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서울여대연구실에서만난한동철교수는노타이에,부스스한머리,소매를걷어올린와이셔츠차림이었다.‘VIP마케팅을전공했고,부자학을연구하는경영학과교수’다운세련된느낌을주지않았다.그는2004년‘부자학’을들고나오면서대학강의,저술,강연등을통해부자들이살아가는방식을가르쳐왔다.이때문에‘부자학전도사’로도불린다.
부자라는개념은상대적이다.다양한기준이존재하기때문이다.미국의투자은행인메릴린치와컨설팅회사인캡제미니는매년전세계부자에대한보고서를발표한다.
보고서는2009년한국에이조건을갖춘부자가10만5000명이라고추산했다.국가별로는미국이246만명으로1위이며,일본136만명,독일81만명,중국36만4000명,영국36만2000명,프랑스34만6000명순이었다.
“사실정확한숫자는아무도알수없어요.우리는여러가지근거를바탕으로추정만할뿐이지요.저희는여기에해당하는부자가약25만명있다고봐요.그동안부자를여럿만나봤는데경험적으로이야기하면학력은생각보다높지가않아요.이중80~90%는고졸이하입니다.그리고상속재산으로부자가된분보다는자수성가한분이다수를차지하고있어요.
“개인적으로는현금100억원을가진분은500명이되지않을것으로봐요.기업오너중에서도개인재산으로현금50억원이상을가진분은많지않아요.이른바‘회장님’들이많이사는곳으로알려진성북동으로이사가서은행직원에게물어봤더니현금50억이상을가진사람이딱2명뿐이라고합니다.”부자이야기를하다보니한교수가갑자기부자학에뛰어든이유가궁금해졌다.그이유를물었다.
당시‘부자되세요’라는카드회사광고가화제가됐고,학교에서신선한과목을개설하라는주문이들어와서‘부자학’이라는강좌를개설했습니다.”강의를처음개설할때한교수는고민도많이했다고한다.기독교계통대학에서‘부자학’강의를하는게조금부담스러웠고,일부부모들은강의에거부감을느끼고“절대부자학강의를듣지말라”는말을하기까지했다.
그런데2004년1학기때개설된‘부자학’은서울여대에서공전의‘히트’를기록했다.무려350명이수강신청을한것이다.“저도깜짝놀랐어요.강의실이꽉찼어요.당시는변변한교재도없는상태고,성적을어떻게매길지도큰고민이었어요.학생들은강의를듣고‘정말새로운이야기를들었다.부자의실상에대해새롭게알게됐다’는평가를해줬고,이후부자학이서울여대를넘어서서전국의대학으로퍼졌습니다.기업이나일반인을상대로한강의도많이늘어제가무척바빠졌습니다.”
한동철교수부자학강의의또다른성공요소는강의를듣는모든학생이직접부자를만나고인터뷰한뒤강의중간에발표하도록한것이었다.학생들이만난다양한‘한국부자’의사례는한국에서부자학이학문적으로도발전하는데중요한밑받침이될풍부한데이터를공급했다.그런데부자들이학생들의인터뷰요청에선뜻응한다는게이해가되지않았다.
“물론처음에는쉽지않았어요.그런데시행착오를거치면서이제는큰문제가없어요.제가2004년3월에이강의를시작했는데한달이지나도인터뷰를한학생이한명도없는거예요.그래서‘부자에게재산규모를물어보지말것’등주의사항을알려줬어요.그랬더니인터뷰를해오는학생이늘었어요.불가능이란없어요.용기를내면다할수있어요.요즘학생들은부모의친구,혹은아르바이트하는업체의사장등어떻게든부자인터뷰를해와요.”
한교수에게‘부자유전자’가있느냐고물어봤더니동석한박형문녹십초한방병원이사장이그문제에대해흥미로운견해가있다고소개해줬다.다음은박이사장이생각하는‘부자유전자’다.“부자가되는유전인자는반드시존재한다.부자의80%는유전자에의해결정된다고믿는다.부자가되려면무엇보다자존심을누르고물러날줄알아야한다.나는어머니에게서이것을배웠다.
“부자들의일생은세단계로구분할수있어요.
“아니에요.절약은기본이에요.투자할종자돈을마련하기위해절약은필수조건입니다.저는소득의10%만쓰는사람도여럿봤어요.한달수입이400만~500만원인데40만~50만원으로살아가는겁니다.이런부자도있어요.지상7층,지하2층짜리빌딩소유주가있어요.그런데이사람이한달에7만원만써요.찜질방도들어선건물이었는데월소득이수천만원에달하는부자예요.
그렇다면어떻게7만원을가지고사느냐.이분은집이빌딩에서지하철두정거장거리에있는데,교통비를아끼기위해매일걸어서출퇴근을합니다.그리고점심저녁은무조건자신소유인찜질방에서해결해요.이렇게살다보니나중에는7만원을다쓸필요가없어한달에4만원을쓰고나머지3만원은적금을들었대요.이게부자의기본입니다.”
본인이워낙부자를많이만나는데다가그동안강의를들은학생들의부자인터뷰자료가차곡차곡쌓이면서한교수는부자에관한다양한사례를줄줄꿰고있었다.
“최근‘부자학연구학회’가상을준분이있어요.80세가넘으신이분은자기소유사업체가5개가넘는데그중한개를처분한뒤대학과단체에기부하셨어요.그분을만나점심을함께했는데롯데백화점전단지를잘게잘라서그뒤쪽에메모하는모습을보고저는감동받았어요.
