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PA한국로체남벽원정대
서울산악조난구조대팀러시안루트로7600m도달,
‘죽음의벽’은너무강하고냉엄했다.
8월27일카트만두로출국한네파한국로체남벽원정대(대장김남일)는30일루클라에서부터카라반을시작해9월6일고도5200m베이스캠프에도착했다.9월7일베이스캠프일대를정비한후고소적응을위해대원7명은다시추쿵으로하산했으며,대원들이다시모두귀환한13일라마제를지내고다음날부터본격적인등반을시작했다.14일,첫운행을시작했다.
로체남벽을오르기위한전진기지(ABC)를만들기위해셰르파와대원등모두27명이장비를수송했다.15kg의짐을메고ABC까지는약1시간이소요됐다.먼저도착한선발대는아이스폴지대를정찰하고나는그들을촬영하고있던중,옆에있던김남일대장이“뛰어!석우야좌측으로뛰어!”라고소리친다.모든대원이고개를돌려아이스폴지대를쳐다보니멀리조그만점이빙하아래로정신없이달리고,그위로는거대한눈사태가쏟아지고있었다.
달리던김석우촬영감독은빙하기둥에걸려넘어지는가싶더니또다시일어나전력질주를한다.다행히쏟아지던눈사태는방향을틀었고,곧후폭풍이몰아쳤다.첫날부터죽음의공포를맛보고박살난카메라를들고ABC로복귀한그는“순간아이들과아내의얼굴이눈앞에필름처럼펼쳐졌다”고말했다.
15일부터는새벽5시30분에기상해6시에아침을먹기로했다.1캠프건설을위해등반을일찍시작해야하기에모든일과를조금씩앞당긴것이다.
거대한건설공사와같은등반에는셰르파10명과대원14명이동원된다.7시,김현중대원이이끄는1조와구은수등반대장이이끄는2조가출발하고1시간20분여빙하를건너ABC에도착한대원들은200m가량되는설사면을올라암벽구간부터어센더를이용해올랐다.어제셰르파들이시작부분고정로프작업을해놓았지만다시한번점검을하고,이어암벽구간에계속로프를설치해나갔다.
암벽옆의설사면에는눈이녹으며낙석이빈번하게발생했다.설사면을관통해오르면훨씬빠르겠지만,낙석위험으로암벽구간을택할수밖에없었다.오후1시를넘기자가스가로체남벽을가리면서서서히아래로내려오고있다.무전기에서등반종료명령이떨어진다.1캠프는아직400여m가남아있었다.대원들은아직고소적응이덜된탓에숨이턱까지차오르곤했다.
김현중대원이수직의암벽을오르고있다.
16일은전대원이등반에나섰다.ABC까지걸린시간은전날에비해많이단축되었다.오전8시30분경,셰르파들은이미200m암벽구간을지나설사면에진입하고있었다.아무래도1캠프구축은셰르파들의몫으로보인다.이구간은낙석이심하기로유명해경험많은그들이안전한곳으로길을만들며나아가1캠프에도달했다.10시경,대원들도완만한45도정도경사의설벽을낙석이떨어지지않는틈을타재빨리횡단해갔다.
고정로프에어센더를걸고절반정도나아갔을때날카로운소리가들리며,머리위에선서너개의돌멩이가나를향해날아오고있었다.다행이부상을당하지는않았지만아래서지켜보던서우석부대장은트래버스를할때서로낙석이떨어지는지알려줄수있도록주의하라고한다.이내5900m지점의1캠프에도착한대원들은텐트를설치하고전원하산했다.18일,저녁6시30분부터앞으로의등반을위한회의를열었다.
김남일대장은대원간의신뢰와기술적인주의,팀워크를위해서로간의언행을주의할것을강조하고,이어구은수등반대장이앞으로이어질등반에대해설명했다.1캠프위쪽부터는낙석과스노샤워가끊이질않으므로눈이녹기시작하는오후1시가되기전에운행을마쳐야하며,운행조는새벽4시에일어나등반을하라고말했다.다음날,이틀간휴식을취한뒤라컨디션이좋았다.1캠프까지짐을수송한후2시간여를캠프에머물다하산을했다.
