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한해여름에는전날내린눈때문에포기한적도있어늘염두에두고있던차에마침기회가왔다.지난해여름내내샤모니에서머문백승기선배와함께였다.우리는아침7시에숙소를나서서에귀디미디행케이블카에탑승했다.3,800m고지로직상하는첫케이블카에는대부분산악인들이었다.그들모두한낮의태양열이설사면을녹이기전의이점을활용하는이들이었다.
얼마후에귀디미디전망대에오른우리는곧장몽블랑파노라마횡단곤돌라에탑승했다.첫곤돌라지만우리외에도이용객이몇명더있다.발레블랑쉬설원위를가로지른곤돌라는몽블랑산군의속살여기저기를다보여주며프랑스와이탈리아의국경에위치한헬브로너전망대(Helbronner·3,462m)로향한다.곤돌라아래로펼쳐진드넓은설원에아침햇살을등진당뒤제앙의긴그림자가드리워져있다.30분이조금못걸려도착한헬브로너전망대에서우리는웅장하게솟은몽블랑의동벽과남벽,그리고이탈리아국경내에솟은수많은산들을일별하며배낭을고쳐멘다.
전망대에서눈밭에내려선우리는당뒤제앙쪽으로펼쳐진제앙빙하의상단을가로지른다.한동안완만한설사면을걸어내린후오르막이이어진다.우리외에도토리노산장(TorinoHut·3,375m)에서출발한산악인들이함께가고있었다.십여명되는그들모두당뒤제앙을오르는이들이었다.캠핑장비등으로한짐가득짊어진우리에비해가벼운차림인그들은얼마후모두앞서갔다.어차피우리는빙하꼭대기에서하룻밤잘예정이었기에급할게없었다.
한동안오르막길을올라온몸에땀이흐를즈음,작은돌언덕위의캠프지에도착했다.한시간걸렸다.이지점에서보는파노마라가장관이라종종찾는곳이다.작은바위들중앙에아늑하게마련된캠프지에텐트만쳐놓고우리도앞서간이들의뒤를따른다.아직햇살이닿지않아서향인너덜바위지대하단부의쿨와르에는낙석이없었다.기온이올라가는정오부터는조심해야하는구간이다.
아이젠을조이고헬멧을쓰고피켈을휘두르며쿨와르를오른다.오르내린이들의디딤자국이있어어렵지않다.그래서우리는자일을사용하지않는다.자신에맞는속도로오른다.경사가급하지않은너덜바위지대라따로오르는편이편하고빠르다.아무렇게나얹혀있는크고작은바위돌이라조심해서디뎌야한다.서쪽면을따라오르던길은이제남쪽으로우회한다.크고작은바위들사이로이어진등행길이라길을잃기쉽지만자세히보면수많은이들이지나간아이젠자국이눈에띈다.
여기서등반에필요치않은아이젠과피켈등은놓고간다.어떤이들은암벽화로갈아신고가지만우리는가죽비브람으로도가능하리라여겨그냥간다.첫피치는고정로프를따라좌측으로횡단해직벽을올라야했다.고정로프가없었다면쉽지않은구간이었기에새삼머메리가대단하게여겨진다.두번째피치는5.8급정도의양호한크랙이이어져있어즐겁게자유등반을하며오른다.4,000m고지의화강암벽에서한낮의따뜻한햇살을등지고오르는즐거움이었다.손바닥에전해지는촉감이좋았다.
세번째피치부터손목굵기의고정로프가설치되어있었다.머메리가상상도못했을보기흉한인공보조물이었지만현대를살아가는보통의알피니스트에게는거부감이덜하다.여하튼머메리에게최대한경의를표하는의미로고정로프를잡지않고오르기로한다.
고정로프좌우를살피니크랙선들이연이어져있어재밍을하며오른다.재미있고즐거운크랙등반이다.물론확보는굵은고정로프에슬링을감아자일을통과시킨다.네번째피치역시크랙등반이었지만다섯번째피치는직벽구간이었다.작은홀드몇개만을이용해올라야했다.바로옆에있는고정로프를잡지않고자유등반으로오르려니괜히더부담스럽다.고정로프를잡을까하는유혹또한크다.그러나비브람앞창을미세한홀드에디디며오르는즐거움을포기할수없어그냥올라선다.
뒤따르는백선배뒤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