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시간만걸으면조망좋은4,000m고봉정상에도달
이산군은크게다섯구역으로나뉜다.그중하나가체르마트와자스페를가로막는4,000m급봉우리4개가남북으로이어져있는알라린그룹(AllalinGroup)이다.이그룹에서북쪽두번째에위치한봉우리가알라린호른(Allalinhorn·4,027m)이다.알라린호른은라틴어의‘Aquilina’에서유래한말로서‘작은독수리’라는뜻을가지고있다.스트랄호른(Strahlhorn·4,190m),림프피쉬호른(Rimpfishhorn·4,199m)과알푸벨(Alphubel·4,206m)로이루어진알라린그룹에서알라린호른이제일낮고등정이가장쉬운봉우리일진모르지만어디서보나당당한4,000m단일봉우리로서의위엄을갖추고있으며정상에서뻗어내린각능선아래에4개의빙하를거느리고있다.발레산군의중심부에위치해있어경치가아름답고현대문명의이기로쉽게오를수있는메트로알핀(MetroAlpin·3,500m)에서어렵지않게오를수있기에알파인등반초심자들이즐겨찾는4,000m봉우리다.
곧이어관광정보센터에서날씨를확인했다.구름이많고오후에는눈비가내릴가능성이높다고한다.오늘묵을브리타니아산장(BritanniaHut·3,030m)까지는그리험하지않기에어쨌든출발하기로하고배낭을짊어졌다.
등산장비점이나기념품가게,식당들이즐비한중심가를지나는데성당앞광장에실물크기의동상하나가세워져있었다.바로이마을을지금처럼풍요로운산간휴양지로성장시킨요셉임셍신부다.19세기중엽에부임한그는혼신의힘을기울여지역발전에매진,길을닦고호텔을지어관광객이나등산객을유치한인물이다.
곧이진기씨가족과헤어진우리는마을을벗어나펠스킨(Felskinn·2,991m)행케이블카역으로향했다.야생화가만발한야트막한오르막을올라케이블카역에이르렀다.금방이라도비가내릴듯한날씨라대형케이블카에는우리외에두세명의관광객뿐이었다.
잠시후해발3,000m가까운케이블카역을나오니하늘이어둡다.여기서우리는브리타니아산장으로향했다.스키슬로프처럼완만하게눈덮인넓은길을따라남쪽산비탈을돌아갔다.마침내싸라기눈이내렸다.서너명의트레커들이마지막케이블카를타기위해급히지나가자더이상인적이없다.제법내리는눈에대비하기위해배낭을내려놓고복장을고쳐입었다.한동안질퍽이는눈밭을걸어한시간이채걸리지않아산장에이르렀다.
알라린호른의북동쪽,힌터알라린의동쪽지릉에위치한산장은돌로견고하게지어진모양새가몽블랑산군의여느산장과는달리특이하다.산장에는많은산악인이와있었지만우리둘을위한자리는충분히있었다.
저녁이되자눈은더이상내리지않았지만저녁내내짙은구름이주변의4,000m봉우리들을에워싸고있었다.혹시나구름이걷혀멋진일몰을맞이할수있을까기대했지만허사였다.마음을접고일찍잠자리에들었다.
자정즈음잠시밖으로나와밤하늘을보니여전히구름이많았다.침상으로돌아가얼마있지않아알람시계가울렸다.새벽3시였다.원래의등반목표였던동북릉(Hohlaubgrat)에오르기위해선이시간에일어나출발해야했지만우선밖으로나가날씨부터확인했다.여전히짙은구름이낮게깔려있었다.급기야동남쪽하늘에선번개마저번쩍였다.할수없이출발을미루고침상으로돌아왔다.또다시한시간후에바깥날씨를확인해도마찬가지였다.할수없이등반계획을변경했다.동북릉으로정상에올라노멀루트인서북서리지로하산하는계획을바꿔노멀루트로오르기로하고느긋하게움직이기로했다.
새벽5시,날이밝아왔다.동쪽하늘의뭉게구름뒤로서광이어렸다.주변산들의윤곽이드러나더니처음에는천천히,그러나가차없이어둠은그위력을잃어갔고하늘을가로질러갖가지색들이펼쳐졌다.마침내구름위로태양이모습을드러내자산장주변에두텁게깔린구름이분주하게걷히기시작했다.
신선한공기가하루의시작을도왔지만새벽3시에동북릉으로출발하지않은데대한후회가막심했다.그래도어디로오르든하루의시작은기대가된다.하루의시작은산장주변풀밭에나타난산양이나그위를배회하는갈까마귀에게도마찬가지였다.산양들은미네랄섭취를위해선지마른바위를열심히핥고있었다.모두들자신의삶을열심히사는모습이다.
우리또한배낭을꾸렸다.노멀루트인서북서리지로오르기위해선다시펠스킨으로가야했다.전날지나온진창의눈밭길은간밤의기온에도얼지않아질퍽였다.메트로알핀행첫차시간을알지못해무작정왔더니한시간이상기다려야했다.복도에서차한잔을끓여마시고도시간이남았다.또다시아쉬움이밀려왔다.새벽에마른번개만보지않았어도차츰날씨가좋아지는지금은동북릉으로정상가까이등반하고있을텐데하는후회다.
