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 4,000m 명봉] [15] 피츠 베르니나 *-
BY paxlee ON 12. 26, 2009
[알프스4,000m명봉][15]피츠베르니나
베르니나의장관은힘들게오른보상그이상
이른아침찬란한태양이비추는등행자들의모습은말로표현할수없을정도로멋져
알프스4,000m82개봉우리중알프스산맥에서가장동쪽에위치한봉우리는피츠베르니나(PizBernina·4,049m)다.스위스동남끝자락에이탈리아와국경을접한베르니나산군에서홀로4,000m이상우뚝솟아있는피츠베르니나는필자가10년전에오른바있다.일반적으로많이이용하는남동릉으로오를경우PD+급의어렵지않은난이도의봉우리이긴하지만어프로치가길어결코만만치않은4,000m급봉우리다.
몽블랑자락의프랑스샤모니에거주하는필자에게는가장먼거리에위치한4,000m봉우리이기에승용차로산아래에이르는데만도하루가걸렸으며,등정을위해두개의산장을이용해야했다.하지만아름다운정상능선에서맞는베르니나의장관은힘들게오른보상은그이상이었다.
▲정상능선의남쪽끝자락인스파라에올라선일행뒤로아침해가솟는가운데베르니나산군이펼쳐져있다.
필자와함께등반에나선이는학창시절의꿈을잊지못해지난여름3개월이상알프스에머문백승기선배였다.물론다른등반파트너가한명더있었다.이탈리아볼자노에거주하는임덕용선배였는데,우리는등반기점인생모리츠(St.Moritz·1,022m)외곽의모테라츠(Morteratsch·
1,896m)에서만나기로했다.우선백선배와필자는샤모니에서아침일찍승용차로출발했다.스위스전역을가로질러오후3시에임선배를만난후,약3시간동안산행해그날저녁에는보발산장(BovalRefuge·2,495m)에묵어야했기때문이다.
샤모니에서콜데몽테고개를넘어스위스땅에접어들고부터산악국가인스위스의남동지역을훑고지나갔다.우선포르크라고개(ColdelaForclaz·1,527m)를넘어마르티니를거쳐론계곡을거슬러올랐다.제르마트에갈때종종지나친론계곡을끝까지올라푸르카고개(Furkapass·
2,431m)와오버랄프고개(Oberalppass·2,044m)를넘었다.2,000m가넘기에고갯마루에는눈이제법있었다.이후차는계속해서동쪽으로향해추르(Chur·595m)까지가서남으로방향을튼후마침내생모리츠에이르렀다.7시간이상걸렸다.지루한자동차여행의피곤함은굽이를돌때마다펼쳐지는스위스산골의풍광과뒷좌석에놓아둔바게트의구수한냄새로어느정도잊을수있었다.
▲1스팔라아래의암릉지대에서하산시만난현지산악인들.2포르테자암릉을오르는임선배아래로베르니나산군북쪽이내려다보인다.3알펜로제가피어있는모테라츠빙하우측둑길을걸어올라보발산장으로향한다.4모테라츠빙하를가로지르는일행뒤로피츠베르니나가솟아있다.지구온난화로빙하를거슬러오르지못해좌측으로우회해야한다.
“아차차,아이젠을두고왔네!”
알프스동부의유명산악휴양지생모리츠에서임선배와의약속장소인모테라츠까지는승용차로20분정도의거리다.점심을거르면서까지달려와주차장에이르니임선배또한늦은점심을막먹고있었다.젓가락이없어라면을피켈피크로먹는모습에우리둘도달려들어빼앗아먹다시피했다.두선배가알프스에서의첫만남의반가움을이렇게표하니왠지싱겁다싶었다.
30년전,학창시절언젠가알프스에서함께자일을묶자고약속을했단다.그꿈이이제실현되었으니.한데두선배를시샘이라도했는지장비를챙겨막출발하려는데비가억수같이내렸다.여름소낙비다.비가그칠때까지차안에서우리는트렁크에실린캔맥주를들이켰다.등정의기쁨을미리맛본다며다들즐거워했다.그러다보니어느새비가그쳤다.
한결신선한공기를들이켜며배낭을짊어졌다.급류가흐르는다리를지나모테라츠기차역에이르렀다.모테라츠빙하까지트레킹을다녀온많은트레커들이역전레스토랑에서쉬고있었다.그들을뒤로하고본격적인산길에접어들었다.전나무숲에는알펜로제가이제막꽃봉오리들을피워내고있었다.상쾌한기분으로오르막길을오르는데,뒤따르던백승기선배가갑자기발걸음을멈추며허탈한한숨을내쉬었다.아이젠을챙겨오지않았다는것이다.
