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같은, 그림 같은, 음악 같은…로키 *-

영화같은,그림같은,음악같은…로키

▲로키트레킹단일행이로키봉우리아래에메랄드빛에메랄드호수를바라보고있다.

2007년에베레스트원정이후정확히2년만에다시비행기에올라본다.짐은20kg남짓.배낭두개를가볍게둘러메고가벼운발걸음으로나이도,성격도,환경도전혀다른사람들과캐나다로키로떠났다.

정확히24시간걸려숙소에배낭을풀수있었다.쉽게잠이오질않았다.시계는밤10시를가리키는데창밖은훤했다.차도에지나가는차량을볼수없을정도로고요함이흐르는밝은밤이었다.5년전북극에서맞이했던백야를회상하며내일의일정을머릿속에그렸다.

드디어잡지나액자에서만보아오던캐나다로키산군을둘러보러가는첫날이다.아침은빵,과일,베이컨등한국사람아침으로는적절하지않았지만다들산행을위해적응하려고했다.

다음날아침식사가끝나고52인승대형버스에몸을실었다.가벼운체조후트레일을따라드디어산행이시작됐다.경사도없는평평한오솔길을따라걷노라니산악마라톤을즐기는3명의아리따운아가씨가인사를건네며우릴추월해갔다.놀랍게도자전거를타는사람절반이상이스마트울브랜드의양말을착용하고있었다.짧은영어로“내가한국의스마트울담당자인데,이양말을어떻게생각하느냐”는질문에“매우만족하며최고의양말이다”라고찬사를아끼지않았다.

오늘총27km를걸어야한다.시차적응과체력안배를감안하여호수끝자락에서점심을먹고정상에오르기로했다.오랜만에도시락을들고커다란호수를배경으로밥을먹고있자니마치신선이된기분이었다.

3,000m대의연봉들이줄지어인사하고있는바로아래의호수는아름다운그림책같았다.꽃과바람,그리고만년설과호수,이러한진풍경이과연지구상에몇군데나될까.호수를바라보며내려가는하산길은그야말로천국의계단이다.첫날임에이런멋진선물을준로키에대한기대감이더욱커졌다.

비가주룩주룩내리는둘째날아침이다.식사후곧바로산행코스로이동하기위해버스에올랐다.캐나다현지가이드이남기씨가마이크를잡았다.로키의매력에빠져로키근처에살고있다는이남기씨는로키산군을단지보는것으로끝나는게아니라‘왜,어디서,어떻게,무엇을’까지상세하게공부한최고의산악가이드였다.20여분동안이남기씨는이야기보따리를풀어헤쳤고,잠시후저멀리에에메랄드빛잔잔한호수와사람들이보였다.호수의이름이에메랄드호수란다.

산행이아닌호숫가를거니는산책이다보니가져온카메라들이총동원되어셔터소리가요란했다.호수를끼고걸어서한바퀴도는데걸리는시간이약2시간이라고하니‘지름이약8km정도되겠구나’짐작했다.호수를둘러싸고있는작은산들이산책하는사람들에게그늘이되어주고,에메랄드호수는사람들의눈을즐겁게해주며,지저귀는새들은귀를즐겁게해주니,이보다어찌더좋을수있다는말인가.

에머랄드호수와작별하고존스턴캐년으로이동했다.길도잘나있고경사도완만해서사람들이많이찾는다고했다.어퍼폭포까지올라가는중간중간에협곡을만났는데,수량이가장많은시기라물줄기또한매우거셌다.폭포까지삼림욕을하며둘째날일정을마무리했다.

셋째날의일정은전날과비슷했다.제일먼저페이토호수에도착했다.조광이은은하게비추는호숫가에우리일행의뒷모습이실루엣으로잡혔다.다음으로간곳은모레인호수다.정말엽서에서많이보았던그림같은곳이다.아사바스카아이스폴로이동했다.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에서본아이스폴과매우흡사한자태를뽐냈다.설상차라는특수차를이용하여빙하의중단까지올라갈수있다고했다.

