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 4천 미터 명봉] 당 뒤 제앙 *-

[알프스4천미터명봉]당뒤제앙

-알피니즘의선구자머메리가이봉의등정을포기했던이유는?-

초등루트인남서면곳곳에굵은밧줄설치,이제는‘관광루트’같아

누군가가“알피니즘은곧머메리즘이다”라고말한들지나치지는않을것같다.보다어렵고다양한루트로,그것도인공적인보조수단에의존하지않고인간자신의능력만으로정당하게산의위험과곤란을극복해야한다는머메리즘의골자인‘정당한수단으로(byfairmeans)’라는경구가있다.
머메리즘의창시자알버트프레드릭머메리(AlbertFrederickMummery·1855~1895)가남긴이말은아마도지구상에서인간한계의극복을추구하는산악활동이계속되는한절대적인가치를유지할것이다.정상등정보다그과정의어려움을중시하는현대알피니즘은머메리즘과맥을같이하고있다.불변의진리와같은바로그경구가생겨난봉우리가있는데,당뒤제앙(DentduGeant·4,013m)이다.

▲샤모니의침봉들사이로흘러내리는메르데빙하를배경으로남서면을오르는백승기선배.
19세기후반당시의알피니스트들에게알려진마지막4,000m미답봉우리였던터라당뒤제앙은많은이들의관심사가되었다.1880년에머메리는가이드알렉산더부르게너와어떠한인공적인보조수단도사용치않고남서면등반을시도했다.그러나그는상단부의크럭스구간을돌파하지못하고그말만적어두고내려왔던것이다.2년후인1882년에대규모인원이수많은인공적인보조수단을동원해4일간당뒤제앙의남서면을공략해초등하였는데,이후오늘날까지셀수없이많은이들이머메리의진언은외면한채인공적인수단도마다하지않고오르내리고있다.
머메리가시도해돌아섰던,초등루트인남서면은당뒤제앙을오르는가장일반루트가되었으며여러구간에는굵은고정밧줄이설치되어이제는관광상품화가되다시피했다.머메리즘을따르지않는보통의산악인들에겐이보다멋진알파인화강암봉우리는없기에더없이즐겁게오를수있는알프스의4,000m명봉이다.

▲1헬브로너에서제앙빙하를가로질러당뒤제앙으로향하고있다.2아침햇살을등진당뒤제앙의긴그림자가발레블랑쉬설원에드리워져있다.3여섯번째피치의크고양호한크랙을오르는여성클라이머뒤로저멀리몽블랑의동면이보인다.

몽블랑횡단파노라마곤돌라타고등반기점으로접근

몽블랑에서시작해동쪽으로이어진3,000m이상의국경능선이그랑조라스까지이어지는중간즈음에‘거인의이빨’처럼돌출해있는화강암침봉당뒤제앙은어디서보나두드러진자태를뽐내고있다.동서남북어디로든멋진등반선이개척되어있으며그중남서면이가장인기가있다.샤모니에서지내고있는필자로선꼭오르고싶었던봉우리였다.

어느한해여름에는전날내린눈때문에포기한적도있어늘염두에두고있던차에마침기회가왔다.지난해여름내내샤모니에서머문백승기선배와함께였다.우리는아침7시에숙소를나서서에귀디미디행케이블카에탑승했다.3,800m고지로직상하는첫케이블카에는대부분산악인들이었다.그들모두한낮의태양열이설사면을녹이기전의이점을활용하는이들이었다.

얼마후에귀디미디전망대에오른우리는곧장몽블랑파노라마횡단곤돌라에탑승했다.첫곤돌라지만우리외에도이용객이몇명더있다.발레블랑쉬설원위를가로지른곤돌라는몽블랑산군의속살여기저기를다보여주며프랑스와이탈리아의국경에위치한헬브로너전망대(Helbronner·3,462m)로향한다.곤돌라아래로펼쳐진드넓은설원에아침햇살을등진당뒤제앙의긴그림자가드리워져있다.30분이조금못걸려도착한헬브로너전망대에서우리는웅장하게솟은몽블랑의동벽과남벽,그리고이탈리아국경내에솟은수많은산들을일별하며배낭을고쳐멘다.

전망대에서눈밭에내려선우리는당뒤제앙쪽으로펼쳐진제앙빙하의상단을가로지른다.한동안완만한설사면을걸어내린후오르막이이어진다.우리외에도토리노산장(TorinoHut·3,375m)에서출발한산악인들이함께가고있었다.십여명되는그들모두당뒤제앙을오르는이들이었다.캠핑장비등으로한짐가득짊어진우리에비해가벼운차림인그들은얼마후모두앞서갔다.어차피우리는빙하꼭대기에서하룻밤잘예정이었기에급할게없었다.