혹시나싶어배낭을뒤졌지만없었다.이른아침에출발을서두르다침상위에올려놓고깜빡잊었다고했다.산장에서빌릴수있는장비가아니기에돌아섰다.산행초반에사실을알았기에다행이다.레스토랑직원들에게수소문하니생모리츠까지갈필요없이그다지멀지않은폰트제지나(Pontzesina·1,805m)에장비점이하나있다고했다.곧장승용차를타고그곳으로내려갔다.자그마한산간마을이지만현대식으로깨끗하게조성된폰트제지나에서아이젠을빌렸다.
다시모테라츠기차역을지나고산행길초입의숲속에들어섰다.비온다음의숲에는청량함이묻어있었다.전나무숲이보기좋게이어졌다.우리세사람이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며걷는데또비가내렸다.전나무아래에서비옷을챙겨입고걸었다.얼마가지않아비가그쳤다.한여름오후라날씨변덕이이만저만이아니었다.차츰고도를높이자좌측으로모테라츠빙하하단부가내려다보였다.
우리가오르는빙하우측둑의사면에는땅에바짝엎드린알펜로제외에는나무가자라지않으며,초록의풀밭여기저기에노란민들레가피어있었다.걷기좋은알파인산길이다.그새두시간이상걸었다.조금더걸어우리는경사진풀밭사이로맑게흘러내리는작은개울가에자리를잡았다.산장에가기전에이곳에서저녁을해결하기로했다.날이개고있었기에빙하건너편으로펼쳐진파노라마를즐기며맛있게먹었다.
잠시후보발산장에닿았다.7월초이른시즌의평일이라우리외에는산장에묵는이들이없었다.셋이서너른방을전세내듯각자편한침상을골라누웠다.다음날새벽의출발을위해.
한밤중에일어나밖에나가보니두둥실뜬보름달아래빙하와설산들이빛나고있었다.저녁까지머물러있던그많던구름들은다어딜가고피츠베르니나정상부만구름에에워싸여있었다.다음날산행을위해선좋은날씨가아닐수없어마음놓고침상에들었다.
얼마나잤을까.알람시계소리에깨어났다.새벽3시반이었다.두선배와함께분주하게옷가지를챙겨입고짐을꾸렸다.아침은차한잔과사과하나로해결하고출발을서둘렀다.오늘산행은보발산장에서마르코로자산장(MarcoeRosaRefuge·3,599m)까지지만먼길을돌아야하기에설사면이햇살에녹기전에가능한한빨리가야했다.
헤드랜턴에의지해보발산장을떠난우리는돌길을걸어올라모테라츠빙하둑으로향했다.둑위에올라서자날이밝아왔다.큰돌들이아무렇게나쌓여있는사면을가로질러빙하에내려섰다.여기서우리는동쪽으로완전히빙하를횡단했다.피츠베르니나초등시(1850년)에는바로이모테라츠빙하를거슬러올랐지만150년이나지난요즘은정상아래로흘러내린빙하가너무위험해동쪽으로길게우회해야만한다.지구온난화때문이다.
눈이라곤덮여있지않은반들반들한빙하를조심해서가로질렀다.거의다건넜을무렵,스틱을짚으며내리막길을걷는데꽈당하며넘어지고말았다.체중을견디지못한스틱하나가부러진것이다.오른쪽엉덩이가결렸지만걷는데지장은없었다.이제시작인데,스틱하나만으로산행을하려니은근히걱정이앞섰다.없는것보다낫지않겠느냐는생각으로또걸었다.
두선배번갈아가며급경사설사면선등
빙하를건너모레인사이로난눈밭을걸어올랐다.불규칙한오르막길은2,471m지점의작은호수쪽으로이어져있었다.호숫가에는얼음이남아있었다.계속해서동쪽사면을올랐다.이윽고돌길에서완전히벗어나우리는아이젠을착용하기위해배낭을내려놓고서두시간만에쉬었다.아침도제대로먹지못해허기가느껴져비스킷으로속을달랬다.
이제길은급경사의눈밭이다.한시간동안오르자설사면이완경사로바뀌었다.이즈음동녘에뜬태양이눈을부시게하며온몸에활기를심어주었다.그것도잠시였으며,3,500m지점의포르테자(Fortezza)암릉아래쪽에이르자더워져햇살이더이상반갑지않았다.달궈진바위옆설사면은체중에여지없이무너져내려걸음마다허우적거렸다.
페르(Pers)빙하와모테라츠빙하사이에위치한암릉초입에서우리는자일을이용했다.약35m의직벽구간(II+급)이길을막았지만어렵지않았다.몇몇지점에확보용볼트가잘박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