게같은지를확인함으로,하나의지표를발견할수있다는데,큰유익이있는것이지않나싶다.나역시도소심하고겁많고까탈스럽기까지하고걷는것도좋아하지만저자와다른건,난혼자걷는것에대해서는아직관성이붙질않아서작정하고걷지않는이상도무지내키지않는다는데있다.
저자는이제‘여자’앞에붙은화려한(?)수사는생략해도될것같다.소심해서겁이많아서까탈스러워서책제목에갖다붙여놓은것같은데,혼자여행하는관성이붙은걸로볼땐충분히대범하고용감하고관대하다.이방인의신분으로불쑥찾아들어숙식을요구한다는건,읽기좋으라고그러는지몰라도좀처럼대범하고용감하고관대하지않고서는쉽지않은일이다.
무서워무서워하면서새로운무언가를찾아도전하며부딪히고보자는태도는,소심한것도아니고겁이많은것도아니고,결코까탈스러워서는될수없는노릇이다.불안한환경에서잠을이룰때면호신에만전을기한채잠을뒤척이고,다음날깨어서는그런자신의괜한불안과의심을탓하고는하지만,그것조차안하면그게어디사람이겠는가?
정작무서운건외부의위험도아니고,자기방어를위한만반의준비를하는나약함도아니고,여자라는성별도아니다.눈치보느라,폐끼칠까봐지레시도조차하지않고피해가는것일터인데,내가딱그런꼴이다.‘사람사는곳’다그렇다고는하지만,내가터잡고있는환경에서갖춰야할예의범절따위로가능성을제한하고,의심과불안속에서편안함을추구하고있기에,나는김남희가걷기여행을통해배우는그것들을그저탐내고있을뿐이다.
나는언제쯤미지의세계,그것이지리적영역이건학문적영역이건미적영역이건종교적영역이건간에,나는좀처럼지금발딛고있는이곳에서벗어나질못한다.기행문을잘읽지않았는데,언제부턴가기행문을종종읽게된다.어쩌면내가딛고있는현실이점점고착되어,나에게일종의편안함의유혹을선사하고있는지도모르겠다.
‘집떠나면고생’이라는말을체질적으로습득하고있는지도모를일이고.아,그러고보니내가중고등학교때가출하는친구들속에서하고는했던말이떠오른다.“집은왜나가고지랄이야.밥먹여주고잠재워주는데.”어쩌면나는,끔찍한보수주의자인지도모르겠다.
–김남희지음/미래M&B/2006년-
-김남희의《여자혼자떠나는걷기여행1》중에서-
그길에서는
늘예기치않았던
만남들이기다리고있었다.
이모든만남은걷고있을때찾아온다.
걷다보면생각은담백해지고,삶은단순해진다.
아무생각없이,걷는일에만몰두하고,걸으면서
만나는것들에게마음을열고,그러다보면
어느새길의끝에와있는것이다.
‘모든만남은걷고있을때찾아온다.’
그러므로걸어가는길을잘선택해야합니다.
어떤길을걷느냐에따라만남이달라지게되니까요.
어두운골목길을걸으면아무래도취객을만나기가쉽고
아름다운호숫가를거닐면시인을만나기쉽다.
자신이걷는길을어떻게선택하느냐에따라
만남도갈리고인생길도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