한동안오르막길을올라온몸에땀이흐를즈음,작은돌언덕위의캠프지에도착했다.한시간걸렸다.이지점에서보는파노마라가장관이라종종찾는곳이다.작은바위들중앙에아늑하게마련된캠프지에텐트만쳐놓고우리도앞서간이들의뒤를따른다.아직햇살이닿지않아서향인너덜바위지대하단부의쿨와르에는낙석이없었다.기온이올라가는정오부터는조심해야하는구간이다.

아이젠을조이고헬멧을쓰고피켈을휘두르며쿨와르를오른다.오르내린이들의디딤자국이있어어렵지않다.그래서우리는자일을사용하지않는다.자신에맞는속도로오른다.경사가급하지않은너덜바위지대라따로오르는편이편하고빠르다.아무렇게나얹혀있는크고작은바위돌이라조심해서디뎌야한다.서쪽면을따라오르던길은이제남쪽으로우회한다.크고작은바위들사이로이어진등행길이라길을잃기쉽지만자세히보면수많은이들이지나간아이젠자국이눈에띈다.

▲(좌)남서봉정상에올라선에스파니아산악인.(우)등반출발지점에서만난에스파니아산악인들.

4,000m고지의화강암벽을따뜻한햇살받으며오르는즐거움

캠프지에서출발한지한시간반만에당뒤제앙의정상부바위아래에이른다.로쉬포트능선으로이어지는설릉출발지점에서당뒤제앙화강암바위아래쪽으로설사면을횡단해등반출발지점에닿는다.우리보다앞서오른이들이등반준비를하고있었다.에스파니아산악인들이었다.쾌활한그들은뒤늦게도착한우리들을반긴다.

여기서등반에필요치않은아이젠과피켈등은놓고간다.어떤이들은암벽화로갈아신고가지만우리는가죽비브람으로도가능하리라여겨그냥간다.첫피치는고정로프를따라좌측으로횡단해직벽을올라야했다.고정로프가없었다면쉽지않은구간이었기에새삼머메리가대단하게여겨진다.두번째피치는5.8급정도의양호한크랙이이어져있어즐겁게자유등반을하며오른다.4,000m고지의화강암벽에서한낮의따뜻한햇살을등지고오르는즐거움이었다.손바닥에전해지는촉감이좋았다.

세번째피치부터손목굵기의고정로프가설치되어있었다.머메리가상상도못했을보기흉한인공보조물이었지만현대를살아가는보통의알피니스트에게는거부감이덜하다.여하튼머메리에게최대한경의를표하는의미로고정로프를잡지않고오르기로한다.

고정로프좌우를살피니크랙선들이연이어져있어재밍을하며오른다.재미있고즐거운크랙등반이다.물론확보는굵은고정로프에슬링을감아자일을통과시킨다.네번째피치역시크랙등반이었지만다섯번째피치는직벽구간이었다.작은홀드몇개만을이용해올라야했다.바로옆에있는고정로프를잡지않고자유등반으로오르려니괜히더부담스럽다.고정로프를잡을까하는유혹또한크다.그러나비브람앞창을미세한홀드에디디며오르는즐거움을포기할수없어그냥올라선다.

뒤따르는백선배뒤로는메르데빙하의장관이펼쳐져있다.샤모니의침봉들과드류,에귀베르트사이로‘얼음의바다’메르데그라스가굽이쳐흘러내리고있다.

여섯번째피치는큰크랙이남쪽으로이어져있다.앞서오르는여성클라이머뒤로몽블랑의동쪽면이훤히드러나있다.이방향에서바라보는몽블랑은언제나위압적이다.크고좋은홀드로이어진크랙피치라즐겁게자유등반하며오른다.그러나일곱번째피치는달랐다.직벽의디에드르에는손가락이들어가는크랙이라곤없다.출발지점은오버행이라몸이뒤로밀려난다.한두발걸음떼고부터는도저히다음등반동작이연결되지않는다.이지점에서머메리가돌아섰던게분명해보였다.백년전알피니즘의선구자가오르지못한구간에서현대의보통산악인은아무리궁리해도해법이없었다.
할수없이고정로프를잡는다.정당하게오르지못할바에는깨끗이단념한머메리에비해인공보조물에매달려허둥대며오르는자신이초라하게만여겨진다.어떻게든정상에오르고픈얄팍한등정주의의발로였다고나할까.10m쯤낯을붉히며올라선후,어렵지않은한피치를더오르니더는고정로프가없었다.정상부능선에올라선셈이다.사방으로시야가트였다.이후바위능선을타고길게한피치를오른다.그꼭대기가남서봉정상(4,009m)이었다.하지만당뒤제앙의최고점은건너편에위치한북동봉(4,013m)이었다.
큰홀드를잡으며클라이밍다운을해서안부에내려선다.마지막구간은한스텝이모자라두발을허공에버둥거리며내려선다.이후바위능선을가로질러작은직벽구간을오르니마침내정상이었다.정상에는성모마리아상이있었는데,낙뢰에훼손된채한쪽에모셔져있었다.오후3시가넘은시각이었다.약4시간걸렸다.배낭을내려놓고알프스의4,000m급화강암산정에서호젓한오후시간을즐긴다.사방으로펼쳐진장관의파노라마를발아래에두고늦은점심을먹는다.이보다즐거운시간이어디있으랴싶다.
▲1정상리지에올라서는백선배뒤로몽블랑쪽파노라마가펼쳐져있다.2크럭스구간이있는일곱번째피치.이지점에서머메리가돌아섰다.3제앙빙하상단에마련한캠프지.해가질때부터날씨가나빠져이틀간고생했다.