9월21일,따끈한차를들고텐트를두드리는쿡의부름에잠을깼다.차를받아놓고조금이라도더자기위해다시누워있자니잠시후김경수대원이기상하라고외치는소리가들린다.아침7시,웬일인가싶어옷을주섬주섬챙겨입고는라마제를지낸제단으로갔다.제단앞에는김남일대장이심기불편한표정으로서있었다.대원들이모이자대장은“1캠프에루트작업을위해머물고있는대원들에게아침모닝콜을하라고지시했으나누구도이를수행하지않았다”며대원들의무관심과해이한정신상태에실망했다고꾸중을했다.
9월28일,1캠프에서하산을했다.어제의운행으로몸이많이지쳤기때문에올라갈힘이남지않았기때문이다.무전에서는우리가왜하산을하는지알수없다는눈치다.하산중에올라오고있는김현중·차호은대원을만났다.두대원에게계속되는스노샤워와낙석,낙빙등상황을설명하고오후1시경베이스캠프로돌아왔다.그날은내생일이었다.저녁엔미역국과김병조대원이반죽해만든케익이식탁에올라왔다.
대장님은현금50달러와함께집에전화를하라는선물을했다.위성통신장비는요금이매우비싸사용을아꼈기때문이다.통화음이몇번울리더니아버지의희미한목소리가들려왔다.반가움과걱정하는마음이느껴졌다.건강히돌아가겠다며통화를마쳤다.10월1일,그동안의눈이2캠프로향하는김현중·차호은대원을괴롭혔다.새벽3시2캠프로운행을나선대원들은고정로프를꺼내느라진땀을빼야했다.뒤따라오던차호은대원은다리가풀렸는지계속뒤쳐졌다.아마고소증때문인것같았다.
2캠프까지는아직400m를남겨둔상황할수없이하산을결정했다.다음교대자인구은수·유상범조가더많이오르길기대할뿐이었다.한편베이스캠프에서는박기성대원과마찰을빚었던김석우대원이결국하산을했다.10월3일은추석이었다.복인규부단장이정성껏차린상앞에고개숙여절을하며등반성공을기원했다.대원들도흥겨운모습이다.구은수등반대장이다들모인자리에서다시한번힘을모아전력투구할것을다짐하며,추석이지나갔다.
곧게뻗은설벽을오르는대원.1캠프에서2캠프를오르는설사면은
10시간이소요된다.
다음날복인규부단장과서우석부대장이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로정찰을갔다.우리가등정에성공할경우서벽으로하산할때를대비해정보를수집하기위해서였다.그날오후인터넷을통해기상정보를수집했다.내일과모레는날씨가좋을것이라는예보가있었다.그래서강태웅·염동우대원은내일오전1캠프로올라가다음날2캠프를건설하기로했다.10월5일오전7시30분베이스캠프를출발,ABC로향했다.
그어느때보다컨디션은좋았다.며칠간의휴식으로피로도풀리고찢어진입술과코도다나았다.1캠프에도착한대원은성종경김병조강태웅염동우로,성·김대원은하산을하고나머지는2캠프를공략하기로했다.10월6일,밤12시가조금넘었을무렵무전이왔을때나는이미깨어나있었다.물을데워알파미와스프를끓여배를채운뒤텐트밖으로빠져나왔다.기온은영하7도,새벽1시30분에살벌한추위속으로나섰다.
허파바위의암벽을헤드램프를비춰가며어센더로올라상단에도착했지만설사면에설치된고정로프가눈에묻혀운행을더디게했다.아침7시,해가나왔음에도기온은여전히차가웠다.6700m지점부터강태웅대원의선등으로로프를설치해나갔다.스노바가모자라서강대원은50m마다한개씩설치하고300m를올라7000m에닿았다.다행이그구간에는몇년전일본대가설치한고정로프가일부눈밖으로나와있어확보물을걸수있었다.
거대한오버행아래2캠프지에도착해텐트를치려고했지만마땅한자리가없었다.설사면의경사가너무가팔라눈을깎아낸다해도캠프지를만들긴어려워보였다.시간은오후1시,일단무전으로이곳상황을알리고다시하산을해야했다.또다시밤12시에무전이날아왔다.그러나너무힘든나머지일어날수가없었다.어제15시간의운행으로온몸의기운이라고는전부남아있지않은상태였다.새벽6시30분텐트밖을보니눈이내렸다.