공격적으로투자하기위해선처음에는극도의절약을통해필요한돈을마련해야해요.오늘도‘부자학’마지막강의가있었어요.어떤학생이큰식당을운영하는사장님을인터뷰했는데막노동을하면서하루에달걀하나먹고버티면서종자돈을마련했다는내용을발표했어요.이사람은음식점을하면서좋은양념을개발하기위해하루에100가지양념을만들어봤다고합니다.
상속을통해부자가된사람은절약이라는개념을잘몰라요.반면자수성가한부자를관통하는특징은절약입니다.”
그런데오후5시에손님이아무도없는거예요.그래서곱창2인분과소주한병을시켜놓고사장님을인터뷰하겠다고했더니인터뷰에응하지않았다고합니다.사장이‘부자에게밥을네번사주면돈을벌수있다’고말해서,결국곱창2인분을더주문한뒤사장에게돈을번이야기를들었다고합니다.사장도곱창을함께먹었다고합니다.오후6시반이되니깐손님이물밀듯이들어왔다고합니다.
한교수는갑자기화제를돌려기자에게부자되는방법을가르쳐주겠다고했다.
한동철교수는열정적인성격이었다.하고싶은이야기가너무많아서인지말이점점빨라지고문장이‘좌충우돌’하기도했다.이때문에나중에기사로정리하는데좀힘들었다.아마이런성격때문에국내에서처음으로‘부자학’이라는미답지를간것인지도모른다.
집에서보온병에물을담아온아주머니랑가래떡2000원어치를사서함께먹었다고합니다.이분이종자돈을마련한사연은더욱기가막힙니다.
그의‘부자학’강의는현재서울여대에서인기있는강의중하나다.서울여대생의약40%가졸업할때까지한번은그의강의를듣는다고한다.그렇다면그의강의를들은학생들은그렇지않은학생에비해부자가될가능성이더높을까.
“저는믿음이있어요.제‘부자학’강의를들은학생이10년이지나면그렇지않은학생에비해부자가될가능성이더높다고봅니다.만약그렇지않다면저는잘못가르친것이겠지요.부자학강의를통해학생도변하고,저도많이배웠고변했습니다.지방출신학생이있었는데졸업하기전에8000만원을모았어요.학교에서근로장학금도받고,편의점에서아르바이트를하고,성신여대앞에서머리띠를팔아서모두8000만원을벌었답니다.생활비,등록금을제외하고번것을감안하면엄청난성취입니다.”
아마그회사가1등이되는과정에서수많은경쟁자가망했을겁니다.그래서부자학은부자로살아가는과정도가르칩니다.얼마전에아나운서출신으로재벌가로시집간노현정씨가미국에가서출산을했다는이야기를들었어요.부자가그렇게해서는안되는거예요.언젠가우리학생이인터뷰한부자가있었는데사업체를5개나가지고있었대요.그런데이부자는매일저녁소주가없으면잠을이루지못한다고합니다.그것이과연행복일까요?부자가된다음부자로살아가는방법을아는것도매우중요해요.”
“그럼요.대부분이그렇지요.그런데부에대한인식은상대적인것이기도해요.그런데한국사람은마음이가난한경우가많아요.항상돈을잘버는다른사람만쳐다보면서배아프다고합니다.한국에서연봉1억원인월급쟁이는7만명쯤된다고합니다.그런데부자에대한기준을1년에‘모든가족구성원이버는가구소득이1억원인가구’로하면꼭이루지못할목표도아니에요.
“앞서이야기했지만지금한국의부자는자수성가한사람이대부분이에요.그런데이제는부자가아닌사람이부자되기가힘들어요.사실경제가발전할수록계층이동성은떨어지는게정상적인과정이에요.그런데저는얼마전에재미있는조사결과를봤어요.사실빈부격차는미국이한국보다훨씬커요.계층이동성도떨어지지요.그런데계층이동에대한자신감은미국인이한국인보다훨씬높게나왔어요.
이유는미국은목표소득을자신의소득집단바로위로상정하고있지만,한국은모두가이건희회장을지향해요.1인당소득이4만달러인미국인은7만달러가목표이지만소득이2만달러인한국인은100만달러가목표예요.”그는절약하지않으면서부자가되기를바라는풍조에대해매우비판적이었다.이런이야기도했다.“요즘빚이너무많아요.개인채무가4000만원이있는사람이30억원을벌려고하는것은문제예요.그런사람이30억원을벌확률은0.001%미만이에요.
여행사를운영하는어떤부자는‘부자가돼서뭐가행복하냐’는질문에‘일주일에외식을한번할수있어서행복하다’고했대요.강의할때이런이야기를소개했더니학생들이막웃어요.”한교수는새해2010년1월부터100명정도를선발해부자만들기프로젝트를진행할예정이다.그가회장으로있는‘부자학연구학회’가주도하는프로그램으로엄격한심사절차를거쳐희망자를모집한뒤부자학연구학회회원들이부자가되는방법을조언해주는방식으로진행한다.
벌써다양한직종의사람들이이프로젝트에지원했다.부자학과관련된객관식자격시험도치르고,의무적으로3건의봉사활동을하게하는등선발과정이특이한편이다.신청자를경제적으로직접지원하지는않으며,부자가되는노하우를가르치는방식으로부자만들기에나설예정이다.한교수가부자학을들고나온지벌써6년.부자학이한교수에게경제적인도움이됐을까.
“사람들은‘한교수가부자학을열심히했으니대단한부자가됐겠다’는말을해요.그런데제가부자학을통해직접큰돈을벌지는않았어요.그래서제가개인적으로새로운가치를창조해서부자가되는법을보여줘야겠다는생각을했어요.교수가사업을할수도없잖아요.그래서2009년7월부터부자에대한소설을쓰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