짧은기간에따뜻한화강암벽과혹독한폭풍설모두경험

잠시후,3명의클라이머들이남서봉을넘어우리가있는정상으로건너왔다.등반출발지점에서만났던에스파니아인들이었다.홀라치린(HolaChilin)은도착하자마자환호성을지르며우리에게굳은악수를건넨다.어찌즐겁지않을까.이순간만큼은알피니즘이나머메리즘의정당성은차후문제였다.정당치못한수단을이용해정상에선우리모두즐거웠다.그만큼산은,당뒤제앙은포용력이컸다.에스파니아인들과즐거움을나누며연락처를주고받는다.등반하며서로를찍은사진을주고받기위해서였다.
그들과헤어진우리는두정상사이의안부에내려서서남서봉아래에설치되어있는하강지점으로다가갔다.조심해서자일을정리해허공으로던진다.직벽및오버행바위를타고60m자일로세번하강해설사면에닿아아이젠이며피켈을둔출발지점에이른다.바위들사이에둔장비를찾아든우리는몽블랑너머로지는오후의햇살을즐기며하산했다.너덜바위지대를좌우로오가며내려와캠프지에이르니오후6시였다.캠프지뒤편바위아래로흐르는물을떠허기진배를채우며당뒤제앙을오른즐거움을다시한번더느껴본다.
바로전의등반이었지만꿈만같아이미한장의멋진추억으로각인되기시작했다.그러나하늘도우리를시샘했는지해가기울고부터날씨가나빠졌다.바람의세기가강해지더니이내먹구름이다가와사방을에워싸버렸다.멋진저녁놀을기대했건만허사였다.일찌감치텐트안침낭속에들어잠을청한다.밤새펄럭이는텐트자락에싸락눈이부딪치는소리를들으며잠을설쳤다.다음날아침이되자날씨는더나빠져급히짐을챙긴다.휘몰아치는눈보라를뚫고설원을가로지른다.
천둥번개까지치는와중에헬브로너전망대에이르니세팀이먼저도착해있었다.그들모두눈보라를피해와있었다.문제는샤모니행횡단곤돌라가눈보라때문에운행하지않았다.모두전망대휴게실의작은난로가에모여언제눈보라가그칠지모를지루한기다림의시간을맞이했다.결국이눈보라는이틀간연이어졌다.우리는전망대난간에텐트를치고폭풍설을체험하며하룻밤묵고서할수없이이탈이아로내려가쿠르마이어에서몽블랑터널을지나샤모니로돌아왔다.그처럼짧은기간에따뜻한화강암벽과혹독한폭풍설을경험한극적인4,000m급봉의알파인등반이었다.
▲정상등정의기쁨을나누는백선배와에스파니아산악인훌라치린.낙뢰에손상된마리아상이한쪽에모셔져있다.
산행Guide

프랑스와이탈리아의국경선상에위치한당뒤제앙은시간적인여유를두고이틀에걸쳐등반하는게바람직하다.필자처럼첫날등반후,캠핑을하거나토리노산장을이용할수있으며반대로이튿날일찍등반후하산할수있다.남서면에햇살이드는오후에등반하는게낫기에등반후에느긋하게몽블랑산군의저녁풍광을즐기는편을권하고싶다.

등반후하산은남벽에서곧바로하강하면된다.두봉우리사이의안부에서5m정도남서봉아래로횡단하면하강포인트가있다.하강자일의길이는25m인경우6회,50m인경우3회면안부까지내려올수있다.직벽및오버행을하강해야한다.한시간반쯤소요.등반출발지점인제앙빙하상단까지다시두시간쯤소요되며여기서헬브로너전망대나토리노산장까지또한시간쯤걸린다.

등반시즌은벽면에눈이없는여름시즌에나가능하다.정상에서사방으로펼쳐지는몽블랑산군의파노라마는주변의어느산정에서보다빼어나다.토리노산장전화번호는390165844034.석·조식포함1박산장비약45유로.샤모니-헬브로너케이블카60유로,헬브로너-쿠르마이어케이블카34유로등이다.


-글·사진/허긍열한국산악회대구지부회원/월간산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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