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市界) 걸으면 역사가 보인다 [2] *-
BY paxlee ON 3. 20, 2010
시계(市界)걸으면역사가보인다[2]
[2구간]태릉담터고개~삼육대후문~제명호~불암산~수락산~망월정~진달래능선~근린공원(조성중)~도봉산역GPS거리15.6㎞
담터고개에서다시출발이다.아침부터비가부슬부슬내렸다.일기예보엔오전에잠시비가내리다오후부터갠다고했으나,이날하루종일그치지않았다.내기억으로는일기예보가맞는날보다안맞는날이훨씬많은것같다.그것도꼭필요할때는항상틀렸다.틀렸던기억만뚜렷하기때문일수있겠지만.
담터고개는태릉과남양주시별내면과경계다.불암산방향으로가다가한사랑한의원을앞에두고논골편의점을왼쪽으로끼고돌아동네길로계속간다.삼육대후문으로들어가서제명호수로찾아가면제대로가는것이다.길은아직녹지않은상태라미끄럽다.제명호를앞에두고오른쪽으로가면불암산정상으로가는등산로가나온다.불암산으로접어들었다.
▲망우산공원묘지능선위로종주팀이지나고있다.
불암산은화강암의큰바위로된봉우리가마치송낙을쓴부처의형상과비슷하다하여붙여졌다.불암산에얽힌전설도재미있다.불암산은원래금강산에있었으나조선왕조가건국하면서도읍을정할때한양에남산이없다는소문을듣고자기가한양의남산이되겠다고내려왔으나벌써남산이들어서있는것을보고,돌아선채그자리에머물렀다고한다.이때문에불암산은서울을등지고있는형세라는것이다.이러한형세는수락산과더불어조선시대서울의북쪽방어선을이루며,서울을수호하는기능을했다.정상부분은온통바위산을이루고있으며,작지만웅장한기품을자랑한다.
불암산·수락산은6·25서울방어선
부슬부슬내리는비사이로불암산의호젓한등산로가이어졌다.밑에서정상을바라본바위산의모습과는달리걷는길은전형적인육산이다.‘맨발길’이란이정표가붙은길도있다.그만큼부드러웠다.
주능선을따라계속앞으로향했다.샛길이나올땐항상이정표가붙어있어길을잃을우려도없다.등산로곳곳에유명인사들의시(詩)도간간이걸려있다.자욱한안개는노송사이로뭉글뭉글피어오르는듯하다.나무사이로저멀리보이는도시는운무에가려전혀보이질않았다.
불암산제2봉정상조금못미쳐불암산성이나왔다.‘웬산성이지’싶었다.문화재지정예정이라는이정표가있다.‘신라가축조한것으로추정되는불암산성은규모는작지만삼국시대석축산성의전형적인축성기법을보여주는유적이며,인근의수락산보루·봉화산보루·아차산보루군등과함께한강을중심으로삼국의각축양상과고대교통로연구에중요한자료’라고쓰여있다.일부에서는산성의규모가협소해산성이라기보다는‘보(堡)’라고보는게적합하다는의견도제기한다.
▲수직에가까운계단을종주팀이내려오고있다.
제2봉정상엔헬기장이있다.운동기구도몇가지설치돼있다.비는좀체그칠줄을모르고,운무는서울도심을완전히덮고있다.운무에가려빌딩이전혀보이질않았다.마치바다에잠긴도시같아보였다.그운무의바다위로북한산과도봉산이우뚝솟아있다.우뚝솟은북한산과도봉산은하나의섬이고,빙산의일각이었다.구름낀날의또다른멋진풍광이다.정말진경산수화를보는느낌이다.일행모두탄성을자아내고있다.비와추위는잠시잊은듯했다.이런풍광이있으리라고전혀기대를못하고“비가와서사진이제대로되겠나”라는대화를주고받으며출발했는데전혀의외였다.그멋진풍광을올라가는전망대에서감상하고디카에담을수있는데까지담았다.
‘밥시(밥먹을시간)’가되어갔다.정상바로밑거북바위옆에서점심을먹고가자는의견과밥먹으면힘드니넘어가서먹자는의견으로나뉘었다.의견통일을보고같이갈줄알았는데먹을사람먹고,갈사람은가는분위기로바뀌었다.자율성의존중인지,중년의고집인지.제각각이었다.