아침8시가가까워지자메트로알핀행첫차를타기위해자스페에서올라온산악인들과브리타니아산장에서함께묵은이들이도착했다.모두알라린호른에오를모양이었다.펠스킨에서메트로알핀까지는바위를뚫고건설된케이블산악열차를이용한다.약70도경사도의바위터널에바퀴가달린열차가케이블에매달려움직였다.
곧이어3,500m고지에위치한메트로알핀전망대에이르렀다.전망대로나가자마자눈밭이기에실내에서모두장비를착용했다.많은이들이불필요한장비를보관함에두기에우리도동전을찾아동북릉등반을위해준비했던일부등반장비를보관해두었다.
아이젠을신고출발이다.한동안스키슬로프를따라걸었다.이곳은여름에도스키를탈수있는곳이기에몇몇스노라인차량들이분주하게움직이고있었다.
수십명의산악인이우리뒤를따르고있었다.대부분가이드를동반해여러그룹으로나뉘어있었다.전날오후에내린눈이제법되었지만길을못찾을정도는아니었다.저멀리스키슬로프에서벗어나페요흐(Feejoch·3,826m)로향하는발자국이나있어그리로향했다.한데우리뒤로떼를지어따라오던그들이좀더위쪽으로슬로프를따라갔다.아무래도현지가이드들이인솔하는길이맞을것같아그들이가고자하는방향으로신설의눈밭을가로질렀다.
잠시후그들또한슬로프에서벗어났다.길은어렵지않게지그재그로설사면을올랐다.이어가파른설사면을조심해서횡단해모서리를지나자페요흐가보였다.계속해서눈밭을오르자마침내정상안부인페요흐다.한시간반정도걸렸다.사방으로트인전망을즐기며모두이곳에서한숨을돌렸다.10년전에필자가이곳에왔을때텐트를친장소였다.반대편아래로체르마트계곡이보이고그위로마터호른이보였다.
땀이식자배낭을짊어졌다.이때갑자기구름이몰려와시야가몇미터도되지않았다.하지만먼저오른이들의발자국이있어길을잃을염려는없었다.그리고꽤나멀리떨어져있지만아래위에서그룹을지어오르는이들의목소리가들려왔다.한동안북서면을따라오르더니남측으로돌아서자구름이걷혔다.시야가트이자알라린호른남쪽에위치한스트랄호른과림프피쉬호른두봉우리가지척이다.곧저것들도올라야할대상들이라눈에익히며올랐다.
잠시후다시구름에휩싸였다.그래도정상쪽에서먼저오른이들의환호성이들렸다.정상이한층가까워져있었다.계속해서설사면에난길을따라올랐다.도중에짧은바위지대를지나자정상으로이어진설릉에올라섰다.구름이흩어지고시야가트였다.정상에서있는십자가주변에모인사람들이기념사진을찍고있었다.
잠시쉬었다.정상부위가좁아그들이내려오길기다렸다.곧이어좁은설릉에서정상에다녀오는이들과어깨를스치며지나정상에다가갔다.꽤나큰청동십자가가자스페마을을향해세워져있었다.정상에도착한백승기선배는곧장무릎을꿇고가슴에성호를그으며고개를숙였다.알라린호른처럼정상부에바위가있는알프스의봉우리들에는이렇게십자가나성모마리아상이세워져있는경우가많다.
이제껏백선배와서너개의봉우리에올랐다.결코신실한신자가아니었던백선배였던지라처음한두번은필자의눈에띄지않게금방기도를드린듯했는데,이제는제대로하는모습이다.믿음이깊은형수에대한사랑의약속같았다.그대상이누구였든믿음을행하는숙연한모습만은보기가좋았다.
우리도기념사진을찍었다.십자가를배경으로몇컷을찍었다.뒤따라오른서너명의자일파티중한명이카메라를건네면서사진을부탁했다.조심스럽게카메라를움켜쥐고정성스럽게그들의등정모습을담았다.현지가이드를동반한50대초중반의아줌마들이었다.그녀들중한명은눈시울을붉혔다.두시간조금더걸려오른결코어렵지않은산행이었지만그녀에게는필자가알지못할감동의요인들이충분할터.하여더정성스럽게카메라셔터를눌렀다.일반등산객들이좀처럼찾지않는어려운봉우리의정상에서는대면할수없는모습이었다.
아래에서계속사람들이올라와우리도정상에오래머물수없었다.하산이다.이제껏백선배와연결했던자일을풀고내려갔다.이미아는길이기도했으며도중에크레바스나위험한추락지점이없었기에자일이없는편이하산에편했다.
정상부능선에내려서니움푹한안부에많은산악인이옹기종기모여있었다.정상에다녀온이들모두가이곳에서배낭을내려놓고점심을먹으며쉬고있었다.어떤이들은정상등정을축하하기위해포도주를건네기도했다.즐거운모습들이다.우리도그들과동참하고싶었지만다음등반을위해하산을서둘러야했다.하지만그날오후부터나빠진날씨때문에더이상자스페계곡에서의등반은이뤄지지못했다.이럴줄알았으면알라린호른정상에서좀더즐거운시간을가졌을텐데.다음날자스페계곡을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