어차피운행은못한상황에서오히려잘됐다싶었다.하지만베이스캠프에돌아와서운행조의상태를알리지않았던것에대해대장님의따가운질책을받았다.10월17일새벽,1캠프를나선강태웅·김병조대원은오전9시경7300m지점까지고정로프를설치했다.역시어디에도캠프를설치할만한곳은없었다.베이스캠프에서등반을지켜보던김남일대장은6700m지점의설사면을깎아텐트를설치하면어떻겠냐고제안했다.
스노샤워와낙석에노출되는지역이었지만,캠프지로서유일한곳이었기때문에다시내려가3시간동안피켈과눈삽으로사면을깎아텐트두동을칠수있었다.10월18일새벽5시,2캠프를나선강태웅·김병조대원그리고파상과사누셰르파는아이스바일과고정로프400m,하켄,스노바,아이스스크루등장비와텐트를지고오늘의목표인7500m지점을향해출발했다.그런데떠난지3시간도채안되었을때김병조대원이탈진해버렸다.
불과얼마전까지만해도아무탈없던그였다.김남일대장은무전을통해“김대원이올라가는속도가너무느리기때문에하산하는게낫겠다”고지시했고,그는불평없이로프에하강기를걸었다.이후강태웅대원은셰르파2명과함께루트작업을계속했지만격렬한바람과끝없이흘러내리는눈으로200m를진출하는데그쳐야했다.
다음날은박기성·강태웅조와파상셰르파가7400m까지진출했으며,김현중차호은김병조대원은2캠프까지장비와식량을수송했다.그런데오후2시경2캠프에올랐던대원들에게얼음파편이덮쳐텐트가파괴되고김현중대원은머리에얼음을맞아목을가눌수없는상태로부상을당했다.일단모든대원이베이스캠프로하산해응급조치를할수밖에없었다.
10월23일아침,성종경대원은1캠프에서출발해2캠프를향하고그보다먼저락파체링셰르파가허파바위를오르고있었다.그때주먹보다큰낙석이덮쳐락파체링이맞고기절하는일이일어났다.성대원이다가갔을때그는혼수상태에서깨어났지만어깨가부러지는부상을당해있었다.진통제와항생제를먹이고캠프로하산시켰지만더이상등반을하지못했다.남벽의능선으로는뿌연눈보라의구름이흩날리고날선추위로원정대의발걸음은일주일째느릿느릿더딘진행을보였으며대원들은그것을견디며오르느라몹시지쳐있었다.
10월24일에는줄곧우리에게불리한방향으로전개되고있는수많은위기들을무사히넘길수있기를기원하며대원들이모여기도를했다.이날은89년로체남벽에서추락사한예지쿠쿠츠카의20주기기일이기도했다.그무렵2캠프에있던차호은염동우대원은폭풍속에서지독한밤을보내야했다.아침7시경다행이날씨가괜찮아져물을끓이려할때낙석이떨어져텐트를뚫고퍽소리를내며매트리스에꽂혔다.
다음날고정로프의끝지점까지올라간두사람은7200m지점쿨르와르까지진출한후어둠속에뒤늦은하산을했다.낙빙에부상을당했던김현중대원도4일간의휴식으로상태가호전돼다시운행에나설수있었다.줄곧미뤄져왔던3캠프는구은수·유상범대원이3일간작업한끝에7100m지점에설치할수있었다.원정대가베이스캠프에온지50일만의일이었다.
11월2일새벽,차호은·김병조대원은3캠프를떠나암벽이시작되는7200m쿨르와르에도착했다.하지만무전에서그들의컨디션이급격히떨어지고있다는걸알수있었다.마침저멀리서구름떼가몰려오며모든산들을뒤덮고있었다.폭풍이칠것같았다.11월이되면서급격히떨어진기온,게다가강풍은등반을불리하게만들었다.눈이내리면고소캠프역시위험했다.등반중이던대원모두하산을시작했다.
이틀간눈이내렸다.이후쏟아지던눈은그쳤지만김남일대장은다음등반에대한어떤지시도내리지않았다.11월8일,원정대는최종도달고도7600m라는기록을남기고철수를결정했다.로체남벽은너무도강하고냉엄했다.m
7200m의쿨르와르에진입하는차호은대원을염동우대원이확보중에촬영했다.
-글염동우대원/사진원정대제공/마운틴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