중간이상은올라가지못하지만전문클라이머들에겐최고의훈련장소로각광받는곳이다.빙원지대에올라가면그넓이가대전시와맞먹는다고한다.빙하의두께가해마다얇아지고있어우리가체험하고있는빙하관광은5년내역사속으로사라지게될것이라고했다.넷째날은산행시작부터비가내렸다.오늘은볼드힐트레킹일정만소화하면된다.

좋은경치를보기힘들것이란예상과달리5부능선에닿을무렵부터비가순식간에진눈깨비로바뀌어정상으로향하는우리에게새하얀꽃가루를뿌렸다.점심을먹고있자니한치앞도볼수없었던악조건의날씨가놀랍게도5분여만에활짝웃으며볼드힐의파노라마를연출했다.중간에잠시서서간식을먹고있으니멀리서새들이날아와아무거리낌없이손에들린과자를먹었다.마술쇼에서나보았던명장면이연출되는순간이었다.

파란호수에솜사탕이떠다니듯하늘이방긋웃어주는다섯째날아침이다.상쾌한마음으로비하이브식스빙하트레일에나섰다.한참걷다보니사람을태운말세마리가우리옆으로지나갔다.2시간남짓걷다보니,자그마한미러호수가등장하고,그호수20m후방에빨간지붕의롯지(산장)도만날수있었다.성수기땐여기에관리인이상주하며트레커들의안식처가된다고한다.

푸르른숲뒤로청옥색빛깔의루이스호수가있고그뒤로는지층모형그대로의작은산이어우러져합주를하는듯,귓가엔베토벤의운명교향곡이들렸다.비하이브정상에짧은뮤직비디오한편을남기고빅토리아빙하를중심으로한식스빙하지대로내려갔다.식스빙하지대로들어가는길은마치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로입성하기직전의모레인지대와도흡사했다.빙하지대에도착하여실제여섯개의빙하가하나로모이는기이한장면이연출되자다시한번동화속의주인공이되었다.

눈,비악천후가5분여만에활짝개

이젠마지막날이다.창밖이심상치않다.제법굵은빗방울이호텔지붕을부서져라내리쳤다.그러나오늘이마지막일정이라너나없이조식후산행준비에여념이없었다.몸은고단해도언제다시올지모르는로키와의마지막데이트인것이다.

예정시간에맞춰오늘의목표지점인서크피크(2,993m)에오르기위해등산화끈을단단히맸다.비의기세는꺾일기미가없었다.1시간30분정도오르니드넓은평원이나타났다.얄미운비는물러가고하얀눈이로키를뒤덮고있었다.거기에바람도마중나와우리몸까지흔들어댔다.히말라야트레킹시경험했던,운행을중단할정도의날씨가로키트레킹피날레를방해했다.

뮌헨호수에이르자절반정도인원이하산을결정했다.남은인원은강한의지를다지기위해손을모아파이팅을외쳤다.뮌헨호수에서서크피크까지약2.5km정도된다고하는데일행의발걸음은상당히무거웠다.말없이오르길두시간째,구름이걷히기시작했다.역시로키는우릴저버리지않았다.악천후를뚫고올라온보람을제대로만끽하는순간이었다.몸도가누기힘들정도의바람때문에정상에오래머물진못하고서둘러하산을시작했다.

30여분내려와작은호숫가에앉아점심을먹을무렵서크피크봉우리가하얀구름모자를덮어쓰고우릴향해인사를했다.거짓말같이우리에게만보여주기위해잠깐동안모자를벗었던것같다.가는곳마다보는곳마다영화이고,그림이고,음악이었다.이를함축해서예술이라는단어로묶어주고싶다.떠나기가아쉬워물병에호수의물을받아로키의추억을고국으로가져가려한다.

-글/정찬일영원무역산악회/월간산1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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