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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브랜드‘몽벨’이일반인을대상으로선발한‘몽벨리스트원정대’와함께알프스몽블랑정상에도전하고돌아온그들을김창호원정대장과함께만났다.세사람이처음만난것은10년전,서울강북구의등산학교에서였다.김창호대장은이들에게암벽과빙벽등반을가르쳐보통사람은오르기어려운산에도전하게만들어줬다.
황국희씨는53세에자궁암에걸렸다암투병을거친후였고,김영희씨는유방암투병중일때였다.두사람은그러나한동안자신들이암환자라는이야기를하지않았다.“3년이지나서야영희가이야기를하는거야.그제야이해가갔어.아침에올때는완전아픈사람이야.나보다젊은사람이금방힘들어하고,머리가아프다고하고.산에서내려온후에보면얼굴이훨씬나아져있었지.”
김영희씨에게“당신에게산은무엇이냐”고물었다.
“꿈이에요,꿈.정말오르고싶은데,내가할수있을까하는.고산(高山)에오르면산의아름다움이내게눈맞춰주니정말황홀하고행복하죠.”
유방암수술후항암제에방사선치료를받느라백혈구수치가떨어지고조금만움직여도숨이차고구토가나오던때,그는산을찾았다.
“그몸으로집에있으려니답답했어요.‘내마지막이언제일까?’하는생각이뇌리에서떠나지않았죠.막내가중학생이라‘애들이클때까지는곁에있어줘야겠는데’하는생각뿐이었죠.그래서산으로갔어요.
일단공기가좋고,새로운사람들을만나이야기하면서자연속에파묻히다보면몸과마음의시름이덜어지는것같았으니까요.‘이제더볼수없을지도모른다’는생각때문인지자연이어쩌면그렇게사무치게아름답던지요.봄의새싹이나가을의단풍,하얗게눈덮인나뭇잎,계곡의물소리….산에다녀오면몸도마음도즐거워가족들한테즐거운이야기를하게되더라고요.”
암환자가어떻게보통사람도숨이차서힘들어하는등산을할수있었는지잘이해되지않았다.“처음에는‘조금오르다집으로가야지’라는생각으로따라나섰어요.중간에쉬는지점에서돌아가려했는데,나도모르게다시따라나서정상까지가게되더라고요.”
암투병3년째암세포가갈비뼈로전이됐다.
“‘정말내인생여기서끝이구나’하는생각이들더라고요.혈액을타고전이된것이라딱히치료방법도없고,암세포가어디에서또튀어나올지모르는상황이었죠.”
등산학교에서“오늘인수봉갈준비하세요”라고하는데,가야하나말아야하나망설이던그는울며불며암벽등반으로인수봉을올랐다.“‘바위야,나와싸워보자’라는생각으로집념을불태웠죠.내게왜이런시련이주어지느냐하고.”
산의기운이나를정화시킨것같아요
산에올랐다내려올때는가슴이시원하게뚫리고정화된느낌이들었다.새로운에너지를얻은것같았다.그후그는더적극적으로산에갔다.‘이번산행이마지막이될수도있다’는심정으로일본북알프스,중국황산,백두산,히말라야임자체등정등해외원정도다녀왔다.종갓집장손의아내로,어머니로자신보다는가족들을위해살아왔던그는“이제부터내삶을찾겠다.내가산을오르든뭐를하든나를인정하고도와달라”고가족들에게선언했다.
곁에있던황국희씨가“임자체등정때얘가히말라야4000m고도에서배낭을멘체네팔아이들과축구를하며펄펄나는거야.산에다녀올때마다혈색이좋아져.예전에비하면얼굴이확실히달라졌어”라며감탄한다.김영희씨는“산을선택하지않았다면난벌써죽었을것”이라고말한다.
“산에오를때훅훅숨을내쉬고들이마시잖아요?그때나쁜기운을뱉어내고,맑은기운을들이마셔서인가봐요.”지난6월건강검진을했더니거짓말처럼아무이상도없는것으로결과가나왔다고한다.그는요즘암을이겨낸자신이다른사람들에게힘이될수도있겠다는생각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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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원정대장의지휘아래산악인이아닌일반인들이알프스설산을함께오른‘몽벨리스트원정대’. |
일흔이넘은나이에빙벽을오르는‘빙벽할머니’로유명한황국희씨.그는산에대해“내삶의전부”라고말한다.산을싫어하던그가처음산에오른것은42세때동네주부들과함께집가까이에있는우면산을오르면서였다.무슨일을하든끝장을보고마는성격인그는매일같이우면산에올랐고,전국의산을다니기시작했다.
그러나아들네가들어와살고,그가손자를맡아키우게되면서산에가기어려워졌다.그리고53세에암판정을받았다.“처음에는‘난절대암일리가없어’라는심정이었죠.의사한테얼마나진행된암인지묻지도않았어요.수술한후방사선치료를28회받기로되어있었는데,13회까지받고그만뒀어요.
대신산에다시올랐죠.‘난결코지지않는다.싸워서이기겠다’는마음이었어요.소파에서주방까지가는데도숨이차고힘들었지만,누구한테의지하겠어요?가족에게응석이나부리고있을건가요?계속우울하고짜증난모습으로있으면,시간이흐르면주변사람들이다떠나게되어있어요.”
‘누우면죽고,걸으면산다’는심정이었던그는.이제일흔이훌쩍넘은그는누구보다뛰어난체력을자랑한다.62세에암벽등반,65세에빙벽등반에입문한후융프라우,카나발루,다테야마,안나푸르나,로체를다녀왔고,지난해에는‘엄마가간다’원정대대장이되어주부들을이끌고히말라야임자체에올랐다.그는산에서“욕심내지않고삶을활기차게사는법을배웠다”고한다.
“암이아니었다면이만큼삶의아름다움과행복을느낄수있었을까요?지금이시간,이만남이얼마나소중한지.사랑하는사람과함께밥을먹고시간을보내는게얼마나행복한지.”
두사람은이번원정에서몽블랑정상까지오르지는못했다.눈보라가몰아치는가운데서로의몸을로프로연결해한발한발올랐는데,건장한남성들과보조를맞추기어려웠다.일정은촉박했고,다른사람들을위해중도포기를결정했다.정상까지오른대원은7명중2명.그래도“로프로연결하지않은게나았을텐데”“일정이조금만넉넉했더라면”하면서못내아쉬움을감추지못한다.
김창호대장이옆에서“원래정상까지오른산보다오르지못한산이가슴에더오래남아요.바둑을둔후복기(復棋)하듯산행을하나하나되짚어보게되니까요”라고다독거린다.이들에게산의정상까지올랐는지,오르지못했는지가정말중요할까?암이라는복병을만난후오히려더욱씩씩하게인생의산을오르며,그산이가지고있는아름다움과깊이를맛봤는데.
-글/李善珠TOPCLASS편집장-사진:김선아/topclass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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