시계(市界)는불암산(509,7m)정상옆쥐바위를지나쳐가지만정상조망에혹시뭔가가있을지몰라올라갔다.정상에올라가기직전꼭쥐같이생긴쥐바위가등산객들을반겼다.정상에오르니사방이확트였다.앞으로나아갈시계가한눈에들어왔다.수락산과불암산이가르는시계가쭉펼쳐졌다.양쪽에있는서울과남양주는운무에가렸고,나아갈능선만우뚝하게솟은모습,그자체가더없이장관이었다.
이젠불암산과수락산의경계를이룬덕릉고개방향으로하산이다.산밑으로는불암산터널이지나고있다.덕릉고개는노원구의북동쪽시계에서남양주별내면으로넘어가는고개를말한다.조선선조의아버지인덕흥대원군의묘소인덕릉(德陵)이고개동쪽에자리잡은데서유래했다.
덕릉고개위로육교를놓아불암산과수락산을연결하고있었다.육교가없던시절엔횡단보도를건너는등한참을돌아서올라갔으나지금은편하게지나쳤다.불암산과수락산의시계종주코스는불수사도북(서울5산)종주하는그길이다.
비오는날운무로서울도심잠겨장관
이제수락산이다.수락산은내원암일대계곡의병풍같은바위벽에서물이떨어지는모습에서유래했다는설과산봉우리형상이마치‘목이떨어져나간모습(首落)’과같다하여이름붙여졌다는설이있다.또사냥꾼아버지가호랑이가물고간아들‘수락’이를부르다바위아래떨어져죽은뒤,비오는날이면“수락아,수락아”하는소리가들려수락산으로했다는전설도전해온다.
유적,경승못지않게전해오는일화도특히많은산이다.6·25때는육군사관생도들까지나서불암산과함께서울사수선으로격전을치렀던산이기도하다.수락산능선조금못미쳐얼마전에탄듯한산불의흔적이있었다.다행히조기진화에성공한것같다.산림이심하게소실되지는않았다.
물이많을것같은이름과달리수락산은올라갈수록웅장한바위를드러내고있었다.치마바위삼거리에이르렀다.눈이녹지않고얼어좁은바위틈새와바위옆등산로로지나가기엔위험했다.날씨도비가내리고추워손까지얼어붙었다.등산로에로프는있지만손을제대로펼수없어불편하기짝이없다.일행전부조심조심올랐다.준족의아주머니들도이런길에서는굉장히조심스럽다.엉덩이가무거워그런지로프를잡아도오르기가쉽지않다.
▲수락산거북바위를오른쪽에두고일행이올라가고있다.
지나가는길에는바위들의연속이다.하강바위,바로그옆에남근비슷하게생긴바위,코끼리바위,종바위를지나마침내정상바로옆철모바위에도착했다.주말엔막걸리파는비닐천막집이있는곳이다.잠시안에들어가서비를피했다.이정표는‘←4.7㎞수락산역(수락골),수락산정상0.3㎞→,수락산역(노원골)5.2㎞↓’를가리키고있다.정상까지는불과300m밖에안되지만시경계가아니고의정부라전부수락골로하산했다.비가내리니가기도그렇고,또갔다하면따라잡기가쉽지않을것같아정상에들렀다가는걸포기하고곧장뒤따랐다.
김시습흔적매월정근처에되살려
과거기억에쇠줄을잡고아슬아슬하게하산한적이있었던길이이제는나무계단으로깔끔하게단장돼있다.변신한등산로로전혀힘들지않게내려왔다.길한쪽옆으로독수리바위가비상할듯한자세로앉아있다.
수락골에서길이이어진깔딱고개사거리에도착했다.일행은매월정방향으로직진이다.매월정에는김시습의흔적을곳곳에되살려놓았다.어린시절김시습이살았던자취를좇아그의업적과그가지은시를보기좋게단장했다.여유만있으면죽둘러보고가련만….
2구간끝지점이얼마남지않았다.운무때문에보이진않지만의정부로가는3번국도로쌩쌩달리는차소리가들렸다.그소리를들으며진달래능선으로한걸음씩터벅터벅걸었다.그러고보니수락산에도진달래능선이있었다.봄에얼마나아름다운군락을이룰지궁금했다.
얼마지나지않아임도가나왔다.제법큰길이다.그런데시계종주는임도를따라계속내려가면낭패다.왼쪽으로빠지는오솔길을유심히봐야한다.오솔길들머리에54트레킹동호회에서제법큰리본을달아놓았다.오솔길을따라내려서면노원구에서근린공원을한창조성중이다.2월말현재거의완성단계다.
▲수락산등산로는반듯한흙길에의외로호젓한숲길이군데군데눈에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